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은 버려진 火田
그 끝자락에 이팝꽃 넘쳐 피었네
저 꽃이 피어야 보리이삭 패이고
보리이삭 패어야 기운 차려
씨앗도 뿌렸다며 어머니는
이팝꽃이 쌀밥으로 보이던 시절을
밭이랑에 뿌리신다
보기만 아름다워서야 꽃이라 할 수 있나
배고픔을 참고 기다리다 보면
꽃보다 좋은 시절이 오지
희망을 주었던 꽃
자갈밭 고르다 먼 산 쳐다보니
연애하다 들킨 이팝꽃
하얗게 발광한다
시집 『검지에 핀 꽃』, 삶이보이는 창, 2005
무노동 무임금.
파업 100일 차 노동자의 주머니가 가볍다.
허기진 마음 어찌 헤아렸는지…
배고프지 말라고, 지치지 말라고
계절의 응원인 듯
엄마가 지어 준 쌀밥 같은 이팝꽃
푸지게 폈다.
조혜영 1965년 충남 서산 출생. 2001년 제9회 전태일문학상 으로 등단. 시집 『검지에 핀 꽃』, 『봄에 덧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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