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마다 도로아미타불? 장기적 발전에 대해 고민하자
3년마다 도로아미타불? 장기적 발전에 대해 고민하자
  • 박종훈 기자
  • 승인 2013.06.04 14: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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잃었던 신뢰 회복 정말 어려워…은행연합회지부의 구원투수
노조는 조합원 위해 있는 것…힘의 균형 유지가 노사관계 기본
[인터뷰 3] 정용실 전국은행연합회지부 위원장

지난 7일 한국노총 금융노조 전국은행연합회지부의 임원 선거에서 단독 출마한 정용실-고태호-이병헌(위원장-수석부위원장-사무국장) 후보조가 조합원 86.2%의 지지를 받으며 재선에 성공했다. 전 집행부와 경영진 간의 갈등이 악화되면서 집행부 사퇴라는 위기 상황에 구원 투수로 등장했던 정용실 집행부의 ‘마무리’가 조합원들에게 인정받은 결과로 보인다.

정용실 위원장으로부터 그간의 이야기와 함께 노동조합과 조직의 발전을 위한 포부를 들었다.

ⓒ 봉재석 기자 jsbong@laborplus.co.kr
그간의 어려운 상황 속에서 조합원들에게 다시 한 번 압도적인 지지를 받을 수 있었던 계기는 무엇이라고 보는가?

“간단하게 정리하자면, 파행으로 치닫던 노사관계를 회복시키며 구성원들에게 안정감을 심어 주었고, 아울러 그 와중에 후퇴했던 복지 부문을 원상회복했던 점을 조합원들이 높이 평가했다고 생각한다. 물론 그 사이에 우여곡절이 많았다.

2006년에 지부 위원장으로 당선되면서 3년 임기 동안 가장 역점을 두었던 부분은 바로 조합원 복지와 관련된 부분이다. 은행연합회의 근로환경은 대단히 열악했었다. 특히 시중은행 등과 비교를 해 보면, 임금은 물론이고 직원 복지의 격차가 매우 컸다. 여기에 주안점을 두고 어떻게 문제를 풀어가야 할지 고민했다.

연초에 대부분의 지부들이 정기대의원대회를 열지 않나. 거기서 배부되는 활동보고서를 모아서 꼼꼼히 살펴보았다. 활동보고서의 내용이라면 사실상 전년도의 상황이지 않나? 1년 전 기준을 놓고 보아도 현재 우리 조직과 격차가 아주 컸다. 각 은행별, 지부별로 필요한 내용을 추려서 엑셀 파일로 알아보기 쉽게 정리해 두었다. 필요한 부분을 하나씩 차근차근 해결해 나가기로 한 거다. 3년 동안 복지 수준을 꽤 많이 올렸다고 생각했다.

스스로야 정말 최선을 다했다고 생각했지만, 사실 외부에서 보는 시각은 다를 수도 있을 것이다. 이후 선거에서는 아쉽게 낙마했다. 허탈하기도 하고 억울한 부분도 있었지만 남들이 보기엔 내 생각과 다를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순리대로 가야겠다고 마음을 접고 노동조합을 떠나기로 결심했다. 노동조합과 관련된 자료들도 새로 당선된 집행부에게 모두 넘겨주었다.

전임 신동규 은행연합회장이 임기 중일 때였는데, 새 집행부가 들어서고 노사관계가 파행을 겪기 시작했다. 당시의 현안이 연합회를 크게 좌우하거나 조합원들의 노동조건에 치명적인 영향을 미치는 내용이라고 보긴 어려웠다. 그때 신 회장이 갈등 국면을 중간에서 조정해 달라는 역할을 내게 부탁했다. 그렇게 얘기했다는 것은 사실 경영진도 양보안을 받아들일 수 있다는 사인 아닌가. 노와 사가 조금씩 양보할 여지가 있었던 것이다. 노조 차원에서도 얻어올 수 있었던 게 참 많았다.

