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드시 현장 돌아가겠다는 의지 담아 집단삭발
[인터뷰 2] 정보훈 공무원노조 희생자원상회복투쟁위원장
언제부턴가 여의도 산업은행 앞은 투쟁하는 노동자들의 농성장이 되고 있다. 지금도 산업은행 앞에는 두 동의 농성 천막이 설치돼 있다. 한 동은 현대차 비정규직지회를 비롯한 투쟁사업장 노동자들의 농성장이고 다른 한 동은 전국공무원노조 희생자원상회복투쟁위원회(회복투)의 농성장이다.
제18대 대통령 취임식을 20일 앞두고 있던 지난 2월 5일, 넉 달째 농성을 진행하고 있는 회복투 농성장을 찾아 정보훈 회복투 위원장을 만났다. 정 위원장을 인터뷰하러 간 날, 농성천막을 자진 철거하라는 계고장을 들고 농성장을 방문한 영등포구청 공무원들을 만났다. 해직자와 현직 공무원으로 갈린 그들의 사이만큼, 서로의 입장도 확연히 달랐다.
충북 청주시청에 근무하다 해직된 정보훈 위원장은 회복투 위원장을 맡고 난 이후 거의 집에도 들어가지 못한 채 해직자들의 원상회복을 위해 백방으로 뛰고 있다. 민족의 명절이라는 설에도 정 위원장은 박철진 회복투 집행위원장과 함께 농성천막을 지켰다.
“12월 19일 개표방송을 보면서 실망을 안 할 수 없었다. 하지만 선거는 선거일 뿐이다. 우리가 정권에 붙어서 뭘 하려고 하는 노조는 아니다. 조금 어렵게 가겠구나 생각할 뿐이다.”
김중남 위원장이 16일간 단식농성을 하다 쓰러져도 인수위에서는 아무런 반응도 없다.
“박근혜 당선인이 이명박 정부처럼 노동계를 그렇게까지 탄압하지는 않을 거라고 보고 있다. 대통합한다고 했고 국민과 소통한다고 이야기했기 때문에 한 번 믿어볼 수밖에 없지 않나. 전국공무원노조와 관련해서는 민주통합당과의 3자 회동을 통해서 해결하려 하고 있는데 거기에 기대를 걸어볼 수도 있을 것이다.
전국공무원노조는 지금까지 해왔던 대로 깨끗하고 부정부패 없는 공직사회, 국민을 위해 봉사할 수 있는 노동조합을 계속 이어가려 하고 있다. 공무원노조 지부가 있는 지자체들에서는 공무원들이나 단체장들의 부조리가 좀 덜하다. 설립신고가 돼서 공무원노조가 합법화된다면 그동안의 잘못된 관행을 없애고, 공무원으로 인해 국민의 삶의 질이 높아질 수 있도록 공무원노조가 활동할 수 있을 것이다.”
현재 137명의 해직자들은 어떤 상태인가?
“10년 동안 해직생활을 하면서 개인적으로나 가정적으로 안 좋아진 사람도 많이 생겼고, 정신적으로 불안정하거나 암으로 고생하고 있는 사람도 있다. 137명 중 온전하게 생활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 초등학교 다니는 자녀들이 아빠 직업이 뭐냐고 물어봤을 때 노동조합 활동 한다고 하면, 아이들은 노동조합이 뭔지 모른다. 또 자녀 혼사로 상견례 하는 과정에서도 공무원이라면 자신감을 가질 수 있을 텐데, 직업이 뭐냐고 물어봐도 ‘나 공무원 생활하다 해직됐다’고 떳떳하게 이야기할 수 없다.
해직자 평균 나이가 52~53세다. 현장으로 돌아가도 3~4년이면 퇴직하게 된다. 퇴직을 앞둔 사람들은 연금이 없기 때문에 미래에 대한 불안감이 상존해 있다. 빨리 해직자 문제가 해결돼서 얼마 남지 않은 공무원 생활을 국민들과 함께 할 수 있었으면 한다.”
지난 18대 국회 때 ‘공무원 해직자 원상회복을 위한 특별법’이 발의됐다가 회기가 종료되면서 자동 폐기됐다. 법안과 관련한 향후 계획은?
“18대 때 특별법이 상정되지 못하고 폐기됐다. 지난해 19대 국회가 열린 후 7월 12일에 특별법을 다시 발의했다. 현재 행정안전위원회 법안심사소위원회에 올라가 있는 상태다. 오늘(2월 5일) 반드시 현장으로 돌아가겠다는 마음을 담아 전 간부 결의대회가 열린다. 2월 임시국회에서 우리 문제를 가지고 특별법이 다뤄지게 될 예정이다.”
조직의 입장에 따라 삭발을 했는데?
“전국공무원노조 초창기에는 삭발을 많이 했다. 오랜만에 삭발했는데 약자가 자신의 의견을 표현할 수 있는 방법 중 하나라고 보면 될 것 같다. 삭발을 오랜만에 하니까 ‘멋있다’, ‘당당해서 좋다’는 등 평가는 굉장히 긍정적으로 나오고 있다.”
1월 19일 서울시청광장에서 열린 결의대회에서 정보훈 회복투 위원장을 포함한 전국공무원노조 임원들이 먼저 삭발을 했다. 이어서 2월 5일, 정 위원장 인터뷰 이후 열린 전 간부 결의대회에서 각 본부장들과 회복투 성원 100여 명이 집단으로 삭발했다.
회복투 성원들과 현직 조합원들의 인식에 차이가 있는가?
“초창기에 선두에 섰던 사람들이 거의 해직됐다. 조합원들과 지부 간부들 간에도 차이가 있고, 해직자와 현재 지도부와도 괴리감이 있다. 10년 넘게 직장에서 나와 있다 보니까 자기 지부에 가도 조합원들이 많이 바뀌어 누군지도 모르는 상황이 됐다.
앞장섰던 사람들은 더 앞으로 가려고 하는데 밑에서는 받쳐주지 못한다. 아직 법외노조여서 신분상 불안하기도 하고, 잘못하면 이걸로 인해 징계 먹는다고 생각한다. 때로는 해직자들이 너무 심하게 싸워 현직 조합원들이 ‘어? 저러면 안 되는데’ 할 때도 있다.
조합원들의 의식화 수준에 비해 지도부와 회복투는 높은 수준에서 활동을 하다 보니까 거리가 많이 벌어져 있다. 그래서 투쟁이 힘든 곳에는 회복투가 가서 많은 싸움을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