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정 교원 확보, 교육 혁신의 물리적 토대
법정 교원 확보, 교육 혁신의 물리적 토대
  • 박석모 기자
  • 승인 2013.02.07 11:22
  • 수정 0000.00.00 00: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지난 시기, 목소리 내야 할 때 전교조는 없었다
전교조 법외노조화? 부당해직 교사부터 복직시켜야
[인터뷰 1] 김정훈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위원장

대선이 막바지로 치닫던 지난해 12월 16일, 국민의 관심이 집중된 TV토론에서 당시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는 전교조를 가리켜 “이념교육, 시국선언, 민노당 불법 가입 등으로 학교 현장을 혼란에 빠뜨렸다”고 공격했다. 그런 박근혜 후보가 18대 대통령으로 당선됐다. 향후 출범할 박근혜 정부가 전교조를 어떻게 대할지 충분히 짐작이 가는 대목이다.

전교조 16대 임원선거는 대선보다 열흘 남짓 앞서 치러졌다. 이 선거에서는 ‘교육운동 전망을 찾는 사람들(교찾사)’ 출신의 김정훈 후보가 내리 세 번 위원장을 배출한 ‘참교육실천연대(참실련)’ 후보를 누르고 당선됐다. 지난 1월부터 임기를 시작한 김정훈 위원장을 만나 향후 전교조를 어떻게 이끌어갈지 구상을 들어봤다.

ⓒ 봉재석 기자 jsbong@laborplus.co.kr
전교조 활력부터 찾겠다

16대 위원장으로 임기를 시작했는데 소감과 각오를 듣고 싶다.

“그동안 전교조가 정권으로부터 많은 탄압을 받았는데, 앞으로도 순탄치 않을 수 있어 걱정이다. 그동안 전교조가 경쟁교육의 폐해를 극복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였지만 실제로 이뤄낸 것은 많지 않다. 일단 아이들을 살리는 일, 학교가 제대로 된 교육공동체로서 기능하게 하는 일이 최우선 과제라고 생각한다. 학교를 살리고 아이를 살리는 일이라면, 그리고 선생님들과 함께 민주적인 공동체를 만드는 일이라면 어떤 어려움도 마다하지 않고 일을 할 생각이다.”

지난 집행부를 평가해 달라.

“15대 집행부의 잘한 점이라고 한다면, 풀뿌리 교육 자치를 위한 세밀한 노력을 꾸준히 전개해왔다는 점을 들 수 있다. 견해에 따라서 다를 수는 있겠지만 혁신학교 운동을 통해 학교혁신의 필요성을 학교 현장에서 느낄 수 있도록 하는 운동을 전개해왔다는 점은 긍정적으로 평가할 수 있겠다.

미흡했다고 생각하는 부분은 전교조가 제대로 목소리를 내야 될 때 제대로 된 목소리를 내지 못했다는 점이다. 일제고사나 교육 과정 왜곡, 그리고 교원평가가 현실적으로 교단을 분열시키고 있을 때와 같은 시기에 전교조가 목소리를 내준다는 것은 매우 중요한 문제다. 그 시기마다 제대로 목소리를 내지 못했다. 또 그에 따른 교사들의 요구를 끌어안을 수 있는 사업을 제대로 배치하지 못했다는 게 크나큰 잘못이다. 아울러서 15대 집행부 초반부터 여러 전교조 활동가들이 주장했던 게 교원의 법정 정원 확보, 학급 당 학생 수 감축 문제를 주요 의제로 제기하자는 것이었다. 그마저도 2년 동안 주요 의제화 하는 데 실패했고, 여러 사안 중에 하나로 끼워 넣는 데 불과했다.”

전교조의 변화를 강조했다.

“10년 전 상황에 비해서 전교조는 매우 어려운 상황이 놓여 있다. 커다란 의제를 갖고 하는 큰 변화보다는 전교조 조직이 활력을 되찾는 일이 변화의 시작이라고 생각한다. 전교조의 활력을 되찾겠다. 그리고 학교 현장이 부응하는 사업을 전개하겠다. 학교 현장의 요구는 교사뿐만 아니라 학생, 학부모의 요구도 함께 담겨 있다. 사업을 전개하는 방식은 당당하게, 당당하지만 신중하게, 싸워야 될 부분에서는 반드시 싸우겠다는 노동조합의 투쟁의 기풍을 살려내겠다.”

