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노동계 키워드 정리해고, 비정규직 그리고 노조탄압
올해 노동계 키워드 정리해고, 비정규직 그리고 노조탄압
  • 김정경 기자
  • 승인 2012.12.05 14: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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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로 기운 노사관계, 정부의 방관? 친기업 성향 한몫해
노, 산별운동 강화하고 비정규직 끌어안을 수 있어야
[기획 인터뷰 1] 권영국 민주화를위한변호사모임 노동위원장

도심 주요 곳곳에서 노동자들이 주도하는 집회시위와 규탄기자회견이 유난히 많았던 해다. 노동자들이 보내는 이 같은 목소리는 마치 우리 몸이 통증을 통해서 이상 신호를 보내듯 노동전반이 건강하지 못하단 사실을 알리는 일종의 신호였다.

현대차 불법파견, 쌍용자동차 정리해고, 용역폭력, 창조컨설팅 노조 무력화 시도, KTX 민영화, 공무원노조 설립신고 문제까지. 일상화된 집회, 장기화된 투쟁에 사측도 정부도 정치권도 이미 둔감해져 버린 듯한 이 때, 현장에 빠짐없이 참석해 노동현실을 직시하고 보다 민감해질 것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있다. 바로 민변 권영국 노동위원장이다.

올 한 해 누구보다 현장과 가까웠던 법률가 권 노동위원장의 시선으로 2012년 한 해의 노동계를 정리해본다.


ⓒ 봉재석 기자 jsbong@laborplus.co.kr

올 한 해를 돌아볼 때 의미있다고 생각하는 노동계 이슈는 무엇인가

지금도 겪고 있는 쌍용차 정리해고와 현대차 사내하청 비정규직 문제. 이 두 가지가 크게 대두되고 있는 문제죠. 정리해고는 사실 여러 사업장에서 겪고 있는 문젠데 쌍용차를 통해서 그 실체가 많이 드러났습니다. 그동안 정리해고는 몇몇 특별한 사업장에서 일어나는 일이겠거니 했지만 사실 그건 빙산의 일각이었고 노동자들의 책임이 아닌데도 불구하고 실제 정리해고가 상당히 일상적으로 일어나고 있었다는 사실을 깨닫고 반성도 하게 됐죠.

두 번째는 비정규직 문제입니다. 간접고용의 문제가 굉장히 심각하게 내재돼 있는데 법적인 판결을 통해서 ‘이것은 불법파견이다’, 또는 ‘그런 고용형태가 잘못됐다’ 하더라도 사용자들이 판결을 개의치 않는다는 겁니다. 현대자동차는 두 번의 대법원 판결에도 불구하고 불법파견을 지속하고 있고 콜트도 대법원에서 위법한 정리해고라고 했지만 돌아갈 사업장이 없다는 이유로 재차 해고를 하는 사태들이 벌어지는 거죠.

노동사건에 대한 자본, 사업주 혹은 기업주의 생각이 노동법이나 노동관계법에 대해서 이건 지키지 않아도 된다고 보는, 한마디로 준법정신이 굉장히 해이해졌다는 점이 이명박 정권 들어서 발생한 문제죠.

올해는 유난히 노조탄압 관련 문제들이 많이 불거졌다

사실 집단적 노사관계로 넘어가보면 문제는 더 심각합니다. 부당노동행위 문제, 용역폭력의 문제가 다 섞여있습니다.

언론을 달궜던 SJM과 만도사건은 노동조합에 대한 사업주들의 탄압 형태가 아예 패턴화돼 나타났단 걸 보여준 사례라고 봅니다. 먼저 파업을 유도하고 조합원들이 일단 파업에 들어가면 바로 직장폐쇄를 한 후 동시에 용역을 투입해 사업장 내에서 파업에 참여 중인 조합원들을 다 추방시킵니다. 그 상태에서 조합원들을 선별적으로 복귀시키는 이런 일련의 프로그램을 가동하죠. 그 상태에서 제 2노조를 만들고 기존에 있던 자주적 조합을 무력화시키거나 파괴시킨 상태에서 조합원들 권리 자체를 사실상 포기한다는 각서를 요구해 완전히 복종시키는, 사업장 내의 질서를 재편해버리는 거죠.

