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권 바뀌어도 변하지 않는 교육제도 만들어가자
정권 바뀌어도 변하지 않는 교육제도 만들어가자
  • 박석모 기자
  • 승인 2013.05.03 14: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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붕어빵 찍어내는 교육 아닌 개성 살리는 교육 돼야
노조운동, 가치는 지키되 시야를 넓혀라
[기획인터뷰] 정진후 진보정의당 국회의원

ⓒ 봉재석 기자 jsbong@laborplus.co.kr
우리나라에서는 정권이 바뀌면 교육의 큰 줄기뿐만 아니라 교과서까지도 바뀐다. 국민들이 공감하는 교육철학에 근거를 둔 교육정책은 찾아보기 어렵다. 미래를 보면서 철학을 가지고 교육 문제를 해결하는 게 아니라 정권의 입맛에 맞는 교육제도를 세우려 하기 때문이다.

전교조 위원장을 역임했던 교사 출신의 정진후 진보정의당 의원은 백년지대계답게 교육의 큰 줄기가 유지돼야 한다고 거듭 강조한다. 정진후 의원으로부터 우리나라 교육의 문제와 나아갈 방향을 듣는다.

반대의견 듣는 건 교과서에서 배운 것

직업적 정치인으로 일한 1년 동안의 소회를 듣고 싶다. 교사와 공무원에게 여전히 정치활동의 자유가 주어지지 않은 상황에서 교사 출신 국회의원으로서의 감회가 남다를 것 같다.

“운동과 정치는 엄연히 다른데, 예전에 운동할 때 못지않게 어렵구나 하는 걸 느끼고 있다. 다른 것들을 탓하기에 앞서 내가 더 정치에 익숙해지고 조금이라도 변화된 성과를 남기기 위해서 노력해야 한다는 자세로 임하고 있다.

사회정책이 실패하거나 문제가 발생했을 때는 제일 먼저 욕을 얻어먹는 것이 국민들과 가장 가까이 있는 교사와 공무원들이다. 정책을 일선에서 펼쳐 나가는 사람들이 공무원들이고, 교육정책을 실질적으로 펼쳐 나가는 최일선에 있는 사람들이 교사들이다.

그런데 그들을 정확하게 대변할 수 있는 정치세력, 혹은 그들의 의사가 정확하게 반영될 수 있는 통로가 여전히 차단당하고 거세돼 있다. 그런 부분에서 답답함을 많이 느낀다. 그들도 국민의 한 사람이기 때문에 그들의 입장과 체감도가 정책에 정확하게 반영돼야 하는데, 여전히 시키면 시키는 대로 하는 사람이라는 18세기적 사고가 온존하고 있다. 암담하다.”

ⓒ 봉재석 기자 jsbong@laborplus.co.kr
고용노동부는 조합원 중에 해직교사가 포함돼 있다는 이유로 전교조의 설립신고를 취소할 수도 있다는 이야기를 했다.

“반대의 목소리도 들어야 한다는 것은 교과서에서도 배운다. 그런데 누군가 욕할 수 있는 대상을 만들어서 자기들의 정책 실패에 대한 평가 자체를 회피하려는 정치적 속성이 매우 강하고, 그것이 곧 전교조 규약시정 명령이라고 절감하고 있다.

내가 위원장을 하고 있을 때 규약시정 명령이 처음으로 내려졌다. 규약시정 명령에 대해서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우리 규약에 나와 있는 내용들, 우리가 처해 있는 노동의 현실과 역사적 조건들을 찬찬히 살폈다. 결론은 본조항에 있던 해고자의 신분보장 부분을 부칙조항으로 빼는 것이었다. 그리고 부당하게 해고된 조합원에 대해서는 조합원 신분을 유지할 수 있도록, 노동조합이 구제할 수 있도록 했다.