그런데 노동조합 집행부 입장에선 마치 내가 사용자의 입장을 대변한다는 느낌을 받았나보다. 중재 역할을 하려고 했지만 이야기를 잘 듣지 않았다. 결국 소송까지 제기하면서 갈등이 극단으로 치닫게 됐다.

그러다보니 조합원들은 극심한 스트레스에 시달리게 된 거다. 사실 일이라는 게 그렇지 않나? 주변의 환경이 불안하면 업무를 처리하는 데 있어서도 쓸 데 없는 긴장을 하게 되는 거다. 결국 제대로 업무도 처리되지 않는 것이고, 사용자는 사용자대로 더더욱 강압적으로 밀고 들어오게 되는 거다. 결국 1년 반 만에 새 집행부가 사퇴하고 우리가 다시 나오게 된 것이다.”

ⓒ 봉재석 기자 jsbong@laborplus.co.kr
집행부의 색깔 차이가 분명했던 것으로 보인다. 평소 노동조합을 이끌어 가는 철학은 무엇인가?

“노사관계는 어느 한 쪽으로 기울어지면 안 된다고 생각한다. 평행선을 유지해야 한다. 그래야만 서로 견제가 되면서 균형을 유지할 수 있다. 이전에는 회장 이하 임원진들이 노동조합을 대단히 우습게보았다. 개별 조합원들은 사실, 사용자측이나 임원들에게 불만이나 애로사항을 곧바로 얘기할 수 없다. 노조를 통해서 얘기가 전달되는 건데, 이렇게 힘의 추가 기울어져 있다면, 조합원들이 노조에다가도 이야기를 하지 못한다.

노조에 힘이 더 쏠리게 되면 괜히 어깨가 올라가게 된다. 위원장은 힘이 있다고 주변 간부들의 이야기를 듣지 않으려 하고, 그만큼 시야가 흐려지니 본인이 처한 위치나 조직의 내외부의 상황에 대해 정확한 인식을 하지 못하게 된다. 오히려 노조가 힘의 우위를 점하고 있을 때가 가장 위험한 구도일지도 모른다. 대표자 한 사람이 한 방에 무너지는 거면 별 상관없을 텐데, 잘못하면 노조 전체가 위기에 빠질 수 있기 때문이다. 무너진 조직을 다시 일으켜 세우는 것은 정말 어려운 일이다. 조합원들의 마음을 되돌리는 것도 그렇고.

과거에는 조합원들이 사실 노조 활동에 대해서 큰 관심이 없었다. 전화위복이라고 해야 할까, 노사관계가 냉각되면서 불안감이 조성되자 개별 조합원들도 자신의 문제와 연관이 있다고 의식했다. 결국 노조의 역할에 대해 조합원들이 관심을 갖게 된 거다.

개인적인 주장일지 모르겠는데, 노조가 투쟁을 통해서만 모든 것을 얻으려고 하는 건 아니라고 본다. 물론 투쟁은 중요하다. 하지만 옛날 방식만을 고집해서는 결국 자기가 놓은 덫에 스스로 걸릴 공산이 크지 않을까 생각한다. 새로운 변화가 무수히 요구되는 요즈음, 어떤 한 가지 방법만 고집한다는 것은 맞지 않는다. 기본적인 원칙 아래서 일단 대화를 시작하고 그게 안 통하면 또 다른 방법을 찾아가야 한다. 노조는 조합원들을 위해서 존재한다. 무엇을 얻을 수 있는지에 대해서 생각한다면 답이 명확하다.

노동조합 차원에서 더 나아가 조직 전체의 발전 방향에 대해서도 함께 고민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임금이나 복지, 근무환경을 개선하는 부분도 중요하지만, 장기적인 조직 발전의 마스터플랜을 누구와도 논의할 수 있어야 한다. 현 박병원 회장과 이야기하는 것도 신규인력 채용을 비롯한 장기적인 마스터플랜을 기획하자는 것이다. 회장 임기 3년 동안, 혹은 노조 집행부 임기 3년 동안만 단기적인 사업에 치중하는 것은 다람쥐 쳇바퀴 도는 것과 마찬가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