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진보당, 용도폐기인가 고쳐 쓸 건가?
통합진보당, 용도폐기인가 고쳐 쓸 건가?
  • 박석모 기자
  • 승인 2012.05.04 11: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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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노총 산별연맹, 총선평가 토론회서 통합진보당 성토
강도 높은 쇄신안 안 나오면 결별도 논의할 것

▲ 민주노총 16개 산별노조 및 연맹들은 3일 오후 서울 정동 프란치스코 회관 강당에서 ‘4.11 총선평가와 노동자 정치세력화’를 주제로 토론회를 개최했다. ⓒ 박석모 기자 smpark@laborplus.co.kr
통합진보당의 비례대표 경선 부정이 이슈가 되고 있는 가운데 민주노총 16개 산별노조 및 연맹들이 공동주최한 총선평가 토론회에서 날선 비판들이 제기됐다.

건설산업연맹을 비롯한 민주노총 16개 산별노조와 연맹들은 3일 오후 서울 정동 프란치스코 회관 강당에서 ‘4.11 총선평가와 노동자 정치세력화’를 주제로 토론회를 개최했다.

이 자리에는 16개 산별노조 및 연맹들을 대표해 권용희 민주일반연맹 사무처장, 이주호 보건의료노조 전략기획단장, 임순광 비정규교수노조 위원장, 조상수 공공운수노조·연맹 수석부위원장이 발제자로 참석했다. 심재옥 진보신당 부대표도 발제자로 참석했다. 당초 참석 예정이었던 이의엽 통합진보당 정책위 의장은 불참했다.

이날 토론회에서 총선결과에 대한 발제자들의 평가는 각자의 정치적 입장의 차이에도 불구하고 민주노총의 자성 촉구와 통합진보당에 대한 성토로 모아졌다.

권용희 사무처장은 “의정부을 지역은 야권단일화 지역이었지만 이정희 대표는 한 번도 지원유세를 오지 않았다”며 “통합진보당의 선거운동이 특정정파를 중심으로 편향적으로 이루어졌다”고 비판했다.

이주호 전략기획단장은 “통합진보당이 3조직을 통합하면서 ‘전태일과 노무현의 만남’이라고 자화자찬 했다”면서 “하지만 선거결과만 놓고 보면 ‘전태일과 노무현이 공멸’하고 정파만 살아남는 기이한 결과를 초래했다”고 비판의 날을 세웠다.

이어 임순광 위원장은 “진보세력이 기존의 민주세력과 합종연횡 할 이유가 없다”면서 “2중대라는 폭력적 언술에 맞서, 차악을 선택하지 않으면 최악이라는 공포정치에 맞서 제 목소리를 내지 않는다면 노동자 정치세력화는 요원할 수밖에 없다”고 민주노총의 총선방침까지 싸잡아 비판했다.

조상수 수석부위원장은 “지난 시기 노동자 정치세력화 운동에서 진보정당 분열과 노동중심성의 약화와 관련해 민주노총은 돈 대고 몸 대주는 수동적 역할밖에 하지 못했고, 이번 총선은 그 최고봉이었다”면서 “민주노총의 환골탈태로부터 제2의 노동자 정치세력화 운동을 시작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이 같은 비판에 대해 답하거나 변명해야 할 통합진보당 발제자가 참석하지 않아 토론회는 다소 맥이 빠진 채로 진행됐다.

▲ 토론회에 앞서 참석자들이 민중의례를 하고 있다. ⓒ 박석모 기자 smpark@laborplus.co.kr
발제자들의 발제에 이어 청중토론에서 장백기 대학노조 위원장은 “지금은 통합진보당을 용도폐기 할 것인가, 아니면 고쳐서 다시 쓸 것인가 결정해야 할 때”라며 발제자들에게 입장을 요구하기도 했다.

또 홍지욱 금속노조 부위원장은 “총선 이후 노동자 정치세력화 실패, 노동자 밀집지역 패배에 따라 현장 조합원의 시름은 그 수준을 말로 할 수 없을 정도이며, 현재 통합진보당의 행태로 인해 더욱 나락으로 떨어졌다”며 “노동정치와 진보정치를 와르르 무너뜨리는 핵폭탄이 될 통합진보당의 부정선거와 관련해 민주노총이 낸 성명서가 이 정도 수준이라면 안 내도 되는 것 아니냐”고 질타하기도 했다.

성명서와 관련 답변에 나선 양성윤 민주노총 부위원장은 “지금 낸 성명서 내용이 미흡할 수는 있지만 이게 끝이 아니다”며 “통합진보당이 민주노총의 요구를 충족할 수 있는 쇄신안을 내놓지 못한다면 경우에 따라서는 결별까지 논의할 수도 있다”고 밝혔다.

실제 통합진보당의 비례대표 경선 부정이 발표된 후, 통합진보당 후보를 내고 총선을 총력지원했던 민주노총은 이날 오전 산별대표자회의를 열고 대책을 논의했다. 이 자리에서는 “당 해산을 요구해야 한다” “민주노총이 직접 부정을 고발해야 한다” “비례대표 후보자와 당선자 모두 사퇴해야 한다”는 등의 이야기가 나온 바 있다. 그러나 그와 같은 내용은 성명서에 담기지는 않았다.

대신 민주노총 산별대표자들은 대표단을 구성해 4일 통합진보당 대표단을 면담할 예정이다. 양 부위원장은 “면담 때에는 성명서에 담기지 않았지만 산별대표자회의에서 나왔던 이야기들을 전달할 것”이라며 “강도 높은 쇄신안을 내놓지 않는다면 조합원들의 조직적 탈당과 비례대표 당선자 소환 등 결별수순을 밟을 수도 있다”고 양 부위원장은 설명했다.

이날 토론회를 비롯해 민주노총은 노동자 정치세력화 운동을 바로세우기 위한 모색을 계속하고 있지만, 통합진보당의 비례대표 경선 부정과 같은 온갖 악재에 발목이 잡혀 있을뿐더러, 총선 후 20여 일이 지나서야 처음 공개적인 평가 토론회를 열 정도로 그 발걸음이 더디기만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