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사, 넌 정체가 뭐어니?
황사, 넌 정체가 뭐어니?
  • 참여와혁신
  • 승인 2012.04.09 13: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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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금속·미세먼지 등 호흡기 질환 유발
외출 시 철저히 대비해야

동아사이언스 기자
따뜻한 햇볕이 내리쬐고, 살랑살랑 기분 좋은 바람도 부는 봄이다. 그런데 마음 놓고 나들이 가려면 꼭 확인해야 할 것이 있다. 바로 황사. 언제부턴가 봄날 일기예보에 황사가 빠지지 않는다. 미국 환경정책 전문가 레스터 브라운은 ‘황사는 제5의 계절’이라고까지 했다. 대체 황사의 정체는 무엇이고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

‘누런 모래’ 바람이 온다

황사는 글자 그대로 ‘누런 모래’를 뜻한다. 주로 중국과 몽골에 있는 사막과 황토 지대에 있는 작은 모래나 흙먼지가 우리나라까지 날아와서 생기는 현상이다. 태양이 땅을 뜨겁게 데우면 대기가 불안정해져 상승기류가 나타나기도 하고 강풍이 불기도 한다.

이 바람을 타고 1~10 ㎛(1㎛는 10-6m) 정도로 아주 작은 먼지 알갱이가 하늘로 올라가 우리나라로 날아온다. 한국에 도착한 먼지 알갱이들은 하강기류를 만나 우리에게 황사 현상을 가져다준다.

이런 누런 모래 바람의 역사는 생각보다 길다. 우리나라에서 최초로 등장한 황사 기록은 삼국사기에 있다. 기록에 따르면 서기 174년 신라에서 ‘음력 1월에 흙가루가 비처럼 떨어졌다’고 한다. 백제도 서기 379년에 ‘흙가루가 비처럼 하루 종일 내렸다’고 전해진다. 서기 644년 고구려에서는 ‘음력 10월에 붉은 눈이 내렸다’는 기록도 있다.

고려사에는 서기 1186년에 ‘눈비가 속리산에 내려 녹아서 물이 됐는데 그 색이 핏빛과 같았다’고 했고, 조선시대 책에서 황사를 뜻하는 토우(土雨)라는 표현이 100회 넘게 나온다. 물론 현대에도 황사는 꾸준히 일어났다. 지구가 점점 더워지면서, 또 삼림이 점차 황폐해지면서 황사 현상은 더 심해진데다 자주 일어났다. 우리나라는 2002년 4월부터 황사로 인한 피해를 자연재해로 정하고 ‘황사특보제’를 도입했다. 황사가 특별히 주의할 만큼 심각한 현상이 됐다는 이야기다.

성분은 독해지고, 피해 범위는 넓어져

황사의 피해가 심각해진 데는 황사 속에 섞인 성분 탓도 있다. 원래 황사 주성분은 규소, 철, 칼륨 등의 산화물이었다. 그런데 황사의 발원지인 중국의 산업화가 급격하게 진행되면서 황사에 매연이 섞이기 시작했다. 최근 몇 년간 황사 성분에는 납과 카드뮴, 알루미늄, 구리 등의 중금속뿐 아니라 발암물질도 발견됐다.

황사 알갱이는 매우 작기 때문에 일반적인 마스크로는 막을 수 없다. 또 크기가 작기 때문에 피부는 물론 심장과 폐 등의 내장기관까지 침투할 수 있다. 황사 먼지가 눈에 들어가면 결막염이나 안구건조증이 생기고, 피부에 닿으면 접촉성 피부염 등을 발생시킬 수 있다. 머리에 묻으면 비듬균의 활동을 촉진시키기도 하고, 모낭세포를 파괴해 탈모를 유발할 수도 있다.

ⓒ 참여와혁신 포토DB

특히 면역력이 약한 어린이나 노인에게 더 해롭다. 호흡기로 황사 먼지가 들어가면 가래, 기침, 콧물이 나고 심하면 호흡곤란이 올 수도 있다. 비염, 천식, 기관지염, 감기, 독감, 폐렴 등이 생길 수도 있으며 심하면 급성 폐손상도 일어날 수 있다.

황사 먼지는 사람들의 건강뿐 아니라 정밀한 기계를 사용하는 자동차, 전자장비, 항공기 등에도 이상을 일으킬 수 있다. 또 농작물 성장도 방해할 수 있어 경제적인 피해도 만만찮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황사를 막을 수는 없다. 매년 봄마다 황사 먼지는 중국 쪽에서 우리나라로 오는 편서풍을 타고 날아오고 있다.

노출 삼가고, 청결 유지해야

우리가 황사에 대비해 할 수 있는 첫 번째 일은 가급적 황사에 노출되지 않는 것이다. 외출을 줄이고, 혹시라도 꼭 나갈 일이 있다면 보호안경과 황사용 마스크를 착용해야 한다. 집에 돌아오면 손발을 깨끗이 씻고 양치질도 꼭 해야 한다. 황사에 노출된 채소와 과일 등의 농수산물도 충분히 씻어서 먹어야 한다. 황사가 지나간 뒤에도 주변을 잘 청소해 2차 오염을 줄여야 한다.

중금속이 많이 섞인 흙먼지를 마셨을 때 좋다고 알려진 음식도 있다. 황사 먼지 때문에 몸 안에 중금속이 들어갔을지 모르므로 몸 밖으로 독소를 빼내주는 식품을 먹는 것이 좋다. 돼지고기, 클로렐라, 미역, 녹차, 양파, 미나리, 마늘 등이 대표적이다.

특히 돼지고기는 메타오닌과 시스틴 등이 함유된 아미노산을 가지고 있어 납이 체내에 흡수되는 것을 막아준다. 녹차에 들어 있는 카테킨 성분은 중금속을 흡착해 몸 밖으로 빼내는 역할을 한다.

이밖에도 물이나 비타민차를 자주 마시면 건조해진 기관지를 보호하는 데 도움이 된다. 불포화 지방산이 함유된 음식도 폐에 쌓인 유해물질을 중화시키고 중금속의 체내 흡수를 막아준다.

물론 더 근본적인 해결책은 황사 현상이 더 심해지지 않도록 숲을 살리는 일이다. 황사가 잦아지는 이유는 동북아시아에 가뭄이 심해지기 때문이다. 해마다 서울보다 2배 이상 큰 땅이 사막으로 바뀌고 있으니 황사 발원지가 점차 넓어지는 것은 당연하다.

우리라도 나무를 심어 숲을 되살리고 지구를 지키려 노력하는 게 중요하다. 마침 4월에는 식목일도 있으니 나무 한 그루씩 심어 환경을 지키려고 노력했으면 한다. 황사 걱정 없이 봄날 나들이 할 날이 많아지기를 꿈꿔 본다.
 

 황사 예방 수칙

1. 입과 콧속은 미지근한 소금물로, 눈은 깨끗한 찬물에 대고 깜빡거려 먼지를 씻는다.
2. 집안 청소와 세탁을 깨끗이 해 황사로 인해 붙은 각종 세균 피해를 줄인다.
3. 외출할 경우 긴 소매 의상을 입고 모자나 안경, 황사마스크 등을 착용한다.
4. 체내에 들어온 중금속과 미세먼지를 배출하고, 기관지와 입속에 남은 미세먼지를 희석하기 위해 물이나 차를 자주 마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