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W지회 투쟁, 무엇을 남겼나?
JW지회 투쟁, 무엇을 남겼나?
  • 박석모 기자
  • 승인 2012.05.31 17: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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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시간 부분파업 하고 71일간 쫓겨나다
직장폐쇄 넘어선 힘은 단결과 연대
[현장 2] JW 공격적 직장폐쇄

ⓒ 봉재석 기자 jsbong@laborplus.co.kr
“최근 한 달여 동안 5명의 노동자가 기계에 손가락이 협착 되어 빨려 들어가 부상을 당해도 제대로 된 보상은커녕 병원 한 번 갔다가 곧바로 일을 해야만 했다. 하루에 수만 병의 링거 수액을 생산하지만 몸이 아파 회사 양호실에 찾아가 링거 수액 한 병 맞게 해달라고 해도 맞을 수가 없다.”


우리는 노예가 아니다

전국화학섬유산업노동조합 JW지회(지회장 박경훈)가 상경투쟁을 하면서 배포한 유인물 중 일부다. JW지회는 JW생명과학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이 설립한 노동조합이다. JW생명과학은 중외제약으로 유명한 JW그룹의 계열사로, 병원에서 정맥주사용으로 사용하는 링거 수액을 주로 생산한다.

앞서 유인물에서 JW지회는 “인류의 건강문화 향상에 이바지하겠다는 경영이념과 목표를 내세우고 있는 JW중외그룹이 말하는 인류 속에는 공장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은 포함되어 있지 않다”고 비판한다.

유인물뿐만이 아니다. 지난 4월 27일 오후 서울 신대방동 구로디지털단지역 인근 중외제약 본사 앞에서 열린 JW지회 투쟁승리 결의대회에서 황상호 부지회장은 격한 표현까지 써가며 사측을 비난했다.

“지금까지 주면 주는 대로 시키면 시키는 대로 일했지만, 법적으로 보장된 잔업수당을 한 번도 받아본 적이 없다. 그뿐만 아니라 사측은 매월 가지급금이라는 명목으로 임금에서 15,000원을 맘대로 공제해 관리자들 마음대로 쌈짓돈처럼 유용했다. 심지어 얼마 전에는 한 그루당 수백만 원을 호가하는 소나무 수십 그루를 공장에 들여와 한 가족이라고 떠들더니, 노동자들을 밖으로 몰아낸 자리를 채우고 있다. 지금까지 정말로 가족처럼 회사를 위해 잔업에 특근에 뼈 빠지게 일해 왔던 사실이 너무나 억울하다.”

이날 집회에서 만난 국남규 대의원은 “노조가 만들어진 후 회사는 공장과 기숙사, 정문 등에 CCTV를 설치했는데, 전체 노동자 수가 200여 명밖에 안 되는 공장에 66대의 CCTV가 설치됐다”면서 “CCTV가 사각지대가 아닌 근무자의 동선 위주로 설치돼 있어 조합원을 감시하기 위한 것”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 JW그룹 본사 앞 1인 시위. ⓒ JW지회
쟁의권 무력화한 직장폐쇄

이 같은 열악한 노동환경을 개선하고자 JW생명과학 노동자들이 노조를 결성한 것은 지난해 10월 9일이었다. 이어 11월 22일부터 단체협약 체결을 위한 교섭에 들어갔다. 하지만 첫 상견례에서부터 노조사무실 제공 문제 등을 놓고 JW노사의 의견이 엇갈렸다. 뿐만 아니라 사측은 JW지회의 단협 요구안 중 대부분의 조항에 대해 검토 또는 삭제를 주장했다. 심지어 취업규칙에 규정돼 있는 사항에 대해서도 삭제를 주장하기도 했다.

황상호 부지회장은 이 같은 사측의 태도를 두고 “말로는 노조를 인정한다고 하면서도 노조사무실 하나도 내주지 않으면서 인정하기는 뭘 인정했다는 거냐”고 따지면서 “평소에는 한 가족이라고 이야기하더니 조합원들이 이야기 좀 하자는데 도망치는 게 가족이냐”고 사측을 규탄했다.

JW지회는 사측이 이 같은 태도를 취하는 데에는 외부에서 고용한 노무사의 조언이 큰 역할을 했다고 보고 있다. 이 밖에도 사측은 교섭이 진행되는 도중 근무시간에 조합원에게 문자메시지를 보냈다는 이유로 황상호 부지회장에게 3호봉 감봉의 징계를 내렸다. 하지만 이 징계는 지노위에서 부당징계라는 판정을 받았다.
JW지회는 더 이상 사측의 교섭 의지가 없다고 판단하고 1월 17일 교섭결렬을 선언했다. 이어 충남지노위에 쟁의조정신청을 내고, 조정회의가 진행되는 동안 2월 3일 쟁의행위 찬반투표를 진행했다. 조합원 78명 전원이 투표에 참가했고 76명이 찬성해 97.6%라는 압도적인 찬성률로 쟁의행위가 가결됐다.

2월 6일 충남지노위가 조정기간을 연장해 대화로 문제를 풀라고 권고했지만 사측은 지노위의 권고를 거부했다. 결국 지노위는 같은 날 조정중지 결정을 내렸고 JW지회는 합법적인 쟁의권을 확보했다.

