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용차 문제 해결 없이 노동에 희망은 없다
쌍용차 문제 해결 없이 노동에 희망은 없다
  • 박석모 기자
  • 승인 2012.07.04 23: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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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이 시민권 보장받도록 인식 대전환 필요
ILO 협약만 비준해도 해결할 수 있는 문제 많아
[창간특집 환노위 국회의원 연쇄인터뷰 3] 통합진보당 심상정 의원

ⓒ 봉재석 기자 jsbong@laborplus.co.kr
지난 4.11 총선 직후 통합진보당의 19대 국회의원 당선자 중에서 누가 환노위에 갈까 하는 문제가 얘깃거리가 된 적이 있다. 노동을 대변한다고 자임했던 통합진보당이지만 정작 노동문제를 다룰 만한 전문가들이 별로 없었고, 몇 안 되는 전문가들도 환노위를 선택하지는 않을 거라는 예상들이 많았기 때문이다. 노동이 사회적으로도 진보정당 안에서도 존중받지 못하고 있다는 반증이기도 했다.

그런 통합진보당에서 환노위를 상임위로 선택하겠다고 선뜻 나선 이가 심상정 의원이다. 17대 국회에서 진보정치를 대표하는 얼굴이었던 심 의원은 “쌍용자동차 정리해고 노동자의 22번째 죽음을 보면서, 그런 상황에서 아무 것도 할 수 없는 진보정당이 과연 노동자를 대변하는 정당인가 하는 자책감이 컸다”고 한다. 심 의원은 쌍용자동차 문제를 해결해야 하겠다는 생각으로 환노위를 상임위로 선택했다고 한다.

비정규직 법안 준비하고 있는데 발의는 했나?

“지금 법안 서명까지 다 받아서 준비하고 있다. 다만 당헌·당규상 의총을 거치게 되어있는데 비대위에서 의결할 수도 있지만 의원총회를 거쳐서 내자 해서 대기하고 있는 상태다. 곧 민주노총 일정들이 있어서 그 일정 시작하기 전까지는 의총이 이뤄지지 않으면 전자 의총을 해서 법안 처리를 요청할 예정이다.”

여야 각 당이 19대 국회 첫 법안으로 비정규직 문제와 관련된 법안을 발의할 만큼 비정규직 문제는 사회적으로 핵심적인 문제다. 통합진보당에서 생각하고 있는 비정규직 문제의 해법을 듣고 싶다. 파견, 도급 등 간접고용 문제, 노동법의 보호에서 제외된 특수고용직 문제에 대한 입장을 포함해 포괄적으로 답변해 달라.

“지금 각 당에서 노동의제를 가지고 경합을 벌이는 것은 대단히 고무적이라고 생각한다. 다만 빚 좋은 개살구가 되지 않도록 하는 역할을 나와 통합진보당이 해야 된다. 지금 비정규직문제가 첫 번째 법안으로 된 거는 그만큼 비정규직 문제가 시대정신이 됐다는 거다.

그러나 이 문제가 제대로 해결되기 위해서는 아직까지 온전한 시민권을 갖지 못한 노동이라는 단어 또 노동자라는 단어, 노동자 개념이 시민권을 가질 수 있도록 우리 사회의 인식이 대전환이 되어야 한다. 그런 근원적 차원에서 최대한으로 일할 생각이다.

일단은 비정규직 문제는 크게 세 가지라고 본다. 실제로 노동조합은 주체들이 자신의 근로조건을 위해서 싸울 수 있는 권리를 헌법상에서 보장하는 거다.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그들에게 단결권이 부여하는 것이다. 그래서 예를 들어서 특고노동자들의 노동자성을 인정하는 것을 포함해서 비정규직 노동자에게 단결권을 주도록 노조법을 바꾸는 것이 필요하다.

두 번째는 참여정부 때도 논란이 됐던 비정규직 문제 가운데 사유제한을 명확히 법제화 하는 거다. 동시에 사유제한을 했을 때 거꾸로 오른쪽 누르면 왼쪽으로 나가는 풍선효과가 있기 때문에 기간제 문제뿐만 아니라 간접고용의 다양한 형태에 대한 규제도 같이 해야 한다.

세 번째는 사회안전망을 촘촘하게 뒷받침하는 거다. 그래서 특고노동자들도 고용보험에 가입하게 하고 산재보상도 강화하고, 무엇보다도 최저생계비를 보장할 수 있는 수준으로 노동자 평균임금 50% 이상으로 최저임금을 만들어나가는 게 필요하다. 세 가지가 중요하다.”

총선을 거치면서 통합진보당의 당론이 파견법 폐지에서 개정으로 바뀌지 않았나?

