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끄러움을 알고 살아가기
부끄러움을 알고 살아가기
  • 하승립 기자
  • 승인 2004.12.1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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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장 하승립
부끄러움을 아는 것이 인간의 특징이라고 합니다. 성경에서는 동물들이 가지지 못한 부끄러움을 인간이 알게된 것은 욕망을 탐한 결과라고 한다지요. 호기심과 욕망 때문에 낙원에서 쫓겨난 인간들이 그래도 부끄러움이라도 알게 되었으니 다행이라고 해야 할까요.


그러나 다른 한편으로는 부끄러움을 아는 인간으로 살아가기란 참 어려운 일이라고도 합니다. 수없이 지면을 장식하는 파렴치한 범죄들을 보면 역시 쉽지 않은 일이기는 한가 봅니다. 그래도 많은 필부들은 부끄러움 없이 살고자 노력하면서 하루하루를 버텨냅니다.


경제 상황이 심각해 보입니다. 체감경기의 끝없이 바닥에도 불구하고 그나마 ‘지표 경기’를 버티게 해줬던 수출이 환율이라는 강적을 만났습니다. 내수 침체의 긴 터널에 이어 환율로 인해 수출까지 타격을 받는다면 한국경제는 정말 춥고 긴 겨울을 보내게 될지도 모릅니다.


시장 상인들과 중소기업의 아우성 속에서도 사상 최대의 호황을 누리던 대기업마저 긴장하는 기색이 역력합니다. 5% 경제성장은 문제없다던 경제 부총리까지 ‘어렵겠다’고 실토하고 나섰습니다.


그런데도 부끄러움이라고는 알지도 못하고 느낄 생각도 없는 정치인들은 서로에게 막말을 퍼부으면서 멱살잡이를 하고 있습니다. 여전히 입으로는 서민경제를 최우선 과제로 삼겠다고 하면서 말입니다.


노사정도 마찬가지입니다. 노사, 노정 간에 완벽한 신뢰관계란 어쩌면 영원히 불가능할지도 모릅니다. 다만 일부 집단의 승리가 아니라, 닫순한 경제적 이익이 아니라 사회적 승리와 이익이 가능하도록 하는 방향을 찾아나가야 할 시점입니다. 훗날 우리 아이들에게 부끄럽지 않도록 말이죠.


<참여와혁신> 12월호는 연말을 맞아 한국 사회의 2004년을 되집어 봤습니다. 노동, 산업을 중심으로 무엇이 문제인지를 차분하게 생각해 보고자 합니다. 극단적 양극화로 치닫고 있는 우리 사회의 현실을 있는 그대로 드러내고 해결의 작은 실마리라도 찾아볼 수 있기를 희망합니다.


노동현장 진단 시리즈는 노동조합 집행부들의 고민과 전망을 담았습니다. 조합원들의 고충처리가 주요업무가 되어버린 ‘자판기 노조’의 현실 속에서도 노동조합 운동의 돌파구를 찾고자 하는 이들의 노력을 눈여겨 봐주십시오.


지구촌 혁신현장에서는 올 한해 일본과 독일에서 쟁점이 되었던 성과주의 임금 제도와 미래협약의 내용과 평가 등을 통해서 우리에게 던져주는 교훈이 무엇인지 모색해 봤습니다.


참, 노동조합 활동가들의 음주문화를 심층분석한 기사도 있습니다. 일주일에 서너 차례나 소주 한병반씩 마신다는군요.


이제 정말 겨울로 접어들었습니다. 가장 소중한 겨울나기 준비는 아마도 나누고자 하는 마음일 것입니다. 모두에게 따뜻한 겨울이기를 희망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