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상임금 소송, 겁먹을 필요 없다
통상임금 소송, 겁먹을 필요 없다
  • 박석모 기자
  • 승인 2013.04.02 18:03
  • 수정 0000.00.00 00: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지급했어야 할 것 지급하라는 것일 뿐
장시간노동·임금체계 정상화 계기 될 수 있어
[기획인터뷰2] 김기덕 변호사

지난해 대법원에서 정기상여금도 통상임금에 포함된다는 판결을 내린 후 통상임금에 대한 노동계 안팎의 관심이 부쩍 높아졌다. 수많은 사업장들에서 노동자들이 통상임금 소송을 제기하고 있고, 법원은 통상임금의 범위를 점차 확대하는 판결을 내리고 있다.

지난 2월 22일, 현대자동차 노동자 23명이 통상임금 범위에 대한 소송을 제기했다. 이는 현대자동차 노사가 지난해 단체교섭에서 통상임금에 관한 대표소송을 진행키로 한 합의에 따른 것이다. 이 소송에서 노측 변호인을 맡은 김기덕 법률사무소 새날 대표변호사로부터 통상임금과 관련된 내용을 듣는다.

ⓒ 봉재석 기자 jsbong@laborplus.co.kr
현대자동차 통상임금 대표소송을 맡게 됐다. 이번 소송의 의미는 무엇인가?

“최근 법원에서 각종 수당과 상여금이 통상임금에 포함된다는 판결이 나오면서, 현대자동차지부도 법원에서 인정됐던 것들과 최근에 문제가 된 정기상여금을 통상임금으로 인정하라고 지난해 임금교섭에서 사측에 요구했다. 대표소송을 통해서 그 결과를 전체에 적용하자는 데에 노사간 합의가 돼서 그 부분에 대한 대표소송을 진행하기로 한 거다. 대표소송 결과에 따라서 전체 현대차 직원에게 적용하는 것으로 합의돼 있다.

예전에는 임금에 해당되는 각종 수당들, 근속수당이니 가족수당이니 하는 것들이 문제가 됐는데, 요즘에는 그런 것들은 대부분 인정이 돼 문제가 안 된다. 근래에는 복리후생성으로 지급하는 금품들이 문제가 된다. 설이나 추석 같은 명절 때 지급하는 귀성여비라든지 여름휴가 때 지급하는 휴가비, 선물비, 1년에 한두 차례 지급하는 체력단련비, 복지카드 등 회사가 지급하는 명목도 그야말로 복리후생성으로 지급하는 것들이다. 회사는 ‘그게 무슨 임금이냐’ 하면서 당연히 임금이 아니라고 보는 것이고, 통상임금에서도 제외한 것이다.

그런 부분에 대해서 통상임금이라고 주장해서 2000년대 중반부터 소송을 진행한 사례가 있다. 대표적으로 지엠 사무직들이 2006년 소송을 진행해서 그런 명목의 금품들이 하급심 법원에서 인정됐다. 지엠 생산직, 대우상용차, 대우버스, 케피코 등 많은 사업장들도 소송에 들어가서 인정받았다.

그렇게 되니까 현대차, 기아차에서도 소송을 진행하겠다고 한 거다. 기아차가 소송에 들어간 게 2011년인데 그때만 해도 회사가 대표소송에 합의해주는 게 없었다. 그래서 전체 약 2만8천 명이 집단소송을 제기했다. 현대차는 대표소송 하기로 해서 이번에 들어갔다.

그런 복리후생성 금품 외에 최근에 와서는 또 하나 정기상여금 부분이 문제가 되고 있다. 예전에는 상여금은 인정이 안 됐다. 법원에서도 90년대 중반 의료보험 사건에서 상여금은 적용 안 된다고 배제시켰는데, 지난해 금아리무진 사건에서 정기상여금이 통상임금에 포함될 수 있다고 판결했다. 그렇게 되다 보니까 나머지 사업장들에서 통상임금과 관련해서 정기상여금을 포함해 달라고 임·단협 차원에서 지난해 많이 요구하고 있다.”

통상임금이 문제로 등장하게 된 근본적인 원인은 어디에 있는가?

