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화 취지에는 공감하지만…
대화 취지에는 공감하지만…
  • 참여와혁신
  • 승인 2013.06.04 1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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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방하남 고용노동부 장관이 기자회견을 통해 통상임금 문제에 대한 ‘사회적 대화’를 공식 제안했습니다.
통상임금 문제로 온 산업계가 들썩이고 있으니, 주무부처 장관으로서 이를 해결하기 위한 해법을 고민하지 않을 수 없었을 것입니다.
그런데 방 장관의 사회적 대화 제안은 그다지 적절치 못했던 것 같습니다.

굳이 설명하지 않더라도 통상임금 문제는 노사간의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얽혀 있는 문제죠.
그만큼 작은 말 한 마디도 큰 파장을 낳을 수밖에 없는 사안이기도 합니다.
지난해 대법원이 정기상여금도 통상임금에 포함된다는 판결을 내놓은 만큼, 대법원 판결을 이행하라고 하면 이는 너무나 당연하지만 결국 노동계를 편드는 말이 될 것입니다.
어려운 경제 상황을 고려해야 한다는 말도 당연한 말이지만 이번엔 경영계를 편들게 되죠.
그러면 언뜻 중립적인 듯이 보이는 ‘사회적 대화’는 어떨까요?
대법원의 판결이 있는데 사회적 대화를 통해 해법을 모색한다는 것 자체가 대법원의 판결과는 다른 해법을 염두에 두고 있다는 것이고, 결국 경영계를 편드는 말이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다른 한편으로는 헌법에도 나와 있는 ‘삼권분립’의 취지를 흔드는 말이 될 수도 있죠.
그만큼 말 한 마디를 하더라도 신중에 신중을 거듭해야 함은 두말할 나위가 없습니다. 특히 노사관계에 큰 영향을 줄 수밖에 없는 주무부처 장관의 말이라면 더욱 그러합니다.

노동계의 입장에서 보면 통상임금 문제는 그동안 ‘당연히’ 받았어야 할 임금을 받지 못한 것이라고 해석할 수밖에 없습니다. 즉 체불임금을 청구하는 것이므로 당연한 권리에 속하는 문제입니다. 그러니 노동계는 사회적 대화 제안에 대해 당연한 권리를 포기하라는 것으로 받아들일 수밖에 없을 겁니다. 결국 사회적 대화가 필요하다는 공감은 이끌어내지 못한 채, 오히려 이해관계 당사자 중 한 쪽의 입을 막아버린 건 아닐까요?

또 하나 사회적 대화의 근거로 들고 있는 어려운 경제 상황도 적절해 보이지 않습니다.
이는 마치 노동계가 어려운 경제는 뒷전이고 오로지 자신의 밥그릇만 챙긴다는 비난과 다르지 않아 보입니다.
하지만 정부만 어려운 경제 상황을 걱정하는 건 아닙니다. 혹시라도 그런 생각이 아니길 바랍니다만, 자기만 경제와 나라를 걱정한다고 믿는다면 그건 오만과 독선일 뿐입니다.

격렬한 대립과 갈등이 아닌 대화를 통해서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생각에는 전적으로 공감합니다. 하지만 대화도 때와 상황이 적절해야 가능하지 않을까요?
누군가를 대화의 장으로 이끌기 위해 충분한 설득을 통해서 대화가 필요하다는 공감을 이끌어내는 노력은 대화 상대방에 대한 최소한의 존중이자 예의 아닐까요?

홍대 언저리에서 <참여와혁신> 취재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