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 서둘러 진행한 농협 신경분리, 점수는?
5년 서둘러 진행한 농협 신경분리, 점수는?
  • 박종훈 기자
  • 승인 2013.04.02 17: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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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조 빚더미, 비판의 날 세우는 노동조합
노사 모두 원하는 농협법 개정, 가능할까?
[특집 2] 농협 신경분리 1년 ① 우여곡절 많은 사업구조개편

지난 2월 25일 18대 박근혜 대통령의 취임식과 함께 새 정부가 출범했다. 이날 아침 주요 일간지의 1면에는 새 정부 출범을 축하하는 농협의 광고가 일제히 실렸다. 금융노조 NH농협지부(위원장 허권)는 3월 4일 성명을 내고 이를 강력하게 비판하고 나섰다. 졸속적으로 추진한 사업구조개편 이후 농협이 11조 원의 빚더미를 떠안은 가운데 이른바 ‘싹쓸이 1면 광고’가 걸맞으냐는 거다.

ⓒ 참여와혁신 포토DB
각양각층의 논란거리를 낳았고, 여전히 논란이 진행 중인 농협 신경분리가 1년을 맞았다. 평가를 내리긴 이른 시기지만 그동안 어떤 변화가 있었을까?예상대로, 혹은 예상보다 더 소모된 비용농협의 신용부문 사업과 경제부문 사업을 분리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 사업구조개편이 지난해 완료됐다. 기존의 농협중앙회 외에도 금융지주와 경제지주가 새로 생겼고 NH농협은행, 생명보험, 손해보험 등의 금융 자회사들이 금융지주 산하로 편입됐다. 중앙회 직영 유통센터들은 올해 중 경제지주 산하로 편입될 예정이며, 독립 자회사로 흩어져 있던 지역의 유통센터도 내후년까지 경제지주 아래로 묶는다는 계획을 갖고 있다.

각 사업부문의 전문성을 살리고 시너지 효과를 높여서, 특히 경제사업 분야를 활성화시키기 위해서 추진된 농협의 사업구조개편에 대해서 노동조합이 비판의 날을 세우고 있는 것은 다른 무엇보다도 개편에 들어가는 비용이 천문학적인 금액이기 때문이다. NH농협지부는 성명을 통해 “정부는 사업구조개편에 필요한 부족자본금 11조 원의 빚을 농협에 전적으로 전가했다”며 “농협 전체를 짓누르고 있는 빚더미에 대한 분명한 대책을 마련하지 않는 이상 사상누각”이라고 밝혔다.

농협의 사업구조개편은 당초 2017년까지 시행하는 것으로 예정돼 있었다. 농협법 개정을 통해 구조개편의 시기는 5년이 앞당겨졌으며, 정부는 이를 위한 보조금을 지원하기로 약속했다. 이 보조금 지원은 농협법에 명시된 규정에 근거한 것이다. ‘국가가 농협중앙회 사업에 적극적으로 협력하고, 필요한 경우 경비를 보조하거나 융자할 수 있다’는 내용이 그것이다.

하지만 농림수산식품부가 농협중앙회에 ‘보조금 관리에 관한 법률’을 근거로 경영개선 이행약정서 체결을 요구하면서 노조의 반발을 불러왔다. 노조는 “해당법을 살펴보면 보조금 교부 목적을 달성하는 데 필요한 조건을 붙일 수 있다고 규정한 것으로 정부가 경영사항에 대한 관리감독까지 하려 든다”고 주장하고 있다. 농협의 자율성을 침해하고 있는 MOU 폐기를 위해서라도 정부의 2차보전금 지원 부분을 법정의무금으로 정하도록 농협법을 개정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사업구조개편으로 소요되는 비용은 끝이 없다. 그간 농협에서 진행하던 공제사업을 보험 사업으로 전환하기 위해서 필요한 예금자보험료 3천억 원에, IT부문 분리를 위해서 5천억 원, 그리고 조세감면 부분의 시한이 다가오면서 이른바 ‘일몰조항’에 의해 1천억 원 이상의 세금납부의 부담도 안고 있다. 노조에 따르면 간판 교체 등 이른바 브랜드명을 바꾸는 데만 해도 3천억 원 이상의 비용이 들었다고 한다.

ⓒ 참여와혁신 포토DB
계획보다 서둘렀던 신경분리, 누수도 생겨

노동조합이 주장하는 내용이 아니라도 신경분리 1년을 맞는 농협은 우여곡절이 많았다. 사업구조개편 이후 불과 한 달만인 지난해 4월에는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대기업집단 지정 통보를 받았다. 이렇게 되면 상호출자가 제한된다. 계열 회사 간 채무보증 역시 금지된다. 또한 중소기업 적합업종인 식품 사업 부문에 신규 진출할 계획이었던 농협은 꿈이 꺾이게 됐다. 결과적으로 사업구조개편 이전에 공정거래법에 대한 법적 검토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졸속 추진이라는 비판도 쏟아졌다.

농협은 다음 달에 바로 공정위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하는 등 법적대응에 나섰다. 하지만 6개월여 법적 공방을 거쳐 지난 1월 서울고등법원은 농협의 패소 판결을 내렸다. 농협이 요구한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도 기각했다. 결국 농협은 차선책으로 농협법 개정을 통해 농협을 상호출자 제한기업 지정의 예외 사업자로 만드는 방안을 모색 중이다.

그런가하면 초대 농협 금융지주의 수장이 바뀌기도 했다. 금융지주회장으로 취임했던 신충식 회장이 100일 만에 자리에서 물러나며 NH농협은행장 직만 수행하게 됐다. 신 회장은 금융지주 출범 직후 조직을 안정화시키는 역할이 끝나면 자리에서 물러날 계획이었다고 밝혔으나, 사업구조개편 과정에서 불거진 다양한 우여곡절을 감안할 때 예상된 사임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