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조합 생긴 것만으로도 변화는 시작됐다
노동조합 생긴 것만으로도 변화는 시작됐다
  • 박석모 기자
  • 승인 2013.06.04 11: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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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조합 통해 말할 수 있고 바뀌는 경험 만들 것
홈플러스로 출근하는 노동자 전체가 가입대상
[인터뷰 2] 김기완 홈플러스노동조합 위원장

ⓒ 봉재석 기자 jsbong@laborplus.co.kr
지난 3월 28일, 홈플러스노동조합이 서울중앙지법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공식 출범을 선언했다. 홈플러스노동조합은 이 자리에서 그동안 시간외근로수당을 지급받지 못했다며 자료를 갖춰 체불임금 청구소송을 제기했다.

공식 출범 이후 김기완 홈플러스노동조합 위원장은 눈코 뜰 새 없이 바쁘다. 홈플러스 영등포점에서 근무하고 있는 김기완 위원장은 근무가 없는 날이면 전국에 흩어져 있는 홈플러스 매장을 돌며 노동조합을 알리고 현장 노동자들의 목소리를 듣고 있다.

김기완 위원장에게 노동조합 설립 이후의 변화를 물었다.

지난해 말 이마트노동조합에 홈플러스노동조합이 설립됐는데, 사회적 의미는?

“이마트노동조합이 생긴 것을 계기로 유통자본이 어떻게 노무관리를 해왔고 노동환경이 어떤지 일부 알려지긴 했다. 거대 유통자본이 주도하는 대형마트들이 우리 사회에 깊숙이 다가와 있고, 마트에 장 보러 가는 게 아주 자연스러운 일이다.

우리 생활 가까이에 있는 것이 대형마트인데, 한 번도 대형마트에서 일하는 사람들은 어떻게 일하고 어떻게 대우받으며 어떤 일들이 있는지 관심을 가질 계기가 없었다. 노동조합이 생기면서 대형마트에서 일하는 사람들에 대한 관심이 생기는 계기가 됐다고 본다.”

초대 위원장으로서 어떤 역할을 하려 하는가?

“홈플러스가 14년 됐는데, 그동안 상식으로 이해하기 힘든 현실에서 지낼 수밖에 없었다. 연장근로를 시켜도 연장근로수당을 안 주는 건 당연했고, 휴일근무를 시켜도 수당을 안 주는 게 당연했다. 이게 이 회사에서는 왜 당연할까 하는 물음으로부터 많은 것이 출발한다.

노동조합이 생긴 것을 계기로 부당한 현실이 상식적이지 않다고 이야기할 수 있는 최소한의 조건이 생겼다. 홈플러스에 노동조합이 잘 자리 잡고, 많은 직원들의 목소리를 담아내고, 이 목소리를 대변할 수 있는 안정적인 노동조합으로서 자리매김하는 데 내 역할이 있다. 노동조합이 안정적으로 자리를 잡아야 회사의 부당한 요구에 정당한 자기 목소리를 내는 것도 자연스러워지고, 대형마트가 우리 사회에서 어떤 존재로 자리 잡을 건지에 대해서도 회사가 일방적으로 정하는 게 아니라 홈플러스 구성원들이 지혜를 모아서 방향을 찾을 수 있다.”

설립 이후에 조합원은 어떻게 조직하고 있는가?

“4월 22일 교섭을 요구할 때 조합원이 870명이었고 조금씩 계속 늘고 있다. 전국에 100곳이 넘는 곳에 점포가 흩어져 있어서 카톡, 문자, 홈페이지를 준비했다. 온라인망을 통해 많은 노동자들이 소식을 편하게 접하고 가입할 통로를 만들었다. 그 덕분에 한 달 반 만에 이 정도 숫자가 가입했다. 근무가 없는 날 지방을 다니며 인사도 드리고 간담회도 하고 있다.”

지난해 말 이마트사태가 이슈가 되면서 유통노동자들이 대단히 열악한 노동조건에 처해 있다는 점이 알려지고 있다. 구체적인 사례를 듣고 싶다.

“여기 일하는 대부분의 노동자들에게는 퇴근시간이 없다. 계약상으로는 아침에 출근하면 3~4시쯤 퇴근해야 하는데 7시, 8시까지 당연한 듯이 일하고 있다. 수당을 안 주는 건 말할 것도 없고. 회사에 출근하는 것 말고는 자기 생활을 계획적으로 할 수 없는 조건이다. 그것도 특별한 경우라서 그런 게 아니라 허구한 날 그런다.

