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기술은 공정한가?
과학기술은 공정한가?
  • 박석모 기자
  • 승인 2012.04.25 17:32
  • 수정 0000.00.00 00: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삼성전자 유해물질 은폐하는 인바이런 비판
대기업 편드는 ‘고용과학’ 공공성 위해 시민 나서야

▲ 25일 오전 서울 정동 금속노조 회의실에서 열린 반올림 기자회견에서 서울대 보건대학원 백도명 교수가 인바이런 사의 노출기준 조사 결과 발표를 비판하고 있다. ⓒ 박석모 기자 smpark@laborplus.co.kr
“노동자들의 사망은 삼성전자의 작업환경과 관련이 없다”는 인바이런 사의 조사결과 발표에 대해 과학의 사회적 책임을 묻는 문제제기가 나왔다.

반도체노동자의 건강과 인권 지킴이 반올림은 25일 오전 서울 정동 금속노조 회의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지난해 삼성전자가 인바이런 사에 의뢰해 진행한 위험물질 노출 조사 결과를 비판했다.

이날 기자회견에서 서울대 보건대학원 백도명 교수는 “인바이런의 조사는 정상조업과 정비작업으로만 이뤄진 것으로 가정하고 진행됐으나, 시험가동, 사고나 정전에 의한 조업 변경 등의 상황은 전혀 감안되지 않았다”며 “또 과거의 작업환경측정에서 나타난 ‘불검출’은 측정 당시의 허용기준 이하를 의미한다는 점을 감안하지 못하고 과거에도 현재와 노출수준이 동일했다는 이상한 결론을 내리고 있다”고 조사결과를 비판했다.

백 교수는 이어 “인바이런의 조사는 현재 시점에서 삼성이 제공한 제한된 자료를 바탕으로 일부 공정에 대해서만 과거 노출 상황을 추정하는 작업을 수행하여 그 결과 조혈기계 발암물질 노출을 파악하지 못하였다는 기업 홍보자료 작성에 지나지 않는 결론을 내리고 있다”며 “멕시코 칸쿤에서 진행된 ICOH 학회발표 또한 학술적 진행이나 그 발표자세에 있어서도 수준 이하의 발표였다”고 평가했다.

경희대 사회학과 김종영 교수는 인바이런 사와 같은 과학자 집단을 ‘고용과학’이라 규정한 뒤, “고용과학은 기업의 편에 서서 여러 산업 유해물질이 노동자와 시민의 건강을 해치는 사실을 부정하거나 은폐해왔다”며 “한국의 여러 사회문제에서 과학기술의 공공성이 성취되기 위해서는 과학자, 전문가, 시민, 언론이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올림은 이 같은 전문가들의 발표를 묶어 “대기업이 자기 이익을 보호하기 위해 산업보건과 과학의 이름으로 친기업적 엘리트를 앞세워 노동자들의 건강권 요구에 반대하는 연구를 생산·유통하고 있다”며 “지난 3월 칸쿤에서 열린 세계산업안전보건대회에서의 인바이런의 발표는 질의응답도 제대로 하지 않은 일방적인 발표에 불과했지만 이를 이용해 삼성은 왜곡보도를 하고 있다”고 폭로했다.

하지만 이 같은 문제제기에도 불구하고 과학의 사회적 책임에 대한 인식은 그리 높지 않은 실정이다. 대기업과 엘리트 과학자 집단의 태도 역시 큰 변화가 없는 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