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공업 장인이 부활한다
수공업 장인이 부활한다
  • 참여와혁신
  • 승인 2012.04.09 14: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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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양성 각광받는 시대…복고와 신조의 어우러짐
공방·자동차 튜닝 등 손재주가 곧 경쟁력

박사
한국직업능력개발원 연구위원
수공업은 인류가 도구를 만들면서부터 시작되었지만 산업혁명과 더불어 기계에 자리를 내줬다. 요즘은 기계를 뛰어넘어 로봇이 등장하고 여기에 인공지능까지 결합되는 중이다. 제레미 리프킨이 <노동의 종말>에서 언급했던, 인간의 일자리가 소멸되고 로봇이 그 자리를 대신하는 허황된 이야기가 현실이 되고 있다. 이런 마당에 웬 수공업 장인이냐고?

기능성만으론 부족…감성+개성

아이러니하게도 상점에 물건이 풍족하고 넘쳐날수록 소비자들은 기능성보다는 감성, 개성을 갖춘 나만의 제품에 눈을 돌린다. 사람들이 열광하는 명품, 공방, 튜닝, DIY(Do It Yourself) 제품 등은 수공업 장인의 부활을 알리는 신호탄이다. 공장에서 찍어낸 상품은 아무리 잘 만들어도 쓰다가 버리는 물건 그 이상은 못된다. 장인이 한 땀 한 땀 정성껏 바느질한 옷, 구두, 가방, 소품 등에는 따듯한 감성과 품격이 고스란히 스며있다.

여기에 소득수준이 높은 현대인들은 자신에 대한 투자와 표현 욕구가 높다. 내가 공들여 만든 세상에 단 하나뿐인 개성 있는 물건을 만들고 사용하고 싶다는 욕망 말이다. 시간과 노력을 들여 만든 것일수록 더 정이 가고 물건 그 이상의 의미가 담기기 마련이다. 생텍쥐페리의 소설 속 주인공 어린왕자에게 5,000송이의 장미꽃보다 자신의 별에 두고 온 단 한 송이의 장미꽃이 더 소중한 이유는 바로 그 장미꽃을 길들였기 때문이었다. 물을 주고 벌레를 잡아주면서 길들인 장미가 더 소중하듯이 수공업 제품에는 가격으로 환산할 수 없는 시간과 땀, 추억이 깃들어 있다.

공방운영자

사진공방, 목공방, 제빵공방 등 교육과 실습을 겸할 수 있는 전문적 작업공간인 공방이 인기다. 과거부터 있어왔던 요리, 화실, 서예, 기타 등과 비슷한 성격이지만 최근의 공방은 수공업적 특성이 더 강하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과거에는 사진, 가구, 제빵 등의 분야에 일반인들이 취미차원에서 접근하기란 불가능에 가까웠다. 고가의 장비, 작업공간, 전문지식 등의 장벽이 워낙 높아서다. 그런데, 인터넷이 등장하면서 동호회를 중심으로 전문지식이 활발하게 유통되고 일반 취미용도에 적합하게 성능을 약간 낮춘 보급형 저가장비가 개발되면서 프로와 아마추어 간의 장벽이 허물어지고 있다.

예를 들어 사진이 대표적이다. 사진 찍는 맛을 알기 시작한 동호인은 좀 더 완성도가 높은 작품을 카메라에 담고 싶은 욕망에 사로잡힌다. 촬영테크닉을 어느 정도 익히면 눈을 돌리는 것은 장비다. 바디, 렌즈, 플래시 등 고가의 전문적인 사진장비는 그 값이 천차만별이다. 똑같은 렌즈라고 해도 몇 십만 원에서 몇 천만 원까지 그야말로 눈이 휘둥그레질 정도다.

생업이 아닌 다음에야 취미를 위해 그 정도 지출을 할 사람이 몇이나 될까. 그래서 등장한 것이 사진공방이다. 사진공방에서는 조명, 카메라 등 고가의 장비지원은 물론이고 촬영과 관련된 전문적인 지식과 노하우까지 알려준다. 일회성으로 촬영을 할 수도 있고 일정기간의 교육을 받으면서 촬영실습도 가능하다.