“사용자가 근로자에게 지급하는 금품은 결국 그 사업장에서 일하니까 근로의 대가로 지급하는 거다. 그 명목이 무엇이든 상관없다. 기본급이든 수당이든 복리후생성으로 지급하든 근로자가 그 사업장에서 일을 해주니까 사용자가 지급하는 것이다. 근로기준법에 보면 사용자가 근로의 대가로 지급한 것은 어떤 명목이든 상관없이 일체의 금품이 임금이라고 정의해 놨다. 그런 것들이 결국은 근로의 대가로 지급하는 것이니 임금일 수밖에 없는 거다.

평균임금은 이미 지급된 임금, 3개월 내에 지급된 임금 일체를 다 합산해서 3개월의 일수로 나눈 것이다. 퇴직금이나 휴업수당을 지급하는 기준이 되는 임금인데, 통상임금은 그것과는 성격이 다르다. 통상임금은 시간외근로, 즉 법정근로 이외의 근로에 대한 대가를 어떻게 산정하느냐 하는 산정의 기준이 되는 임금을 정하는 것이다.

통상임금이 왜 문제가 되느냐면 시간외근로에 대한 대가를 정상적으로 지급하지 않기 위해서, 사용자가 임금 중 통상임금에 해당되지 않는다는 부분으로 많이 돌려버렸기 때문이다. 사용자가 실제로는 근로의 대가로서 임금을 지급하면서도, 기본급 등 통상임금에 해당하는 것으로 포함시키면, 곧바로 시간외근로라든지 연장근로수당, 야간근로수당, 연차수당이 다 올라가니까, 그런 부분에 대한 부담을 줄이기 위해서 의도적으로 통상임금에 해당되지 않는다고 하는 금품 명목으로 돌려버린 것이다. 시간외근로에 대해서는 법정근로에 대한 대가를 기준으로 해서 50%의 가산임금을 지급해야 하는데 그걸 모면하기 위해서 그렇게 했던 것이고 그 자체가 부당한 것이다.

그동안 노사가 통상임금이 올라가는 것을 피하기 위해서 임금인상과 관련해 이상하게 합의해왔다. 노조가 없는 사업장에서는 사용자가 어떤 명목의 임금을 인상하면서 통상임금에 해당하지 않는 부분으로 자꾸 뺐다. 그렇게 되니까 한두 시간 잔업·특근 해봐야 되지 않으니 더 늘릴 수밖에 없었던 거다. 사실 이게 임금, 근로시간, 이런 문제들이 다 연결돼 있다.

주40시간의 법정근로를 했을 때 근로자가 사용자로부터 지급받는 일체의 금품이 주40시간 근로에 대한 대가다. 그 대가를 기준으로 해서 시간외근로의 대가가 근로자에게 지급돼야 하는 것이다. 그런 부분을 정상적으로 찾기 위한 주장 내지는 소송이 통상임금 소송이다.”

ⓒ 봉재석 기자 jsbong@laborplus.co.kr
여러 사업장에서 제기된 통상임금 소송에서 법원은 잇따라 통상임금의 범위를 확대해 가고 있다. 이 같은 법원 판결의 의미는 무엇이라고 보는가?

“갑자기 법원의 태도가 바뀐 것은 아니고, 그냥 현행법에 따른 해석이다. 법원의 입장에서 보면 통상임금과 관련된 태도 자체가 뭔가 변화되고 있는 것은 맞다. 하지만 기존에 제한적이었던 부분을 조금 더 열어주는 해석을 하는 것이지 그야말로 법 해석을 급격하게 변화시켰다거나 하는 건 아니다.

처음 통상임금이 문제됐던 게 80년대 말 90년대 초반의 일이다. 서울대병원 사건에서 문제가 됐는데, 그 사건에서는 아예 임금이 아니라고 생각되는 금품들, 최근에 와서 문제가 되는 복리후생성이라고 하는 여러 가지 명목의 금품들을 배제시켰다. 그리고 명절 때 지급하는 귀성여비처럼 매월 지급하지 않고 1개월을 넘어서 지급되는 금품들과 상여금은 통상임금이 아니라고 그때 당시는 배제시켰다. 그러다가 근로의 대가로서 사용자가 지급하는 것이 어떻게 임금이 아니냐, 임금이라고 봐야 한다고 변화한 것이다.