전교조답게 활동하면 조합원 늘 것

전교조 법외노조화의 우려가 있다.

“전교조에 대한 규약 시정명령이다. 전교조에서 해직교사가 나오는 데에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다. 대부분 부당하게 해고되는데, 해고된 조합원을 조합원으로 인정하지 말라고 노동부가 규약 시정명령을 내리고 있다. 그런데 어느 노동조합이 해고된 동지를 조합원으로 인정하지 않겠다고 선언할 수 있겠는가. 노동부와 교과부의 요구 자체가 부당한 것이다. 이에 대해서는 원칙적으로 대응할 수밖에 없다는 게 전교조 입장이다.

해직교사가 양산된 게 이명박 정권 아래서인데, 국민이라면 누구나 가질 수 있는 표현의 자유를 행사한 시국선언 때문이었다. 시국선언의 내용이라야 언론·출판·결사의 자유를 달라는 것밖에 없었다. 헌법에 보장된 권리를 보장하라는 거다. OECD 대부분 국가에서 교사들도 정당을 후원한다. 정당 후원 몇 만 원씩 했다고 해서 그 자리에서 쫓아냈다. 그러면서 들고 나온 게 규약 시정명령인데, 시정명령을 안 들으면 법외노조화 하겠다고 한다. 이게 이명박 정권 아래에서 있었던 일이다.

새롭게 출범할 박근혜 대통령은 이명박 정권이 잘못했던 일에 대해 일부라도 시정하거나 털고 가려 노력해야 한다. 이명박 정권에 의해서 부당하게 탄압받았던 해직교사들 또는 법적 제재를 받았던 교사들에 대한 사면복권과 복직이 이명박 정부와는 달리 대통합을 외치는 박근혜 정부의 첫 번째 할 일이라고 생각한다. 법외노조를 거론할 때가 아니라는 거다. 전교조가 법외노조가 된다는 것은 전교조 해체하라는 이야기와 같다. 만약에 그리한다면 전체 민중운동의 저항에 직면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조합원 수를 보면 6만 명 조금 넘는 정도다. 10만 명 가까웠는데 위축된 상황이다.

“전교조가 합법화되기 전 조합원 수가 만 명 정도 됐을 거다. 실제로 조합원임을 밝히기 어려운 분들, 후원 교사가 2~3만 명 있었다. 그걸 기반으로 해서 99년 합법화됐을 때 전교조가 법내노조로 출범했다. 출범할 때 한 5~6만 명 됐던 걸로 기억한다. 그게 2004년경 최고치에 올라서 9만 6천까지 됐다. 그래서 그때 10만 조합원이라고 이야기했다.

조합원 수가 급격히 감소한 건 2007년부터인데, 완전히 급감한 건 이명박 정권 들어서다. 급감한 원인은 두 가지다. 첫 번째 정권의 탄압이 계속 심해졌다. 일단 두려움이 앞서는 것은 사실이다. 두 번째 그동안 전교조가 탄압이 왔을 때, 조합원들이 투쟁을 원할 때 적절하게 전교조가 살아 있다는 모습을 못 보여준 측면도 조합원 감소의 한 축이라고 생각한다. 조합원 대중 전체가 참여하지 못할 때 지도부가 앞에서 치고 나가는 투쟁이라도 보여줬다면 이렇게 급격한 조합원의 감소는 없었을 거라고 생각한다.

현재 진행되고 있는 조합원 감소를 멈추는 게 우선이다. 그게 조직 확대의 출발점이라고 생각한다. 전교조다우면 조합원이 증가하리라 생각한다. 정부를 상대로 한 단체교섭을 복원하고, 법정 정원 확보를 우선적으로 주장하겠다. 교육과정 정상화와 교원 업무 정상화가 그 다음이다. 이런 과제들은 투쟁적인 요구가 아니다. 상식적인 요구를 가지고 교섭 테이블에 나서겠다.

