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얗게 변한 산호를 살려라!
하얗게 변한 산호를 살려라!
  • 참여와혁신
  • 승인 2012.07.30 16: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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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호 단짝 ‘심바이오디니움’ 대량 번식
적응력 강한 산호 연구

동아사이언스 기자
무더운 여름이 되면 시원한 바다가 생각난다. 심해를 촬영한 신비한 모습을 보면 저절로 시원해지는 기분도 든다. 아름다운 바닷속에 빠지지 않는 존재는 바로 산호다. 함께 사는 미세조류에 따라 빨강, 노랑, 녹색 등으로 예쁜 빛깔을 뽐내며 많은 해양 생물의 서식처가 되는 녀석이다. 그런데 지구가 점점 더워지면서 산호가 위기에 처했다. 온몸이 하얗게 변하면서 죽어가는 것이다. 과학자들은 산호를 되살리기 위해 꾸준히 연구를 거듭했고, 최근 우리나라 연구팀이 이에 관한 획기적인 발견을 발표했다.

‘백화현상’ 들어보셨나요?

지구가 조금씩 더워지면서 이 땅 위의 모든 생물이 몸살을 앓고 있다. 사람들은 유난스럽게 더운 날씨와 길게 지속되는 한파, 갑작스런 폭우와 폭설 등으로 여러 피해를 보고, 동식물은 기존의 환경과 달라진 서식지 때문에 이동하거나 죽음을 맡게 된다.

바닷속도 마찬가지다. 매년 조금씩 올라가는 해수 온도는 바다 생물의 삶을 위협하고 있다. 이를 대표적으로 보여주는 게 바로 ‘하얗게 변해버린 산호’다. 백화현상이라고 불리는 이 현상은 산호 몸 속에 함께 살고 있던 미세조류가 산호를 떠나면서 생긴다. 산호는 생존에 필요한 에너지 80~90%를 공생미세조류에서 얻기 때문에 이들이 떠나면 살 수 없다.

산호의 죽음은 여러모로 부정적인 메시지다. 산호는 석회질을 뿜어 몸을 고정시키는데, 이렇게 만들어진 산호군락은 산호초라는 거대한 섬을 만들 수 있다. 이는 해안을 보호하거나 사람들의 주거지가 되기도 한다. 또 산호의 아름다움은 관광자원이 되기도 하며, 여기서 나오는 물질이 신약을 만드는 데 활용되기도 한다.

또 바다생물에게 산호는 삶의 터전을 제공하므로 해양 생태계 다양성에도 한몫하고 있다. 결국 산호가 죽으면 인간이나 바다생물에게 좋을 것이 없다. 이 때문에 과학자들은 지구촌 곳곳에서 일어나는 산호 백화현상을 막으려 노력해왔다.

ⓒ 박태진
열쇠는 산호 단짝, 심바이오디니움이 쥐고 있다!

정해진 서울대 지구환경과학부 교수와 이기택 포스텍 교수와 이원호 군산대 교수, 신웅기 충남대 교수, 유영두 서울대 박사가 참여해 미국 국립과학원회보(PNAS) 7월 18일자 온라인판에 실린 논문에 한 가지 해답이 있다. 

산호의 공생미세조류인 ‘심바이오디니움(Symbiodinium)’이 식물처럼 광합성을 할 뿐 아니라 동물처럼 먹이를 잡아먹는 성질도 있다는 걸 찾았기 때문이다. 미세조류가 먹이를 먹을 수 있다면 이들을 기르고, 대량으로 번식시킬 수 있다. 대량으로 만든 심바이오디니움을 백화현상이 나타난 산호의 몸속에 다시 넣으면, 산호를 되살리는 것도 가능하다는 게 연구팀의 논리다.

과학자들은 이전에도 산호가 주로 사는 환경이 심바이오디니움이 살기 불리하다는 점을 풀기 위해 노력했다. 산호는 주로 식물성장에 필수요소인 질소나 인 같은 영양염류가 적은 ‘빈영영화(oligotrophic) 환경’에서 산다. 식물이 생장하는 데 유리한 환경에서는 대형 해조류가 살기 때문에 산호를 위협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런 빈영양화 환경은 광합성을 하는 미세조류인 심바이오디니움이 살기에도 나쁘다.

심바이오디니움은 와편모류(Dinoflagellate)에 속하는 단세포 생물로 산호뿐 아니라 말미잘, 해파리, 조개, 해면, 원생동물 등 다양한 해양 동물 몸속에서 공생하며, 공생생물의 몸 밖으로 나와 수영하기도 한다.

정해진 교수팀이 심바이오디니움을 관찰한 결과, 이들이 빈영양화 상태에서 세균이나 다른 미세조류를 잡아먹는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기존에는 식물의 성격만 가진다고 알려진 심바이오디니움이 동물처럼 다른 생물을 잡아먹고 사는 것이다. 이를 통해 심바이오디니움에게 적당한 먹이를 공급주면 대량 번식을 도울 수 있다는 결론을 얻을 수 있다.

ⓒ 박태진
산호도 온난화에 적응 …
백화현상에 잘 견디는 종 살아남을 것


호주와 싱가포르 공동 연구팀은 산호가 온난화에 적응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지난 3월 9일 미국 공공과학도서관학술지(PLos One)에 실린 내용에 따르면 가지를 쭉쭉 뻗어가는 모양인 ‘아크로포라(Acropora)’ 산호는 2010년 백화현상이 심한 바다 속에서도 건강했다.

호주 뉴사우스웨일스대 해양생물학자인 제임스 게스트 박사팀이 2010년 당시 백화현상이 나타났던 인도네시아와 싱가포르, 말레이시아 3곳을 조사했다. 이중 싱가포르와 말레이시아는 1998년에도 백화현상이 일어났던 장소였다.

그 결과 1998년 한 차례 백화현상을 겪었던 싱가포르와 말레이시아 바다 속에서는 비교적 성장 속도가 느린 포라이츠(Porites) 산호 종은 손상됐지만, 아크로포라 산호들은 건강한 색깔을 유지했다. 반면 백화현상을 겪지 않았던 인도네시아 바다에서는 두 종 모두 백화현상이 나타났다.

연구팀은 이를 통해 산호 중에도 백화현상을 겪고 적응하는 종이 따로 있다는 결론을 내렸다. 특히 성장 속도가 빠른 종이 수온에 잘 견디므로 미래에 살아남을 가능성이 더 높다는 것.

이 연구는 산호의 위기가 사라졌다는 걸 뜻하지는 않지만 지구온난화라는 자연환경이 백화현상에 잘 견디는 종을 선택하게 되는 모습을 보여준다. 결국 미래에 우리가 볼 수 있는 산호는 백화현상에 저항성이 높은 산호가 될 것이다.

아울러 국내 연구진이 개발한 방법에 힘입어 ‘더 이상 산호가 멸종위기가 아니’라는 소식을 빨리 들을 수 있길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