그러다 보니 여길 길게 다녀야겠다고 생각하는 노동자들이 별로 없다. 공채로 들어오는 정규직들이나, 아니면 비정규직으로 젊은 친구들이 들어오면 1년 안에 반 정도가 그만둔다. 높은 직급이 되더라도 근무환경은 크게 다르지 않아서, 휴일에 쉬지 못하고 바쁠 땐 퇴근시간이 없다. 그 중에는 명백하게 법을 어긴 것도 많지만 말 한 마디 할 수 없는 현실에서 지낸다. 상식을 뛰어넘는 환경이다.”

유통노동자들이 심각한 감정노동에 시달리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실태는 어떠한가?

“주로 고객을 많이 상대하는 계산원들이나 영수증 교환해주는 고객센터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이 감정노동에 시달린다. 감정노동의 사례도 중요하지만, 마찰이 생기면 점장이나 부점장들이 와서 해결하면 되는데 안 온다. 자기도 싫고 부담스러우니까. 회사에 매뉴얼이 있지만 전혀 지켜지지 않고, 그냥 빨리 지나가라, 큰 탈 없이 지나가면 좋겠다, 이러니, 노동자가 그걸 고스란히 감수한다. 어떤 요구든지 간에.

우리가 여기 월급 받고 노동을 하러 온 거지 인격까지 파는 건 아니다. 그런 인격적 모독을 당해도 너무 당연한 분위기, ‘여긴 손님이 왕이니까 원래 그런 거야’라는 식의 분위기에서 그런 형태의 감정노동의 악순환이 계속 일어나고 있다.

종합적으로 고찰해볼 필요는 있는데, 일단은 회사 조직이 충분히 제어할 수 있는 영역의 문제다. 그래서 관리자들이 있는 거다. 책임자들이 와서 자기가 책임질 부분을 책임지면 문제가 커지지 않는다. 사회적으로는 서비스업에 종사하는 노동자들이 하나의 인격체로서 존중하는 사회적 분위기나 문화, 감정노동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 지금은 장을 보는 고객 입장이지만 자기도 일터에 돌아가면 어딘가에서 일을 해야 하고, 또 다른 누군가를 상대해야 하는 사람인데 사회 전반에 그런 분위기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길고 복잡한 이야기일 수 있는데, 감정노동에 대한 수기 공모나 공청회, 증언대회 등 다양한 방식으로 우리 사회와 함께 이 주제에 대한 이야기를 해나가야겠다고 생각한다. 앞으로 사회적인 분위기가 바뀌어야 하고, 사회적 토론이 있어야 한다. 노동조합이 유통업 쪽에 생겼으니 이런 이야기를 더 풍부하게 우리 사회를 향해서 하는 것이 계기가 될 거라고 생각한다.”

여러 층의 노동자들이 홈플러스라는 같은 매장 안에서 근무하고 있을 텐데 구체적으로 어떻게 되는가?

“매장 크기마다 전체 일하는 직원 숫자는 차이가 있다. 직영 정규직·비정규직이 있고, 협력업체가 있고, 용역업체가 도급 계약을 해서 오는 경우가 있고, 이렇게 다양하다. 천 명이 일하는 점포라면, 홈플러스가 직접 고용한 정규직과 비정규직은 200명 남짓이다. 그중에서도 정규직은 오십 명이 채 안 된다. 그 정규직이 천 명을 관리한다.

직영 비정규직들이 180~200명 남짓이다. 이 비정규직들도 2년 이상이면 기간제법에 의해서 정규직으로 전환돼야 하는데 무기계약직이라는 걸로 전환한다. 그래서 계약 기간만 무기계약이고, 모든 조건은 비정규직 때와 똑같다. 급여 테이블이나 업무 환경이나. 무기계약이 됐다고 해서 10원이라도 나아지는 게 없다. 똑같은데 그냥 무기계약직이라는 차이만 있는 거다. 그래서 상당수는 무기계약 비정규직이다. 170명 남짓 되는 비정규직 중에.

그리고 비정규직이 될 때 홈플러스에는 TW라는 수습직으로 입사를 한다. 직영 아르바이트. 이렇게 입사해서 예전에는 6개월, 8개월, 10개월씩 알바를 하는데, 이때는 시급도 훨씬 적고 한 달에 4번만 쉬고 이런 식이다. 그러다가 정식 비정규직이 되면 주5일제 적용을 받고, 회사에 있는 복지 혜택도 조금이지만 달라지고 이런 게 생긴다.

