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험부담 큰 메가뱅크, 꼭 필요한가 의심된다
위험부담 큰 메가뱅크, 꼭 필요한가 의심된다
  • 박종훈 기자
  • 승인 2013.04.02 17:02
  • 수정 0000.00.00 00: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성과와 규제 동시에 강요…어느 장단에 춤을 추나?
매각 방식 다각화로 위험 줄여야
[인터뷰 2] 임혁 금융노조 우리은행지부 위원장

새 정부의 주요 인선이 마무리되는 가운데, 시시때때로 민영화를 둘러싼 잡음에 시달려 왔던 우리은행지부의 촉각이 곤두서 있다. 찬반양론이 오가고 있는 메가뱅크 설이 회자될 때마다 우리은행을 포함한 우리금융지주 전체는 태풍의 중심에 서 있었다.3년 임기 중 마지막 1년을 남긴 임혁 우리은행지부 위원장에게 최근 내외 환경변화에 대한 입장과 노동조합이 주장하는 바에 대해 들었다.

ⓒ 참여와혁신 포토DB
우리금융지주의 민영화와 관련된 이슈가 지속되고 있는 와중에, 새 정부의 인선 조각이 마무리되고 있다. 지부 차원에서도 관심을 기울이고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관치, 정치 말이 많지만, 금융산업은 민의가 중심이 돼야 한다. 국민과 괴리돼선 안 된다. 흔히 말하는 소통과 대화, 비전 제시 같은 게 필요하다는 거다. 단편적인 시각에서 이건 되고, 이건 안 된다는 식의 탁상공론에 사로잡혀선 안 된다.정부는 우리금융에 투입된 공적자금을 회수하는 부분에 있어서 세 가지 원칙을 내세우고 있다. 조속한 민영화와 투입된 공적자금 회수의 극대화, 금융산업의 발전과 같은 기조 말이다. 사실 이와 같은 기조 안에서 선택할 수 있는 방법은 많지 않다. 두 가지밖에 없다. 사모펀드에 넘기는 것과 인수합병을 통하는 방법. 잘 알려져 있다시피 사모펀드에 대해서 투기자본이라는 인식이 강하다. 그나마 국내의 사모펀드들은 인수 여력이 없다. 남아 있는 방법은 합병인데, 메가뱅크는 미국발 금융위기처럼 국가 전체의 부도 위기까지 불러일으킨 사태가 있었다. 아이엠에프 사태를 겪었던 경험도 있었고, 과연 국가 경제에 그렇게 큰 리스크를 안고 합병을 해야 할까 하는 의구심이 든다.

새 정권의 슬로건이기도 하지만, 지금은 국민이 행복해야 하는 시대다. 일자리창출은 국민이 행복해지기 위해 꼭 필요하다. 만약에 합병을 하게 되면 구조조정이 필연적일 거다. 실업자가 생기고 가정이 도탄에 빠지는 거다. 우리금융을 인수할 여력이 있다고 얘기되는 KB국민과 합병을 한다고 치자. 그러면 만오천 명이 나가야 되는 거다. 예를 들어 강남만 봐도 KB국민은행과 중복 점포가 150개가 넘는다. 강남의 부동산도 타격을 입는 거다. 은행만큼 임대료를 비싸게 주고 있는 곳이 없으니까. 이렇듯 사회적 영향이나 파장은 이루 말할 수 없다.

그런 부분에 대해서 함부로 접근을 한다는 것은 내가 보기에 과연 경제 철학이나 비전이 있냐는 의심이 든다는 거다. 우리금융 이슈가 12년간 왜 문제인 건가? 물론 노조가 반발을 해 왔던 것도 있지만, 시장이 조성되지 않았다는 거다. 실제로 우리의 금융산업은 굉장히 척박하다. 우물 안 개구리이다.”

지부는 국민주 방식과 함께 블록세일 등 민영화 방법을 다각화해야 한다는 주장을 펴고 있다. 특히 국민주 방식에 대해서 신제윤 금융위원장 내정자가 반대하는 입장을 보였는데, 이에 대해 어떤 생각인가?

