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업 강행 땐 진주의료원이 홍준표 정치적 무덤
폐업 강행 땐 진주의료원이 홍준표 정치적 무덤
  • 박석모 기자
  • 승인 2013.06.04 14: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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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교섭 한 달, 정상화 의지 없더라
진주의료원 투쟁 바탕으로 산별교섭 정상화시킨다
[인터뷰 5] 유지현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 위원장

지난 2월 26일 경상남도가 진주의료원의 폐업 방침을 발표한 이래 진주의료원 사태는 현재진행형이다. 경상남도와 보건의료노조가 지난 4월 23일 폐업을 한 달간 유보하고 노사교섭을 통해 해법을 마련한다는 데 합의한 이후, 지난 5월 22일까지 특별교섭을 진행했지만 결론은 없었다. 교섭이 마무리된 직후인 지난 5월 23일, 경상남도의회는 본회의를 열어 진주의료원 해산 조례안을 상정했다. 다만 상정은 하되 경상남도의 이후 행보에 따라 처리 방향을 결정키로 했다. 진주의료원의 운명은 여전히 안개 속에 묻혀 있는 상황이다.

진주의료원 폐업을 막기 위해 동분서주하고 있는 유지현 보건의료노조 위원장으로부터 교섭 기간의 이야기와 올해 산별교섭에 대한 이야기를 듣는다.

ⓒ 봉재석 기자 jsbong@laborplus.co.kr
그동안 교섭이 진행됐는데 이야기된 내용은 무엇인가.

“우리가 4월 23일에 한 달간 폐업을 유보하고 ‘정상화를 위한 대화’를 하기로 합의를 했다. 합의 이후 9차까지 특별교섭을 진행했다. 1차 교섭에서는 교섭 원칙과 방법을 논의했다. 2차 교섭에서는 노조에서 59개항의 경영정상화방안을 냈다. 하나씩 얘기해보면 구체적으로 논의할 수 있다고 생각했는데 안 됐다. 경상남도에서 전권을 줬다는데, 병원장 직무대행은 답을 못하고 ‘나는 충실한 전달자’라면서 ‘휴업도 정상화방안 중 하나’라고 하더라. 정상화에 대한 의지가 없다고 판단해 교섭을 중단했다.”

진주의료원 문제 해결을 위해 정부, 국회 등의 중재 역할은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가?

“이번 진주의료원 폐업방침 결정을 계기로 홍준표 지사가 ‘공공의 적’이 되고 있다. 보건복지부 장관이 직접 진주의료원을 방문해 진주의료원 폐업 불가방침을 밝혔고, 국회는 여야합의로 진주의료원 정상화를 위한 결의문을 채택했다. 보건복지위원들이 몇 차례 경남도청과 의회를 방문해 폐업불가와 조속한 정상화를 촉구했다. 지역에서 중재단도 움직이고 있다. 압도적 여론의 지지를 받으면서 한 달간 진행된 특별교섭에서 구체적 병원 정상화 방안을 제시했지만 홍 지사는 막판까지 폐업 방침을 굽히지 않고 오로지 강성노조 탓만 했다.”

교섭이 이뤄지지 않고 진주의료원 폐업이 강행된다면 향후 대응 방안은?

“5월 22일까지 당사자 간 대화가 안 됐으니 홍준표 도지사가 교섭에 나와야 한다. 들리는 소문에는 홍준표 도지사가 노조에 대한 공격과 함께 여론을 다시 거꾸로 뒤집으면서 27~28일쯤 폐업을 강행하겠다고 한다는데, 이걸 꺾기 위해서는 다시 투쟁과 여론이 필요하다. 노조에서 여러 가지 방안을 제시했는데도 회생 불가능이다, 못한다고 하면 정말 정상화하겠다는 의지가 없다고 보고 다른 방법을 강구할 것이다. 5월 23일을 기점으로 다시 투쟁모드로 전환해 정상화방침을 발표할 때까지 지도부 무기한 삭발노숙단식투쟁에 돌입했다.

