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타협’ 이상준 vs ‘욕심·무능’ 존 와일리
‘비타협’ 이상준 vs ‘욕심·무능’ 존 와일리
  • 박석모 기자
  • 승인 2012.12.05 16: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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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쪽 먼저 끝나도 끝까지 연대
조합원끼리 신뢰…파업 끝나면 커플 양산될 듯
[특집4] 좌담 골든브릿지지부 vs ING생명지부

ⓒ 봉재석 기자 jsbong@laborplus.co.kr
사무금융노조 ING생명지부와 골든브릿지투자증권지부의 파업이 지난 11월 7일, 8일로 각각 100일, 200일을 넘겼다. 하지만 사측은 여전히 완강하게 버티고 있다. 두 지부가 파업하는 동안 계절이 바뀌어 벌써 겨울의 길목이다. 언제까지 계속될지 모르는 파업을 이끌어가고 있는 두 지부장의 이야기를 통해 파업의 뒷이야기를 들어봤다.

사회 힘들게 파업을 이어가고 있는 조합원들에게 힘을 주고, 또 서로를 격려하자는 뜻에서 두 지부장들의 좌담을 마련했다. 가벼운 마음일 순 없겠지만, 그래도 이 자리에서는 가볍게 이야기들을 해 주셨으면 한다. 각각 파업 100일과 200일을 넘긴 소감이 어떤가?

김호열 골든브릿지투자증권지부장(이하 김호열) 생각보다 길어져 조합원들한테 미안하다. 예상보다 길어지면서 임금도 못 받고 투쟁하는 조합원들이 각자 표현은 안 하지만 속으로 감내하고 있는 경제적인 어려움, 가족들의 불안함, 이런 게 제 머릿속을 크게 지배한다.

또 이제는 더 이상 내부의 문제가 아니라는 생각이 좀 더 확고해졌다. 창조컨설팅이 노조파괴를 자행한 사업장 중에서 조합원이 남아서 마지막까지 저항하는 유일한 사업장이 돼 버렸다. 창조 같은 노무법인 동원해서 노조를 탄압해도 이길 수 없다는 것을 보여줘서, 다른 사용자들에게 경종을 울리는 케이스를 만들겠다. 본의 아니게 노조탄압에 대한 대리전을 치른다는 생각으로 사명감도 높이고 있다.

이기철 ING생명지부장(이하 이기철) 골든브릿지의 절반정도 기간이긴 하지만 오늘이 109일차다. 이 싸움을 정리하지 못한 책임, 조합원들에 대한 송구함이 크다. 또 한편으로는 그렇기 때문에 어떤 방식으로든 이겨야 한다는 것이다. 이 파업투쟁에서 진다면 조합원이나 우리의 미래나 한국사회의 노동 현장이나 똑같이 모든 것을 다 잃고 간다.

회사의 내용은 내실이나 수익성, 모든 부분이 완벽하다고 할 정도로 굉장히 좋다. 사측이 큰 욕심을 부리지 않고 얘기로 풀어나갔더라면 이런 사태까지 오지 않았을 것이다. 회사 측이 너무 많은 욕심을 부렸다. 매각과정에서 몇 년 보장받고 이런 게 중요한 게 아니라 그 이후에 어떡하면 고용조건이라든가 노동조건을 가져갈 수 있느냐가 중요하다.

사회 우리 사용자는 이런 면에서 노동자하고 같이하기 힘들다는 점을 자랑삼아 험담 좀 해 달라.

▲ 김호열 골든브릿지지부장 ⓒ 봉재석 기자 jsbong@laborplus.co.kr
김호열 우리 회사 대주주인 이상준 회장의 경우 워낙에 캐릭터가 강하다. 노동운동가 출신이어서 운동권 특유의 독선적인 성향을 가지고 있다. 좋은 쪽으로 작용하면 사업의 추진력이지만 노사관계나 조직운영에서는 엄청난 독선이고 정신적인 폭력으로 갈 수 있는 위험성이 있는 캐릭터다.