비정규직 밑에도 한 단계가 더 있는 거다. 직영 아르바이트. 그 기간을 통상 6개월 정도 거치는데 사람마다 점포마다 다르다. 말 잘 들으면 3~4개월 만에 비정규직을 시켜주기도 하고, 입바른 소리를 잘한다, 이러면 8개월, 10개월씩 부려먹다가, 얼마나 버티나 보자는 식으로 막 부려먹다가 본인이 나가기도 하고 한참 뒤에 비정규직을 시켜주기도 하고.

입사한 때로부터 2년이라는 기간 동안 계약서를 다섯 번 정도 썼다. 무기계약이 될 때까지. 6개월마다 한 번씩 썼다. 6개월마다 한 번씩 생사의 기로에 서는 거다. 마음에 안 들면 이유 없이 계약 종료 통보를 한다. 당연히 본인도 일할 의사가 있고 모든 구성원들이 계속 일할 거라고 생각하는데, 회사 입장에서 마음에 안 들면 계약 종료 통보해서 쫓아내버리는 거다. 6개월에 한 번씩 이런 기간을 가진다. 합당한 요구, 상식적인 요구라는 건 필요 없고, 회사를 다니려면 요구대로 할 수밖에 없는 시스템을 가지고 있는 거고, 그렇게 해서 직영들이 구성돼 있다.

나머지 700~800명 정도가 흔히 협력업체라고 불리는 파견이나 도급 계약에 의해서 홈플러스로 일하러 오는 노동자들이다. 여기엔 진열하는 업무가 주인 협력업체에서 파견 온 노동자들이 있고, 주차·용역·시설 이런 데처럼 도급 계약을 맺어서 계약한 회사가 여기에 사람을 파견한, 인력공급업체가 파견한 이런 식의 고용 구조도 있다.

그리고 입점업체들이 있다. 어떤 가게 사장들이 공간을 빌려서 입점하는데 그 사장이 고용한 노동자들도 있을 수 있다. 그래서 입점업체 테넌트라고 불리는 입점업체 노동자들도 있다.

이렇게 다양한데 고용계약서를 자기가 누구랑 썼느냐를 모르는 노동자들이 많다. 너무 복잡해서. 일은 홈플러스에서 하고 업무 지시도 사실상 홈플러스가 하는데, 파견협력업체 노동자들 얘기는 엄청 복잡해서, 두 군데, 세 군데 회사에서 월급 받는 노동자도 있다. 예를 들면 A회사, B회사 상품을 진열할 것을 계약한 도급용역업체에서 파견 온 노동자면 이 두 개 업체를 진열할 것이 계약서상에 돼 있다. 그래서 이 두 개 업체에서 나오는 돈을 모아서 월급으로 받는 거다. 또는 세 개 업체.

그런데 이 노동자들이 그 계약서상에 자기와 계약을 한 회사의 물건만 관리하고 진열하느냐 하면 전혀 그렇지 않다. 모든 물건을 다 관리하는 거다. 홈플러스가 시키니까. 그렇게 해서 실제로는 불법파견의 여지, 여지 수준이 아니라 불법파견의 온상이다. 불법파견의 무수한 증거들이 그냥 널브러져 있고, 그것이 관행으로 굳어져 있다.

문제제기를 어떤 방식으로 해서 문제를 풀 것인가가 중요한데, 단순히 그냥 ‘직고용하라, 정규직화하라’가 나중에는 답이 될 수 있겠지만, 이 노동자들의 임금조건이나 근무환경이나 이런 것들이 맞아야 하는데 너무 복잡하다.

정규직부터 전체 협력업체까지 하면 열 몇 가지의 고용관계가 있을 거 같다, 나름 계속 정리해 나가야겠다고 생각하고 있는데, ‘고용백화점’이라고 할까?”

ⓒ 봉재석 기자 jsbong@laborplus.co.kr
홈플러스노동조합은 전체 노동자들을 조직 대상으로 하고 있는데, 직접고용부터 간접고용까지 형태가 다양한 만큼 이들 사이의 이해관계를 조정하는 게 쉽지 않을 것 같다.

