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노총 정치참여, “어렵다 어려워”
한국노총 정치참여, “어렵다 어려워”
  • 박종훈 기자
  • 승인 2012.02.28 1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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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 정치시즌, 한국노총 호의 방향은?
조직내 반발·정치권 높은 벽, 계속되는 풍랑

“조합원들의 결의를 거쳐 한나라당과 정책연대를 폈다. 그러나 이명박 정권이 들어서고 보니 한국노총은 순전히 민원인 취급을 받더라.”

지난해 1월, 당선 직후부터 이용득 한국노총 위원장은 수차례에 걸쳐 공식 석상에서 이와 같은 발언을 계속해 왔다. ‘노동자 정치세력화’라는 난제에 대한 고민이 묻어난다. 당시 한나라당과의 정책연대를 주도했던 이가 바로 이 위원장 본인이었다는 점을 떠올려보면 더욱 그렇다. 결자해지(結者解之) 격으로 이 위원장이 당선되던 날, 한나라당과의 정책연대 파기가 선언됐다.

한국노총의 정치참여 실험은 진행 중이다. 총선과 대선이 맞물려 있는 ‘정치 시즌’인 올해 한국노총은 제1야당인 민주통합당에 참여하기로 결정했다. 구 민주당, 혁신과통합이 창당한 시민통합당과 더불어 세 축의 하나로 민주통합당에 결합한 상태다.

▲ 지난 2월 28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노동과 복지 세력의 복지국가를 위한 총선 공약 제안 세미나'가 열렸다. ⓒ 봉재석 기자 jsbong@laborplus.co.kr

한국노총 목소리 담을 수 있을까?

통합 과정에서부터 핵심 축으로 참여함으로써 한국노총은 그간 상대적으로 정치권으로부터 배제돼 왔던 ‘노동계’의 목소리를 담을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다.

이용득 위원장은 “전국 860만 명의 비정규직 문제해결, 청년실업, 정리해고, 여성일자리, 최저임금, 세계 최하위 수준의 노사관계 등 더 이상 방치할 수 없는 대한민국의 과제를 우리가 직접 정당에 참여해서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위한 것”이라고 그 취지를 밝혔다.

새로 출범한 민주통합당의 정강정책과 강령에서부터 한국노총의 의도는 반영됐다. “노동자의 권익이 보장되며, 노동의 가치가 존중받는 사회”를 만드는 것이 목표라고 명시한 것이다.

또한 당 내에는 전국 54개 지역을 포함한 전국노동위원회가 신설됐다. 과거 노동특별위원회가 사무총장 산하기구였다면, 전국노동위원회는 당 최고위원회 직속기구로 격상됐다.

4월 총선을 앞두고 구체적 공약화도 추진되고 있다. 한국노총은 학계, 시민사회단체 등 외부 전문가들과 함께 노동정책을 포함해 보편적 복지를 강화하는 노동·복지정책 공약화를 강조할 계획이다.

▲ 4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정론관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이용득 한국노총 위원장 겸 민주통합당 최고위원이 자신의 총선출마설과 현 민주통합당 공천 과정에 대해 입장을 밝히고 있다. ⓒ 한국노총

안팎으로 바람 잘 날 없다

하지만 아직 갈 길이 멀다. 한국노총의 민주통합당 참여에 대해 고용노동부의 수장이 누차 공식석상에서 ‘우려’의 뜻을 표명하고 있다. 기존 정치권의 벽도 높다.

이용득 위원장과 한국노총 지도부는 4일 오전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비례대표 출마설 등이 언급되고 있는 것은 한국노총의 민주통합당 참여를 무산시키려는 불순한 정치적 의도”라고 비판했다.

특히 정치참여로 인한 노조의 자주성을 우려하는 이채필 고용노동부 장관의 발언에 대해 “노동조합의 자주성은 정부가 왈가왈부할 문제가 아니라 노동조합이 자주적으로 판단할 문제”라며 “노조의 정치활동이 법으로 보장돼 있고, 헌법재판소의 판결로도 명백한 사안”이라고 잘라 말했다.

또한 “정치 개혁과 정당 혁신의 창당정신은 훼손됐고, 노동·시민사회세력이 함께 한다는 통합 정신은 실종됐다”며 “새로운 정치를 만들고자 당 강령에 명시한 노동존중과 연대의 가치 실현을 통해 노동자가 존중받는 사회를 만들자던 창당과 통합정신은 현재까지 공천에서 사문화 되고 있다”고도 지적했다. 공천 과정에서 한국노총의 ‘지분’이 도외시 되는 것에 대해 불편한 심기를 드러낸 것이다. 현재 당 최고위원을 겸하고 있는 이 위원장은 최고위원회의에 불참하는 등 당무를 거부하고 있다.

한국노총의 민주통합당 참여에 보다 직접적인 걸림돌이 될 수 있는 사안은 조직 내 반발이 만만치 않다는 점이다. 통합 논의 과정에서부터 이의를 제기해 온 일부 조직들은 지난 12월과 2월의 대의원대회에 단체로 불참하면서 자신들의 입장을 밝히고 있다.

한국노총의 한 관계자는 “기존 정치권에 비해 한국노총이 갖는 강점 중 하나는 조합원들의 조직력”이라며 “내부 의견이 일치되지 않는 상황에서 과연 한국노총이 제 목소리를 낼 수 있을지는 대단히 의심스럽다”고 염려하기도 했다.

“18대와 비교될 게 당연”

조직 내 반발에도 “한국노총 몫의 지분을 보장 받았다”라며 민주통합당 참여를 강행한 한국노총 출신 인사가 과연 19대 국회에 몇 명이나 들어갈 수 있을지도 초미의 관심사다. 지난 18대에는 비례대표와 지역구 당선 의원을 포함해 네 명의 한국노총 인사가 한나라당 당적을 갖고 국회에 진출했다.

다른 한국노총 관계자는 “당연히 뱃지 수를 세게 될 것”이라며 “누가 가느냐는 식의 개인 자질도 논란거리이지만, 원내에 몇 명이나 진출시킬 수 있느냐에 대한 문제는 전국노동위원회 등 당장 노총이 의미부여를 하는 사업들이 얼마나 탄력을 받을 수 있을지 가늠하는 척도”라고 밝히기도 했다.

의견이 분분한 가운데, 이용득 위원장은 이미 수차례에 걸쳐 본인의 “정계진출은 없다”고 단언한 바 있으며, 4일 열린 기자회견에서도 “어떤 형태로든 4.11 총선에는 출마하지 않을 것”이라고 재차 못 박았다. 이 위원장은 후보자 시절이던 지난 1월 <참여와혁신>과의 인터뷰에서도 “정치권은 거들떠보기도 싫다”며 “일생을 바친 노동조합에서의 내 마지막 역할, 전체 노동자를 위해 최선을 다해보겠다는 생각만 있다”고 단언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