노사분규가 장기화 되는 이유가 세 가지가 있는데, 장로형, 운동권형. 자수성가형이 그것이다. 장로형은 종교적 신념으로 노조를 탄압하고, 운동권형은 독선적이며, 타협을 본능적으로 거부한다. 자수성가형은 내 방식 외에 다른 방식은 수용할 수 없다는 독선을 지닌다. 이상준 회장은 자수성가한 노동운동가로 장기화 유형의 두 가지를 갖춘 사람이다.

조직을 이끌고 사업적 성과를 내야 한다면 구성원들과 교감하면서 구성원들의 의지를 반영하고 조율하면서 가야 한다. 이상준 회장은 그런 게 안 되는 성격이고, 동의하지 않으면 마치 의지가 없다거나 복지부동 한다거나 도덕적 해이에 빠진 것으로 간주해서, 교정하거나 교정되지 않으면 정리해야 한다는 강박적 사고를 가지고 있다.

확신범이 제일 무섭다고 소신을 가지고 탄압하는 상황이다. 파업 이전에도 그런 것으로 인한 갈등이 굉장히 많았다. 파업 이후에도 타협보다는 굴복 위주다. 창조컨설팅을 끌어들였다는 것 자체가 파괴하겠다는 거다. 그 성격이 그대로 사업운영과 조직운영 과정에서 드러났고 파업 이후의 대응방식에 있어서도 그대로 묻어나는 거다.

▲ 이기철 ING생명지부장 ⓒ 봉재석 기자 jsbong@laborplus.co.kr
이기철 ING 사장은 한 3년마다 바뀐다. 3년마다 사장이 바뀌다 보니까 회사를 장기적으로 전략적 측면에서 보려고 한 것 같지가 않다. 이후에 무리가 따르더라도 단기간에 성장을 이뤄내고 자기는 빠지면 된다.

지금 사장은 딱히 강하게 드러나는 형태는 없지만, 사실 최악의 종합예술판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욕심이 많고, 노사관계라든가 이런 것에 대해서 해결점을 끌어낼 만한 능력이 없으면서 굉장히 독선적이다. 욕심과 독선, 무능력이 종합적으로 내재되어 있는 게 지금 존 와일리 사장이 아닌가 생각된다.

지금 남아있는 이슈가 매각합의서에 들어갈 고용보장 기간의 문제인데, 6개월 정도 차이밖에 없기 때문에 큰 문제도 안 된다. 그 기간에 경영상의 사유가 있다 하더라도 고용보장 한다는 부분과 노동조합의 승계라든가 단협승계, 임금저하 금지, 그리고 희망퇴직을 한다면 서로 절충하고 합의할 수 있는 정도, 사실 이 정도면 되는 거다.

현금보유가 2조가 넘어가고 매년 2,600억씩 세후 이익을 낳는 회사에서 그 정도면 큰 문제가 아니다. 그런데 너무 비싼 값에 매각하려고 하다가 여기까지 온 것이다. 외국계 기업이라도 형식적으로는 모든 권한은 현지 법인 대표인 한국 사장이 가지고 있는 게 맞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 사장은 이건 승인을 받아야 된다고 하고, 그룹에서는 모든 권한은 한국에 다 있다고 하면서 서로 떠넘긴다. 그러면서 욕심은 많고 권한과 능력은 없는 그런 상태가 109일까지 오게 한 것이다.

사회 그런 사용자들에 맞서 오늘까지 100일, 200일 넘게 투쟁하고 있는데, 장기투쟁이 되면 조합원들에게 힘든 점도 있지 않나? 그런 부분은 어떻게 꾸려나가고 있는가?

이기철 파업에 들어간 이후에 여러 가지 고비가 있었다. 회사가 급여를 가지고 공격해서 한 달 한 달 넘어갈 때마다 고비는 계속됐다. 중간에 많지는 않지만 815명에서 70명 정도 탈퇴를 했을 때 오는 정신적인 충격과 그것을 이겨내야 하는 부분도 있었다.