“현재 규약상으로는 직영 정규직, 비정규직이 노동조합 가입 대상이다. 왜냐면 우리나라 노동법이 그렇게 신고하지 않으면 신고필증을 안 내주기 때문에 그렇다. 어쨌든 조합원들과 의논해서, 홈플러스가 직장인 노동자들은 누구나 다 우리 노동조합에 가입할 수 있어야 되는 거 아니냐는 공감대는 넓다. 그렇게 해서 전체 홈플러스에 출근하는 노동자들이 노동조합에 가입할 수 있도록 규약도 개정하고 준비를 하려고 생각하고 있다.

지금 현 단계에서 직영 정규직, 비정규직만 있는 홈플러스노동조합이 파견이나 협력업체 노동자들의 많은 요구를 대변할 수 있는가 하는 문제가 생긴다. 우선은 노동조합이 생기고 나서 여러 변화가 있는데, 일단은 연장을 노골적으로 안 시킨다거나, 쉬는 날은 더 이상 출근을 요구하지 않는다거나, 우리가 공개적으로 했던 얘기들에는 많은 변화들이 생겼다.

협력업체 노동자들도 역시 마찬가지로 노동조합이 생겼다는 것만으로 이야기할 곳이 생겼다. 억울한 일을 이제 안 참는다. 안 참고 우리한테 이야기해준다. 그것이 자기와 계약한 어느 이름 모를 회사든, 아니면 홈플러스 직영 관리자가 어떤 부당한 요구를 했든, 어떤 종류든지 간에 이야기할 곳이 생긴 거다. 편안하게.

그렇게 해서 실제로는 또 많은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협력업체 직원들한테 청소시키는 등 엄청나게 많은 일을 시킨다. 행사를 교체하는 날이 있는데, 전단 행사 나가면 물건이 많이 바뀌는 날이어서 새벽까지 일한다. 협력업체한테도 늘 새벽까지 일을 시키다가 최근에는 그렇게 안 한다든지, 이런 구체적인 변화들이 노동조합이 생긴 걸 계기로 나타나고 있기 때문에 다들 많이 반기고 있다. 노동조합이 더 안정이 되고 힘이 세져서 같이 하자, 이런 공감대는 넓게 있다. 그것이 간단한 문제가 아니라서 잘 준비할 필요가 있고, 연구도 해야 한다.

일례로 내가 영등포점에서 일하는데, 협력업체 노동자들 중에 계약 형식으로 보면 파견인데 영등포점에 7년째 출근하고 있는 노동자가 있다. 그런데 해당 부서의 직영 관리자가 새로 와서 마음에 안 들고 자기랑 잘 안 맞는다고 전화 한 통으로 바꾸는 거다. 몇 년을 일한 사람을.

이 노동자를 고용한 회사에 전화해서 ‘누구누구 뭐가 문제니까 다른 사람으로 교체해주세요’ 하면 다음날 딱 바뀐다. 이런 수준의 계약관계이기 때문에 간단한 문제는 아니다. 이 노동자들이 노동조합을 통해서 우리 권리를 찾겠다고 나서기 시작하더라도, 어떻게 보호하고, 힘을 가지고, 이런 형태의 막무가내 식의, 전화 한 통으로 사람을 해고시키거나 다른 곳으로 보내버리는 이 구조를 넘어설 수 있는지 연구가 필요하다.”

노동조합이 생겼다고는 하지만 협력업체 노동자들이 보기에는 직영의 노동조합인 거고, 과거의 직영 노동자들과의 관계 때문에 색안경을 끼고 바라보는 시선도 있을 거 같다.

“그렇다. 그래서 출범선언문이나 조합 소개 글 같은 데에도 표현이 되어 있는데, 우리가 노동조합 출범할 때부터 어쨌든 홈플러스노동조합은 정규직, 비정규직 모두가 함께하는 노동조합이고, 홈플러스로 출근하는 모든 노동자들이 함께 만들어갈 수 있도록 준비할 거라고 공표했다. 시작할 때부터.

다른 지방이나 점포 방문을 하면 실제로는 복장이나 이런 데서 구분이 가는 곳도 있지만 구분이 안 가는 노동자들도 많다. 직영인지, 협력업체인지. 일하는 우리가 보기에도 헷갈릴 정도로 하는 일이나 복색도 똑같다. ‘저 협력업체인데요’ 이렇게 말하면 협력업체 노동자들도 우리가 준비해서 길지 않은 시간 안에 노동조합 같이 할 수 있게 할 거라고 하면 너무 좋아한다. 꼭 그렇게 하자, 우린 다 할 거다, 그렇게 하면. 이렇게 기대하고 있고 의지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노동조합을 만들고 시작하고 있는 조합원이나 간부들이 그걸 얼마나 잘 준비하느냐에 달렸다고 본다.

