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노총, 정부 주관 회의체 불참 검토
한국노총, 정부 주관 회의체 불참 검토
  • 박종훈 기자
  • 승인 2012.05.03 16: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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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임위 파행 사태, 직접적 계기
합의 정신 실종에 회의 참여가 무슨 의미?
▲ 지난 4월 27일 오전 서울 강남구 논현동 최저임금위원회(이하 최임위)서 민주노총과 한국노총 최임위 위원들이 함께 모인 가운데 열린 '최임위 파행조장 규탄! 사태해결 촉구! 기자회견'에서 참석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 봉재석 기자 jsbong@laborplus.co.kr

민주노총과 함께 5월 중 최저임금위원회 회의에 불참하기로 한 한국노총이 노사정위원회나 정부 주관 각종 회의체 참여 거부를 검토 중이다.

한국노총은 모두 186개의 각종 심의기구, 고충처리기구, 기타 회의체, 노사정기구 등에 참여하고 있으며, 이들 회의체에 단계적 불참에서부터 강도 높은 전면 탈퇴까지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한국노총은 내부 논의를 거쳐 조만간 입장을 밝힐 예정이다.

강도 높은 대응을 한국노총이 고민하게 된 직접적 계기는 지난 해에 이어 파행이 거듭되고 있는 최임위 때문이라고 볼 수 있다.

최임위 2차 전원회의가 열렸던 지난 4월 27일 양대 노총은 기자회견을 열고 사태 해결을 촉구한 바 있다.

근로자위원 구성, "합의 정신은 어디로?"

알려진 바대로 고용노동부는 4월 25일 임기 3년의 최임위 근로자위원 위촉을 양대 노총에 통보했다. 기존에 한국노총 5명, 민주노총 4명으로 구성됐던 관례를 깨고 한국노총 위원 1명을 줄이는 대신 국민노총에서 1명을 위촉했기 때문이다.

한국노총의 한 관계자는 "이례적으로 근로자위원 4~5인 추천을 요청해 와서 국민노총 개입 여지를 의심해 강하게 항의를 했고, 실무 선에서는 한국노총이 4인 추천하면 전원 위촉되는 것으로 정리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이처럼 근로자위원 추천과 위촉 과정에서 한국노총은 정부와 '합의' 과정이 분명히 있었다고 주장하고 있다. 실무논의 이후 위촉이 행정 처리되는 한달여 기간 동안 아무 협의 없이 일방적인 통보를 받았다는 점에서 현 정권 이후 노사정 합의 정신을 전혀 찾아볼 수 없다는 비판이다.

최저임금법 시행령 제12조 위원회 위원의 위촉 또는 임명 등에 관한 사항을 보면 "근로자위원은 총연합단체인 노동조합에서 추천한 사람 중에서 제청"하는 것으로 돼 있다. 고용노동부는 "시행령 내용에 의거해 노동계에 기회를 균등하게 제공하기 위한 것"이라고 위촉 취지를 밝힌 바 있다.

최저임금 인상률, "08년 이후 현저히 저하"

현행 최임위 운영 구조에서 보면 노사 동수로 의견이 양분됐을 때 협상을 조정할 역할은 공익위원 9명에게 주어지게 된다. 한국노총은 "2008년 이후 최임위 위원 구성 및 최저임금 협상 과정에서 청와대가 노골적으로 개입하고 있음은 공공연한 사실"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현행 최저임금법상 공익위원의 위촉 절차는 구체적으로 명시돼 있지 않다. 그럼에도 지난 2000년 제도 도입 이후 공익위원 위촉에 있어서 노사정위원회 공익위원 위촉 절차에 준하게 실무선에서 조정하는 노력을 보여 왔지만, 최근 몇 년간은 그렇지 않다는 주장이다.

최저임금 인상률 역시 2008년부터 평균 4.1% 인상으로 과거와 비교해 현저히 저하됐으며, 협상 역시 난항과 파행을 거듭하며 지난 국정감사에선 피감기관으로 선정되기도 했다고 덧붙이기도 했다.

▲ 최저임금 결정액 및 인상률 추이

공익위원 위촉, "생뚱맞다"

위촉된 공익위원이 과연 적합한 인물인가에 대한 비판도 제기됐다. 한국노총은 특히 지난해 위원장을 지낸 박준성 성신여대 교수의 경우 "협상을 원만하게 조정하지 못한 책임을 지고 이번 공익위원 구성에서 배제해야 할 인사"라고 밝히기도 했다.

또한 새로 위촉된 8명의 공익위원 중 소비자학을 전공한 2명의 공익위원에 대해 "납득할 수 없는 위촉"이란 반응이다.

현행 최저임금법 시행령 제13조 공익위원의 위촉 기준에 따르면 "5년 이상 대학에서 노동경제, 노사관계, 노동법학, 사회학, 사회복지학, 그밖에 이와 관련된 분야의 부교수 이상으로 재직 중이거나 재직했던 사람"으로 조건을 규정하고 있다.

또한 최저임금제도의 사회적 역할과 취지인 저임금 노동과 근로빈곤해소라는 점에서 포괄적으로 보더라도 사회학이나 사회복지학 자리를 소비자학으로 대체한 것은 학문적 연관성에 있어서 근거가 대단히 미약하다는 주장이다.

뿐만 아니라 소비자학 전공자 2인의 연구 내용은 "가계의 소비행태와 유형, 가계재무, 소비문화 등으로 연구성과의 전문성은 차치하고서라도 위촉 기준과 차원이 다른 분야"라고 덧붙이기도 했다.

4일 소집된 최임위 3차 전원회의에 맞춰 양대 노총은 규탄 집회와 기자회견과 함께, 대검찰청에 이명박 대통령과 고용노동부 장관을 고소고발할 예정이다.

또한 한국노총은 사무총국 내에 최저임금 대응팀을 구성하고 5월과 6월 중 세부계획을 논의, 추진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