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에서 한양으로 떠나는 시간여행
서울에서 한양으로 떠나는 시간여행
  • 전재훈 기자
  • 승인 2013.03.05 09: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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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목 따라 걷는 북촌의 8경
겨울 보내고 봄을 맞는 북촌
[골목예찬]
북촌 한옥마을

서울 북촌에 가면 한옥의 아름다움과 골목의 운치를 느낄 수 있는 북촌 8경이 있다. 북촌은 경복궁과 창덕궁 사이에 위치한 조선시대 양반들이 거주했던 유서 깊은 지역이다. 조선시대의 한양으로 시간여행을 하듯 북촌 8경을 따라서 걸었다.

 ⓒ 봉재석 기자 jsbong@laborplus.co.kr

북촌 1경은 창덕궁이다. 궁궐들이 담장 너머로 수줍게 이마를 내밀고 있다. 조선시대 백성들의 눈높이에서 보는 창덕궁의 담은 높고 멀게만 느껴졌을 것이다. 하지만 이제 창덕궁 일대는 북촌에서 빼놓을 수 없는 관광명소로 자리 잡았다.

창덕궁의 돌담길은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라면 더없이 좋을 길이다. 돌담길의 운치를 느끼며 걷다보면 북촌 2경인 원서동 공방길에 도착한다. 북촌에서는 전통 연이나 궁중음식 등 다양한 체험을 할 수 있다. 공방에서 옛 문화를 체험하는 것은 시간여행의 재미를 더해줄 것이다.
 

ⓒ 봉재석 기자 jsbong@laborplus.co.kr

3경에 가면 본격적으로 ‘한옥마을에 왔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소박함과 세련됨이 어우러진 한옥 골목이다. 연인이나 친구끼리 거리를 찾은 이들의 손에 들린 카메라에서는 쉴 새 없이 셔터 소리가 들린다. 골목을 나와 북촌마을을 가로지르는 도로를 건너면 약국이 나오고, 그 안쪽에 멋스러운 회나무가 서 있다. 언제부터 이곳에서 자랐는지는 모르지만 북촌의 역사와 자부심을 말해 주는 듯하다. 이 나무를 기준으로 갈림길이 있는데 왼쪽으로 가면 4경, 오른쪽으로 가면 5경과 6경이다. 왼쪽 길 위를 따라 올라가니 가회동 31번지 일대를 한눈에 볼 수 있다. 하얀 눈을 이고 있는 지붕들과 굽이굽이 이어진 골목이 시간을 제자리에 붙잡아 둔 듯하다.

ⓒ 봉재석 기자 jsbong@laborplus.co.kr

5경과 6경은 하나다. 같은 길을 밑에서 보는 것이 5경, 위에서 보는 것이 6경이다. 여기는 북촌에서 한옥의 경관과 흔적이 가장 많이 남아 있어 관광객들로 북적이는 곳이기도 하다. 이곳의 연인들은 뭐가 그리 좋은지 팔짱을 꼭 끼고 셀카 삼매경이다. 친구들끼리 온 무리도 서로 돌아가며 사진에 추억을 담는다.

7경은 6경 바로 옆 골목이다. 북촌 5경과 6경이 많은 방문객들에게 사랑받는 골목이라면 7경은 소박한 편이다. 하지만 한옥들은 더 고풍스러워 보인다. 이 댁엔 과연 누가 살고 있을지 궁금해진다. 선비들이 안에서 경서를 읊조리고 있을 법한 외관이다.

화개 1길을 따라 쭉 올라가다 보면 마지막 8경, 삼청동 돌계단 길이 나온다. 왼쪽으로는 경복궁이, 앞쪽으로는 북악산 절경이, 오른쪽으로는 한옥들이 감싸고 있어 한 폭의 동양화 안에 들어와 있는 기분이다.

옛적엔 평범한 마을이었겠지만 이제는 찾아보기 힘든 한옥마을에는 선조들이 걸어온 흔적이 배어있다. 그 마을 골목마다 내 발자국을 남기며 옛 시대로 시간여행을 하다보면 마음이 편안해진다. 

 ⓒ 봉재석 기자 jsbong@laborplus.co.kr

골목에서 만난 봄

겨울이 가는 끝자락은 봄의 시작이기도 하다. 기와지붕 위에 눈이 녹아 처마 끝에서 물이 떨어지고 화단의 눈이 녹아 민들레가 피어난다. 덩달아 내 마음 속 얼었던 눈도 녹는다. 그곳에서 사랑을 일깨우는 봄이 문을 두들긴다.

ⓒ 봉재석 기자 jsbong@laborplus.co.kr

예부터 봄은 만물이 소생하는 계절이라고 해서 봄을 맞이할 때는 항상 복을 기원했다. 봄을 맞는 북촌의 대문에도 ‘입춘대길 건양다경(봄이 시작되니 크게 길하고 경사스러운 일이 많이 생기길 기원한다)’ 이라고 크게 써 붙여놓았다.

유난히 추웠던 올 겨울은 견디기 힘들었다. 동장군이 휘두르는 칼바람은 가슴 속 깊은 곳까지 시리게 했다. 하지만 겨울은 가고 봄은 반드시 온다. 이러한 자연의 이치는 어쩌면 힘든 시간 뒤에 다시 웃을 수 있는 날이 꼭 온다는 세상의 이치와도 같지 않을까.

ⓒ 봉재석 기자 jsbong@laborplus.co.kr

고드름이 맺힌 겨울 나뭇가지의 쓸쓸함은 사라지고 봄의 초록이 찾아올 거다. 나에게도, 당신에게도, 북촌 골목에도 봄이 오고 있다.

ⓒ 봉재석 기자 jsbong@laborplu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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