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원들 처우는 나 몰라라 본사 지침에는 굽신굽신
직원들 처우는 나 몰라라 본사 지침에는 굽신굽신
  • 박종훈 기자
  • 승인 2013.05.03 15: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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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조조정·줄줄이 폐점 막을 의지도 능력도 없는 경영진?
장기투쟁 앞두고 ‘충전 중’인 한국씨티은행지부
[인터뷰 4] 진창근 한국씨티은행지부 위원장

지난 3월 25일, 금융노조 한국씨티은행지부는 위원장을 포함해 집행간부 6명 전원이 단식투쟁에 들어갔다. 하영구 은행장이 은행권 최초로 다섯 차례의 연임이 확실시되던 가운데 한국씨티은행의 노사관계는 급랭하고 있었다. 노동조합 여성 간부들부터 건강악화로 응급실로 후송되는 와중에도 노사가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자리는 만들어지지 않았다. 오히려 은행은 본점 로비에 설치한 천막농성장을 두고 대형 로펌을 통해 민형사상 문제제기를 해 왔다.

“단기전은 우리(지부)가 힘든 투쟁이었다면, 장기적은 그들(사측)이 힘든 투쟁일 것”이라고 말하는 진 위원장의 눈빛이 확고해 보였다. 한국씨티은행에서는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 봉재석 기자 jsbong@laborplus.co.kr
노사가 갈등을 빚는 이유가 무엇인가? 한 달 넘게 투쟁을 계속해 왔는데 소기의 성과는 있었나?

“지난 2월 22일부터 지부로 복귀한 4월 10일까지를 우선 단기투쟁 기간으로 보고 있다. 47일 간의 투쟁으로 할 수 있는 부분을 끝냈다고 생각한다. 내부적으로 직원들이 현재 문제의 심각성을 인식하게 됐고, 외부에 상황을 알리는 것도 성공적이었다고 본다. 무엇보다도 노동조합이 명분을 많이 가져왔다는 점도 평가할 만하다. 비폭력적인 저항에 대해서 은행은 김앤장을 통해서 법적대응하기도 했다.

문제는 노동조건이 악화되고 있고, 고용불안은 심화되고 있으며, 조직은 축소되고 있다는 점이다. 이는 일방적인 경영행태 때문에 비롯된 거다. 하영구 행장을 비롯해 저기 적어둔 임원급들은 전부 연임이 됐다. (위원장실의 화이트보드에는 이번에 연임이 결정된 은행의 본부장급 이상 임원들 11명의 명단이 적혀 있었다.) 임원만 15년, 20년을 했던 사람들이다. 작년에 희망퇴직을 받는 와중에 50대 직원들에게는 후배들에게 길을 열어 주자며 퇴직을 강요하고, 이를 받아들이지 않으면 보직해임이나 후선발령을 내 놓고선, 60대 전후인 본인들은 3월 말 임기가 끝나자 고스란히 연임을 했다. 우리 직원들은 굉장히 충격이었다. 노욕이라고 본다.”

경영진의 어떤 모습을 지적하는 것인가? 대외의 평가는 어떠한가?

“외부에서도 굉장히 심한 말까지 나오는 것으로 알고 있다. 과연 한국인인지 얘기가 나올 정도니까. 지난 세월 동안 사회공헌에는 인색하고, 정부의 지침에도 우리는 외국계니까 안 된다는 얘기만 쭉 해 왔다. 금융계 관계자들 사이에서는 우리 정서에 맞지 않는단 얘기가 그렇게 나오는 거다.

반면에 뉴욕의 씨티그룹 본사 입장에선 구미에 맞을 것이다. 구조조정 하라고 하면 싹 해버리지, 배당하라면 고배당 하지. 임원진도 마찬가지이다. 하영구 행장이 다섯 차례 연임하는 동안 계속 얘기된 것이 대안이 부재하다는 점이었다. 튀거나 자기 자리를 넘볼 만한 인사는 희망퇴직 공간 안에서 싹을 자르는 거다. 2인자로 만족하고 주저앉는 거다. 2인자도 십몇 년 하는 거라면 해볼 만하지 않겠나?