어떤 경우라도 폐업은 막아야 된다. 지금도 공공의료 비율이 10% 남짓한 나라에서 공공의료 폐업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폐업이 강행된다면 진주의료원이 홍준표 지사의 정치적 무덤이 될 것이고, 이를 방관한 박근혜 정부와 새누리당은 내년 지자체 선거에 심각한 정치적 타격을 받을 것이다. 단지 엄포가 아니라 실제 그렇게 된다는 것을 집요한 정치투쟁, 국회투쟁, 지역투쟁, 대중투쟁 등을 통해 보여줄 것이다. 홍준표 그림자 투쟁 등 내부에서 다양한 계획이 준비되고 있다. 이명박 정부 초기 광우병 쇠고기 촛불시위 이상의 공공의료 촛불이 타오를 것이라고 분명하게 말할 수 있다.”

ⓒ 봉재석 기자 jsbong@laborplus.co.kr
산별교섭이 여전히 파행을 겪고 있는데 올해 산별교섭에 임하는 보건의료노조의 목표는?

“한마디로 말하면 작년 78개 사업장 산별합의의 성과와 올해 상반기 진주의료원 투쟁의 힘을 바탕으로 산별교섭 정상화에 한 걸음 더 다가가는 것이다. 정상화투쟁은 이제 8부 능선을 넘어서고 있다. 작년 78개 사업장이 산별교섭 참가에 합의했고, 올해는 상반기 진주의료원 폐업에 맞선 전국적인 공공의료 지키기 투쟁을 하면서 산별노조의 힘과 존재감을 키워왔다. 그런 만큼 그 어느 해보다 많은 성과를 기대하고 있다.

또, 올해 ‘보건의료산업 노-사-전문가 공동포럼’이 새롭게 진행되는 만큼 초기업 대화와 보건의료의제를 중심에 둔 정책 활동은 더욱 활발해질 것이다. 올해 우리의 기본 목표와 전략은 ‘제2 산별노조운동’의 기치아래, 현장 조직 강화를 기본으로 ‘공동요구-시기집중-공동산별투쟁-공동마무리’로 산별노조의 힘과 단결력을 한 단계 더 끌어올리는 것이다.”

진주의료원 문제로 보건의료노조의 역량이 분산돼 있는 상황에서 준비에 차질은 없는가?

“이미 지난 2월 정기대대에서 기본 방침을 확정한 이래 지금까지 한 축으로는 진주의료원 지키기 투쟁을, 다른 한 축으로는 현장과 지역에서 지역순방간담회, 조합원 합동교육 등을 통해 올해 교섭을 준비해왔다. 아무래도 진주의료원 투쟁이 워낙 큰 전국적 정치투쟁이기 때문에 산별노조로서의 전 역량을 집중하고 있지만, 이것을 단순히 역량 분산으로 보기보다는 이어지는 산별교섭 산별투쟁의 불쏘시개 역할로 보는 것이 더 정확할 것이다. 6월부터 시작되는 산별교섭은 이미 시작도 하기 전에 50% 이상 진행되고 있는 셈이다.”

올해 산별교섭의 전망은?

“전체 노사가 다함께 참여하는 매끄러운 산별교섭은 좀 더 시간이 필요할 것 같다. 하지만 그동안 90% 이상 진주의료원 투쟁에 힘을 집중해왔다면, 6월부터는 진주의료원 투쟁과 산별교섭 산별투쟁이 병행되면서 서로 상승작용을 일으키는 투쟁을 할 것이다. 두 투쟁의 시너지 효과를 바탕으로 작년에 이어 산별교섭 정상화에 한 걸음 더 다가갈 것이다. 이 과정에서 중요한 것은 현장 강화, 산별 강화를 통해 더 큰 미래를 내실 있게 준비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