“그 이야기는 처음 들어본다. 기본적으로 파견, 중간착취는 없애야 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 다만 파견법의 조항을 어디에 둘 것인가, 직업안정법에 둘 것인가 아니면 파견법을 폐지하는 방식으로 접근할 거냐, 이런 논란이 노동계 내에서 결론이 나지 않았다.

기본적으로 제도라는 것은 이해당사자들의 이해와 요구를 반영하는 것이기 때문에 통합진보당은 중간착취를 없애야 한다는 대원칙 하에, 민주노총, 비정규직 노동조합들, 또 노동법과 관련된 학자들과 이야기해서 남은 쟁점들을 정리하고 수렴해 합의된 의견을 바탕으로 법안을 만들겠다. 아직은 유보 상태다.”

현재 최저임금위원회가 가동 중에 있지만, 한국노총과 민주노총 소속 최저임금위원들은 위원회에 참석하지 않고 있다. 지금처럼 논의가 진행된다면 파행이 불가피할 뿐만 아니라 법에 정해진 6월 29일 이내에 결론에 도달하기도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이에 대한 해결방안은 무엇이라고 보는가?

“굉장히 뿌리 깊은 문제다. 최저임금위원회 파행은 구성에서부터 시작된 거고, 이 구성 문제가 제대로 해결되지 않는 한 파행은 불가피하다. 공익위원, 근로자위원 선정 과정에서 공정성과 투명성이 보장돼야 한다.

보좌관에게 최저임금위원회는 그동안 국정감사를 받았냐고 물어봤는데 88년도부터 한 번도 안 받았다. 이번에는 국정감사를 할 생각이다. 일단은 공익위원들이 실제 검증된 사람들인지 물어봐야겠다.

그리고 위원회에 소비자학 전공자가 있는데, 소비자학 전공자라서 문제라는 게 아니라 노사의 검증 없이 일방적으로 임명하는 것이 문제다. 운영방식도 마찬가지다. 노사간 입장이 결렬되면 공익위원들이 결정을 하는데, (공익위원을 일방적으로 임명한다는 것은) 결국 사용자 편에 편향적이지 않은가? 최저임금위원회라고 구성은 되어 있지만 노동부의 입김이 반영되고 결국 사용자 입장으로 가는 거다. 노동부의 입김이라는 문제가 괜히 나온 것은 아니다.

이번에 최저임금위원회 구조를 해결하기 위한 법 개정을 준비해 개정안에 담겠다. 법도 개정해야겠지만 최저임금위원회가 한 번도 국정감사를 안 받았기 때문에 이번에는 그냥 넘어갈 수 없다.”

ⓒ 봉재석 기자 jsbong@laborplus.co.kr
노동계에서는 국민노총 소속 근로자위원만 참석해서 결정하게 될 것 같다. 그렇게 결정된다고 해도 올해 결정내용은 그대로 용인할 수밖에 없는 것 아닌가?

“최저임금위원회를 정상화하기 위한 노력은 말씀드렸지만 단기적으로는 해결이 안 된다. 이런 과정에 국민노총 위원 하나 끼어가지고 결정하면 인정할 순 없다. 결국에는 거기에 반대하는 투쟁을 민주노총 한국노총이 하지 않겠나. 통합진보당도 힘을 보태겠다.”

지난 2009년 쌍용자동차에서의 77일 파업 이후, 정리해고와 무급휴직 등으로 일터에서 밀려난 쌍용자동차 노동자와 가족 22명이 목숨을 잃었다. 이 문제에 대한 해결방안은 무엇이라고 보는가?

“내가 금속노조에 있을 때 가장 많이 드나들었던 사업장이 쌍용자동차다. 쌍용자동차야말로 전형적인 우리나라 재벌의 문어발식 경영상의 폐해, 그리고 정부의 잘못된 기업정책과 노사정책의 피해자다.

사실 쌍용자동차 잘 나갔던 회사다. 쌍용그룹의 주력이었던 쌍용양회가 어렵게 되면서 쌍용자동차를 매각하게 되고, 운 나쁘게 대우자동차로 매각이 돼서 공적자금을 지원받았지만 망하게 됐다. 다시 법정관리로 들어가게 되고, 그러다가 주인을 찾은 게 상하이차 먹튀자본이다. 결국 간도 빼가고 쓸개도 다 빼간 상태에서 다시 노동자에게 희생이 강요됐고, 그 과정에서 발생한 게 2009년도의 파업이었다.

