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급단체 위임 후에도 단위노조 교섭권한은 유지
상급단체 위임 후에도 단위노조 교섭권한은 유지
  • 최영우 한국기술교육대학교 고용노동연수원 교수
  • 승인 2012.04.30 17: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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규약 내용 따라 총회 의결 없이 위원장 결정으로 위임 가능
한국기술교육대학교
고용노동연수원 교수

단체교섭권의 위임’이란 단체교섭의 당사자(노동조합, 사용자)가 외부의 제3자에게 단체교섭의 담당자의 지위 즉, 단체교섭의 권한을 이전하는 것을 말한다. 단체교섭 및 단체협약 체결의 위임은 ‘단체협약에 관한 사항’으로서 총회의 의결사항에 해당하며(노조법 제16조 제1항), 이러한 권한을 위임하는 경우에는 교섭사항과 권한범위를 정하여 위임해야 한다(노조법 시행령 제14조 제1항).

① ‘제3자 위임금지조항’의 효력

‘제3자 위임금지조항’이란 단체협약에 노동조합이 조합원 이외의 제3자에게 단체교섭을 위임하지 않겠다는 내용을 정한 것을 말한다. 이러한 조항은 사용자가 조합원 이외의 제3자가 단체교섭 당사자로 나오는 것을 꺼리기 때문인데, 그 효력에 대해서는 견해가 대립된다. 유효설은 교섭권한의 위임 여부는 당사자의 자유이므로 협약에 의해 자율적으로 제한하는 것은 가능하다고 보며(다수설), 무효설은 위임의 금지는 노조의 자율성을 침해하는 것이라고 본다. 이에 대해 행정해석은 ‘단체협약상 회사와 조합은 교섭권한을 제3자에게 위임하지 않는다고 규정하고 있다면 이에 따라야 할 것이므로, 노동조합이 동 규정을 위반하여 제3자에게 교섭권을 위임하는 경우 사용자가 당해 노동조합과의 직접 교섭을 요구함으로 인해 교섭이 지연되더라도 이를 부당노동행위로 보기 어렵다’(1997.4.28, 노조 01254-407)고 본다.

② 해고된 자에게 교섭권한을 위임한 경우 교섭을 거부할 수 있는지

사용자는 노조의 대표자 또는 노조로부터 위임을 받은 자와의 단체협약 체결, 기타의 단체교섭을 정당한 이유 없이 거부하거나 해태하는 경우 부당노동행위가 성립한다. 그런데 해고된 자가 노조 교섭위원으로 참여하는 경우는 부당노동행위 성립여부가 문제된다. 해고된 자가 노동위원회에 부당노동행위 구제신청을 한 경우 중앙노동위원회의 재심판정이 있을 때까지는 조합원 자격이 유지되는 것이므로, 사용자가 단체교섭을 거부하는 경우 부당노동행위가 성립한다. 그러나 정당한 해고로 판정된 자를 교섭위원으로 하여 단체교섭을 요구하는 경우에는 사용자가 교섭을 거부하더라도 부당노동행위라고 보기 어렵다(2001.5.12, 노조 68107-546). 노조법 제30조 제1항에서 노동조합과 사용자는 신의에 따라 성실히 교섭하고 단체협약을 체결해야 하며 그 권한을 남용하지 않도록 규정하고 있으므로, 노조의 교섭권한 위임이 신의성실의 원칙에 반하거나 권리남용에 해당되어 사회통념상 사용자에게 성실한 교섭의무를 기대하기 어려운 정도에 이르지 않아야 할 것이다. 따라서 노조가 당해 사업(장)에서 해고된 자에게 교섭권을 위임하여 수임자의 활동경력, 당해 수임자와의 그간의 관계 등을 감안하여 정상적인 교섭이 어렵다고 판단되는 경우 사용자는 노조에 대해 교섭권 위임의 철회 또는 수임자의 교체를 요구할 수 있을 것이며, 이를 이유로 한 교섭의 잠정적 거부는 정당한 교섭거부 사유로 볼 수 있을 것이다(2001.4.4, 노조 68107-405).

③ 단위노조가 연합단체에 교섭권한을 위임한 경우 단위노조의 교섭권한은 상실되는지

이에 대하여 대법원 판례는 ‘단체교섭권한의 ‘위임’이라고 함은 노동조합이 조직상의 대표자 이외의 자에게 조합 또는 조합원을 위하여 조합의 입장에서 사용자측과 사이에 단체교섭을 하는 사무처리를 맡기는 것을 뜻하고, 그 위임 후 이를 해지하는 등의 별개의 의사표시가 없더라도 노동조합의 단체교섭권한은 여전히 수임자의 단체교섭권한과 중복하여 경합적으로 남아 있다고 할 것이며, 단위노동조합이 가입한 상부단체인 연합단체에 그러한 권한을 위임한 경우에 있어서도 달리 볼 것은 아니다’(대법 1998.11.13, 98다 20790)라고 했다. 즉, 단위노조가 연합단체에 교섭권한을 위임하였더라도 단위노조의 교섭권한은 여전히 남아있으므로, 단위노조 대표자가 직접 사용자와의 정상적인 교섭을 거쳐 단체협약을 체결하였다면 이 단체협약의 효력을 부인할 수 없다(1999.10.19, 노조 01254-109).