JW지회는 2월 16일부터 시간외근로를 거부하던 사측의 태도 변화가 없자 2월 22일 저녁 7시부터 11시까지 4시간 부분파업을 결정했다. 하지만 대부분의 조합원은 근무가 끝난 상태였고, 부분파업에는 20여 명만이 참가했다.

JW지회의 4시간 부분파업이 진행되자 사측은 기다렸다는 듯이 바로 다음날 조합원들에 대한 직장폐쇄를 결정했다. 2월 23일에는 1차로 조합원 14명에 대해 부분적 직장폐쇄를 단행했다. 이어 24일 2차로 조합원 22명에 대해서, 28일 3차로 조합원 2명에 대해서 추가적으로 직장폐쇄 조치를 취했다. 이에 따라 모두 38명의 조합원들이 공장 밖으로 밀려났다.

사측은 “시간외근무 거부, 시간당 생산량 감소, 인위적인 생산설비 중단 등으로 어쩔 수 없이 직장폐쇄를 단행할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지만, JW지회는 “직장폐쇄 대상자 중 14명은 부분파업에 가담하지도 않았고, 사측에서 주장하는 인위적 생산설비 중단이나 시간당 생산량 감소는 조합원과는 하등의 관계도 없다”면서 “사측은 단지 노조에 가입했다는 이유만으로 직장폐쇄를 단행한 것”이라고 반박했다.

▲ JW그룹 부회장 집 앞 출근 집회. ⓒ JW지회

직장폐쇄는 풀렸지만

직장폐쇄는 2달 넘도록 지속됐다. 그러나 조합원들이 노조에서 탈퇴하기는커녕 결속력은 더욱 강하게 다져졌다. 직장폐쇄 직후 JW지회는 회사 앞에 천막을 치고 농성 거점으로 삼았다. 충남지역은 물론 전국 각지의 투쟁사업장 노동자들이 천막농성장을 찾아 JW지회를 격려했다.

오히려 사측의 기대와는 달리 직장폐쇄로 근무에서 자유로워진 JW지회 조합원들도 충남지역 투쟁사업장 연대방문, JW계열사 선전전 등을 진행했다. 서울 중외제약 본사 앞 1인 시위에 이어, 4월 말에는 JW그룹 부회장의 자택이 위치해 있는 서울 도곡동에서 1주일 동안 노숙농성도 진행했다.

사측은 이 기간 동안 조합원들의 인맥관계를 이용해 노조 탈퇴서만 쓰면 업무에 복귀하도록 하겠다고 회유하기도 하고, 직장폐쇄 기간에는 임금이 지급되지 않을 거라며 조합원의 가족들에게 압력을 넣었다.

JW지회의 주장에 따르면 직장폐쇄가 지속되는 동안 사측은 생산현장의 경험이 없는 관리자들과 연구원들, 심지어 인턴을 채용해 라인에 투입했다. 이 같은 행위는 “GMP(의약품의 안정성과 유효성을 품질면에서 보증하는 기본조건으로서의 우수의약품 제조·관리의 기준)를 위반하는 것일 뿐만 아니라 환자의 안전과도 직결되는 문제”라는 게 JW지회의 주장이다.

JW지회가 주장하는 사측의 행위가 사실인지 확인을 위해 JW생명과학 당진공장에 통화를 시도했으나, 전화를 받은 사측 보안관계자는 “공식적인 인터뷰를 하지 않는다”며 사실 확인을 거부했다. 다만 이 관계자는 “노조가 주장하는 대로 직장폐쇄가 이루어졌고, 지금도 이어지고 있다”는 점은 맞다고 밝혔다.

그러다 직장폐쇄 72일째로 접어들던 지난 5월 4일, 사측은 새벽 0시를 기해 갑작스레 직장폐쇄를 철회했다. 이에 따라 직장폐쇄로 공장에서 밀려났던 조합원들은 현재 모두 업무에 복귀한 상태다.

JW지회는 직장폐쇄 철회에 대해 “첫째 앞으로 우리의 투쟁이 더욱더 확대될 것에 대한 우려, 둘째 시간이 갈수록 흔들리지 않고 오히려 우리의 단결이 더 커지고 있고 지역과 전국의 노동자들의 연대가 확산되고 있는 것, 셋째 조만간(5월 13일) 있을 직장폐쇄 (중단) 가처분신청에서 사측이 패소할 것에 대한 부담을 느꼈기 때문”이라며 “다시 말해서 사측의 직장폐쇄를 통한 노조 깨기가 실패한 것”이라고 보고 있다.

JW생명과학은 직장폐쇄를 철회했지만, 노조를 압박하기 위한 수단으로서의 공격적 직장폐쇄는 논란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곳곳에서 일어나고 있다. JW지회는 투쟁을 통해 이 같은 공격적 직장폐쇄에 대한 질문을 우리 사회에 던졌다. 이제 이 질문에 대한 답을 찾아야 할 때다.  

ⓒ 봉재석 기자 jsbong@laborplu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