파업에서 노동자들에게 테러가 자행됐다. 테이저건 같은 테러진압용 무기가 사용되면서 노동자를 적으로 돌리는, 그런 씻을 수 없는 진압이 자행됐다. 그 이후에 마힌드라에 넘어갔지만 이 역시 쌍용자동차의 지속발전을 위한 책임질 수 있는 선택이었는지는 회의적이다.

지금 스물두 번째 죽음을 보면서 이것은 정치적으로 책임져야 할 문제라고 생각해 쌍용자동차 문제 해결을 위한 국회의원 모임을 만들었다.

첫 번째로는 진상규명이 돼야 한다. 쌍용자동차 사태가 여기까지 오기까지 무슨 일이 있었는지, 누구의 책임인가를 규명해야 한다. 두 번째는 책임규명과 더불어서 노동자들을 복직시키고 쌍용자동차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특별법을 만들고, 세 번째로는 노동자를 적으로 취급했던 폭력, 사회적 폭력에 대한 사과와 위로를 공식적으로 해야 한다.

쌍용자동차 문제가 해결되지 않고는 노동에 희망은 없다. 국회에서 진짜 비정규직 문제 노동 문제를 해결할 의지가 있다면 쌍용자동차 문제 해결이 그 입구다. 최선을 다하겠다.

내가 환노위를 선택하게 된 것도 쌍용자동차 문제 때문이다. 스물두 번째 몸을 던진 서른여섯 살의 노총각이 뛰어내리기 위해 이십 몇 층을 올라가면서 무슨 생각을 했을까, 그런 상황에서 진보정당이 할 수 있는 게 없었다는 것 때문에 과연 노동자를 대변하는 정당인가 하는 자책감이 컸다. 그래서 일단 이 문제 해결의 중심에 서야겠다고 생각해서 선택한 거다.”

언론노조 MBC본부의 파업이 100일 넘게 이어지고 있다. 공정방송을 요구하는 언론노동자들의 파업에 대해서는 어떻게 보고 있는가? 해법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한마디로 말하면 김재철 사장의 사퇴가 가장 빠른 해결책이다. 자질 면에서도 그렇고 도덕적인 면에서도 그렇고 공영방송의 사장으로서 자격이 없다. 맞지 않는다. 과거 선데이서울에나 나올 법한 그런 스캔들을 만들면서 이렇게 방송에 대한 불신을 키웠고, 더 이상 용인하기 어려운 거 아니냐. 더구나 자기 자신을 부정하는 그런 사람을 어떻게 사장이라고 할 수 있나?

언론노조 파업의 배경에는 이명박 정부 들어서서 거의 백화점과 같은 정도의 언론장악음모가 있었고, 대표적인 게 낙하산 인사다. 이것이 배경이라고 생각한다.

MBC의 지배구조를 바꾼다고 될 문제가 아니다. 근본적으로 정권의 언론장악음모를 막아야 된다. 정권의 심기를 건드리는 그런 방송은 죄다 사라졌지 않나. 마치 나치의 선전국장 괴벨스가 했던 것 같은 그런 방송으로 국민들을 집단최면에 빠지게 할 수 있다.

국민들이 MBC노조의 투쟁에 대해서 마음 깊이 성원하고 있다. 이 정권에서는 노사가 서로 공정방송을 약속했던 단체협약이 거의 휴지조각이 됐다. 시사교양 PD가 본인의 업무와 관련이 없는 부서로 발령받았다. 파업 승리를 위해 작은 힘이나마 보태서, 김재철 사장 퇴진으로 MBC파업이 마무리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비상 시국회의에도 함께할 생각이다.”

지난해 말, 국토해양부가 대통령 업무보고에서 KTX 민간운영자 선정계획을 발표한 이후 민영화 논란이 거세게 일고 있다. 철도노조는 계획대로 민간운영자 선정이 추진될 경우 총파업을 예고하고 있다. 이 문제는 어떻게 보는가?

“KTX 민영화 저지 특별위원회 공동대표다. 학자들은 이명박 정권이 이미 이권 집단으로 전락했다고 평가하고 있다. 4대강 토목사업으로 시작해서 KTX 민영화로 마무리하고 있다.

경쟁체제 도입이니, 독점 타파니 하는 말장난을 하지만, 가장 높은 수익을 보장하는 노선을 민영화한다는 것은 결국 재벌의 돈벌이에 이용된다는 거다. 국민들의 혈세로 철도를 깔아 운영권을 재벌에게 넘겨주고, 지금 추진 중인 GTX(수도권광역고속철도)까지 재벌들에게 넘겨주면 사실상 대한민국 철도가 재벌에 넘어가게 된다. 재벌들에게는 엄청난 이익, 수혜를 안겨주지만 철도공사에는 적자를 안겨주고, 철도노동자들에게는 노동 강도 강화와 고용불안, 그리고 노동조건 악화를 불러온다. 국민들에게는 높은 요금, 세금인상으로 갈 거라고 본다.