전교조가 시국선언 등을 통해 우리 사회의 문제들에 대해서 자기 목소리를 냈을 때, 징계권은 교육감이나 재단에 있는데, 장관이 나서서 해임시켜라, 파면시켜라, 징계양정까지 지정해서 지시했고 해고됐다. 그 해고된 이들이 법원에서 해고는 부당하다는 판결을 받았다. 대법원까지 가서 해고무효 확인 판결을 받고 복직을 하는 상황이다.

전교조가 부당하게 해고된 조합원을 구제하는 것은 노동조합의 기본이다. 부당하게 해고된 기간에 헌법에 명시된 노동권을 향유할 수 있도록 조합원에게 배려해주는 것은 오히려 정부가 권장해야 할 사항이지, 이걸 근거로 노동조합 설립을 취소하겠다고 할 수는 없다.

(이명박 정부는) 민주노총과 전교조가 마치 엄청난 잘못을 저지르고 있는 것처럼 여론을 조작해서 교육정책과 노동정책의 실패에 대한 평가를 회피했다. 그것을 이어받아서, 이 정부가 들어서자마자 규약시정 명령에 응하지 않으면 설립 취소를 하겠다고 하는 것은, 이 정권이 이명박 정권과 하나도 다르지 않음을 오히려 스스로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이 정부가 지금 해야 하는 것은 ILO가 긴급개입까지 해서 권고하고 있는 내용과 ILO의 기본협약을 비준하는 것이다. 그렇게 된다면 규약시정 명령은 문제가 될 수 없다.

교원노조법의 부분적인 개정을 해서라도 이 정부의 잘못된 행태들을 막고 교원노조의 활동을 증폭시켜야 한다는 생각은 굴뚝같지만, 법적인 활동을 통해서 말이 안 되는 짓에 대응해야 하는지는 아직 자신을 못 가지고 있다. 교과서를 통해 배운 원칙이 잘못된 시각을 가진 정권에 의해서 왜곡되고 있고 그것을 바로잡으면 되는데, 왜곡을 바로잡자고 이미 사회적으로나 통념상으로나 노동법 체계에 의해서나 국제적인 관계에 의해서나 허용되고 체계화되어 있는 것을 반복하는 것이 과연 정당한 것인가? 역사를 20년, 30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가는 것 같다. 필요하면 법적인 대응도 해야 하겠지만, 기본권에 관련된 것을 입법적인 수단으로 대응한다는 것 자체가 우리 사회에 대한 모독일 수도 있다.”

학교비정규직은 100% 국가 책임

노조운동이 현재의 어려움을 극복하기 위해 변화해야 할 부분은?

“노동자가 생산의 주역으로 인정되고 그 가치들까지 인정되던 시대에는 노동자의 목소리가 곧 사회의 여론이었다. 지금은 노동자의 목소리가 예전과 같은 파괴력을 가지지 못한다. 그렇다고 노동의 가치가 그만큼 퇴색된 것은 아니다. 여전히 노동의 가치는 존중되어야 한다.

다만 노동 진영도 시대의 변화에 따른 운동의 변화, 패러다임의 변화가 필요한 것 아닌가 생각한다. 생활에 밀착된 노동의 가치 실현을 좀 더 섬세하게 설계하고 대처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지금까지 조합원들에게 눈을 돌리는 운동이었다면 이제는 국민들의 시선도 의식하는 운동이어야 한다. 그렇다고 정체성을 버리라는 뜻은 아니다. 목적과 가치를 더욱 소중하게 여기고 지키려면 다양한 시각을 가질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학교비정규직 문제를 어떻게 풀어야 한다고 보는가? 또 어떤 역할을 할 생각인가?

“학교비정규직은 100% 정부의 책임이다. 정권이 교육을 중심에 놓고 사고하거나 중심 줄거리를 다듬어 간 게 아니라, 부수적인 것으로 효과를 보고자 했다. 시책을 만들 때마다 실행할 사람이 필요했고, 대통령이나 정부의 시책이 변화될 때마다 비정규직이 양산됐다.

