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층진단]⑨ _ UAW, 제조업 기반 강화 법안 제출
[심층진단]⑨ _ UAW, 제조업 기반 강화 법안 제출
  • 승인 2006.02.2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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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미자동차노조, 국익-고용 위해 팔 걷었다


‘경쟁력 강화 없이 구조조정 막을 수 없다’ 인식 확산

 

 

미국 자동차산업이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는 가운데 미국 최대의 제조업노조 중 하나인 전미자동차노조 (United Auto Workers : UAW)가 자동차산업 보호와 고용을 지키기 위한 입법 활동에 나섰다. 


전미자동차노조는 2월 5일부터 4일간 열린 ‘연례 활동가 컨퍼런스’에서 구조조정과 공장 폐쇄 등의 위기에 직면해 있는 미국 자동차산업을 살리기 위한 입법 활동을 주요 논의주제 중 하나로 선정하고 1400명의 노조 대표자들과 함께 대안을 논의했다.


컨퍼런스 오프닝 연설에서 전미자동차노조 론 게틀핑거 위원장은 “북미시장과의 경쟁, 인건비 및 원료비의 증가 등은 미국 자동차산업에 건국 이래 최대의 도전을 안겨주고 있다”고 전제하고 “이 위기를 타개하기 위해서는 과거와는 다른 방식의 활동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GM·포드 ‘메가톤 급’ 구조조정 계획 내놔
미국 제조업노조 중 대표적 강성 노조로 꼽히는 UAW의 이러한 선택은 자동차산업의 경쟁력 강화 없이는 더 이상 공장 폐쇄와 구조조정 등을 막기 어렵다는 위기의식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 UAW는 지난해 포드와 제너럴모터스(GM) 등 미국 주요 자동차회사의 대규모 감원 계획에 저항하다 결국 퇴직연금과 회사가 부담하는 의료보험 비용의 일부 삭감에 동의한 바 있다.


사실상 미국 자동차산업은 ‘회생불가’ 판정을 받을 정도로 경쟁력이 취약해진 상태에서 몸통의 일부를 잘라내는 ‘고육책(苦肉策)’을 쓰고 있다.
세계 1위의 입지마저 흔들리고 있는 GM이 2005년 발표한 구조조정 계획에 따르면 2008년까지 직원 3만 명을 감원하고 미국 및 캐나다에서 총 12개의 공장을 폐쇄할 예정이다. 이와 함께 2010년까지 임금과 원재료 비용이 포함된 유지비 70억 달러, UAW와의 협의를 통해 복지비용 30억 달러, 광고비 40억 달러 등 총 140억 달러에 이르는 대대적인 비용감축 계획을 발표했다.


포드자동차가 지난 1월 23일 발표한 구조조정 계획인 “Way Forward”도 2012년까지 임원 12% 감축을 비롯해 생산직 직원 2만5천~3만 명을 해고하고, 14개 공장을 폐쇄한다는 계획을 담고 있다. 이 계획에 따라 포드자동차가 2010년까지 계획하고 있는 비용 감축액은 60억 달러 이상이며, 생산량은 2008년까지 120만 대를 줄일 예정이다. 이는 현재 생산량의 4분의 1에 해당하는 규모다.


포드의 구조조정안이 발표되자 UAW는 즉각 성명을 통해 “포드의 구조조정안은 인원감축과 공장폐쇄에 초점을 맞춘 것으로 혁신적 기술개발과 품질 향상으로 시장 점유율을 올리는 것이 오히려 더 중요하다”고 비판하고 “이러한 구조조정은 2007년 단체협상의 주요 쟁점으로 부각될 것”이라고 밝혔다. 특히 올해 9월에는 포드자동차와 UAW가 맺은 단체협약 갱신을 위한 협상이 예정되어 있어 미국 자동차업계 관계자들은 구조조정안이 협상에 미칠 영향에 주목하고 있다.

 

기술개발, 미래환경 대비 필요성 역설
하지만 UAW의 행보는 ‘구조조정 및 인원 감축 반대’에만 맞춰져 있던 과거와는 상당히 달라진 모습이다. UAW의 최대 행사 중 하나인 연례 활동가 대회에서의 론 게틀핑거 위원장의 연설은 UAW의 접근법이 바뀌었음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게틀핑거 위원장은 “구조조정 반대를 위한 투쟁은 계속되겠지만 현재 미국 자동차산업이 처한 상황은 단지 투쟁으로만 돌파할 수는 없는 것”이라면서 “인적자원에 대한 투자와 대체에너지, 미래 기술 개발에 더 많이 투자함으로써 자동차산업의 경쟁력을 높이는 것이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것이고 이는 기업과 노동, 국가의 긴밀한 협력 아래에서만 가능하다”고 말했다. <관련 인터뷰 47면>


이러한 인식 전환에 따라 UAW는 올해 자동차산업의 경쟁력 강화를 위한 입법 활동을 주요 활동으로 선정했다. 이를 위한 주요 활동 목표는 ▲유가변동이라는 외부적 변수를 헤쳐 나갈 수 있는 대체 에너지 개발 ▲미래형 친환경 기술에 대한 지원 ▲교육훈련 및 인적자원에 대한 투자 강화 등이 될 전망이다. 


또, 이미 민주당 의원들을 중심으로 추진 중인 ‘국가안보를 위한 차량 및 연료선택법(Vehicle and Fuel Choices for American Security Act)’과 ‘하이브리드 차량에 대한 인센티브 및 세액공제 혜택 확대법 (Health Care for Hybrid Act)’을 지지하는 운동을 펼쳐나갈 계획이다.


이들 법안은 자동차업체들이 대체 에너지를 개발하고 하이브리드차, 청정 디젤차, 수소차 등 첨단 기술 자동차를 생산할 수 있도록 유인책을 제공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고 있다. 노조는 이와는 별개로 ‘제조업 기반 강화를 위한 법안’을 따로 마련해 자동차산업은 물론, 부품산업 등 연관 산업의 경쟁력 강화를 위한 국가의 보호 조치를 요구할 계획이다.


업계에서는 전미자동차노조의 활동에 대한 공식 논평을 하고 있지는 않은 상태다. 하지만 미국 최대의 제조업체 연합 중 하나인 전미제조업협회 관계자는 “이미 업계와 노조 사이에 경쟁력 강화를 통한 고용 안정과 시장 점유율 회복이라는 전략에는 공감대가 형성되어 있다”고 전했다.


미국 자동차산업이 ‘건국 이래 최대’라는 위기를 맞고 있는 가운데 국가의 대표산업인 자동차산업과 고용을 지키기 위한 전미자동차노조의 ‘선택과 집중’이 어떤 결과를 낳을 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