늘어난 여가시간 어떻게 쓸 것인가?
늘어난 여가시간 어떻게 쓸 것인가?
  • 박석모 기자
  • 승인 2012.02.08 11: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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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질 개선 위한 모색 필요한 때
노동시간 단축 - 삶의 질 개선, 사회적 합의 필요
[특집] 노동시간 단축 길을 찾아서 ③ 필요한 건 무엇?

ⓒ 참여와혁신 포토DB
고용노동부가 의욕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노동시간 단축 문제는 이미 거스를 수 없는 대세로 자리 잡아가고 있다. 현실적으로 파급효과가 큰 완성차 업체부터 주간연속2교대제 논의를 중심으로 노동시간을 단축하기 위한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완성차 업체, 자동차 업종 외에도 노동시간 단축이 전 산업에 걸쳐 필요하다는 점에서는 노사정의 의견이 일치한다. 다만 속도에서 차이가 있을 뿐이다.

시간 지나면 주간연속2교대제 당연하게 인식

현재 노동시간 단축 논의는 주로 어떻게 하면 가능한지에 맞춰 이뤄지고 있다. 다시 말해 제조업을 중심으로 줄어드는 노동시간에 해당하는 물량을 어떻게 보전할 것인지, 임금수준은 어떻게 유지할 것인지가 주요 관심사다.

특히 완성차 업체에서 노동시간 단축의 방안으로 제시된 주간연속2교대제와 관련해서는 다른 문제들보다 물량과 임금의 보전이 핵심적인 걸림돌이었다. 현재 이 문제와 관련해서는 노사가 일정한 수준의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처음 현대자동차지부(옛 현대자동차노조 포함)에서 주장했던 ‘3무’가 현실적으로 가능하지 않다는 점에 대해서는 노동계에서도 대체로 인정하는 분위기다. 앞서 금속노조 이정희 정책실장이 밝힌 것처럼 물량과 임금을 동시에 보전할 수 있는 방안으로 일정한 수준의 노동강도 강화는 불가피하다.

경총 하상우 경제조사팀장은 “노동계가 3무를 고집하지 않고 전향적으로 검토한다면 세부적인 수준에서는 더 논의해야 하겠지만, 일단 큰 걸림돌 하나는 사라진 셈”이라고 반겼다. 하상우 팀장은 이어 “현재보다 생산성을 올리면 근로시간은 줄어들지만 시간당 보상은 더 커지기 때문에 회사와 근로자 모두가 win-win 하는 방안이라는 인식전환이 필요하다”며 “회사도 생산성 향상을 통해 얻는 게 있다면 공정하게 분배한다는 인식전환이 절실히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정희 실장은 “과거에 주40시간제를 도입할 때도 마치 주40시간제가 되면 산업이 망할 것처럼 이야기했지만, 10년도 채 지나기 전에 주40시간제는 이제 당연한 것으로 인식되고 있다”면서 “지금 당연하게 받아들이고 있는 심야노동에 대해서도 일정 시간이 지나면 인식이 달라질 것이고, 그때가 되면 주간연속2교대제는 당연한 것으로 인식될 것”이라는 낙관적인 전망을 내놨다.

하부영, “노조가 삶의 질 개선에 앞장서야”

현재 상황과 같이 행정당국이 강력한 의지를 가지고 노동시간 단축을 추진한다면, 2010년에 노사정위원회에서 합의한 연간 1,800시간 이하의 노동시간도 머지않아 달성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현재 진행되고 있는 노동시간 단축 논의에서는 중요한 문제가 생략돼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채필 고용노동부장관은 “장시간근로 개선과 교대제전환은 일석오조의 측면이 있다”면서 근로조건 개선, 산재예방, 생산성 향상과 능력개발, 고용창출, 협력적 노사관계 구축을 강조한 바 있다. 나아가 이채필 장관은 “장시간근로 관행을 개선해 삶의 질을 높여야 한다”는 점도 빼놓지 않고 강조하고 있다.

하지만 정작 노동시간 단축 논의에서는 방안만 논의될 뿐 삶의 질에 대한 이야기는 없다시피 하다. 뿐만 아니라 노동시간 단축으로 늘어나게 될 여가시간을 어떻게 활용할 것이며, 그것을 위해 사회적으로 필요한 것은 무엇인지에 대한 논의도 빠져 있다.

이와 관련 제2민주노조운동실천단 하부영 대표는 “87년 이후 조합원의 요구는 ‘인간답게 살고 싶다’는 것과 ‘열심히 일하는 사람이 잘 사는 세상’이라는 두 가지로 표현된다”면서 “민주노조운동은 현재 이 두 가지 목표 달성에 실패했다고 단언할 수 있다”고 비판했다.

하부영 대표는 이어 “대대적인 ‘노동자 인생 재설계 프로젝트’를 통해 불행을 자초하는 현재의 삶을 진단하고 새로운 인생을 설계하도록 도와야 한다”며 “노동조합이 앞장서서 삶의 질 향상과 실패하지 않는 인생을 살아가도록 배려하고 지원하는 교육프로그램을 개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요컨대 노조가 노동자의 삶의 질 개선에 앞장서야 한다는 주장이다. 여기에는 노동시간 단축에 따라 줄어드는 노동시간만큼 늘어날 여가시간을 활용하는 문제는 물론, 노동자의 능력개발을 위한 교육훈련 등이 포함된다.

그러나 이는 노조만의 과제는 아니다. 노조의 노력만으로 삶의 질을 개선하는 것도 한계가 있다. 더구나 이를 노동자 개인이나 노사 당사자들의 노력에만 내맡겨 둘 수도 없는 문제다. 주40시간제 도입 당시에도 법만 개정한 채 실제 시행은 당사자에게 맡겨 두었지만, 실질적인 삶의 질 개선으로는 이어지지 않았다.

노동자의 삶의 질이 개선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사회적인 분위기가 조성돼야 하고, 이를 위해 사회적인 합의가 필요한 부분이기도 하다.

이런 점에서 노동시간 단축을 위한 논의가 한창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는 지금이 노동자의 삶의 질을 한 단계 끌어올릴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할 기회이기도 하다. 더구나 노사정이 모두 노동시간 단축의 필요성에 공감하고 있는 만큼, 그 어느 때보다 노사정 각 당사자의 지혜를 모으기 위한 노력이 필요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