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시 생존권 사수", 10만 노동자가 외친다
"택시 생존권 사수", 10만 노동자가 외친다
  • 박종훈 기자
  • 승인 2012.06.18 18:40
  • 수정 0000.00.00 00: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택시업계 4대 노사단체, 20일 전국 규모 집회 예고
법제도 개선 등 주요 요구안, '쇠귀에 경읽기'
▲ 문진국 전택노련 위원장 ⓒ 참여와혁신 포토DB

"한때는 택시 기사의 '좋은 시절'도 있었죠. 자동차 보급률이 얼마 안 되던 시절에는 택시 운전면허가 고급 기술이었어요. 처음 운전대를 잡았던 40년 전과 비교하면 택시 기사들의 현실은 정말로 극한까지 떨어졌습니다. 그야말로 최저 수준의 생계유지도 어려운 택시노동자와 업계의 목소리가 이제야 터져나오게 됐습니다."

오는 20일, 10만 명에 달하는 전국의 택시노동자들이 서울시청 앞 광장에 집결한다. 사용자단체인 전국택시운송사업조합연합회, 전국개인택시운송사업조합연합회를 비롯해 한국노총 전국택시노동조합연맹(이하 전택노련), 민주노총 전국민주택시노동조합연맹 등 택시업계 4개 노사단체는 이날 택시 생존권 사수 결의대회를 열 예정이다.

결의대회에 앞서 이들은 19일 자정부터 하루 동안 택시 운행을 중단할 계획이다. 25만 대에 달하는 전국의 택시가 멈춰서는 사실상 하루 '파업'인 셈이다. 

이들은 ▲택시의 대중교통 법제화 ▲LPG 가격 안정화 ▲택시 연료의 다양화 ▲택시 요금 현실화 ▲감차 계획에 대한 보상 대책 마련 등을 정부에 요구하고 있다.

타 업종과는 달리 택시 부문은 노사 할 것 없이 어려운 상황이다. 외부적으로는 연료인 LPG 공급 가격이 계속해서 오르고 있는데, 요금을 올려 손실을 끌어 맞추는 것은 매우 어렵다. 더욱이 정부는 노동계의 요구에도 불구하고 택시를 대중교통수단으로 분류하지 않고 있다.

"사실 법제도 개선은 그간 연맹에서 수없이 주장해 왔던 부분입니다. 연료비나 신차 구입, 세차비 등의 운송비용을 사용자가 부담하게 하는 여객법 개정안을 비롯해서, 지금까지 고급교통수단으로 분류되던 택시를 대중교통 수단으로 인정받게 해 정부와 지자체의 운수업 지원을 받도록 하자는 것을 말이죠. 중앙 정부 차원에서 일률적인 해법 적용이 어렵다면, 지자체 차원에서라도 나설 수 있게끔 물꼬를 터자는 얘기입니다."

문진국 전택노련 위원장은 제도 개선을 통해 택시 업계 노사의 시름을 덜 수 있을 거라고 강하게 확신했다. 택시 연료로 쓰이는 LPG 가스의 문제만 해도 그렇다.

지난 4월 한국노총 전택노련은 14,587명의 택시 기사들이 참여한 LPG 가격담합에 따른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서울중앙지법에 제기했다.

지난 2009년 공정거래위원회는 E1, SK가스, SK에너지, GS칼텍스, 현대오일뱅크, 에쓰오일 등 국내 6개 LPG 공급회사가 2003년부터 6년 동안 LPG 판매 가격을 담합해 온 사실을 적발했다며 총 6,689억 원의 과징금을 부과한 바 있다.

해당 공급업체들은 공정거래위원회를 상대로 과징금 취소 소송을 제기했다. 지난 1월 서울고등법원에서는 원고 패소 판결을 내렸고, 현재 해당 소송은 대법원의 최종 판결을 기다리고 있다.

공급업체의 담합이 아니더라도 유가상승에 따른 LPG 가격상승이 불가피하다면 상대적으로 저렴한 가격의 연료를 사용할 수 있게 해달라는 요구도 택시업계 노사에서 제기되고 있다. 문제는 이와 같은 택시업계의 교통정리를 과연 어느 부처에서 주관해야 하는지 책임 소지가 모호하다는 점이다.

전국 25만 대의 택시 중 7만여 대가 몰려 있는 서울시의 경우 택시 운행 정지에 따른 비상수송대책 마련에 무엇보다 급급한 실정이다. 또한 이 문제에 대한 직접적인 책임 부처는 국토해양부라고 떠넘기고 있다.

중앙 정부 역시 뾰족한 해법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국토해양부의 한 관계자는 "기획재정부와 지식경제부, 환경부와 계속해서 협의를 갖고 있으며, 환경성을 비롯해 경제성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문진국 전택노련 위원장은 "20일 결의대회 이후 문제 해결의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면, 10월 중 2차 전국 택시노동자 결의대회를 한 차례 더 열 계획이며 대선을 앞둔 12월에는 본격적인 택시 총파업도 불사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