학교비정규직의 직종이 50여 가지나 된다는 게 바로 그런 정부의 잘못된 정책, 1회성 정책이 빚어낸 참화다. 정부가 책임지고 해결해야 한다. 해결하는 데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은 일하는 사람들에게 땀을 흘리는 것만큼의 자긍심을 심어줄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들도 역시 학교의 최일선에 서서 교육적 역할을 담당하는 사람들이다. 그래서 ‘교육공무직’이라는 직제를 신설해서 교육의 또 다른 주체로서 활동할 수 있도록 하자는 법안을 발의했다.

비정규직을 그렇게 방치하는 게 교육기관에서 해야 할 일인가. 다른 공공기관은 비정규직을 정규직화하기 위해 대단히 미흡하기는 하지만 조치를 취했는데, 교육기관은 단 한 번도 그런 노력을 기울인 적이 없다.

‘학교회계직’이라고 하면 사람들은 학교에서 회계업무를 담당하는 사람으로 안다. 그게 아니라 그들의 급여를 학교회계에서 지급하니까 학교회계직이라고 부르는 거다. 언제든지 학교에서 일자리가 없어지면 해고할 수 있게끔 하는 거다. 교육청 단위에서 뽑아서 해고사유가 발생하면 다른 학교로 전보시키면 고용도 보장이 되고 안정적으로 일할 수 있는 체제도 만들 수 있다. 그런데 그렇게 못하겠다는 거다. 교육감들에게 물었더니 법원에서 고용주체가 학교장이라는 판결이 날 때까지 기다리는 거라고 한다. 이런 분들이 교육감을 하고 있다.

정부의 책임으로 반드시 해결이 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야 하고, 학교비정규직들도 기다릴 만큼 기다렸고, 참을 만큼 참았다고 생각한다.”

다양한 교육 하라니까
등록금 천만 원 중학교 만들더라

ⓒ 봉재석 기자 jsbong@laborplus.co.kr


이름이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로 바뀌었는데, 상임위원회에서 특히 관심을 두고 있는 문제가 있다면 어떤 부분인지 듣고 싶다.

“국회에서 교육적 역할을 하는 게 목표였기 때문에 교육 쪽 일이다. 시대가 다양화돼 가기 때문에 지금은 다양한 인재들을 만드는 게 교육의 역할이고 학교의 역할이다. 과거에는 품종이 다양하지 않지만 하나나 둘이라도 많이 만들어서 많은 국민들이 혜택을 받게 하는 게 지상과제였다. 교육도 그렇게 쫓아갔고, 빨리빨리, 객관식으로, 외워서, 교육과정 빨리 이수해서 생산현장에 투입돼 국민으로서 자기 역할을 해내는 것, 이것이 사회체제였다.

지금은 그런 사회를 이미 지나 다품종 소량생산을 해서 내보내야 하는 사회다. 여기서 요구되는 것은 개성이다. 개성을 가진 인간이 사회에 나와서 개성 있는 일을 함으로써 사회에 이바지하는 거고 그 사회가 발전되는 거다.

그래서 다양한 교육을 시킬 수 있어야 하는데 학교는 여전히 붕어빵을 찍어낸다. 그것을 자꾸 지적하니까 등록금 천만 원짜리 중·고등학교를 만들었다. 국제중학교, 외국어고등학교. 수평적 다양성이 아니라 수직적 다양성을 추구하게 됐다. 이걸 바로잡는 게 목표다.

지난 1년이 채 안 되는 시기에 국제중부터 시작해서 특목고의 문제점과 함께 사회적으로 요구되는 반값 등록금을 집중해서 살폈다. 등록금 인하정책을 내놓으라고 했더니 장학금 정책을 내놨다. 그렇게 시행하다 보니까 국가장학금 정책의 한계가 드러나기 시작했다.

끊임없이 그런 정책의 잘못을 지적하면서 올바른 정책방향을 제시해줘야 한다. 그런 문제점을 계속해서 지적해서 올바른 방향을 잡고 싶다. 당분간은 현존하는 정책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게 내 역할이라고 생각한다. 물론 그러면서 대안도 같이 제안할 것이다.