점포별로 지부들이 생기고 있는데, 지부가 생기면 같이 일을 하고 서로 친한 노동자들 중에 지부장도 생기고 간부들이 생기잖나. 거의 다 비정규직이고 직영 비정규직이랑 협력업체 노동자들이랑 실제로는 하는 일이 거의 다르지 않고 비슷하기 때문에 언니, 동생 하는 사이다. 그래서 이들을 통해서 자기들의 고충을 편안하게 얘기할 수 있게 되고 의논할 수 있게 됐기 때문에 많은 변화가 생길 거다.

실제로 시키던 청소 안 시키고, 시키던 재고조사 안 시키고, 이런 변화가 구체적으로 생기고 있기 때문에 협력업체 노동자들이 노동조합 생긴 것에 대해서 ‘직영들 밥그릇만 챙길 거야’라고 보는 분위기는 거의 없다. 오히려 언제쯤 우리가 같이 할 수 있을까, 빨리 그렇게 되면 좋겠다, 그리고 지금 가입할 수 있는 물리적 조건은 안 되지만 어쨌든 말할 수 있는 통로가 생기고 의논할 수 있게 됐기 때문에 좋아한다.”

같이 할 수 있으려면 노동조합의 규약을 바꿔야 하는 부분도 있을 거고, 고용노동부에서 태클을 걸 수도 있을 텐데, 이런 부분들은 어떻게 준비되고 있나.

“우선은 조합이 생긴 지 한 달 조금 지났기 때문에 지금은 홈플러스노동조합의 체계를 꾸리기 위한 사업을 집중해서 하고 있는 중이다. 점포마다 지부가 생기고 간부들이 생겨야 되잖나. 노동조합 간부들의 정연한 질서와 체계가 서면 어떤 일들을 해나갈 수 있고, 의견도 모으고, 결정한 것들을 진행할 수도 있기 때문에 지금은 이것을 집중해서 하고 있다.

이게 일정하게 되면 조합의 공식 의결기구를 통해서 규약 개정 논의를 하려고 한다. 조합원들의 의사를 물어서. 규약을 개정하는 문제, 가입 대상 범위를 넓히는 문제에 대해서 별로 어렵지 않게 풀릴 거라고 생각한다. 실제로 협력업체 노동자들이 홈플러스를 운영하는 데 상당한, 숫자로도 더 많고, 일로 봐도 직영들이 일손을 놓더라도 협력업체 노동자들만으로도 다 굴러갈 수 있는 구조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 노동조합과 당연히 함께해야 한다. 다 같이 노동조합에 가입되어야 한다고 일을 해온 경험을 통해서 이미 그렇게 많이 생각하고 있다.

그래서 우리가 노동조합 체계를 꾸려서 노동조합의 논의나 의결기구를 통해서 얼마나 이걸 잘 모아서 힘 있게 결정하느냐가 더 중요하다고 본다. 그것을 노동부에서 어떻게 해석할지도, 실제로는 다툼의 여지가 있다기보다는 여기에서 실제로 일이 어떻게 굴러가고 있는지, 노동자들이 어떻게 일하고 있는지를 들여다보기만 한다면 당연히 인정할 수밖에 없을 거라고 생각한다.”

고용노동부는 법 문구대로 해석하는 경향이 있는데 그런 부분에 대한 준비가 필요할 것 같다. 다른 한편으로는 산별노조의 형태도 고민이 필요한 게 아닌가.

“우리가 민주노총 서비스연맹 소속 노동조합인데 이마트노동조합도 같은 연맹이다. 연맹에서는 그런 고민을 많이 한다. 서비스업계에 마트만 있는 게 아니고 호텔, 화장품 등 여러 가지 업종이 있기 때문에 현재 노동법이나 우리나라 고용노동부의 흐름을 볼 때 그런 준비가 필요하다는 말도 많이 하고, 우리도 같이 의논해나가면 방법은 찾을 수 있다고 본다.”

