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각지대 영세사업장 근로자에게 더 큰 도움을
사각지대 영세사업장 근로자에게 더 큰 도움을
  • 박종훈 기자
  • 승인 2013.05.03 15: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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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조 위원장 같은 임원?…현장과 소통은 어느 자리나 중요
퇴직연금사업, 일·가정양립 지원, 근로복지공단은 진화 중
[인터뷰 1] 배정근 근로복지공단 재정복지이사

“잘 안 바뀌더라고요.” 배정근 근로복지공단 재정복지이사의 말이다. 노동운동으로 잔뼈가 굵었으니 사용자의 입장에 서서도 가치관이나 태도가 쉽게 바뀌지 않는다고 한다. 현장 직원들에게 마치 노동조합 위원장 같다는 이야기도 듣는다.

국민건강보험공단 직장노조 위원장을 거쳐 한국노총 공공연맹 위원장을 연임한 배정근 이사는 노동운동의 경험을 바탕으로 일하는 사람들에게 더 큰 도움을 줄 수 있는 방법에 대해서 고민 중이라고 밝혔다.

ⓒ 봉재석 기자 jsbong@laborplus.co.kr
공단 상임이사로 선임된 지 일 년 가까이 지났다. 어떤 생각을 가지고 공단으로 왔고, 그간의 소감은 어떤가?

“2011년 12월로 공공연맹 위원장의 임기가 다했다. 근로복지공단의 상임이사로 온 것은 지난해 6월이다. 근로복지공단은 4대 보험 중 산재보험과 고용보험을 다루는 기관이라고 외부에 알려져 있다. 그러나 그 외에도 근로자 복지증진을 위한 다양한 사업들을 추진하고 있다. 산재보험과 고용보험 부문은 물론이고, 공단이 수행하는 다양한 복지 사업의 적용과 수혜 폭을 넓혀나가는 것이 결국은 일하는 사람들에게 큰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이다. 노동계 출신으로서 이와 같은 일에 이바지할 수 있을 것이라고 판단했는지, 마침 자리가 공석이었을 때 후배들로부터 권유를 받았다.

재밌는 이야기를 하자면, 많은 사람들이 나를 보고 공단 상임이사인지 노동조합 위원장인지 잘 모르겠다는 평을 한다. 어쩌겠는가. 노동운동 경력을 갖고 있고 오랫동안 해 왔던 일이기 때문에 달라지기 어려운 것을. 내부 직원들의 처우나 근로조건을 개선해 주고 이런 부분에 대해서 다른 사용자들과는 생각하는 방식이나 일을 처리하는 방식이 다를 수 있다. 지난 1987년부터 노동계에 몸을 담았으니, 공단에 와서도 생각이나 태도가 쉽게 바뀌진 않는다.”

재정복지이사로서 특히 근로자 복지증진 사업 부문에 관심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아직도 복지 사각지대에서 고생하고 있는 근로자들이 많이 있다. 차이가 나는 것이 임금 수준 등 근로조건뿐만이 아니다. 공단은 근로자 복지 증진을 위해서 다양한 사업을 하고 있는데, 앞으로는 이런 사각지대의 근로자들이 더 많은 서비스를 받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저소득 근로자들의 생활 안정을 위해 의료비, 혼례비, 장례비, 노부모 요양비 등의 자금을 융자한다거나, 임금체불 근로자들에게 저리의 생계비를 융자하거나, 보증이나 담보 여력이 없는 근로자에게 신용보증을 지원하는 사업도 수행 중이다. 또 다니던 회사가 도산했을 경우 사업주를 대신해 체당금을 지급하기도 한다. 경영에 어려움을 겪어 체불된 임금을 청산하려고 하는 사업주에게는 이를 위한 자금 융자를 지원하기도 한다. 비정규직 근로자나 실업자가 직업훈련을 받는 동안 생계비를 지원하기도 하며, 학자금 대부, 저소득 독신 여성을 위한 아파트를 제공하기도 한다. 매년 문화예술제를 열고 휴양콘도를 운영하는 등 여가와 문화생활을 지원해 왔다.

향후 복지사업은 지금보다 훨씬 더 다양하고 근로자들의 내외 환경 변화에 맞추어 진화해갈 것이다. 특히 예상치 못한 자금이 필요할 경우 이용할 수 있도록 사용 목적에 제한을 두지 않은 소액 긴급생활자금 융자 사업을 신설할 계획이다. 또 특수형태근로종사자들이 늘어나고 있는 현실을 반영해 이들을 포괄할 수 있도록 사업 대상을 확대할 예정이다.”

ⓒ 봉재석 기자 jsbong@laborplus.co.kr

각 사업마다 시행 시기도 다르고 차지하는 비중도 다를 텐데, 특히 공단에서는 어떤 내용의 사업에 중점을 기울이고 있나?

“퇴직연금 사업이 앞으로 공단의 주력이 되지 않을까 생각하고 있다. 작년 6월에 기금의 규모가 160억 원 정도 됐는데, 불과 10개월 만에 1,300억 원 규모로 확대됐다. 2010년 12월부터 상시근로자 4인 이하 사업장에 대해 퇴직연금 공적서비스를 제공해 왔는데, 올해 7월부터는 30인 이하 사업장까지 확대됐다. 앞으로는 300인 미만 사업장까지 이를 확대해야겠다.

앞서 말했던 것처럼 퇴직연금 사업 역시 소규모 사업장의 저소득 근로자를 위한 서비스이다. 우리나라처럼 사회안전망이 미비한 상황에서 노후의 생계보장을 위한 적립인 것이다. 수익성보다는 안정성을 추구하는 것이다.

앞으로 공단은 제도나 프로세스를 더욱 개선하고, 전문성과 사업역량을 높이는 한편, 안정성과 수익성을 함께 가져갈 수 있는 새로운 상품을 개발하는 데에도 주력할 계획이다. 수수료 역시 업계에서 최저 수준을 지향할 것이다. 구체적으로 2017년까지 30인 이하 사업장 근로자 수의 10%인 44만 명이 퇴직연금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도록 유치하는 목표를 세우고 있다.

부부가 맞벌이를 하는 게 일상화된 요즘 세태를 반영해 일·가정 양립을 지원하는 사업도 최근 중점을 기울이고 있다. 전국에서 24개의 근로복지공단 어린이집을 운영하고 있으며 맞벌이가정 자녀 3,200여 명이 보육서비스를 이용하고 있다. 대기업이나 공공기관, 중소기업에서 직장 내 어린이집을 설치하려고 할 때, 60%~80% 까지 비용을 지원한다. 기업들이 모여 있는 산업단지 내에 어린이집을 짓겠다고 요청을 하면 공단에서 심사를 통해 15억 원까지 비용을 지원하고 있다.

지난 1997년부터 시작한 직장 보육서비스 지원사업은 지난해까지 381개 사업장에 487억 원을 지원했다. 산업단지 내 어린이집은 작년과 올해 전주와 청주의 산업단지에 2개소 설치를 지원했으며 올해에는 다섯 군데 더 지원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