그 와중에 사업주의 욕망을 훨씬 구체화시켜주는 전문가 집단의 투입, 특히 창조컨설팅이라고 하는 법률 전문가가 노조파괴행위, 헌법정신을 파괴하는 일을 뒤에서 교사했다는 점이 부당노동행위가 그렇게 심각해질 수 있는 요인이 된 겁니다. 그리고 적어도 여기엔 정부가, 노사관계를 감독하는 노동부가 이 사실을 묵인해 왔기 때문에 가능했던 거죠. 사용주의 극단적인 부당노동행위가 이루어지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사실상 SJM 사건이 터지기 전까지는 수면 아래 가라앉아 있었어요. 그런데 이것은 바로 이명박 정권 들어서서 대통령 스스로가 비즈니스프렌들리, 친 기업적인 정책을 우선하겠다며 보여준 절대적인 친 사용자적 태도와 가치관이 표현된 결과라고 볼 수 있습니다. 사용자들은 노조법에 위반되는 노조파괴행위에 대해서 사실상 아무런 범죄인식을 못하고 지금껏 아주 자연스럽게 행하고 있었던 겁니다.

특수고용직들의 ‘노동자성 인정’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았던 해이기도 한데

지금 ‘비정규직 없는 세상만들기 네트워크’, ‘정리해고·비정규직·노조탄압 없는 세상을 향한 투쟁사업장 공동투쟁단’ 등이 펼치는 활동 중에 ‘노조법 제 2조를 개정하라’ 는 요구가 들어있어요. 노조법 제 2조는 노조법상 근로자 정의 규정이거든요. 개정을 요구하는 핵심은 ‘특수고용 노동자를 노동자로 인정하라’ 바로 이 요구입니다. 골프장 보조원, 학습지 교사, 레미콘·화물 지입차주, 보험모집인, 간병인, 퀵서비스, 대리운전기사, 방송국 구성작가 등 굉장히 많이 생기고 있죠. 이들을 보면 사실상 어떤 특정 사용자와 다들 종속관계에 있어요. 다만 특수고용 노동자들의 근무형태가 공장에서 일하는 제조업 노동자들과는 다른 거죠. 업무의 특성 때문에 주로 밖을 많이 다니거나 조금 자유로움이 있는 것처럼 보인다는 거죠. 학습지 교사를 보면 ‘재능’이라는 회사에 소속돼 있으면서 그 곳의 학습지를 판매하고 지도하고 있는데 그러기 위해서는 자기가 소속된 학습지 회사의 지침이나 방침을 그대로 따라야 하고 교육도 받아야 하고 판매한 실적만큼의 대가를 받는 형식이거든요. 비록 수수료라는 명칭이기는 하지만 실제로는 자기가 소속돼서 자기의 품을 팔아 노무를 제공한 대가인 거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업소득세를 낸다, 개인사업자 등록증을 가지고 있다 또는 보험을 회사에서 내주지 않는다, 그런데 이런 부분은 사실 사용자가 자신의 우월적 지위를 이용해서 ‘너희들 스스로 이걸 이렇게 하라’ 고 정하는 것 뿐입니다. 그것은 실제로는 종속된 근로관계를 위장하기 위한 형식에 불과한 거죠. 그래서 사실 특수고용노동자들은 실질적으로 위장된 개인사업자라고 보는 것이 정확한 표현입니다. 근로기준법상의 근로자임과 동시에 노조법상 노동자라 보는 것이 맞는거죠.

우리 법원은 형식적인 외관에 지나치게 중심을 두고 있고, 지휘·감독관계에 대해서도 제조업 공장 노동자를 기준으로 한 판례가 형성돼 있어요. 사실 특수고용노동자들이 노동자성을 인정받지 못하는 것은 이런 법원의 협소한 해석에 기인하는 탓이 크다고 볼 수 있습니다. 산업이 고도화되고 산업형태가 바뀌면서 다양한 노무근로 제공 형태가 나타날 수 있는데, 이것을 지금 법원의 판례는 전혀 쫓아가지 못하기 때문에 다양한 형태의 노동자성을 인정할 수 있도록 법을 개정해야 한다고 봅니다.