고용노동부 손을 빌려야 될 부분도 있을 것 같다. 예를 들면 불법파견의 백화점이라고 말했는데, 이런 비정상적인 고용 형태들에 대해서는 고용노동부에서 근로감독을 해야 하는 부분이다. 다른 한편으로 갑을관계에 있어서 잘못된 부분들은 공정거래위원회에서 실태조사를 하고 감독을 해야 할 부분이다. 실태조사라든지 시정조치를 명령할 수 있는 권한을 가진 정부 부처들이 직접 들어와서 유통업종의 실태를 봐야 하는 것 아니냐. 지금까지는 어땠나.

“이마트 사태를 통해서 이마트에 특별근로감독이 시행됐다. 이마트 회사 측은 증거를 인멸했지만, 압수수색을 세 번이나 해서 불법파견 영역에 대해서는 한 달에 이백억 원 과징금이 부과됐고, 체불임금도 밝혀낸 사례들이 있긴 했다.

노동부가 잘하면 좋겠는데 뻔히 문제가 있다는 것을 알면서도 어떤 것은 덮고 지나가고, 언론을 통해서 이슈화되지 않은 문제들은 모른 척하고 지나가고, 이렇게 해오고 있는 것이 현실이기 때문에, 노동조합이 분명히 존재하는 문제를 정확하게 확인하고 시정조치 할 수 있게 준비하는 게 필요하다고 본다. 왜냐면 너무 복잡한 문제가 많고, 현재 노동조합이 가지고 있는 힘으로 감당하기 어려운 영역의 문제들도 많이 있기 때문에 당연히 노동부나 공정거래위나 이런 데의 힘을 빌어서 명백하게 불법인 문제들을 확인하고 조치해야 한다고 판단한다.

하지만 그것이 제대로 되려면 실제로 안에 있는 사람들이 그런 문제가 있다고 편안하게 이야기할 수 있는 분위기, 그리고 그런 증거들을 은폐하고 은닉하는 회사의 흐름을 통제할 수 있는 어떤 힘이 있어야 노동부든 정부 기관들의 조사나 사실관계 확인 작업들도 정상적으로 이루어질 수 있다고 본다. 때가 되면 해야 할 문제다.”

최근 언론에 오르내린 남양유업 사례에서 보이듯 ‘갑을관계’가 새로운 이슈가 되고 있다. 홈플러스에서도 직영 노동자들과 협력업체 노동자들이 함께 일하고 있어서 이 같은 문제로부터 자유롭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는 어떠하며, 노동조합에서는 이 문제를 어떻게 풀어 가려 하나.

“당연히 그렇다(자유롭지 않다). 협력업체 노동자들이 보기에 직영 정규직은 하늘같은 사람이고, 직영 비정규직조차도 자기들에게 업무 지시를 하는 사람이다. 명백하게 갑을관계다. 마음에 안 들면 사람을 바꿔버리니까. 아니면 관계가 안 좋으면 막 힘들게 만들고.

얼마든지 그럴 수 있는 관계이기 때문에 노동조합이 만들어진 것을 계기로 직영 노동자들은 협력업체 노동자들도 다 같이 우리랑 함께 일하는 우리의 동료라는 의식이 필요하다고 본다. 함부로 대하지 말자, 우리랑 똑같이 일하는 사람이다, 그리고 현재의 파견이나 도급 형태로 일하고 있는 문제도 많은 영역에서 불법적 소지가 있다, 그리고 동등하게 똑같이 일하는 사람으로 대우해야 한다. 직영 노동자들이든 협력업체 노동자들이든 상호간에 그런 관계를 맺어나가기 위한 노력도 필요하다.

제도적으로는 이 불법성들을 바로잡아야 한다. 서비스업의 특성상 파견이 일부 허용이 되어 있는데 그걸 교묘하게 피해가서 대놓고 파견업체들을 부려먹는 거다. 거기에서 이익을 취하고 있는 거고. 홈플러스에 물건을 납품하는 여러 납품업체들도 최근에 이야기하는 갑을관계의 정점에 있는 곳이다.

그래서 희한한 일이 많다. 정말 말 한 마디 제대로 못하기 때문에 요구대로 무조건 하는 거다. 재고조사를 하면 몇 백만 원어치를 하루아침에 채워놓으라고 한다. 각 점포가 1년에 한 번씩 재고조사를 하는데 로스가 생긴다. 어느 상품의 얼마만큼이 비면 그 회사에 연락해서 그만큼의 상품을 채워달라고 한다. 울며 겨자 먹기로 메우는 거다. 그게 얼마든지 간에. 그런 형태로 나타나고 있다. 또 행사가 걸리는 상품들을 홈플러스에 납품하는 업체 입장에서는 갑인 홈플러스가 싼값에 납품할 것을 요구하니 좋든 싫든 납품하는 거다.