시간이 지날수록 사회적인 가치, 스스로 무엇 때문에 싸우고 있는가에 대한 자정능력이 생겨나는 것 같다. 여전히 경제적인 문제 때문에 갈등하고 하는 것도 사실이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승리해야 하겠구나, 꼭 이겨야 하겠구나. 이런 부분들이 더 강해진 것 같다.

처음에 조합원 1인당 110만 원씩 투쟁기금을 걷고 시작했다. 또 협정근무자가 63명이 있는데 협정근무자들도 임금이 들어오면 다 반납하기로 만장일치로 결의하고 시작했다. 안에서 근무하는 협정근무자나 밖에서 투쟁하는 대오 모두 똑같이 내가 던질 것은 던지고 투쟁한다는 한 마음으로 여기까지 왔다.

경제적인 어려움 속에서도 여기까지 올 수 있었던 것은 우리 조합원들의 헌신이 있었기 때문인 것 같다. 가슴 아픈 사연들이 굉장히 많이 생겼는데 그러면서도 같이 손잡고 꼭 이기자고 하는 걸 보면 우리 조합원들도 많이 느끼고 생각했던 것 같다.

그래도 우리 조합원들이 자정능력이 있는 것 같다. 어려움이 있어도 스스로 해답을 찾아나가더라. 조장들도 정말 헌신적이다. 파업을 통해서 씨줄날줄이 자연스럽게 형성된 것 같다. 누구 한 명이 잘나서가 아니라 어려운 상황에서 조합원들의 자정능력이 발휘된 것 같다.

김호열 자랑할 게 너무 많다. 일단 6개월을 버텼다는 것이다. 6개월은 강압이나 압력으로 버틸 수 있는 기간이 아니다. 일부 강경파만 그런 게 아니라 전체가 그렇다. 다양한 특성을 가지고 있고, 나이도 적게는 21살부터 많게는 55세까지 있는데, 이탈 없이 모두가 같은 목적을 가지고 인내하고 확신을 가지고 6개월을 싸웠다는 것이 너무 자랑스럽고 놀랍다.

상대가 세니까 더 센지도 모르겠다. 정말로 이례적일 정도로 특별한 투쟁의지와 단결력이라고 자랑하고 싶다. 그 과정 속에서 자기 정화능력도 발휘됐다. 스스로 정리해 가면서 6개월을 같이 왔다는 것은 어디를 가도 자랑할 수 있는 우리 조직의 역량이고 문화다.

스스로 토론과정을 거치면서 좀 더 강하고 센 사람이 보듬어주고, 약한 사람은 폐를 끼치지 않겠다는, 짐이 되지 않겠다는 의지를 가지고 서로 조절한다. 참 놀랍다.

▲ 골든브릿지지부 파업 200일 승리 결의대회 ⓒ 봉재석 기자 jsbong@laborplus.co.kr
사회 서로가 서로를 보면서 느끼는 점이 많을 텐데 서로에게 덕담 좀 해 달라.

이기철 김호열 지부장과 간부들이 정말 힘들었을 거다. 숨 막힘이 심장을 죌 텐데, 200일 넘도록 견고하게 잘 왔다. 아무리 어려운 상황이라 하더라도 금융권의 노동자들이 한 달 이상 파업하기가 쉽지 않다. 금융권에서 200일 넘게 파업을 했다는 것은 대단하고 존경해도 되는 일이다.

그만큼 반드시 이겨야 한다. 요 근래에는 좋은 소식도 조금씩 들려오기 시작하는 것 같은데, ING생명지부 조합원들과 함께 항상 응원하고 있다. 어느 한 쪽이 먼저 끝나더라도 나머지 한 쪽이 끝날 때까지 전적으로 붙어서 서로 지원하고 같이 싸우자.

김호열 우리는 90명이 파업하는데도 사실 쉽지 않았고 지금도 여전히 힘들다. 그런데 700 대오, 천 명 가까운 대오로 파업을 결정하고 큰 이탈 없이 지금까지 끌어 온다는 건 정말 이례적이다. 지부장의 리더십, 지부장에 대한 신뢰가 없었으면 이건 불가능한 것이다. 또 협정근로자들이 파업기간 중에 임금 전액을 조합 투쟁기금으로 내는 건 듣다듣다 처음 들어봤다. 정말 엄청난 조직력이다.

