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쿠시마 사고 1주기, 원전은 안전한가?
후쿠시마 사고 1주기, 원전은 안전한가?
  • 참여와혁신
  • 승인 2012.03.06 08: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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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원전이 동남해안에 밀집한 이유
사고 땐 편서풍 타고 한반도에 직접 영향

동아사이언스 기자
2012년 1월 25일 기준으로 한반도 주변에 설치된 원전은 총 87기다. 20년 뒤면 약 300기의 원전이 더 지어져 우리나라는 원전의 고리에 둘러싸이게 된다. 이중 중국 원전은 우리나라 황해와 맞닿은 남동해안에 밀집돼 있어 우리나라에 심각한 피해를 줄 수 있다.

20년 뒤 300기, 원전 고리에 둘러싸인 한반도

3월 11일로 일본 후쿠시마 원전 사고가 1주기를 맞는다. 당시 규모 9.0의 지진이 빚어낸 재앙은 생각보다 훨씬 끔찍했다. 지진해일이 몰려와 마을을 삼키고 전기공급과 통신도 끊어졌다.

이보다 더 큰 문제는 전기가 끊어진 후쿠시마현 오하나마 원자력 발전소(원전)였다. 전기가 끊어지자 일부 원자로의 냉각장치가 멈췄고 방사성 물질이 유출되기 시작됐다. 후쿠시마 원전 근처는 방사성 물질에 오염됐고, 1년이 지난 지금도 일본은 사고 후유증을 앓고 있다.

일본 원전 사고 당시 ‘우리나라로 방사성 물질이 날아온다’는 소문이 떠돌았다. 하지만 다행히 사실과는 다른 이야기였다. 방사성 물질은 편서풍을 타고 일본 서쪽 바다로 날아갔기 때문이다. 하지만 중국 원전에서 비슷한 사고가 나면 우리나라의 사정은 달라진다. 편서풍을 타고 방사성 물질이 날아와 큰 피해를 줄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관측이다.

특히 중국 원전은 우리나라 황해와 맞닿은 중국 남동해안에 밀집돼 있어 더 큰 우려를 낳는다. 그렇다면 중국은 왜 이 지역에 원전을 많이 지었을까.

ⓒ 박태진 기자
후쿠시마와 달리 중국 원전 사고는 직접 영향권

우선 원전 입지 조건부터 살펴보자. 원자력 발전은 원자핵이 쪼개질 때 나오는 에너지로 전기를 만드는데 이 과정에서 엄청난 열과 방사성 물질이 나온다. 열을 식히고 방사성 물질도 막아주는 역할을 하는 게 냉각수다. 이 때문에 원전은 주로 냉각수를 확보하기 좋은 바닷가에 세워진다.

원전 건설에는 지반 안정성도 중요하다. 지난해 후쿠시마 원전 사고처럼 지진이 발생하면 전원공급이 끊기고, 방호벽이 무너져 방사성 물질이 유출되는 등 큰 재앙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따라서 원전은 지각끼리 만나지 않고 화산 활동도 없어 지진이 일어나지 않는 곳에 세워야 한다.

중국의 남동해안지대는 두 조건을 모두 만족한다. 바닷가이기 때문에 냉각수를 쉽게 구할 수 있고, 지각의 판과 판이 맞부딪히는 지역을 벗어나 있어 지진 빈도가 낮다. 따라서 중국은 이 지역에 총 16기의 원전을 짓고 운영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두 요소를 모두 충족시키는 고리, 월성, 울진, 영광에 원전을 건설했다. 현재 4곳에서 운영되고 있는 원전은 총 21기다.

중국 남동해안지대에 2억여 명의 인구가 거주한다는 점과 산업시설 및 대도시가 밀집한 경제 중심지라는 점도 원전 건설에 영향을 줬다는 게 전문가들의 해석이다. 전력 수요가 많이 필요한 곳에 원전을 지어 효율성을 높였다는 것이다.

중국 남동해안, 원전이 많은 이유

문제는 중국 원전의 입지가 한반도에 썩 좋지 않다는 데 있다. 만약 중국 남동해안에 있는 원전에서 사고가 날 경우 우리나라 황해는 방사성 물질로 오염되게 된다. 두 나라가 같은 바다를 공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또 방사성 물질은 편서풍을 타고 날아와 한반도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게 된다. 현재 원전이 있거나 건설되고 있는 랴오닝 반도의 다롄, 산둥의 옌타이오, 칭다오 인근 지역은 황사가 우리나라로 건너오는 길목이기도 하다. 초속 10m의 편서풍이 불면 24시간 이내에 이곳의 공기가 한반도에 도착한다는 게 기상청 황사연구과의 계산이다.

봄철 황사가 우리나라에 주는 영향을 생각하면 방사성 물질의 영향도 쉽게 알 수 있다. 거대한 모래 바람이 한반도를 덮치듯 중국발 방사성 물질이 한국을 덮치는 것이다. 오히려 중국이 받는 피해보다 한국이 받는 피해가 더 클 것이라고 말하는 전문가도 있다.

중국의 폐쇄적인 성향은 문제 해결을 더 어렵게 만들 것이다. 중국은 정보를 철저히 통제하기 때문에 원전 사고가 나도 은폐할 가능성이 있다. 이 때문에 이웃 나라가 방사성 물질 피해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할 수도 있다.

방사성 물질과 달리 원전 사고 정보가 신속하게 전달되지 않는다면 우리나라는 앉아서 당할 수밖에 없다. 국제원자력기구(IAEA) 협약에 따르면 원전 사고 사실을 이웃나라에 조기 통보해야 하지만 중국이 실제로 협약을 이행할지는 미지수다.

18년에 불과한 중국의 원전 운영 경험도 재앙을 키우는 요인이 될 수 있다. 일본은 비교적 원전 기술과 운영 노하우가 갖춰진 나라였지만 지진해일로 한순간에 무너졌다. 중국에서 원전 사고가 나면 이보다 훨씬 심각할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예측이다.

아무리 좋은 자동차를 가지고 있더라도 운전자가 서투르면 사고를 피하기 어렵다. 이 때문에 중국 원전 기술자를 훈련시켜 원전 운영 노하우를 쌓게 만드는 게 필요하다. 혹시라도 있을지 모르는 원전 사고 대비에 중국과 우리나라는 물론 일본까지 한마음 한뜻으로 힘을 모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