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의자놀이는 멈춰야 합니다
이제 의자놀이는 멈춰야 합니다
  • 참여와혁신
  • 승인 2012.09.04 14: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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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휴가는 다녀오셨나요?
아예 꿈도 꾸지 못하고 폭염과 싸우셨다고요?

그래도 무더위는 갔습니다.
모두들 알찬 결실의 계절 가을을 건강하게 맞이했으면 합니다.

요즘 전직 대통령의 집들이 도로를 마주하고 있는 연희동에서 홍대 언저리까지 아침에 느리게 걷기를 합니다. 아파트촌이 아니라 그런지 바쁘게 출근하는 이들을 마주하기가 쉽지는 않습니다. 높지 않은 집들이라 그런지 마주하는 이들의 발걸음도 신도림역에서 보는 발걸음보다 서너 배는 느리게 느껴집니다.

걷다보면 골목 어귀에 자그마한 트럭이 과일과 채소를 실고 와서 한두 시간 안에 화물칸을 홀랑 비우고 떠나는 모습을 마주할 수 있습니다. 주민들과 상인들이 어우러지는 그 광경이 시골 장터를 떠올리게 합니다. 이런 장면을 홍대 언저리에 닿기까지 아침마다 서너 군데 이상에서 볼 수 있습니다.

3년 전, 퇴직한 선배가 마포역 인근에 국수집을 열었습니다. 점심시간에는 제법 줄을 서는 광경도 연출되었습니다.

며칠 전 선배에게 문자와 왔습니다. 국수집 문을 닫고 잠시 쉬며 새로운 길을 가겠다는 내용입니다.
전화를 걸어 왜 그만 두느냐고 물을 수가 없었습니다.

베이비부머 세대들의 창업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어지간해서는 끄떡없다는 사치(럭셔리) 매장의 매출마저 줄어들고 있는 판국에 소규모 창업자의 생존은 처절하다 못해 목숨이 오갈 지경입니다. 베이비부머 세대들의 눈물겨운 생존의 결과물은 자식들과 집 한 채 정도일 겁니다. 퇴직금과 그 집을 담보로 창업을 하지만 열에 일곱은 쓴맛만을 보며 3년 이내에 간판을 내린다고 합니다.

오늘 아침 마주친 과일과 채소를 싣고 골목 어귀에서 반짝 장터를 하신 이 가운데도 3년 만에 퇴직금을 홀랑 날리고 중고 화물차 한 대로 제2의 창업을 시작한 이가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베이비부머들의 창업 열풍을 벤처 열풍 비슷하게 표현하는 걸 보면 가슴이 저리기도 하고, 화가 치솟기도 합니다. 알토란같은 자신의 집과 퇴직금을 밑천으로 빚까지 보태어 시작한 창업은 벤처 정신보다는 생존의 동아줄에 매달린 사투처럼 여겨집니다.

이번 호에도 경제민주화를 연재합니다. 경제민주화, 결코 낯선 말이 아닙니다. 대한민국 헌법 119조 2항에 있습니다. 지난해부터 여당에서조차 이 용어를 들고 나섰고, 내년 청와대 입성을 꿈꾸는 대통령 선거 후보들은 너나없이 경제민주화를 외치고 있습니다.  민주주의는 정치에서 활짝 핀 꽃과 같지만, 경제정의라는 튼튼한 뿌리가 없이는 필 수가 없습니다.

거대 기업집단의 골목 상권에 가해진 융단 폭격에 분노한 이들이 부쩍 늘었습니다. 기업에 대한 분노가 아닌 이성으로, 자유와 함께 민주적인 질서가 한국 경제에 자리 잡았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서울 도심 한복판 대한문 앞에서 <의자놀이>가 열풍입니다. 이제 골목 곳곳까지 파고든 의자놀이가 심상치 않습니다.

홍대 언저리에서 <참여와혁신> 취재팀 올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