그런 형태로 만연한 문제이기 때문에 노동조합이 생긴 것을 계기로 앞으로 정상적인 관계로 다 바꿔야 할 것이다. 그래야 실제로는 회사에도 좋은 일이고, 여기에서 일을 하고 대형 마트 홈플러스와 일을 하는 사람, 여기와 계약관계를 맺어서 납품을 하는 사람들도 건강한 관계, 건전한 관계, 정상적인 관계로 이루어져야 된다. 그래야 소비자들도 정상적인 거래를 통해서 정상적인 가격에 소비할 수 있기 때문에 이런 부조리들은 다 바로잡아야 한다.

그래서 할 일이 무수히 많다. 그리고 노동조합 홀로 할 수 있는 일은 아니다. 사회 여론이나 전문가들의 도움이나 언론의 도움을 받아서 도대체 이 대형 마트 안에 얼마나 엄청난 문제가 있는지, 어떤 구조적 문제가 있는지, 사회적으로는 얼마나 낭비가 일어나고 있는지를 들여다보고 하나씩 바로잡아갈 필요가 있다. 실제로 대형 마트의 횡포는 너무나도 종합선물세트처럼 벌어지고 있기 때문에.”

앞에서 이야기한 노동조건과도 관련이 있을 것 같은데, 출범 기자회견 당시 제기했던 체불임금 소송은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가?

“그때 진행한 소송은 연장근로를 한 증거가 명확한데 실제 급여에서 이 수당이 나오지 않은 증거를 수개월치 확보해서 두 사람이 대표소송을 진행한 거다. 소송이 접수되어서 1심을 위한 절차가 진행 중이다. 1심 결과가 나올 때까지 통상 6개월가량 소요된다. 법률 대응을 맡은 변호사를 통해서 진행 중이다.

그것을 진행했던 이유도 이 회사가 연장근로를 시키고 돈을 안 준다, 너무 비상식적인데 아무도 말하지 못했기 때문에 이것을 이야기하고 지금부터는 이러지 말자, 바로잡자는 목적이 더 큰 거다. 그런 변화는 일정하게 생기고 있기 때문에, 회사에서 일하는 우리 노동자 입장에서는 엄청난 변화인 거다.

그리고 나중에 이 소송의 결과에 따라서, 실제로는 일을 했지만 못 받은 돈이 누구나 다 있기 때문에 그것을 실제로 돌려받는 부분도 이후에는 준비해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다. 통상 체불임금 관련된 소송 결과가 나오면 전체에 적용하기 위해서는 판례 등이 필요하기 때문에 절차가 진행되고 있다.

지금 두 번째 소송을 준비하고 있다. 최근에 이야기되는 통상임금대로 수당을 지급하지 않은 문제에 대해서 체불임금이 있다. 홈플러스도 당연히 똑같이 있고. 상여금을 빼더라도 통상임금으로 적용했을 때 수백억 원으로 추정되는 미지급임금이 있다. 그 소송을 노동조합이 준비해서 이것이 진짜 체불임금인지, 통상임금으로 적용해서 정확하게 우리 임금을 달라, 체불임금 청구소송을 지금 준비 중이다.”

앞으로 갈수록 할 일이 많아질 텐데, 노동조합의 힘은 무엇보다도 조합원 수에 따라서 좌우된다. 조직화가 관건일 것 같은데 지금까지 조직화한 과정, 그리고 앞으로 어떤 조직화 계획을 가지고 있는지.

“초반 한 달 동안 ‘우리 회사에 드디어 노동조합이 생겼구나. 그리고 이 노동조합이 믿을 만하구나. 우리 편이 맞구나’ 하는 메시지가 전달된 것만으로 천 명에 가까운 노동자들이 가입했다고 본다. 그래서 앞으로 무언가 바꿔 나갈 수 있겠다는 기대, 그리고 우리가 함께해야 바꿀 수 있겠다는 생각이 이 정도 흐름을 만들었다고 생각한다.

