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도한 취업률 목표 맞추는 데 급급
특성화고등학교 학생들의 전문성을 높인다는 교육적 취지로 시행되고 있는 현장실습제도가 파행적으로 운영되고 있다는 설문조사결과가 나와 논란이 예상된다.
정진후 진보정의당 국회의원은 6일 보도자료를 통해 19개 특성화고등학교와 2개 마이스터고등학교 현장실습생 1,081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결과를 발표했다.
이 설문조사결과에 따르면 지난 2012년 4월 교육부(당시 교육과학기술부)와 고용노동부가 발표한 ‘특성화고 현장실습제도 개선대책’이 효과를 내지 못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경우에 따라서는 오히려 이전보다 악화된 수치를 보이고 있었다.
지난 2011년 12월 기아자동차 광주공장에서 현장실습생이 뇌사상태에 빠지는 사고가 발생하자 교육부와 고용노동부는 지난 2012년 4월 특성화고 현장실습제도 개선대책을 발표한 바 있다.
이 대책에는 ▲ 사업장 노동자와 동일하게 일하는 경우 근로계약 체결을 통해 노동관계법에 따른 노동자로서의 인정과 권리보호 ▲ 현장실습시간 1일 7시간 이내, 현장실습생 동의 시 1일 1시간 한도 연장 가능 ▲ 야간(오후 10시부터 다음날 오전 6시까지) 및 휴일 실습 금지, 1주 2회 이상 휴일 부여 ▲ 연장실습시간에 대한 수당 별도 지급 ▲ 여성 현장실습생의 경우 월 1회 생리휴무 부여 ▲ 현장실습 중 재해 시 학교안전공제회에서 보장 등이 내용으로 포함돼 있다.
그러나 이 같은 대책이 발표된 이후에도 지난해 12월 현장실습생이 울산 앞바다에 빠져 사망하는 사고가 일어난 바 있다. 정진후 의원실에서 발표한 이번 설문조사결과도 이 대책이 실제 현장에서는 제대로 적용되지 않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우선 지난해 교육부와 고용노동부의 대책에 따라 휴일 실습이 금지됐지만, 이번 설문조사결과에서는 전체 응답자의 53.3%가 휴일 실습을 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전체 응답자의 55.2%는 1일 8시간을 초과하는 연장실습을 경험했다. 이는 지난해 1월 이미경 민주통합당 국회의원실에서 조사한 것보다 각각 24.2%p(휴일 실습), 14.4%p(연장실습)가 늘어난 수치다.
현장실습생의 근무형태와 관련해서도 지난해 이미경 의원실의 조사에서는 80.4%가 주간근무를 한다고 응답했지만, 이번 조사에서는 68.1%로 12.3%p가 낮아졌다. 반면 2교대 또는 3교대 근무형태는 지난해 이미경 의원실의 조사에서 11.3%였던 것이 이번 조사에서는 27.8%로 16.5%p 높아졌다. 이로 인해 현장실습생들의 전체적인 실습시간도 늘어난 것으로 조사됐다.
또 전체 응답자 중 19.3%는 일했던 곳이 위험해서 다칠 가능성이 컸다고 응답했으며, 13.6%는 정기적으로 휴식시간이 주어지지 않았다고 답했다. 교육부와 고용노동부의 대책에는 여성 실습생에게 월 1회 생리휴무를 부여하게 돼 있지만, 64.7%는 한 번도 생리휴무를 쓴 적이 없다고 답했고, 생리휴무를 쓰지 못한 여성 실습생 중 41.5%는 바빠서 신청할 엄두를 내지 못했다고 답했다. 생리휴무 자체를 알지 못했다는 실습생도 39%였으며, 실습생이 생리휴무를 신청했음에도 업체가 쓰지 못하게 한 경우도 6.4%에 달했다.
이 밖에 42.5%의 실습생들은 전공과 관련 없는 업체에서 실습을 받고 있었으며, 현장실습제도를 운용하고 있는 전국의 특성화고등학교 중 12%(2012학년도 기준)는 3학년 보통교과에 대한 수업을 연간 단 1시간도 이수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3학년 2학기에 보통교과 수업을 하지 않은 학교는 특성화고등학교의 40%에 이르렀다. 반면 전문교과는 100% 이수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정진후 의원은 “1, 2학년 때 보통교과를 선 이수하고 3학년 때 전문교과를 집중 편성해 현장실습으로 이를 대체할 수 있도록 한 시·도교육청이 지침을 통해 허용하고 있기 때문에 이 같은 현상이 벌어진다”며 “교육부의 과도한 취업률 상향정책으로 인해 학생들의 전문성을 높이기 위한 교육적 목표로 추진된 현장실습이 그 본연의 취지를 잃어버리게 된 상황”이라고 비판했다.
정진후 의원에 따르면 교육부는 2012학년도 특성화고 졸업생의 취업률이 25.9%인 점을 감안하지 않고 2013학년도 졸업생의 취업률 목표를 60%로 과도하게 설정해, 취업 연계형 현장실습을 장려하고 있다. 이로 인해 특성화고에서는 취업률을 끌어올리기 위해 전공과 무관하거나 실습여건이 열악해도 학생들을 산업체로 보내는 데 급급해 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정진후 의원실은 오는 13일 고등학교 현장실습제도 개선방안 마련을 위한 토론회를 거쳐, 실습시간 규정과 현장실습기업 선정기준을 마련해 현장실습이 본래의 취지에 맞게 교육적으로 이뤄질 수 있도록 하는 법 개정에 나설 계획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