조합원들이 투쟁현장에 연대하러 돌아다니는데 ING 동지들의 마인드가 정말 건전하고 바르다. ING생명이 단기간에 성장할 수 있었던 건 단순히 브랜드의 힘이 아니라, 건강하고 자존심 있고 의식 있는 노동을 해왔던 ING 노동자들의 힘이라는 걸 확연히 느낀다.

사회 두 지부가 서로 연대를 많이 하는데 서로가 서로에 대해 갖는 신뢰감도 클 것 같다.

이기철 신뢰감이 굉장히 크다. 골든브릿지지부에서 뭘 한다고 하면 뭐든 이해하고 연대하겠다는 마음가짐이다.

김호열 한 쪽이 먼저 끝나더라도 다른 한 쪽이 끝날 때까지 전적으로 함께하자는 약속은 여전히 유효하다 조합원들이 느끼는 신뢰도 당연한 것이다. 마음에 드는 ING조합원들이 있으면 메모를 해둔다. 파업 끝나면 소개팅이라도 해서 소개시켜주려고. 좋은 일로 아주 행복하게 하는 것은 아니지만 어쨌든 그렇게 서로에게 의지하는 게 생각보다 크다.

이기철 우리 조합원들이 골든브릿지지부 조합원들을 굉장히 좋아한다. 남성 동지들은 건전하고 여성 동지들은 심성이 곱다. 끝나면 서로 다시 같이할 자리를 꼭 한 번 마련하자.

▲ ING생명지부 파업 100일 문화제 ⓒ 봉재석 기자 jsbong@laborplus.co.kr
사회 100일 집회, 200일 집회에도 가서 봤지만 파업을 오래한 조합원들이 굉장히 밝다. 조합원을 책임지는 지부장들의 각오와 서로에 대한 격려로 오늘 좌담을 마쳤으면 한다.

이기철 지금까지도 굉장히 잘 끌어왔다. 지금 어느 정도 반전이 보이기 시작하는 건 지금까지 싸워왔던 김호열 지부장과 골든브릿지지부 조합원 동지들의 힘에 의해서 생긴 거다. 그 힘으로 간다면 꼭 이길 거라고 생각한다. 긴장 놓치지 말고 승리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팍팍 불어넣어주고 싶다.

조합이 이어져가야 하고 그것을 통해서 조합원들이 지켜질 수 있어야 한다. 그 과정에서 너무 과한 욕심은 화를 부른다. 회사도 노동조합도 마찬가지다. 과연 승리의 관점이 무엇인지, 우리가 이긴다 하더라도 지나친 욕심이 아니라 조직적 관점과 승리할 수 있다는 관점에서 정리돼야만, 조직이 지속될 수 있는 것이다.

김호열 자본과 노동의 힘의 균형은 항상 깨질 수밖에 없다. 단칼싸움이라는, 단판승부라는 생각을 버려야겠다. 싸움은 지속되는 것이고 이기거나 질 수도 있다. 이기든 지든 장기적으로 싸움은 지속되어야 한다. 파업 이후에 이어질 전투가 오히려 더 긴장감 있게 노동조합 조직을 유지해야 할 중요한 이유다. 그게 앞으로 방점을 찍어야할 부분이다.

누구보다도 사전적으로 한계를 짓지 않고 싸워온 게 이기철 동지다. 그래서 ING생명지부는 확실히 승산이 높을 것 같다. 그 규모에, 그 많은 사람이, 그리고 안팎에 있는 사람이 같은 생각으로 100일을 왔다. 그 의지가 너무나 확고하다. 승리할 수 있다는 희망을 ING생명지부 동지들로부터 우리 조합원들이 보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반드시 승리할 것이다.

사회 준비된 좌담은 여기까지 하겠다. 못다 한 이야기는 이후 투쟁의 과정에서 확인할 수 있기를 바란다. 서로에 대한 동지애가 더욱 공고해지기를 바란다. 수고하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