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조로 조직된 목소리 내야 한다
노조로 조직된 목소리 내야 한다
  • 박석모 기자
  • 승인 2013.05.03 16: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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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통산업 전반에 불법파견 만연
유통산업 특별법, 올핸 제정 기대
[인터뷰 2] 강규혁 전국민간서비스산업노동조합연맹 위원장

ⓒ 봉재석 기자 jsbong@laborplus.co.kr
대선이 한창 진행 중이던 지난해 연말, 이마트가 이슈의 중심으로 떠올랐다. 노조를 막기 위해 온갖 부당노동행위를 저지르고 있다는 내용이었다. 그 와중에 이마트에서 일하고 있는 노동자들의 현실이 함께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렸다.

이렇게 이마트에서의 현실이 이슈화된 이후, 이마트에서는 결국 노조를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그동안 제기됐던 온갖 부당노동행위와 관련 고용노동부가 특별근로감독을 벌이기도 했다. 비판여론이 높아지자 이마트는 비정규직 1만여 명을 정규직으로 전환하겠다는 발표를 하기에 이르렀다. 여기에 이르기까지 큰 역할을 했던 이마트노조도 인정할 수밖에 없었고, 노조와 관련해 해고됐던 간부들도 복직할 수 있었다.

올해 초에는 홈플러스에서도 노조가 만들어졌다. 홈플러스노조는 출범과 동시에 그동안 지급받지 못했던 시간외수당 등 체불임금을 청구하는 소송을 냈다. 비록 2명이 소송을 낸 데 불과하지만, 법원의 판결에 따라서는 홈플러스에서 일하는 노동자 전체, 나아가 유통업계에서 일하는 노동자 전체로까지 확산될 수 있을 만한 파급력을 가지고 있다.

이마트와 홈플러스에서 노조가 만들어지기까지, 전국민간서비스산업노동조합연맹(서비스연맹)의 몇 년에 걸친 조직화노력이 있었다. 지난 2월 대의원대회를 통해 새롭게 임기를 시작한 강규혁 위원장으로부터 유통노동자들을 조직화하기 위한 방안을 들었다.

직고용부터 조직화 박차 가할 것

이마트와 홈플러스에 잇따라 노조가 설립됐는데, 어떤 의미가 있다고 보는가?

“이마트나 홈플러스나 두 군데 모두 삼성과 직간접적으로 연계돼 있다. 두 군데 모두 무노조경영을 추구하는 곳이다. 이런 곳에서 노조를 처음 설립했다는 데에 의미를 부여할 수 있다. 다만 그게 어느 한 순간에 된 건 아니다. 짧게는 3년, 길게는 5년의 준비기간이 있었다. 그만큼 노조를 적대시하거나 무노조경영을 하는 기업에서 노조를 단시간에 설립하기는 어렵다는 반증일 수도 있다.”

연맹은 앞으로 두 노조를 어떤 부분에서 어떻게 지원할 계획인가?

“두 노조의 공통점은 밭이 넓다는 것이다. 즉 조직대상자가 많다. 유통업에는 그만큼 직고용 정규직, 비정규직뿐만이 아니라 수많은 간접고용이 있다. 협력사원도 있고 도급직도 있다. 일차적으로는 직고용 정규직, 비정규직의 조직화에 박차를 가할 예정이다. 이미 올해 대의원대회 때 사업계획으로 확정했다.

우리 연맹의 힘만으로는 한계가 있기 때문에, 민주노총 중앙집행위원회(중집)에서 16개 지역본부가 함께 조직화 사업을 진행한다고 결정했다. 홈플러스의 경우 16개 지역본부가 직접 매장 안으로 들어가서 노조 가입원서를 배포하고 있다. 4월 안에 101개 매장 전체에 가입원서를 배포할 예정이다. 홈플러스에 가입원서를 배포하는 일이 4월에 끝나면 5월부터는 이마트에도 가입원서를 배포할 예정이다.”

ⓒ 봉재석 기자 jsbong@laborplus.co.kr
유통업체, 생사여탈권 쥐고 흔들어

유통노동자들의 노동환경은 국민들에게는 잘 알려져 있지 않다.

“이마트사태로 이마트의 노동조건이 수면 위로 떠올랐는데 단순히 이마트만의 문제는 아니다. 소위 빅3는 물론 전체 중소마트, 나아가 백화점까지 유통업계 전체의 문제다. 우리가 자료를 가지고 이마트 노동조건을 폭로한 이후, 노동부가 이전에 근로감독을 했을 때는 무혐의로 나왔던 부분이 특별근로감독에서는 부당한 행위로 적발되고 있다.

전체 유통매장들에서 불법파견을 하고 있고, 일은 과도하게 시키면서 돈을 안 주고 있으며, 협력업체에 과도하게 개입하고 있다. 이 모든 것들에 대해 노동부가 특별근로감독을 통해 개선하게끔 지도해야 한다. 이마트가 전체 유통업체 중에서는 협력업체 노동자들에게 그나마 인간적으로 대하고 있는 편이다. 그러면 다른 곳은 오죽하겠는가. 노동자의 생사여탈권을 쥐고서 흔들어대고 있다.”

유통노동자들이 직면하고 있는 장시간노동, 저임금노동, 휴일노동, 감정노동을 개선하기 위해 서비스연맹은 향후 어떤 노력을 할 계획인가?

“서비스연맹은 대형유통매장의 영업시간을 제한해야 하고 주1회 휴점을 주장하고 있다. 국회에도 법안이 제출돼 있다. 할인점 같은 경우 매주 일요일에 쉬고 오전 10시에 오픈해서 밤 10시에는 문을 닫으라는 것이다. 유통노동자들도 일요일에 다 같이 쉬자는 것이다. 밤 10시에는 퇴근해야 그나마 집에 가서 가정을 돌보거나 아이들을 돌볼 수 있다. 또 심야에 범죄에 노출 위험도 줄일 수 있다.

이미 IMF 때 백화점 같은 경우는 매주 1회 문을 닫았다. 그게 궁극적으로 기업도 위너가 될 수 있는 길이다. 일하는 노동자들의 만족도가 높아질수록 양질의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고, 쉬는 동안 건물이나 여러 가지를 정비할 수 있고 비용도 절감할 수 있다.

서비스연맹은 유통노동자의 휴식권과 건강권을 위한 캠페인을 지속할 예정이다. 다만 캠페인만으로는 한계가 있다. 노동자들이 노조 이름으로 조직된 목소리를 내야 한다.”

유통산업 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특별법 제정은 현재 어디까지 진행됐는가?

“이미경 의원실에서 대표발의를 했는데 상임위 통과를 못하고 있다. 상반기 중에 환노위에서라도 통과시키고 올해 안에는 본회의에 상정되는 걸 기대하고 있다. 그렇게 해야만 사회적으로 공론화가 시작된다. 월 2회 일요일 휴무는 전 유통매장이 아니라 대형유통매장에 한정돼 있다. 본회의까지 올라가면 다양한 의견들이 나올 것이다. 그런 것들을 다 모아서 정리할 수 있을 거라고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