전국 102곳의 매장에 2만 명 가까운 노동자들이 흩어져서 일하고 있는데 이 노동자들을 찾아가서 당연히 다 만나야 하고, 노동조합이 어떤 일들을 하려고 하는지 얼굴을 보고 서로 이야기하고 그 점포의 이야기를 듣는 과정에서 우리가 할 수 있는 일들을 많이 찾아낼 수 있다고 본다.

지금 한 달 남짓 근무하면서 쉬는 날 지방 다니고 있다. 지방의 점포를 방문하거나 조합원들을 만나면 정말 궁금해 하는 게 많다. ‘이 일들은 어떻게 되느냐, 노동조합이 이 일도 할 수 있느냐, 우리 점포에 이런 일이 있는데 이건 어떻게 하면 되느냐.’ 그 일들 중에 상당한 부분은 그 점포에 노동조합 지부가 생기면 거의 다 해결할 수 있는, 너무나 단순하고도 간단한 문제이지만, 말할 수 없었기 때문에, 시키면 시키는 대로 할 수밖에 없었기 때문에 그냥 관행으로 굳어져 있는 문제들이 거의 대부분이다.

그래서 점포마다 노동조합의 지부가 생기고, 앞장서서 같이 노동조합 일을 할 동료를 우리 손으로 뽑는 과정을 통해서 조합이 강화되고 확대될 거라고 본다. 자발적으로 많이들 가입하고 있는데, 자발적 가입을 통해서 노동조합으로 조합원들의 의견을 전달할 수 있고 그걸 의논해서 결정을 전달받아서 구체적으로 일을 해나갈 수 있는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 이것이 없이는 조합 확대가 정상적으로 일어날 수 없다. 설사 여기서 더 늘어나더라도 모래성 쌓듯이, 튼튼한 뼈대 없이 집을 짓는 것과 다르지 않다.

그래서 점포마다 노동조합 지부를 세우는 일을 제일 중요하다고 판단해서 지금 거기에 집중하고 있다. 다음 달 초쯤 되면 한 스무 개 남짓한 곳에 지부가 생긴다. 그러면 그 간부들이 옆 점포에서도 활동하고 이런 과정을 통해서 조합이 자리 잡고 확장될 거라고 본다.

그 과정에서 단체교섭도 하게 될 거고, 진행하고 있는 소송과 관련해서도 소송인단 모집 사업 같은 걸 진행할 것이기 때문에 노동조합이 생긴 것에서 끝나는 게 아니라, 노동조합을 통해서 우리가 하고 싶었던 말들을 할 수 있고 그렇게 의견을 모아서 힘을 모으면 바뀐다는 것을 많이 만들어나가는 것이 중요하다.”

몸이 열 개라도 부족할 텐데, 전임에 대한 요구는?

“5월 중에 상견례를 할 것 같은데 우리가 4월 22일에 교섭을 요구했고, 절차를 거쳐서 5월 5일에 교섭대표노조 지위를 획득했다. 법적 절차로. 그래서 지금은 홈플러스주식회사와 홈플러스노동조합이 단체교섭을 통해 단체협약을 맺어야 하는 상태에 있다.

첫 번째 공식 상견례를 앞두고 있는데 기본협약을 체결하는 과정에서 안정적인 노동조합 활동을 보장할 것을 요구할 것이다. 회사도 노동조합이 생겼기 때문에 당연히 보장할 거라고 생각하고 있고, 기대하고 있다.

회사가 앞으로 좋은 관계에서 노사관계를 맺어가려면 전임자뿐만 아니라 사무실이라든지 노동조합이 자기 활동을 할 수 있는 최소한의 조건은 보장할 거라고 생각하고 있다. 모든 회사가 노동조합의 기본적인 활동을 보장하고 있기 때문에 홈플러스도 그렇게 할 거라고 생각하고 있다. 그렇지 않으면 싸움이 날 것이고, 홈플러스 14년간 있었던 온갖 문제들이 세상에 알려지고 시끄러워질 것이다.

이마트노조 위원장과 알게 돼서 친해졌는데 너무 감사하다. 이마트노동조합이 우리보다 몇 달 앞서서 고생해준 덕을 우리가 많이 보는 젓 같다. 이런 사회 여론이나 흐름이라는 게 쉽게 생기는 게 아닌데 이마트노동조합이 6개월 가까이 엄청 고생했다. 그래서 고맙고 감사하다. 같이 잘 지내서 서로 도움이 되고 힘이 되는 관계로 만들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