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폐에는 석면이 얼마나 들어 있을까?
나의 폐에는 석면이 얼마나 들어 있을까?
  • 참여와혁신
  • 승인 2012.09.27 16: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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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에 노출됐던 석면, 폐 속에 박혀 있을지 모른다
호흡기계 질환 등 석면 관련 질환자 급격히 늘어
정용현 연구위원
산업안전보건연구원 화학물질센터

건축물의 천장이나 벽체, 고속도로 소음방지용 벽, 지하철 역사 천장, 슬레이트 등 우리가 일상적으로 접하는 생활공간 내에 많은 석면들이 산재해있다. 특히 달리는 차량의 마찰력에 의하여 브레이크라이닝에서 나오는 석면 분진이나 건축물 해체 제거 시 발생하는 석면은 공기 중에 부유돼 사람의 호흡기로 흡입될 수 있다. 대부분의 석면 함유 건축자재에는 10% 내외의 석면 원료가 함유돼 있다.

대기 중 석면 농도, 일본보다 낮다

최근 우리나라에서도 발암성 물질로 알려진 석면에 의한 피해자 보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석면피해구제법과 건축물에 함유돼 있는 석면을 안전하게 관리하기 위한 석면안전관리법이 제정돼 시행되고 있다. 그동안 우리나라에서 사용된 석면은 얼마나 될까? 우리나라의 석면 사용량은 1970년 이후 지붕 개량 사업용으로 슬레이트를 사용하면서 급격히 증가해 2007년까지 약 2백만 톤이 수입됐으며, 국내 석면광산에서도 9만 톤 정도가 생산된 바 있다. 그동안 사용된 2백9만 톤 중 80% 정도는 건축자재용으로 사용됐다.

우리나라보다 석면 사용량이 많았던 일본에서는 2006년에 석면에 의한 직업성 질환자 1,784명이 발생했다. 우리나라에서는 석면에 의한 직업성 질환자가 일본보다는 많지는 않지만, 2009년도 석면관련 자료에 의하면 석면에 의한 직업병으로 사망한 사람은 8명이었다. 석면광산지역 주민 215명 중 110명에게서 석면 폐질환이 발생했으며, 서울지하철 근로자 31명에서 호흡기계 질환이 발생하는 등 석면 관련 질환자가 급격히 늘어나고 있다.

2004년에 공기 중의 석면 농도를 일본과 비교 분석한 자료에 의하면, 우리나라의 도시 지역은 0.00062개/㏄로 일본의 도시 지역 0.0198개/㏄의 3% 정도에 불과하다. 우리나라 시외 지역도 0.0003개/㏄로 일본의 시외 지역 0.0218개/㏄의 1% 정도이다. 또 우리나라 고속도로 주변에서는 0.00067개/㏄로 일본의 고속도로 주변 0.0296개/㏄의 2% 정도이다. 이처럼 우리나라의 대기 중의 석면 농도는 일본의 대기 중 석면 농도의 1~3% 정도이다.

대기 중의 석면은 호흡기계의 해부학적 구조나 생리학적 방어기전에 의하여 모두 폐로 들어가는 것은 아니지만, 석면폐증이나 폐암 그리고 중피종 등 석면에 의한 질환은 기본적으로 석면에 노출돼 석면이 폐 조직에 들어가서 생기는 질환이다. 

▲ 실험동물 랫드의 폐 조직을 건조시켜 투과전자현미경으로 관찰한 폐 조직 내 백석면 사진(×10,000배) ⓒ 정용현

2008년부터 석면 사용 규제

석면에 의한 폐 질환자의 폐 내에는 얼마나 많은 석면이 들어 있을까? 폐 내에 연간 25~200개/㎖ 정도의 석면이 누적되면 석면폐증이 나타날 수 있다고 한다. 석면 취급 직업력이 있는 일본의 남성 중피종 질환자(평균연령 61.6세)에서는 건조폐 g당 석면이 4.41×106개 발견됐다. 우리나라 석면방직공장에서 24년간 근무한 58세 남성 근로자에서는 건조폐 g당 6,112×106개의 석면이 발견됐으며, 석면제조공장에서 9년간 근무한 61세 여성근로자에서는 건조폐 g당 221×106개의 백석면이 발견됐다.

석면을 취급한 적이 없는 사람의 폐 속에는 석면이 얼마나 들어 있을까? 석면 취급 직업력이 없는 일본 남성(평균 연령 64.9세)에서는 건조폐 g당 2.11×106개의 석면이 발견됐으며, 일본 여성(평균 연령 64.8세)에서는 건조폐 g당 1.38×106개의 석면이 발견됐다. 우리나라에서는 석면 취급 직업력이 없는 남성(평균 연령 37.6세)에서는 건조폐 g당 0.26×106개의 석면이 발견됐으며, 여성(평균 연령 42.5세)에서는 건조폐 g당 0.16×106개의 석면이 발견됐다.

2011년부터 시행되고 있는 우리나라 석면피해보상법에서는 건조폐 중량 1g 당 길이 1㎛ 이상인 석면섬유가 5×106개 이상 혹은 건조폐 중량 1g당 길이 5㎛ 이상인 석면섬유가 2×106개 이상인 경우에는 원발성 폐암으로 인정하고 있다.

석면이 대기 중으로 방출돼 사람의 호흡기로 흡입될 수 있는 석면 함유 제품은 자동차 라이닝과 건축자재 등이 있지만, 2008년 이후 생산된 자동차용 브레이크라이닝에는 석면이 함유돼 있지 않다. 또 최근 건축물 해체 제거 작업 시 석면에 대한 관리 기준과 감독을 강화해 대기 중의 석면 분진농도는 대폭 줄어들었을 것으로 판단된다.

하지만, 석면에 대한 관리 감독이 소홀했던 2008년 이전에 노출된 석면은 호흡기로 들어와서 폐 속 깊은 곳에 박혀 있을 것이다. 석면은 수 년 동안 폐 속에 녹지 않고 남아서 질병을 일으킨다. 석면 함유 베이비 탤크 등 태어나면서부터 노출되기 시작한 석면이 나의 폐로 들어와서 배출되지 않고 남아있는 석면은 과연 얼마나 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