100여 개 국가에 진출해 있는 씨티그룹은 각 나라마다 4개 등급으로 계열사를 구분하고 있다. 한국은 두 번째 등급에 들어간다. 현상유지는 하면서 구조조정이 필요한 나라로. 또 새로 그룹 회장으로 취임한 코뱃 회장이 구조조정 전문가이다. 올해 초 15개 점포를 닫았다. 올해 말까지 추가로 6개를 폐점하겠다는 계획이 확정된 상태고, 내년에도 열 몇 개를 닫겠다는 얘기도 나온다. SC제일은행도 비슷하지만 외국계 은행이란 데가 자꾸 일자리를 줄이고, 자산을 줄이고, 이런 식으로 영업을 해 가면서 단기적으로 이익을 늘리려는 식이다.

씨티그룹 구조조정의 시발은 미국 서브프라임모기지 사태, 유럽 금융위기 등 때문인데, 우리의 실정과는 좀 맞지 않는 게 있다. 이걸 일률적인 잣대로 들이대고 있는 형국이다. 최근 일련의 상황에서 국내 은행들은 어떻게 대처해 왔나? 타행들이 12년 동안 점포를 20% 가량 늘리고, 고용도 그 정도 늘려온 반면, 우리는 14% 가량 줄이는 걸로 역행하고 있었다. 국내 시중은행과의 경쟁도 상당히 뒤처지고 있는 거다. 지점망을 통한 영업은 거의 작살이 나다시피 했다. 작년에 1,890억 원의 이익을 냈는데, 전년도 대비하면 60% 이상 떨어진 거다. 작년 이익의 대부분도 다국적기업과의 자금중개 등 글로벌그룹의 특성을 살린 영업에서 이익을 낸 거다.

문제는 현 경영진들이 이 부분을 지켜내려는 의지가 전혀 없다는 거다. 국내에서의 평판이 어떠한지도 그다지 중요하지 않다. 본사의 지침을 잘 반영하고, 배당을 잘 하고, 이런 쪽 평판만 중요한 거다.”

ⓒ 봉재석 기자 jsbong@laborplus.co.kr

구체적으로 지부가 바꿔내려고 하는 부분은 무엇인가?

“세 가지의 안건이 중심이다. 현지화와 직원 보호의 의지를 상실한, 뉴욕의 꼭두각시인 경영진이 은행을 떠나게 한다는 부분과, 1급 승진 등 노사합의를 이행하라는 점, 그리고 인력 구조조정과 직결되는 영업점 추가 폐점을 반드시 저지하겠다는 것이다. 셋 다 막중한 사안이기 때문에 단기투쟁을 통해 쉽게 해결될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우선 조직을 추스르고 다음 단계를 준비해 나가야겠다. 조직의 핵심이라고 볼 수 있는 50여 명의 비상근 간부들과 워크숍을 가질 것이다. 그 다음에는 지점 방문과 함께 전국 지역분회 간담회를 한 달 가량 진행할 계획이다. 조직활동, 투쟁활동, 대화, 세 가지를 병행해 나가는 계획이다.

기본적으로 잡혀 있는 계획은 중장기적으로 원칙지키기 투쟁을 가져간다는 것이다. 쓸 데 없이 많이 하는 회의, 불필요한 보고서 작성 등 조직 내 군더더기를 제거하기 위한 원칙을 노사가 공동으로 다섯 가지 항목을 제정한 것이 있다. 그리고 금융노조의 올해 임단협 산별교섭 일정에 맞춰 교섭권을 위임 받을 예정이다. 6월 말에는 지부 차원의 요구안이 완성될 것이고, 7월부터 본격적인 교섭을 계획하고 있다. 당연히 태업이나 파업을 염두에 두고 있다. 지난 2005년 투쟁에서 집행부의 일원으로 태업 전략을 짰던 경험도 있다. 다양한 방법과 전술을 생각해 두고 있다. 집행간부들과도 이런 얘기를 했다. 단기투쟁은 집행간부들의 몸이 괴로운 투쟁이 될 것이다. 하지만 이것이 불쏘시개가 되어 장기투쟁은 사측이 힘든 투쟁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