목공방에서는 일반인을 대상으로 서각, 가구, 집짓기 등 나무를 다루는 법을 가르친다. 아무리 작은 목제품이라도 아파트 생활을 하는 현대인들이 집안에서 만들기란 물리적으로 불가능하다. 목공방에서는 초보자들에게 장비실습, 목재선별, 간단한 도면작성 및 이해 등 교육을 실시하고, 목공도구, 장비 등을 활용해 자기가 원하는 가구나 제품을 만들 수 있도록 공간을 제공하기도 한다. 정신적 스트레스가 많은 전문직 종사자, 목조주택을 짓고 싶은 베이비부머, 자신만의 목가구를 만들고 싶은 주부들에게 특히 인기다.

ⓒ 참여와혁신 포토DB

공방이 확대되고 있는 분야는 사진, 목공, 제빵, 커피, 도자기, 보석, 금속공예, 자수, 뜨개질 등으로 매우 다양하다. 공방을 운영하기 위해서는 해당분야에 전문적인 지식, 노하우를 갖고 있어야 하며 장비와 실습공간 등이 필요하다. 대개의 경우 공방운영자가 사업장에서 제품생산 및 판매를 주업으로 하고, 동호인들을 중심으로 교육, 장비 및 공간 등을 제공하는 일을 부업으로 겸하는 형태가 일반적이다. 즉, 제빵공방이라면 공방운영자는 빵가게 운영을 통해 주로 수익을 창출하고, 부수적으로 동호인에게 제빵기술을 가르치고 실습할 수 있도록 공간을 제공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자동차 튜닝 전문가

자동차 튜닝은 공장에서 대량 생산된 획일적인 자동차에 차주의 개성을 입히는 일이다. 몰개성적으로 생산된 자동차에 고객의 요구를 반영하여 엔진출력, 색상, 디자인, 인테리어 등을 변형시켜 독특하고 차별화된 나만의 차로 변신시키는 작업이다. 마음에 들지 않는 부분을 고치고 개성을 더욱 부각시킨다는 점에서는 미인으로 거듭나도록 도와주는 성형외과 의사와 비슷하다고나 할까?

자동차 튜닝이 유망한 이유는 한국과 유럽, 미국 사이의 자유무역협정(FTA) 체결과도 관련돼 있다. 그 이전까지는 자동차 튜닝 자체가 불법이었다. 자동차 공장에서 출고된 상태에서 조금의 변형이라도 발생하면 그 자체가 단속의 대상이었다. 완성자동차 생산 강국이지만, 튜닝시장은 초보적 수준에 머무른 이유다. 그런데, 자유무역협정 체결과 더불어 튜닝시장도 함께 개방되었다. 이제 일정한 범위의 튜닝은 더 이상 불법이 아니다.

자유무역협정으로 튜닝시장이 성장할 수 있는 공간은 열렸지만, 유수한 튜닝부품을 앞세운 독일 등 튜닝강국의 공세가 거셀 전망이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실력 있는 완성차 부품업체들이 튜닝분야에서 선진국을 따라잡는 것은 시간문제로 보인다. 기초체력이 튼튼하기 때문이다. 우리 기능인력이 가진 탁월한 손기술에 자동차 튜닝에 대한 전문적 지식과 식견, 디자인 감각이 덧붙여진다면 세계 최고의 자동차 튜닝 강국으로 부상하는 것도 기대해봄직하다.

자동차 튜닝과 가장 관계가 깊은 직업은 자동차 정비원인데 평균연봉은 2,540만 원가량이고, 일자리전망이 밝다. 자동차 정비원으로 일하려면 공업계 고등학교나 직업전문학교, 기능대학 등에서 자동차 및 기계 분야를 전공해야 한다. 대학에서는 자동차과, 자동차공학과 등을 전공하기도 한다.

자동차 정비 관련 훈련은 사설학원이나 직업훈련기관에 개설되어 있고, 자동차 튜닝과정은 직업훈련기관에 개설되어 있다. 또한, 자동차 회사에서도 자동차 정비에 관한 과정을 개설하여 교육하기도 한다. 관련자격으로는 자동차검사기능사/산업기사/기사(국가기술), 자동차보수도장기능사(국가기술), 자동차정비기능사/산업기사/기사/기능장(국가기술), 자동차차체수리기능사(국가기술)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