우리 국민들이 그냥 지난 10여 년간 과정을 거치면서 민영화가 무얼 의미하는지 다 이해했다. 여기저기 만들어진 민자고속도로, 지하철 9호선에서 결국 국민들은 요금바가지를 썼고, 정부예산이 재벌의 주머니로 들어가는 것을 확인했다. 이미 민영화가 진행된 영국이나 아르헨티나에서 대형 참사가 나는 것도 목격했고, 지금 KTX가 잦은 고장을 일으키는 것은 설비와 운영을 분리하는 데서 비롯된 거라는 점도 어렴풋하게 알고 있다.

그래서 지금 KTX 민영화 저지 싸움은 KTX 노동자들의 이익을 위한 싸움이 아니라, 국민의 발을 지키기 위한 싸움이고 공익을 지키기 위한 싸움이다. 19대 국회는 노동문제와 더불어서 공공성을 강화하는 그런 국회가 돼야 한다. KTX 문제에 대해서는 나와 통합진보당이 모든 노력을 다해서 민영화를 저지하는데 동참하겠다.”  

ⓒ 봉재석 기자 jsbong@laborplus.co.kr
현 정부 들어 세계적인 경제위기를 이유로 노동기본권이 위축돼 있다. 민주노총은 노동법 전면 재개정을 통한 노동기본권 보장을 요구하며 오는 6월 말 경고파업과 8월 말 총파업을 예고하고 있다. 한국노총 역시 노동기본권 보장을 요구하고 있다. 이 같은 노동계의 요구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는가?

“노동계의 요구는 그 자체로서 정당하다. 해방 이후에 분단과 독재 하에서 노동자들은, 노동이라는 말은 사실 유배되어 있었다. 민주화가 된 이후에도 노동은 시민권을 회복한 게 아니라 잔인한 시장으로 내던져졌다. 그 결과로 OECD 국가 중에 양극화가 가장 심한 나라가 됐고, 노동이 백척간두에 서 있는 현실이다.
이런 상황에서 노동계의 요구는 너무나 정당하고 각 정당이 비정규직문제를 1호 법안으로 다루는 것은 시대적 요구에 부합하는 것이라고 본다. 나는 19대 국회에서 노동권 확립이라는 획기적인 전환이 이루어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지금 대한민국 사회는 전환기를 경험하고 있는데 무엇이 전환돼야 대한민국에 희망이 될 것이냐. 그 동안 정치권에서는, 민주정부에서도 노동을 민주노총이나 노동조합과 동일시해서 노동자의 요구를 받아들이느냐 안 받아들이느냐 이런 문제로 이해했다. 모든 인간은 노동을 통해서 자기실현을 하고 자기가 노동한 성과가 공정할 때 행복할 수 있는 거다. 그런 점에서 누구에게든 일할 수 있는 권리를 부여하고, 공정한 성과를 받도록 하는 것이 국가의 기본과제, 기본의무가 돼야 되는데 지난 민주정부조차도 분단과 독재 하에서 유배된 노동이 민주주의와 만나게 하는 그런 역할에는 소홀하지 않았냐. 그 점에서 진보정당이 존재 이유가 있는 거다.

인간으로서 행복추구권하고 직결되어 있고, 우리 사회가 더불어 잘 사는 사회로 나가기 위한 중심이 노동이 돼야 한다고 본다. 민주노총이나 노동계가 이런 시대적 과제를 그 절박성에 기초해서 해결할 능력을 크게 갖고 있지 못한 것이 안타깝다. 그건 통합진보당의 책임이기도 하다.”

우리나라 노동자들의 노동시간은 세계에서 가장 긴 편에 속한다. 고용노동부는 지난해 말 이후 노동시간 단축을 추진했지만, 얼마 전 관계부처 장관 회의 이후 현 정부 임기 내에는 추진하지 않기로 했다. 장시간노동 문제에 대한 입장을 듣고 싶다.

“우리나라가 OECD 국가 가운데 경제규모가 13~14위권이다. 그런데 OECD 국가 중 꼴찌에서 1, 2등을 다투는 게 몇 가지 있는데 그 중에 대표적인 게 노동지표다. 비정규직이 가장 많고 빈부의 격차가 세계 1위고 최장시간 노동을 하고 있다. OECD 국가에 비해서 거의 500시간, 자료 보니까 444시간이라고 돼 있는데 1년에 56일을 더 일하는 셈이다. 가장 일 많이 하는 나라가 우리나라고, 가장 피로에 찌든 노동자가 우리나라 노동자다.