④ 총회의 의결 없이 위원장 결정으로 단체교섭의 위임이 가능한지

단체교섭 및 단체협약 체결의 위임은 ‘단체협약에 관한 사항’으로서 총회의 의결사항에 해당하므로(노조법 제16조 제1항), 원칙적으로 조합원 총회(또는 대의원회)의 의결을 거쳐 교섭권을 위임해야 한다. 그런데 규약에서 단체교섭의 위임에 관하여 위원장에게 교섭대표권을 위임을 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는 경우라면 규약에서 정하는 바에 따라 위원장이 상급단체에 교섭권을 위임한 경우 다른 사정이 없는 한 부당한 교섭위임이라고 보기 어렵다(2003.2.25, 노조 68107-76).

⑤ 단체교섭과 협약체결권을 분리하여 위임할 수 있는지

노조법에서는 위임의 범위 등에 대하여는 별도의 제한규정을 두고 있지 않으므로, 단체교섭권한과 단체협약체결권한을 분리하여 위임할 수도 있고 통합하여 위임할 수도 있다. 단체교섭 또는 단체협약의 체결에 관한 권한을 위임하는 경우에는 교섭사항과 권한범위를 정하여 위임해야 하므로(노조법 시행령 제14조 제1항), 어디까지 위임을 했는지에 대해서는 위임의 내용에 의해 정해지게 된다. 따라서 단체교섭권한을 위임받았다 하더라도 당연히 단체협약체결권한을 갖는다고 볼 수는 없다. 단체교섭권 또는 협약체결권의 일부를 분리하여 위임해야 할 합리적인 필요성이 인정되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교섭의 원활화와 효율적인 운영 및 노사관계의 안정 등을 위하여 단체교섭 및 협약체결권 일체를 위임하는 것이 타당할 것이다(2000.10.11, 노조 68107-923).

⑥위임을 받을 수 있는 자

단체교섭의 위임을 받을 수 있는 자에 대해서는 법상 제한이 없으므로, 사회통념상 정상적인 교섭을 기대하기 어려운 자에게 교섭권을 위임하여 위임의 권한을 남용하는 경우에 해당하지 않는다면 누구에게나 위임이 가능하다. ‘위임을 받을 수 있는 자’가 민법상 인(人)이라고 할 때 자연인과 법인을 의미하므로 제3자이더라도 자연인과 법인이어야 하며, 자연인은 행위능력이 있어야 한다. 법인설립등기를 한 노동조합은 다른 노동조합의 단체교섭과 단체협약 체결을 위임받을 수 있으나, 그렇지 않은 노동조합은 법인격이 없으므로 그 노동조합의 대표자나 특정인을 지정하여 위임해야 한다. 교섭권한의 위임시 단체교섭대표자만을 위임하고 동 대표자가 나머지 교섭위원을 선정할 수도 있고, 단체교섭대표자를 포함한 교섭위원을 지명해 교섭권한을 위임할 수도 있다.

회사 대표자가 교섭위원으로 참여한다는 취지의 단체협약 규정이 있다 하더라도 부득이한 경우 위임받은 자가 대신 참석할 경우 문서로 사전통보한다는 규정이 있을 뿐만 아니라, 대표이사가 임ㆍ단협체결권 일체를 수석부사장에게 위임한 경우라면 수석부사장이 교섭위원으로 참여하더라도 단체협약에 위반된다고 보기는 어렵다(2000.7.20, 노조 01254-615). 사용자가 제3자에게 교섭권한을 위임한 경우 노동조합은 위임받은 자의 교섭요구에 응해야 할 것이며, 노동조합이 정당한 이유 없이 수임인을 배제하고 위임인과의 직접 교섭만을 요구하는 경우에는 그 정당성을 인정받기 어렵다(1999.7.10, 노조 01254-508).

⑦ 단체교섭 및 체결권한의 복위임이 가능한지

노조법에 교섭 및 체결권의 복위임에 대한 별도규정은 없으나 민법의 복위임의 법리를 준용하여 위임인인 노동조합이 이를 허용하는 경우에는 복위임도 가능하다고 할 것이므로, 노동조합이 산하 지역본부장에게 교섭 및 체결권을 위임하고 수임인인 산하 지역본부장이 필요한 때에는 사업장 단위 분회장에게 다시 교섭 및 체결권을 위임할 수 있도록 규약에 규정하는 경우에는 노동조합이 복위임을 허용하는 의사표시로 보아야 할 것이다(2005.4.19, 노동조합과-1132).

⑧ 복수노조의 경우 단체교섭 위임의 주체

복수노조의 상황에서 교섭창구 단일화가 전제되는 경우 법상 교섭대표노조(자율적교섭대표노조, 과반수교섭대표노조, 공동교섭단)가 단체교섭 당사자가 되며, 창구단일화 절차를 거치지 않기로 하였다면 각각의 노동조합이 당사자가 된다. 따라서 이 당사자가 단체교섭 위임의 주체가 된다. 복수노조 상황에서 사용자가 단체협약으로 특정 노동조합하고만 단체교섭을 하기로 한 약정(유일단체교섭조항))을 두더라도 이는 무효이며, 이를 근거로 교섭대표노조의 교섭을 거부하는 것은 부당노동행위에 해당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