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 정부 들어 노동위 인정률 급감
현 정부 들어 노동위 인정률 급감
  • 박석모 기자
  • 승인 2012.05.09 1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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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재의의 맞게 노동자 권리구제 기구 돼야
독립성 강화하고 전문성·합리성 제고 필요

▲ 8일 오후 국회 도서관 소강당에서 ‘현대차 사건 등 최근 판정사례를 통해 본 노동위원회의 문제점과 대안’ 토론회가 열렸다. ⓒ 박석모 기자 smpark@laborplus.co.kr
지난해 12월 16일, 부산지노위는 파업 참가를 이유로 해고, 정직 등 징계를 당한 현대차 울산공장 사내하청 노동자들이 제기한 구제신청에 대해 극히 일부만 부당해고로 인정하는 판정을 내렸다.

앞서 지난 2010년 11월 15일부터 25일간 현대차 사내하청 노동자들이 현대차 울산1공장을 점거한 채 파업을 벌인 후, 사내하청 노동자의 문제가 사회적 이슈로 부각된 바 있다. 올해 2월에 열린 현대차 사내하청업체에서 일하다 해고된 최병승 씨가 중앙노동위원장을 상대로 낸 부당해고 구제 재심판정 취소소송 재상고심에서 대법원은 “사내하청도 근로자 파견에 해당해 2년 이상 일한 근로자는 정규직으로 고용한 것으로 봐야 한다”며 원고 승소로 판결한 원심을 확정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 같은 법원의 판결은 대다수 사내하청 노동자들에게는 적용되지 않았다. 오히려 25일간의 파업에 참가했다는 이유로 해고 46명을 포함해 1천여 명의 사내하청 노동자들이 징계를 당했다.

현대차 울산공장 사내하청 노동자 451명은 현대차 및 사내하청업체들의 징계에 대해 부산지방노동위원회에 지난해 5월 구제신청을 제기했다. 그러나 부산지노위의 판정은 엇갈렸다.

1, 3공장 사내하청업체에 대해서는 현대차가 작업배치 및 변경 결정권, 업무지시 및 감독권을 행사했다는 점을 들어 원청업체와의 파견근로관계를 인정했고, 구제신청을 제기한 고용의제(사내하청업체에서 2년 이상 근무한 노동자에 대해서는 원청업체가 직접 고용한 것으로 간주하는 것) 대상자 195명 중 9명에 대해서 현대차의 부당해고를 인정했다. 이들 9명은 일반 조합원과 현장위원들로 해고처분은 양정이 과다하다는 이유였다. 하지만 대의원 및 쟁의대책위원들에 대한 해고와 일반 조합원들에 대한 정직처분은 양정이 적절해 정당한 징계인 것으로 판정했다.

반면, 2, 4공장, 엔진변속기공장 , 시트공장 사내하청업체에 대해서는 작업배치 및 변경 결정권, 업무지시 및 감독권을 하청업체가 행사했고, 컨베이어 시스템이라 하더라도 도급이 불가능하다고 할 수 없다는 이유로 현대차와의 파견근로관계를 인정하지 않았다. 또 구제신청을 제기한 사내하청업체 노동자들 중 14명에 대해서만 양정이 과다하다는 이유로 사내하청업체의 부당해고를 인정했다. 나머지 해고자들과 정직자들에 대해서는 사내하청업체의 징계를 정당한 것으로 판정했다.

노동위원회 독립성 없다

현대차 사내하청 노동자들에 대한 부산지노위의 판정에서 보이듯이, 노동위원회가 부당해고와 부당노동행위 구제신청에서 부당해고 및 부당노동행위라고 판정하는 비율이 현 정부 들어 급감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8일 오후 국회 도서관 소강당에서는 ‘현대차 사건 등 최근 판정사례를 통해 본 노동위원회의 문제점과 대안’ 토론회가 열렸다. 이 토론회는 민주노총과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 노동위원회, 노동인권 실현을 위한 노무사모임(노노모)이 공동 주최했다.

이날 토론회에서 박성우 민주노총 노동위원회사업단 기획위원은 노동위원회의 통계를 들어 “수년간 부당해고(부해) 등 구제신청 사건의 경우 약 45%, 부당노동행위(부노) 구제신청 사건의 경우 약 15% 이상의 수준을 유지해오던 인정률이 2008년부터 급격히 감소해 현재는 부해사건의 경우 약 30%, 부노사건의 경우 약 3% 수준으로 떨어진 상황”이라고 밝혔다.

박 기획위원은 “부노사건의 경우 노동위원회를 통한 신속하고 효율적인 권리구제가 실질적으로 거의 유일한 구제절차”라며 “이렇듯 미미한 인정률은 노동위원회의 입법취지와 존재의의를 상실시키고 있다”고 평가했다.

박 기획위원은 이처럼 노동위원회의 구제신청사건 인정률이 떨어진 이유로 ▲ 노사 당사자 위원들의 권한 부재 ▲ 공익위원 위촉절차 및 구성의 문제 ▲ 고용노동부로부터의 독립성 부재 ▲ 노동위원회 입법취지에 맞는 심판원리 부재 ▲ 합리적이고 공정한 절차기준 부재 등을 지적했다.

박 기획위원은 이어 “사법기구가 있음에도 노동위원회라는 별도의 준사법기구를 두고 있는 이유는 법원 소송절차로는 제대로 된 구제의 실익을 얻기 어렵거나 소송절차 자체에 대한 접근조차 어려운 노동자들에 대한 신속·경제적이며 실질적이고 효율적인 권리구제와 신속하고 합목적적인 분쟁의 조정과 해결을 목적으로 하는 것”이라고 노동위원회의 존재의의를 설명했다.

또 노동위원회를 개선하기 위해 ▲ 공익위원 위촉절차 개정 등 노사정 3자 합의제 기구로서의 위상 강화 ▲ 노동위원회의 독립기구화를 통한 독립성 강화 ▲ 준사법적 기구로서의 전문성과 합리성 제고를 대안으로 제시했다.

그러나 박 기획위원은 “선언적인 노동위원회 폐지 및 노동법원 설립 입장만을 주장하기보다는 노동법원 설립을 포함한 노동분쟁해결제도의 전반적인 개선을 중장기적인 목표로 하되, 노동위원회 제도 및 운영 개혁 활동 역시 보다 활발하게 병행하는 것이 올바른 방향”이라며, 일부에서 제기되고 있는 노동위원회 해체·폐지 및 노동법원 설립주장과는 의견을 달리하기도 했다.

한편 이날 토론회에 참석한 대부분의 토론자들은 “노동위원회의 개혁이 필요하다”는 데에 일치된 의견을 보였으나, 그 구체적인 방안에 대해서는 일부 이견을 보이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