그 와중에 재능교육지부 조합원들의 노동자성을 인정한다는 판결이 얼마 전 있었죠. 그래서 민변의 이름으로 제가 바로 논평을 썼죠. “환영한다. 사막에서 오아시스를 만난 것처럼 반갑다”고 말입니다.

복수노조법이 시행된 지 1여 년의 시간이 흘렀다. 어떤 영향을 미쳤다고 보는지

노동계에서는 복수노조 교섭창구단일화가 엄청나게 문제가 많다고 지적했는데 사실은 민주노총의 주요 노동조합 지도자와 집행부가 이 교섭창구단일화의 위험성에 대해 조금은 안이하게 생각했던 것 같아요. 대규모 노동조합은 거의 대부분의 노동자가 가입돼 있는 경우가 많아요. 그러니까 교섭창구단일화가 들어오더라도 교섭권을 그대로 행사할 수 있을 거라는 막연한 생각들이 있었을 거라고 생각해요. 마지못해 민주노총 지도부가 여의도에서 농성을 하며 중단을 요구했는데 대중적인 힘이 전혀 조직되지 않고 상층부 단위의 운동에 그쳤죠. 노동조합들이 사실상 위기의식을 가지고 있지 않았어요. 제가 법률가이기도하다보니 이것이 가지는 위험성을 그대로 느끼겠더라고요. 그래서 전 이건 절대 통과시키면 안 된다고, 노동조합 다 작살난다고 주장했던 사람 중 한 사람이에요. 노조전임자 문제야 80년대 노동운동했던 사람들은 자기 돈 내면서도 활동했고 배고픈 것은 노조 자체를 망가뜨리지는 않는다고 봐요. 오히려 단단하게 만들고 이는 노조의 힘이 강해지면 자연스럽게 풀어질 문제거든요. 조합원들의 권익과 지위 향상을 위해서 반드시 필요한 게 바로 교섭권인데, 이것을 박탈하게 되면 노동조합은 사실상 유명무실해집니다. 그런데 추미애 환경노동위원장이 중재안을 그냥 밀어붙였어요. 이건 헌법상 단체교섭권을 침해하는 정도가 아니라 심각한 위기에 빠뜨리고 본질적으로 침해하는 문제를 발생하게 만듭니다.

지금 행하려는 교섭창구단일화는 사업장 단위로 하게 돼 있죠. 이렇게 되면 교섭의 중심단위가 사업장 단위가 됩니다. 그러면 그동안 노동계가 추진해 왔던 산별노조운동의 방향과는 완전히 배치돼 버리죠. 실제로 조직률이 낮고 특히나 비정규직 취업자의 노동3권이 보장되지 못하는 나라에서 기업별 노조로 조직률을 높이거나 노동조합을 활성화시키는 것은 이미 한계에 도달했거든요.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산별노조 운동을 활성화시켜야 되는데 노동조합 활동의 중심이 다시 기업 사업장 단위로 회귀할 수밖에 없는 결과를 초래한다는 거죠.

실제로 교섭권만 해치는 게 아니라 교섭대표지위를 박탈당하면 쟁의행위같은 단체행동까지도 박탈당하는 겁니다. 교섭도 못해, 파업도 못해 결국은 노동조합의 존재 자체가 위기에 처할 수밖에 없는 거죠.

ⓒ 봉재석 기자 jsbong@laborplus.co.kr

현 정부들어 노사관계가 악화되고, 노조에 대한 탄압이 높아졌다는 문제점들이 꾸준히 지적되고 있는데, 현장에서 체감하는 바가 다른지

제가 2002년 민주노총 법률원장으로 들어와서부터 지금까지 현장의 거의 단골손님입니다. 그동안 집회나 기자회견에 엄청나게 많이 갔죠. 노무현 정권 때까지만 해도 기자회견 때문에 제가 방해를 받거나 체포된 적은 없습니다. 이명박 정부 들어서는 체포된 게 서너 번 되네요. 그리고 과거 한미FTA 반대집회, 이번 쌍용차 관련 집회에 같이 참여했다는 이유로 지금 소환이 따르고 있습니다. 그러니까 제가 직접 겪고 있는 거죠. 멀리 갈 필요가 없어요. 이 정부가 노동자들의 생존권 투쟁과 단체행동에 대해 대단히 억압적인 입장을 취하고 있고 표현의 자유라 할 수 있는 집회·시위에 대해서는 더 억압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거든요. 그 문제 해결하겠다고 그걸 알리기 위해서 자기들이 최후의 방법으로 택한 거잖아요.