대정부 교섭 테이블 말고도 16개 시도에서 공동교섭 의제를 가지고 공동교섭에 들어갈 예정이다. 이명박 정권 5년 동안 각 시도의 교섭마저 정지해 있었다. 이러한 부분이 활성화 되면 교사들 피부에 와 닿는 일들이 진행이 될 거다. 그 속에서 조직의 확대가 자연스럽게 일어날 거라고 생각한다.

신뢰받는 지도부가 조직 확대를 이끌어간다. 정말로 공교육을 바로 세우기 위해서 싸움이 필요한 시기이고, 조합원이 요구할 때, 지도부가 그 책임을 회피하지 않고 조합원들에게 믿음직한 전교조의 모습을 보여주는 게 조직의 확대의 길이다.”

ⓒ 봉재석 기자 jsbong@laborplus.co.kr
전교조는 노조이면서 교육운동의 주체이기도 하다.

“밖에서 전교조가 노조니까 노조이기주의니 어쩌니 하는 이야기들이 나온다. 하지만 전교조는 조합원의 임금인상 투쟁을 한 번도 해본 적이 없다. 전교조는 지금까지 모두 교육운동 측면에서 이슈를 제기해왔다. 흔히 이렇게 생각한다. 성과급 반대 투쟁하고, 교원 평가 반대 투쟁한 것은 소위 말해서 노조로서의 역할이 아니냐. 물론 노조의 역할 맞다. 그런데 성과급 같은 경우에 성과급을 안 받겠다는 거였다. A, B, C 등급 나눠서 성과급을 주는 건, 교사들에게 등급을 매기면 A 등급 교사는 A 등급 학생들만 가르쳐야 한다는 결론이 나오기 때문에 교육적으로 모순이 있는 거다. 사실상 성과급 투쟁한 건 교사 이기주의의 문제가 아니라 교육 구조의 문제를 제기한 거다.

교원 평가 역시 마찬가지다. 둘을 제외하면 지금까지 해왔던 일들은 모두가 교육 환경을 근본적으로 개선하기 위한 노력이었기 때문에 사실 교육운동 차원에서 제기됐던 문제다. 다만 ‘노조로서’라고 하는 건, 노조적 가치 위에서 교육 의제들을 해결해 나가겠다는 거다. 이게 분리된 게 아니라 한 몸이라고 생각한다.”

교권붕괴가 학생인권조례 때문? 천만에!

교권이 무너졌다는 이야기가 심심찮다. 일부에서 진보교육감의 인권조례 추진으로 처벌이나 통제를 못한다고 한다.

“학생인권조례가 아니더라도 현행법상 체벌은 불가능하다. 직접 체벌을 가하면 현행법으로도 얼마든지 고소고발 당할 수 있고 형사적 처벌을 받을 수도 있다. 학생인권조례 때문에 체벌을 할 수 없었고, 체벌을 할 수 없었기 때문에 교권이 무너졌다는 이야기는 보수 논리가 만들어 낸 허구에 불과하다. 다만 교권이 심각하게 훼손당하거나 위협받고 있는 건 현실이다. 무엇 때문에 교권이 무너졌고 누가 교권을 무너뜨렸는가에 대해서는 생각을 해봐야 한다.

먼저 학교 교실 안에서 수업이 진행되지 못할 정도로 방해하는 학생은 인권을 주장하는 게 문제가 아니라 그 수업을 방해한 잘못을 저지른 것이다. 그 잘못에 대한 응분의 책임을 지도록 하는 제도가 정착돼야 한다.

학생들에 의한 교권 침해보다 더 심각한 건 교육 관료에 의한 교권 침해다. 정권에 의한 교권 침해, 그리고 일부 학부모에 의한 교권 침해가 매우 심각한 상태에 있다. 교사를 인정하지 않는 교권 경시 풍토가 학생들에게 영향을 미친 건 아닌지, 되묻고 싶다.