또 하나 쟁의행위와 관련된 무노동 무임금 판결이 90년대 중반에 있었다. 그 이전에는 생활보장적 임금 부분이 있고, 교환적인, 근로의 대가로서 직접적으로 교환적인 임금 부분이 있다고 임금을 둘로 나누는 이분설을 취했다. 그런데 그때 무노동 무임금을 판결하면서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을 통해서 임금 이분설을 안 맞는다고 폐기해버렸다. 사용자가 지급하는 임금이라고 하는 것은 근로자가 근로를 해주니까 지급하는 것이므로 모든 임금은 근로의 대가로서의 성질을 가지고 있는 것이지 근로의 대가와는 별개의 생활보장적 부분이 있다는 것은 맞지 않다고 판결한 것이다.

근로자들은 당시 사건에서 직접적으로 근로 제공과 관련돼 있는 부분에 대해서는 무노동 무임금을 적용해서 근로자한테 지급하지 않더라도 생활보장적인 부분은 지급해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런 주장에 대해서 법원이 임금은 전부가 근로의 대가로 지급되는 것이어서 근로자는 일체 받을 게 없다고 판결한 거다.

바로 그 사건의 영향이 역설적이게도 통상임금 사건에서는 정반대로 나타나게 된 거다. 이제 임금은 더 이상 이분설로 갈라지는 게 아니라 다 근로의 대가인 것이다. 임금은 모두 다 근로의 대가니까 어쨌든 임금에 생활보장적 부분이 따로 있고 하는 식으로 갈라지는 게 아니라 일체가 임금인 것이다. 근로의 대가로서 임금이라면, 정기적으로, 일률적으로, 고정적으로 지급되는 금품이라면 그것이 다 통상임금이라고 법리가 나아갈 수밖에 없다. 바로 그런 판례 법리의 변화를 통해서 지금 통상임금이 문제가 되고 있다고 보면 된다.

통상임금이 이렇게까지 문제가 된 데에는 행정해석을 하고 있는 노동부 예규가 큰 책임이 있다. 별표까지 만들어서 수당을 분류해 놓았다. 기업들은 그 표를 보고서 지급하고 말고를 결정했을 것이다. 그런데 노동부가 예규로 정한 별표 기준 자체가 법원에서 통상임금으로 인정하고 평균임금으로 인정한 항목들을 다 아니라고 한 경우가 많다. 적어도 법원의 판례에 따라서 노동부가 행정해석을 했다고 하면 이렇게 크게 문제가 되지는 않았을 것이다.”

만약 소송을 제기한 노동자들이 승소하게 된다면 1인당 추가로 지급받게 되는 임금은 지난 3년간의 소급분을 통틀어 얼마나 되는가?

“그것은 개별적으로 다 따져봐야 한다. 사람마다 다 다르다. 상여금이 인정되는지 안 되는지에 따라서 차이는 굉장히 크다. 상여금이 차지하는 비율 자체가 기본급 또는 통상임금의 750% 정도 되는데, 그 규모가 엄청 큰 거다. 그 외의 체력단련비, 휴가비, 귀성여비 같은 금품들은 상여금에 비해서는 차지하는 비중이 작다. 상여금이 전체 청구금액의 80%라고 하면 이런 금품이 차지하는 비율은 다 합하더라도 20% 정도다. 상여금을 빼고서 보면 1인당 청구하는 금액이 5백만 원에서 1천만 원 정도, 3년치 더하면 그 정도 되고, 상여금을 포함하면 그게 1인당 3천만 원에서 5천만 원 정도 되지 않을까 생각된다.”

경영계는 통상임금 소송의 결과 기업의 부담이 커지고 기업 활동에 제약을 받는다고 우려하고 있다. 특히 중소기업에서는 통상임금이 확대될 경우 지급여력이 없어 도산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통상임금은 사용자가 원래 지급했어야 할 임금인데 지급하지 않은 것이고 체불임금이다. 임금을 지급하지 못해서 회사가 망했다는 이야기는 아직 들어보지 못했다. 만약 어떤 회사에서 당장 현금 보유한 게 없다, 그래서 임금을 지급하지 못한다고 한다면 임금 대신 회사 주식을 준다든지 하는 식으로 얼마든지 교섭을 통해서 해결할 수 있다. 만약 조그만 사업장에서 그걸 주면 회사가 망한다고 하면 설마 노동자가 그걸 지급하고 회사 문 닫으라고 하겠나? 자기 일자리를 잃는데. 그건 교섭을 통해서 얼마든지 풀 수 있는 문제다.