노동현장은 대표적으로 쌍용차를 보면 드러나죠. 2009년 용산참사 당시 경찰의 위법한 진압행위에 대해서 국민들이 견제하지 못했어요. 그게 성공적인 경찰 진압형태가 되버린 거예요. 그러니까 쌍용차에도 경찰특공대가 투입되고 그런 진압형태가 그대로 나타났죠.

이뿐 아니라 현재 쌍용차 조합원들이 문제를 해결하고 진실을 알리기 위해서 최후의 방법으로 대한문과 새누리당사 앞에서 농성을 하고 있는데 이조차도 방해하는 치졸한 짓을 하죠.

그늘막 신청도 같이 했는데 천막을 치지 못하도록 하고, 정말 잔인하죠. 집회신고를 해둔 현장으로 노동자들이 행진해서 진입하는 걸 막기도 했습니다. 22번째 죽음 이후 도저히 그냥 볼 수 없어서 청와대에 쌍용차 문제해결을 위한 면담을 신청하고 노동계와 원로 등 대표단을 꾸려서 찾아갔던 적이 있어요. 하지만 어느 누구도 만나지 못했고 아무런 답변조차 들을 수 없었습니다. 일선 동사무소도 민원인이 찾아왔을 때 그렇게 대하지 않는데 하물며 행정의 가장 높은 곳에 있는 청와대에서 그런 태도를 보이는 거죠.

노동 3권을 보장받고, 바람직한 노사관계를 정립하기 위해서 개별 노동자, 노동조합, 사측, 정부에 필요한 것은

저는 권력이 바뀌어야 한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어요. 권리를 적어도 권리로 인정할 수 있는 권력이 서야 한다는 거고, 또 하나는 시민의식을 바꿔야 합니다. 기본적인 권리인 신체의 자유를 침해당했을 때 우리는 당연히 저항을 합니다. 같은 맥락으로 재판 받을 권리, 재산권을 침해받으면 당연히 저항해야 하죠. 우리는 재산권 침해받으면 사생결단하거든요(웃음). 누가 내 땅을 조금만 침해해도 용납이 안 되는데 노동자의 권리가 침해 당하면 방관하거나 노동조합이 뭔가 잘못했겠지 하는 그런 수준이에요. 노동권이라는 것이 시민의 권리로 인식돼야 해요. 이걸 어떻게 해야 하느냐, 그건 초등학교 때부터 교육해야 합니다. 적어도 노동법에 대해서는 필수과목이어야 해요. 요즘 대학 졸업하고 아르바이트해도 자기 권리가 뭔지 몰라서 엄청나게 당하잖아요. 졸업하고 사장이 되는 사람은 소수에요. 졸업하는 국민의 압도적 다수가 노동자인데 자신이 가진 권리를 교육하지 않는다? 그건 교육체계가 잘못된 거죠. 시민의식을 끌어 올려야합니다.

마지막으로 노동자 주체의 문제가 있는데 이 주체들이 지금 현재 자기가 가지고 있는 조그마한 조직에서의 권리에 안주해서는 결코 안 됩니다. 적어도 사회적 영향력을 행사하려면 조직률이 20~25%는 돼야 하거든요. 제발 자기 기업 내에 이해관계에 얽매이지 말고 비정규직 끌어 안아야죠. 노동자계급 내에 계층 분화가 일어나면 노동자의 운명은 결코 밝지 않습니다. 그래서 실제로 내부의 분열을 어떻게 해소할 거냐, 이걸 끌어안고 같이 나가는 걸 적극적으로 고민하는 것이 노동을 살리는 길이고 노조의 조직률을 높이는 첩경이라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