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로 가면 노동자 미래 없다
따로 가면 노동자 미래 없다
  • 박석모 기자
  • 승인 2012.04.19 11: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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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일자본 대응, 대표지회 체계로
당진 집중투자, 공동대응 필요성 높여
[현장] 금속노조 복무 총회 가결한 현대제철노동조합

▲ 지난 4월 3일에 열린 조합원 총회 거리선전전. ⓒ 현대제철노조
현대제철노동조합이 지난 4월 5일과 6일 ‘금속노조 복무 조합원 총회’를 열어 83.73%의 찬성률로 ‘금속노조 복무’를 결정했다. 이로써 지난 2006년 7월 조직형태 변경 조합원 총회에서 산별노조로 전환을 결의한 지 6년 만에 산별노조로 전환하게 됐다.

현대제철은 국내에서 포스코 다음으로 큰 철강업체다. 동시에 현대기아자동차그룹에서 두 완성차업체 다음으로 큰 규모로, 인천과 포항, 당진 3곳에 공장을 가동하고 있다. 그중 인천공장과 포항공장 노동자들은 기업별노조인 현대제철노조에, 당진공장 노동자들은 산별노조인 금속노조 현대제철당진지회에 각각 소속돼 있었다. 현대제철노조는 이번 금속노조 복무 조합원 총회를 가결시킴으로써 현대제철당진지회와 함께 금속노조의 일원이 됐다.

산별 전환 결의 6년 만에 금속노조로

이미 6년 전에 산별 전환을 결의하고도 현대제철노조는 여전히 기업별노조로 남아 있었다. 산별 전환을 위한 조합원 총회 당시 현대제철노조가 기업지부를 조건으로 내걸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금속노조에서는 기업지부 설치를 승인하지 않았고, 현대제철노조의 금속노조 합류는 계속 미뤄졌다.

하지만 이번엔 달랐다. 문상기 위원장은 “자본은 하나인데 노조는 2개로 나뉘어 서로 갈등관계로 비치다 보니 하나로 묶어야 한다는 열의가 조합원들에게 강했다”며 “인천, 포항, 당진 세 공장 노동자들이 함께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금속노조에 복무하는 것임을 조합원들이 깨닫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여전히 우려하는 조합원들도 있다. 금속노조 복무를 결정함에 따라 지역지부로 편재되면 오히려 더 분열되고, 그에 따라 교섭력도 투쟁력도 약화될 거라는 우려다. 문 위원장은 “서로 다른 지역지부에 편재됐다 하더라도 대표지회 체계를 통해 같은 자본에 대해 공동으로 대응할 수 있다”며 우려를 불식시킨다.

실제로 현대제철노조는 현대제철당진지회와 함께 지난 3월 상무집행위원 공동수련회를 통해 공동요구안을 확정하는 등 이번 임·단협을 함께 준비하고 있다. 문 위원장은 “지난 4월 2일 공동으로 요구안을 회사 측에 보냈지만 사측은 교섭창구 단일화를 요구하며 요구안을 반려한 상태”라면서 “교섭창구를 단일화하는 것이 아니라 공동교섭단을 구성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 지난 3월 15일에 열린 현대제철 3공장 합동수련회. ⓒ 현대제철노조

인천 조합원, 상대적 박탈감

이번에 금속노조 복무를 결정했지만, 인천공장 조합원들은 여전히 상대적인 박탈감을 느끼고 있다. 인천제철을 모태로 해서 강원산업과 한보철강을 인수하는 데 큰 기여를 했지만, 인천공장 조합원들에 대한 회사의 대우는 당진공장 조합원들에 대한 대우보다 상대적으로 낮은 수준이다.

게다가 회사는 전기로를 가동하는 인천·포항공장에 비해 고로를 가동하는 당진공장에 투자를 집중하고 있다. 노동자 수도 인천·포항공장은 현 상태가 유지되는 반면, 당진공장은 계속 증가하고 있다.

▲ 문상기 현대제철노조 위원장. ⓒ 봉재석 기자 jsbong@laborplus.co.kr
문 위원장은 “현대제철이 당진공장에 고로를 가동하면서 일관제철소를 운영하고 있지만 무리한 투자가 있었던 것도 사실”이라면서 “지난해 철강경기가 위축되면서 적자를 봤고, 고용불안 우려도 심각하다”고 설명한다. 그만큼 금속노조 복무를 통해 세 공장이 하나로 뭉쳐 대응하는 것이 절실했다는 것이다.

“인천·포항 따로, 당진 따로 가면 현대제철 노동자의 미래는 없습니다. 더 이상 인천·포항노조의 고립을 방치하면 노동조합의 위상이 약화되고 그 피해는 우리 조합원, 우리 후배들에게 돌아갈 수밖에 없습니다. 이번에 조합원들은 집행부를 믿고 결단을 했습니다. 그만큼 큰 책임감을 안고 산별 정신에 입각해 성실하게 집행하겠습니다.”

금속노조 인천지부와 포항지부 운영위원회에서 승인절차가 마무리되면 현대제철노조는 각각 현대제철인천지회와 현대제철포항지회로 편재된다. 아직까지 기업별노조로서의 활동에 익숙한 현대제철노조와 조합원들은 이제 산별노조라는 새로운 길을 가게 됐다. 그 길에서 문상기 위원장과 조합원들이 부딪힐 수많은 문제들을 어떻게 풀어갈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