문제가 되는 건 현대차, 기아차인데 몇 년 사이에 몇 조 원씩 벌어들여 쌓아놓고 있는 회사들이다. 그 중에서 극히 일부만 사용하더라도 소송하는 조합원들한테 충분히 지급할 수 있는 여력이 된다.”

“무노동 무임금 판결의 법리에 따르면,
근로자에게 지급하는 일체의 금품은
모두 근로의 대가이고, 따라서 통상임금이다”

지난해 금속노조에서 나온 통상임금 소송 지침을 보면 통상임금의 범위를 확대하는 데에만 매몰되지 말고 임금체계 자체를 바꿔 노동자가 받아야 하는 임금을 고정화 시키는 계기로 가져가야 한다고 하는데, 임금체계 문제는 어떻게 봐야 하는가?

“통상임금에 대해 사측이 그렇게 겁먹을 필요는 없다. 기존에 체불된 3년치에 대해서는 겁을 먹을 필요가 있을지도 모르겠지만. 앞으로도 사업을 계속하는 한 통상임금이 발생할 거다? 그건 기우다. 통상임금이라는 것은 법정근로 이상으로 일을 시키는 데서 발생한다. 그냥 법을 지키면 된다. 법에 주40시간만 일을 시키라고 돼 있으니까 그것만 시키면 통상임금이 문제 될 게 없다. 성과급까지 통상임금으로 다 인정된다고 하더라도 더 지급해야 할 임금이 없으니까 걱정할 일이 없다.

장시간근로를 시키니까 그게 문제가 되는 거다. 장시간근로를 시키는 데 정당한 대가를 주고 시켰어야 하는데, 그러지 않았다는 거다. 법정근로에 대해 지급했던 임금 중에서 이 부분은 상여금이니까 빼고 저 부분은 복리후생성이니까 빼고, 기본급에 몇 가지 수당만 더해서 그게 기준이 되는 임금이라고 하니까 당연히 장시간근로를 할 수밖에 없다. 그래야 임금을 더 받을 수 있으니까.

회사도 장시간근로가 더 이익이 된다. 사람을 더 써서 법정근로를 시키는 것보다는 오히려 그게 더 나은 거다. 또 그렇게 하면 새로 공장을 증설해야 하는데, 공장 증설 안 하고 사람 더 안 써도 되고 남는 장사니까 그렇게 한 거다.

바로 거기에 다 연결돼 있다. 통상임금에서 이것 안 되고 저것 안 되고 하는 식으로 다 빠져서 결국 그 때문에 장시간근로가 발생한 거다. 거기에 시급제니 뭐니 하는 임금제도도 결합된 거다. 만약 통상임금에 상여금까지 포함되는 것으로 확정되면 노조가 나서지 않아도 회사가 먼저 임금제도 바꾸겠다고 나설 것이다. 시급제 안 하고 이제 월급제로 하자고 나설 수밖에 없다. 그러지 않으면 부담이 커지니까.”

지금 통상임금 소송 진행되는 것들을 전체적으로 모아서 정리하면 우리나라의 노동시간과 임금을 정상적으로 바꿀 수 있는 단초가 될 수 있다는 의미인가?

“통상임금 문제는 임금제도를 시급제가 아닌 월급제 같은 형태로 전환시키고, 시간외근로, 연장·야간·휴일근로를 하지 않게 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 그야말로 법이 정한 대로 정상적으로 운영하겠다고 하면 문제될 게 없다. 법 이상으로 운영하려니까 문제가 되는 거다.

만약 상여금까지 인정된다면 기존의 임금과 근로시간에 대해서 노사가 전면적으로 재조정하는 게 필요하다. 기존의 시급제나 이런 부분을 정리하고 쓸데없는 각종 수당들 다 통합하고 군더더기 빼서, 그야말로 법정근로시간 일하고 월급 지급받는 식으로 정리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