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찔한 봄날 몸살을 앓습니다
아찔한 봄날 몸살을 앓습니다
  • 참여와혁신
  • 승인 2012.04.30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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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오월!
목 놓아 부르던 봄,
벌써 도망갈까 두렵습니다.

지난 주말 속절없이 내린 비에 벚꽃이 졌습니다.
산에는 발 디딜 틈 없이 푸름이 우거졌습니다. 잃었던 빛깔 농도를 달리하며 산등성을 채운 나뭇잎 무리 사이사이로 진달래 환한 웃음을 흩뿌려 놓았습니다.

나무들, 제 이름을 찾아 아우성입니다. 이름을 물으니, 벚이요 매화요 개나리요 박태기요, 제 꽃피우며 대답합니다. 봄의 마법에 온몸이 아찔하며 몸살, 아니 ‘봄살’을 앓습니다. 아, 치명적인 봄의 아름다움입니다.

봄을 앓듯 총선 때문에 많이 애달팠지요?

늘 그랬듯이 시민들의 선택은 옳았습니다. 그 선택을 존중하지 않고서는 한 걸음도 나아가지 못합니다. 채찍과 격려의 오묘한 조화를 겸허히 받아들일 때만이 올 겨울, 새봄을 설렘으로 맞이할 겁니다.

아마 이 봄날의 우거짐이 다 진 겨울, 연말 대통령 선거가 끝나야 생채기가 아물지 않을까 싶네요. 총선 뒤 양대 노총은 힘겹습니다. 정치방침으로 골이 패인 조직 내부를 하루빨리 추스르지 않고서는 더딘 걸음이 이어지리라 여겨집니다. 이제야말로 헛된 봄날의 망상에서 벗어나 조합원의 생각과 힘에 근거한 지혜로운 싸움이 필요할 때입니다.

늘 새롭게 밥상을 차리지만 입맛을 돋우는 향긋한 냉이나 쑥이 없는 거 같아 아쉽습니다. 하지만 묵은 김치 사발 옆에 된장에 무친 봄나물이 있으니 놓치지 마세요.

‘데모꾼들의 수다’는 무대아래에서 집회를 꾸미는 ‘배후조종자’들의 이야깁니다. 붉은 머리띠와 단체 조끼를 입은 집회에서 주최도 무대도 없는 촛불 또는 희망버스형의 집회까지, 기획자들의 수다와 함께 꾸몄습니다. ‘중규직을 말하다’에서는 비정규직 없는 세상을 향한 목소리가 요란한 시절에 태어난, 하지만 그 출생이 불분명한 ‘무기계약직’의 속살을 파헤쳤습니다. 마이너리티 리포트에서는 진보라는 노동운동에서조차 낯선 ‘동성애자의 노동’을 돋아보았습니다. 쌍용자동차 해고자를 위한 바자회 ‘Remember Them’을 현장기사로 생중계합니다. 바자회 현장에서 경매가 이루어진 가수 이효리의 가방을 마주하면서 쌍용자동차 죽음의 행렬, ‘이제 그만!’ 외칩니다.

봄날,
대한문 앞은 아직 겨울입니다. 시민들의 추모의 행렬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그곳에서 생명의 향이 피어났으면 합니다.

홍대 언저리에서 <참여와혁신> 취재팀 올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