이걸 해결하는 방법은 사회 인식의 변화에 있다. 교권 보장을 위한 몇 가지 제도적인 뒷받침이 있어야겠다. 워낙 무너져 있기 때문에 법적인 뒷받침도 필요하다. 교권 확립을 위해서라면 교총과도 협력할 수 있다.

제도적 뒷받침도 필요하겠지만 중요한 것은 학교가 교육공동체로서 기능해야 한다는 거다. 협력의 교육 공동체, 즉 학생과 교사 사이에 스스럼이 없다면 교실 안에서의 학생과 교사 간의 갈등관계는 생기지 않는다.

ⓒ 봉재석 기자 jsbong@laborplus.co.kr
협력적 관계를 맺을 수 있으려면 물리적 토대가 필요한데, 학급당 학생 수가 줄어야 한다는 것이다. 대규모 학교가 중소규모로 축소돼야 한다. 선생님 한 분이 맡는 학생 수가 줄어야 한다. 법정 교원 확보가 이루어졌을 때 아이들과 선생님의 대화가 많아지고, 대화가 많을수록 교사와 학생 사이의 갈등 관계, 학생에 의한 부당한 폭력이나 수업 방해가 사라진다. 작은 학교, 한 학급에 15명이 있는 학교에서 학교 폭력이 일어나는 일, 아예 없다.

학생인권조례가 아이들의 책임을 면하게 하자는 게 아니다. 자신들의 인권이 소중함을 알게 하는 것은 동시에 나의 인권이 소중한 만큼 다른 사람의 인권도 소중하다는 걸 제대로 교육하자는 거다. 오해하는 것처럼 애들 인권만 보장하자는 건 아니다. 학생인권이 특별히 열악하기 때문에 그것을 제대로 강조해주는 것뿐이다. 제대로 된 학생인권교육이라면 너의 인권이 소중한 만큼 선생님의 인권도 소중하고 서로 존중해야 한다고 가르치는 거다. 이 부분과 교권은 별개다.”

공교육이 무너진 지 오래다.

“첫 번째로는 교육의 물리적 토대가 튼튼해져야 한다. 물리적 토대라고 하는 것은 건물을 잘 짓는 것도 필요하지만, 학생 환경이 가장 중요한 척도인 학급 당 학생 수 축소다.

두 번째는 사회의 계급적 불평등이 교육적 불평등으로 악순환 되는 사회로 이미 접어들었다. 90년대 중반부터 이 현상이 심화되기 시작해서 2000년대에 들어 완전히 심화된 채 굴러가는 형태다. 굳이 전교조가 말하지 않아도 대다수가 이젠 몸으로 느끼리라 생각한다. 기회의 평등이 한 날 한 시에 시험 볼 수 있는 평등을 의미하는 건 아니다. 입학시기만 똑같다고 기회의 평등, 기회의 균등이라고 이야기하지 않는다. 부모의 사회 경제적 여건 등 다른 부분까지 맞춰주고 출발선에 서게 하는 게 진정한 교육 기회의 균등이라고 생각한다.

교육 기회의 균등을 만들어 내기 위해서는 대학 입시 경쟁 체제를 변화시켜야 한다고 본다. 그런 의미에서 전교조는 중장기적 교육 혁신 과제로서 입시 폐지, 대학 평준화 운동을 꾸준히 펼쳐 나갈 것이다.

입시 폐지로 입시 경쟁체제가 해소되면 사교육 열풍은 당연히 줄어들 거고, 부모의 경제적 능력에 의한 차별이 존재하지 않게 되는 거다. 다음으로 대학까지 무상교육이 이뤄져야 한다. 박근혜 당선인이 고등학교까지 의무교육 하겠다고 했다. 현재 대한민국의 경제적 조건이라면 대학까지 무상교육도 가능하다. 대학까지 무상교육이 된다면 부모의 사회경제적 차이에 의한 차별이 발생하지 않는다. 이 두 가지 운동을 전 국민적인 교육 의제로 꾸준히 제기하면 멀지 않은 장래에 국립대 통합 네트워크 등도 되지 않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