“포항제철과 한국전력 등의 사례를 들어 국민주 방식의 매각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이 있는 게 사실이다. 하지만 당시 우리의 증시는 지금보다 굉장히 열악했다. 시장 자체가 규모면에서 작은데다가 서민들의 경제도 어려웠다. 그런 와중에 대량으로 풀린 주식을 다들 매각했던 거다. 나중에 엉뚱한 사람들이 그걸 모아서 부자가 됐던 거다. 지금은 증시가 그때보다 4배나 커졌다. 시가 총액이나 이런 부분에서 보면 20배 이상 커졌다. 당시와 지금의 상황을 동일시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 국민주 방식의 장점은 다양하다. 증권 시장의 수수료를 거둘 수 있는 부분도 있겠고, 서민들의 자긍심 회복에도 도움이 된다. 자사주 매입과 같은 경우만 해도, 자신의 일터에 대한 내부 구성원들의 자부심도 높아질 뿐더러, 회사의 주인이라는 책임의식 때문에 업무에 동기부여도 높아진다. 좋게 생각해 보면 여러 가지 경제활동에 있어서 유리한 점이 많다는 거다.

지부 차원에서 주장하는 것은 정부 지분 57% 전부를 다 국민주 방식으로 매각하자는 얘기도 아니다. 일부만 하자는 거다. 자체 민영화, 올바른 민영화에 대해 의식을 바꾸어야 한다. 매각을 둘러싼 불편한 진실들이 너무나 많다. 특정 집단에 특혜를 준다든지, 향후 자리보전을 위한 담합이 오간다든지, 이런 내용들을 국민들도 많이 알고 있고 의구심을 갖고 있는 상태다. 오얏나무 아래 갓을 고쳐 쓰지 말고, 좀 더 투명하게, 바르게 하자는 거다.”

민영화와 관련된 내용이 또다시 이슈화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조합원들이 느끼는 불안감도 클 것으로 보인다.

“어느 장단에 맞춰서 춤을 춰야할지 난감한 노릇인 거다. 우리금융의 경우는 정부의 눈치를 안 볼 수 없다. 정부 지분 57%를 갖고 있는 예금보험공사의 경우 MOU를 통해서 우리에게 실적을 쌓으라고 요구한다. 자기자본비율(BIS), 자산수익률(ROA), 판매관리비, 일인당 영업조정이익, 무수익여신(NPL) 등 다섯 가지 지표를 들면서 말이다. 국민의 세금이 들어간 은행이니 실적을 쌓으라는 거다.

금융위원회는 정부의 서민금융 정책이나 국가적 차원의 금융정책을 따르라고 요구한다. 그러다보니 부실이 보이거나 사업의 불확실성이 뻔하더라도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나라 정책을 따라 투자를 하는 경우가 생긴다. 금융감독원은 또 어떤가? 지하 경제를 양성화하려는 법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은행원들에게 치명적인 벌칙을 주는 제도로 변질된 금융실명제를 지키라고 한다. 영업은 영업대로 실적을 내야하고, 정부 정책은 정책대로 충실히 따르면서, 금융실명제라는 엄격한 법의 잣대도 들이밀고 있고, 최근에는 고객을 최우선으로 하라는 민원과 관련된 부분까지, 은행원들은 모순적인 사중고 속에서 고통을 받고 있다. 특히나 공적자금을 받았다는 이유로 우리의 경우엔 감사원에서 임금이나 근로조건까지 개입을 하고 있다. 관치의 사슬 속에서 늘 신음하고 있는 게 우리금융인 것이다. 그러다보니 차라리 힘이 있는 사람이 왔으면 하는 바람도 엿보인다.

요즈음의 문화를 살펴보면, 대등합병이라는 개념이 거의 사라졌다. 우리금융과 같은 경우는 매각의 주체가 아니고 객체다. 여기에 따른 조합원들의 불안감도 매우 크다. 서로 동등한 지위에서 서로의 문화를 교환하고 화학적 결합을 이루어 가는 데도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 과거 조흥과 신한의 사례, 하나와 서울의 사례 등을 보자. 피합병된다는 것이 얼마나 비참한 상황에 직면하는지 확연하다. 새로운 조직문화, 인사고과와 승진의 차별, 임금과 근로조건, 복리후생 같은 데 치명상을 입을까 매우 불안해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