문화도 크게 다르지 않다고 생각한다. 우선은 문화에 대해서 올바른 관점을 갖기 위해 열심히 공부하고 있다. 문화 속에는 반드시 역사가 들어있고, 문화는 인간의 삶의 질을 가늠케 하는 척도다. 그 두 가지 관점에서 문화와 예술을 바라보려고 한다.”

ⓒ 봉재석 기자 jsbong@laborplus.co.kr

우리나라 교육의 근본적인 문제가 무엇이라고 보는지, 또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 어디에서부터 시작해야 한다고 보는지 듣고 싶다.

“누구든지 대학입시가 우리 초·중등교육을 좌우하기 때문에 대학입시가 변화되지 않는 한 우리 초·중등교육의 변화는 있을 수 없다고 이야기하고 나도 그와 같은 진단에 도달했을 때, 그걸 뚫고 나가보자고 생각했다. 그래서 전교조 위원장 시절에 학교의 다양한 운영모델을 만드는 것을 시도했다. 천편일률적인 학교가 아니라 자기 지역과 구성원의 여건에 따라서 조금이라도 내용을 달리하는 학교들, 이것이 혁신학교로 나타나고 있다.

우리 사회는 정권이 바뀌면 교육이 다 바뀐다. 어떻게 이걸 뚫고 나갈 것인가? 맨 먼저 했던 게 핀란드나 스웨덴 같은 북유럽의 교육제도와 정책을 들여다보는 것이었다. 그렇게 해서 얻은 결론은, 그런 나라들은 교육적 논의 자체가 굉장히 탄탄하다는 거다. 어느 날 갑자기 그렇게 된 게 아니라, 20년, 30년의 지난한 과정을 거치면서 큰 줄기를 만든 거다. 정권이 바뀌어도 교육제도가 변하지 않는다.

그래서 ‘국가교육위원회’와 같이 정권이 바뀌어도 교육의 기본을 유지할 수 있는 기구를 두고, 계속 국민적 논의를 해가면서 교육의 기본 줄기를 튼튼히 해가자고 제안했다. 정부는 바뀌면 그 큰 줄기를 실현할 수 있는 방법, 그 시기시기에 가장 잘 시행할 수 있는 방법을 찾는 역할을 하게 하자는 거다.”

교육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교육당국의 정책이 중요할 것이다. 박근혜 정부가 어떤 교육정책을 펼 것이라고 보는가? 또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보는가?

“걱정스러운 게 대통령의 역사 인식과 시각이다. 근대화를 이뤄가는 과정에서 체득했던 정치적 경험, 아버지의 유산이 남아 있는 대통령의 교육정책이라면 100% 실패할 것이고, 더 큰 문제로 남을 것이다.

그러나 쉽게 가지는 못할 것이다. 국민들의 엄청난 관심 속에서 우리 교육이 제대로 가는 게 무엇인지 아는 사람들이 더 많이 늘어나고 있고, 직선제를 통해 올바른 생각을 가진 교육감들이 진출하고 있다. 예전과 같은 일방통행 식의 교육정책은 시효를 다했다.

과거의 잘못된 정책을 경험했던 당사자들로서 좀 더 과감하게 나간다면 최소한 교육 부분에 있어서는 성공할 수 있는 여지도 많다. 그만큼 많이 흐트러졌기 때문에, 그것을 바로잡으려는 노력을 조금만 기울인다고 하더라도 그 의미는 훨씬 더 빛을 발할 것이다. 여러 가지 한계는 있지만, 아직은 정권이 안착단계에 있다. 시작하는 이 단계에서 좀 더 분명하고 확실한 판단을 가지고 잘못된 것을 바꾸려는 시도를 해줬으면 좋겠다. 여전히 그런 기대를 가지고 있고, 그렇게 갈 수 있도록 끊임없이 목소리도 내고 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