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에서도 노조 할 수 있다는 인식 심겠다
삼성에서도 노조 할 수 있다는 인식 심겠다
  • 이가람 기자
  • 승인 2013.06.04 14: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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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작은 에버랜드 … 다른 계열사까지 확장
후배가 노조 할 때 방패막이 될 것
[인터뷰 1] 조장희 삼성지회 부지회장

삼성에버랜드 노동자들을 주축으로 2011년 7월 출범한 삼성노동조합은, 2013년 1월 민주노총 금속노조 경기지부 삼성지회로 편재됐다. 무노조 경영 삼성에서 어떤 이유와 목적으로 노동조합을 설립하게 됐는지 조장희 삼성지회 부지회장을 만나 인터뷰했다. 같은 시각, 박원우 지회장이 근무하느라 시간을 내지 못해 해고자 신분인 조장희 부지회장을 만났다.

ⓒ 봉재석 기자 jsbong@laborplus.co.kr
노동조합을 설립하게 된 계기가 무엇인가.

“노동자라면 노동3권이 보장되어 있고 누구나 노동조합을 결성할 수 있다. 삼성이 복지혜택이 많아 좋다는 이유로 노동조합을 하지 못하게 하는 건 맞지 않다. 삼성에서 지금까지 수십 년간 그룹을 유지해오면서 노동조합을 하려는 노동자를 탄압한 걸 보면 굉장히 비인권적이었다. 삼성에서는 노동조합이 안 된다는 인식이 너무 강하고 ‘패배의식’ 같은 게 있다. 삼성에 대해서 막연한 공포가 있어 노동자가 맞서서는 안 되고 계란으로 바위치기라는 말도 많이 들었다.

노동조합이 생기기 전에는 노사협의회에서 6년간 활동했지만 법적으로 강제성이 없어 단체협약을 체결할 수도, 파업을 할 수도 없었다. 이러한 한계를 가진 노사협의회에서는 도저히 노동자들의 권익이 보호될 수 없었다. 그 전부터 친하게 지내던 사원들과 함께 2011년 7월 12일 노동조합 설립총회를 하고 13일 노동조합 설립신고서를 제출했고, 18일 설립신고 필증이 나왔다.”

삼성지회 조합원 주축이 에버랜드 소속인데 다른 사업장까지 확대되고 있는가.

“가입 대상 자체가 전 계열사 정규직, 비정규직, 협력사까지 다 포함하고 있다. 우리가 조직할 수 있는 능력이나 힘을 갖고 있어서가 아니다. 노동조합을 준비해보니 삼성에서 노동조합을 하기가 얼마나 힘든지 알고 있다. 초기에는 소수가 모여서 노동조합을 할 가능성이 크다. 우리가 앞서서 경험하고 싸우는 방패막이가 될 테니 가입을 하라는 것이다. 우리가 알고 있는 노하우를 같이 공유해서 계열사마다 조직이 커지면 언젠가 분리가 되어 각 계열사별로 노동조합을 하게 되기를 바라는 의미에서 가입 대상을 이렇게 넓혔다.”

무노조 경영 삼성에서 노동조합을 운영하기가 쉽지 않을 것 같다.

“우리는 노동조합을 시작했으니까 하는 게 옳다는 것을 입증할 책임이 있다. 7월이면 만 2년이 되는데 무게감, 책임감이 굉장하다. 삼성은 지난 2년 동안 이런 저런 알지 못하는 방법들로 우리를 압박해서 노동조합을 깨트리려고 하고 있다. 삼성에서 지금까지 단 한 번도 성공하지 못했던 노동조합이 이번에 또 깨지면 정말 노동조합하기 힘들 거라는 불안감이 있다. 그래서 나름대로는 치열하게 하지만 사람이니까 힘든 부분도 있다.

5월 10일 후원주점을 열었는데 금전적인 도움도 필요했지만 아직 우리 노동조합을 모르시는 분들이 많아서 홍보하는 목적도 있었다. 후원주점을 도와준 분들한테 ‘우리가 만 원 받았으니까 만 원을 갚아야겠다’는 생각보다는 ‘정말 이겨야겠다. 노동조합을 정착시켜야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

ⓒ 봉재석 기자 jsbong@laborplus.co.kr
올해 1월 금속노조에 가입했는데 어떠한 목적이 있는가.

“비조합원들이 노동조합을 투쟁하고 싸우는 것이라고 부정적으로만 생각할 수 있고 언어자체도 거리감이 있다. 우리는 금속노조에 가볍게 즐길 수 있는 노동조합으로 접근하자고 제안하고 있다. 요즘 젊은 세대들이 노동조합을 잘 안 한다. 그런 부분들에 대해서도 연대와 공유를 하고 아이디어도 내서 우리나라 젊은 노동자들이 노동조합을 새롭게 인식할 수 있는 전환점을 같이 만들고 싶다.”

결국 인식을 바꾸는 게 중요하다는 것인가.

“지금까지 사원들 스스로도 입사를 하면 1년이 됐건 10년이 됐건 의식 무의식 속에 노동조합을 하면 안 된다는 인식을 가지고 있다. 이걸 어떻게 바꿔갈 것인지가 우리가 해야 할 가장 큰 역할이다. 직장을 다니는 사람마다 개인적인 가치와 철학을 바꾸는 것이 힘들 수도 있지만 달리 보면 쉬울 수도 있다. 노동조합을 하니까 이익이더라. 저기에는 단협이 있어서 월급을 더 받더라. 근데 불이익도 없더라. 그거 정도만 해소돼도 오지 않겠는가.

시작은 단순하게 해야 할 것 같다. 처음에는 노동조합을 하는 노동자로서 자존감 같은 것들에 대해서 설득하겠지만, 현재는 교육시간이 배정되지 않아서 막혀있는 부분이 많다.”

노동조합 활성화 방안은 어떤 것이 있는가.

“온라인과 오프라인으로 선전과 홍보를 많이 준비하고 있다. 가칭 SAMSUNG LABOR WATCH라는 것도 조직했다. 지속적이고 강력한 보호막이 형성된 사회적인 네트워크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우리가 도움 받는 것도 중요하지만 우리 이후에 삼성 노동자들이 노동조합을 하려고 했을 때 ‘아, 노동조합을 해도 보호막이 있다’, ‘우리를 지원해주는 지원군이 있다’는 느낌으로 노동조합 운동을 편하게 진행할 수 있게 하고 싶다.

노동조합을 하면서 제일 걱정되는 게 해고되면 어떡하느냐라는 것이다. 해고, 소송, 생계비 등 우리도 이런 문제에 직면해 있다. 이 부분에 대해서 분명히 금전적인 지원이 있어야 한다. 그런 것들이 사회적으로 밑바탕이 된다면 노동조합이 굉장히 잘 조직될 거라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