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른 살 공공기관경영평가제도, 어떻게 변해왔나?
서른 살 공공기관경영평가제도, 어떻게 변해왔나?
  • 박종훈 기자
  • 승인 2012.09.04 14: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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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운법 제정 이후 이원화 모델에서 일원화로
국민-정부-임직원-고객 사이 이해 균형 위한 장치
[특집] 공공기관 경영평가제도의 겉과 속 ①

공공기관 경영평가제도가 도입된 지도 30년 가까이 됐다. 그동안 여러 차례에 걸쳐 그 형식과 내용이 변화하며 경영평가제도는 공공기관 운영에 핵심 이슈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공공기관 경영평가제도를 바라보는 시각은 이해당사자의 입장에 따라 첨예하게 갈린다. 당연한 얘기겠지만, 평가 대상이 되는 공공기관의 임직원 입장에선 마냥 달가울 수는 없는 노릇이다. 그에 반해 공공서비스의 직접 수혜자나 일반 국민 입장에선 방만한 경영을 막고 서비스 질을 높이기 위한 제도적 장치로 인식할 수도 있다. 정부 입장에선 정책목표에 걸맞는 기관 운영을 위한 채찍 역할을 할 수도 있고, 일각에선 정부 특정 주무부처의 권한집중을 경계하기도 한다. 매번 논란과 관심의 대상이 되고 있는 공공기관 경영평가제도는 어떻게 바뀌어 왔나.


공운법 제정에 따라 통합 모델로 변화

현재의 공공기관 경영평가제도는 지난 1984년부터 시작된 24개 정부투자기관 경영평가와 2004년부터 시행된 88개 정부산하기관 경영평가가 지난 2007년 공공기관 운영에 관한 법률(공운법) 제정에 따라 통합 운영되는 제도다.

또한 2008년부터는 평가기준과 방법의 일원화가 추진됐다. 이것이 이른바 MB(말콤볼드리지) 모델에 기초를 둔 경영평가제도다. 그러나 실제 적용 과정에서 지나치게 형식주의적이라는 비판이 쏟아졌고, 이는 다시 2010년 하반기에 전면적으로 개편됐다. 그러면서 기관 평가와 기관장 평가 역시 다시 통합 평가체계로 바뀌게 된다.

특히 공운법 제정을 계기로 당시 기획예산처에서는 그동안 구조적으로 분리돼 있던 정부투자기관과 정부산하기관 평가제도를 공기업 준정부기관 경영평가제도로 통합, 일원화한 부분을 주목해볼 만 하다. 이 통합 모델은 2008년도 평가부터 적용됐다. 법 제정 후 제도의 심의 의결 기관은 공공기관운영위원회가 맡게 됐으며, 제도의 총괄관리는 기획재정부가 맡게 된다.

통합 모델의 시행에 따라 결과적으로 경영평가제도 총괄관리기관의 권한이 막강해졌다. 공기업은 물론, 준정부기관 역시 경영평가제도의 설계 및 운영에 있어서 주무기관의 장의 권한이 약화됐다. 즉 기획재정부의 입김이 거세졌다는 의미다.

공공기관을 둘러싼 다양한 이해관계자들

공공기관 경영평가제도는 공기업과 준정부기관에 자율경영을 보장하는 가운데, 성과 평가를 통해 경영실적에 대한 책임을 묻는 제도적 장치다. 이는 법률에 근거해 사전에 설정한 기준에 따라 객관적으로 평가돼야 한다. 그리고 이렇게 얻어진 평가 결과는 차등 성과급 지급 등의 방법을 통해 임직원의 인센티브와 패널티를 매기는 데 활용하며 크게는 경영개선을 유도하는 기능을 하는 것이다.

공기업이나 준정부기관은 일반국민, 정부, 공공기관의 경영진 및 직원, 공공기관의 고객 등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의 요구와 역할 기대가 상호작용하고 있다. 여기서 일반국민은 공공기관의 명목상 주인이며, 정부는 공공기관의 소유권자이자 지배권자이다. 그리고 경영진이나 직원은 대리인의 입장인 것이다.

일반국민들은 공공기관의 높은 경영 효율성과 생산성을 기대하고 있으며, 이를 위해서 경영의 투명성을 높이고 NGO 활동 등을 통해 경영참여와 감시를 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마련되길 바란다. 공공기관의 경영에 있어서 명목상 주인인 국민들과 대리인인 경영진 및 직원 간에 이해관계 불일치, 정보의 비대칭성으로 인한 도덕적 해이 등의 문제가 도사리고 있을 수 있다. 이를 막기 위한 효과적인 장치가 경영평가제도라는 것이다.

소유권자인 정부 입장에서는 공공기관의 정책목표를 효과적으로 달성하기 위한 방편이 되기도 한다. 또한 대리인으로서 공공기관 운영에 참여하는 임직원들에겐 실적에 따라 금전적 혹은 비금전적 인센티브를 차등 제공함으로써, 업무에 대한 보상기대에 부응하고 적극적인 동기부여를 하는 장치이기도 하다.

 

▲ 공공기관에 대한 이해관계자와 공공기관 경영에 대한 역할 기대

조화와 균형을 위한 제도적 장치

이처럼 공공기관 경영평가제도는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의 요구와 역할기대를 균형있고 종합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도구다. 공공기관에 대한 요구나 기대는 자율경영, 책임경영, 효율경영, 투명경영, 고객중심경영 등으로 요약해 볼 수 있겠는데, 이해당사자들끼리 상호 충돌하거나 상충되는 요구가 있더라도 이를 조화시키고 균형을 확보하기 위한 제도적 장치라는 것이다.

곽채기 동국대 행정학 교수는 “이런 부분이 공공기관 경영평가제도의 존립 정당성”이라며 “평가의 실시 자체, 평가 결과의 공개 등 비록 공공기관 입장에선 곤혹스러운 것이라고 해도 국민경제적 관점에선 필요조건”이라고 밝혔다.

다만 “사회 제도로서 공공기관 경영평가제도가 절대적으로 정당한 것이라곤 볼 수 없다”라며 “장단점이 함께 존재하는 상대적인 제도”라고 못박았다. 즉 국민-정부-임직원-고객 등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의 요구를 균형 있게 조율하는 장치로서, 실제 성과가 얼마나 이들의 요구나 역할 기대에 부응하고 있는가를 주기적으로 확인해 이를 반영해야 한다는 의미다.

곽 교수는 “특히 우리의 공공기관 경영평가제도가 국제적으로도 모범적인 제도 운영 사례로 인정받고 있다”며 “이는 지난 30년간 유연성과 개방성을 바탕으로 제도를 지속적으로 발전시켜왔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특히 공공기관의 지방이전과 공공기관 관리 부처들이 세종시로 이전하는 새로운 환경 변화를 맞아 지방화 시대에 걸맞은 새로운 모델을 고민해야 할 때라고 덧붙이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