원래 노동권의 시작은 노동시간 단축에서부터 시작했다. 그리고 노동운동의 역사도 역시 노동시간 단축의 역사다. 우리가 OECD 국가 중 최장시간 노동하는 나라라는 것은 우리나라의 노동권이 얼마나 취약한가를 상대적으로 웅변해 주는 것이다.

다만 노동시간 단축이 바로 생계위협이 되는 노동자들이 있다. 8시간 기준으로 단협이 체결되는 것이 아니라, 잔업과 특근 다 합해서 최저생계비를 맞추고 임금인상을 하다보니까, 사실 노동시간 단축이 곧 생계비 단축이기 때문에 많은 노동자들이 쉽게 동의할 수 없는 그런 측면이 있다. 어떤 사람은 노동시간을 단축하는 것이 여가를 활용하는 것으로 선용되지만, 많은 어려운 노동자들은 생계와 직접 연결돼 있기 때문에 어려운 면이 있다.

특히 제조업 중심으로, 내가 있었던 금속노조를 중심으로 해서 장시간노동이 구조화된 측면이 있다. 이런 점에 대해서 노동조합의 책임이 크다. 그리고 이걸 방치하는 국가도 책임이 크다.

2004년부터 주5일제가 시작됐다. 내가 2003년에 금속노조에 있을 때, 산별노조를 만들어서 금속노조가 산별교섭을 통해서 주5일제 근무를 처음 따냈다. 내가 가장 긍지를 갖는 대목이기도 하다. 전면적으로 시행된 건 2011년이다.

문제는 여전히 주5일제가 적용되는 곳은 큰 규모의 기업이고 영세 노동자에게는 그림의 떡이다. 주5일제가 적용되는 근로자는 법·제도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전체근로자의 54%에 불과하다. 그리고 10인 미만 사업장에서는 25%다.

제도적으로는 노동시간 규제를 현실화해야 한다. 최근에 입법발의가 돼 있지만 휴일근로도 연장근로에 포함해야 한다. 노동시간 특례업종이 있는데 최대한 줄여야 한다. 노동자 건강에 대한 국제 노동기준에 따라서 연속적인 휴식을 보장하도록 제도 개선을 할 예정이다.

제도가 있어도 법보다 주먹이 가깝다. 노동시간을 단축하면 생계도 단축되니까 노동시간 단축과 더불어 최저임금을 현실화해서, 노동시간 단축이 실질적으로 이루어질 수 있도록 국회에서 노력하겠다.”

이 외에 시급히 해결해야 할 노동 분야의 문제들은 어떤 것들이라고 보는가? 이 문제만큼은 반드시 해결하겠다고 생각하시는 문제가 있는가?

“무엇보다 비정규직 문제 해결을 지향하는 제도 개선이 돼야 하고, 사회안전망의 차원에서 최저임금제도 개선이나 고용보험, 산재보험 같은 사회보험 개혁안들이 정비돼야 한다. 지난 이명박 정부 하에서 집단적인 노사관계법이 많이 후퇴됐는데 노조법도 개정해야 한다.

내가 특별히 주목하는 점은 단결권이나 산재보험, 고용과 관련된 문제는 사실은 ILO 협약만 비준하면 상당부분 해결할 수 있다는 것이다. 말끝마다 글로벌 스탠더드를 외치는 대한민국에서 ILO 협약을 국회에서 비준하도록 노력하겠다.”

전반적으로 19대 국회에서 노동 분야의 의제들을 풀어나가는 기조와 방향을 듣고 싶다.

“무엇보다도 노동관련 제도개선이 전향적으로 이루어지기 위해서는 우리 사회에서 노동 또는 노동자에 대한 의식의 대전환이 이루어져야 한다. 내가 원래 근로자를 노동자로 바꾸는 개정안을 제일 먼저 내려고 했는데 헌법에 근로자로 못 박혀 있어서, 어려움이 있었다. 그래서 근로자의 날을 노동절로 바꾸는 것만 냈다. 그러나 노동과 노동자라는 말이 시민권을 가질 수 있도록 다양한 방법으로 노력해 나가겠다.

두 번째는 최소한 OECD 국가의 10위권 경제대국이면 적어도 국제 기준에 대한, 글로벌 스탠더드에 대한 국민적 호소력이 높다고 본다. ILO 협약 비준 문제를 전면화 시켜서 글로벌 스탠더드의 수용을 촉구할 생각이다.

세 번째, 대선국면에서 통합진보당이 신뢰를 회복해서, 야권연대와 정책공조를 최대한 활용해 노동문제를 해결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