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 여름, 가을 그리고 겨울
이윽고 봄, 그리고 다시 찾아온 여름,
2000일이 지났다.
남들은 100일이다 1000일이다 뭐다 하면서
설레는 마음으로 손꼽아 기다리며 기념일을 챙기지만
이건 뭐 웃어야 할지, 울어야 할지.
잔치는 아니어도 찾아오는 손님들이 있어 대접을 해야 하기에
이런 저런 준비에 분주하다.
한 땀 한 땀 꿰어 만든 일사불란한 떡꼬치며,
쭈그리고 앉아 저린 다리를 주물러 가며 한 방울씩 손수 내린 커피며,
아직 이른 시간이라 파리만 날리지만 나름 모양새를 갖춘 즉석 사진관이며 없을 게 없다.
웬만한 잔칫집 저리 가라 한다.
2000일간의 사진들을 천천히 바라보니 뭐라 말을 못하겠다.
여러 감정이 교차한다.
그래도 웃는다. 힘을 내어 노래한다.
갈라진 콘크리트 바닥 위의 알록달록 기타들의 연주에 맞춰
활짝 핀 꽃들을 코러스 삼아
어른과 아이와 노동자가 함께 노래하는 이곳은
‘꿈의 공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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