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주의료원, 끝내 해산 수순 밟나?
진주의료원, 끝내 해산 수순 밟나?
  • 박석모 기자
  • 승인 2013.06.12 11: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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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도의회, 해산 조례안 날치기 처리
각계 비난여론 비등…새누리당도 ‘유감’

103년 역사의 진주의료원이 결국 해산을 눈앞에 두게 됐다.

경상남도의회는 11일 본회의를 열어 진주의료원 해산을 골자로 하는 ‘경상남도의료원 설립 및 운영에 관한 조례안’ 일부개정안(진주의료원 해산 조례안)을 원안대로 통과시켰다. 이는 두 곳의 경상남도 지방의료원 중 마산의료원만 남기고 진주의료원을 삭제하는 내용이다. 또 부칙에 ‘진주의료원을 해산하고 잔여 재산은 경상남도에 귀속한다’는 내용도 담고 있다.

당초 이날 진주의료원 해산 조례안이 처리될 것으로 알려지자 민주개혁연대 소속 경상남도의회 야당 의원들이 회의장 입구를 봉쇄하려 했으나, 새누리당 소속 경상남도의원들을 막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야당 의원들의 봉쇄를 뚫고 이날 오후 회의장 진입에 성공한 새누리당 의원들은 의장석을 점거한 채 불과 10분 만에 의결정족수 확인이나 찬반토론도 없이 진주의료원 해산 조례안을 날치기로 통과시켰다.

▲ 11일 오후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진주의료원 지키기 공공의료 강화 범국민대책위’의 긴급 기자회견에서 참석자들이 진주의료원 해산 조례안 날치기 처리를 규탄하는 구호를 외치고 있다. ⓒ 박석모 기자 smpark@laborplus.co.kr
진주의료원 해산 조례안이 날치기로 통과되자 보건의료노조를 비롯한 노동계는 물론, 정치권에서도 반발이 거세다.

시민사회단체들과 보건의료노조 등 노동계가 참여하고 있는 ‘진주의료원 지키기 공공의료 강화 범국민대책위’(진주의료원 범대위)는 11일 오후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진주의료원 해산 조례안 날치기 처리를 규탄한다”며 “경남도의회가 진주의료원 해산을 강행함으로써 공공의료를 파괴하고 민의를 도둑질한 이번 사태를 결코 좌시하지 않을 것이며, 모든 수단과 방법을 동원해 항의·규탄·심판투쟁을 전개할 것”이라고 선언했다.

진주의료원 범대위는 이에 따라 보건복지부 장관이 재의를 요청하도록 압박하는 한편, 홍준표 도지사와 경상남도의회의 사법적·정치적 책임을 묻기 위한 투쟁을 전개할 계획이다. 나아가 진주의료원 범대위는 진주의료원 폐업 및 해산 철회와 정상화를 위한 주민투표운동도 진행할 계획이다.

여야를 막론하고 정치권도 진주의료원 해산 조례안 날치기 처리에 대해 비판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민주당은 이언주 원내대변인의 현안논평을 통해 “불법 날치기 통과로 인한 해산 조례안은 원천무효”라면서 “해산 조례안을 날치기 통과시킨 홍준표 지사와 새누리당 도의원들은 이에 대해 책임을 져야 하며, 새누리당은 자당의 입장에 반해 조례안을 날치기 통과시킨 도지사와 도의원들에 대해 책임정치의 모습을 분명히 보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새누리당 내부에서도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강은희 원내대변인은 논평을 통해 “공공의료 정상화를 위한 국정조사특위를 구성하고, 국정조사 실시계획서를 13일 본회의에서 처리할 예정이었는데 경남도와 경상남도의회가 소위 날치기 형태로 진주의료원 해산 조례안을 통과시킨 것에 다시 한 번 유감을 표명한다“며 ”새누리당은 어떤 이유에서도 공공의료 서비스의 역할과 기능이 축소되거나 변질되는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정부와 긴밀한 협조를 통해 공공의료 서비스의 질적 제고와 제도의 선진화에 앞장서겠다“고 밝혔다.

경상남도의회에서 조례안이 통과되기에 앞서 이날 오전 윤상현 새누리당 원내수석부대표는 경상남도의회에 진주의료원 해산 조례안 처리를 연기해 줄 것을 요청하기도 했다.

여야는 공공의료 정상화를 위한 국정조사를 실시키로 합의한 바 있으며, 오는 13일 열리는 임시국회 본회의에서 이를 처리할 예정이었다. 결국 국정조사를 코앞에 두고 경상남도의회가 진주의료원 해산 조례안을 통과시킨 셈이다.

한편, 경상남도는 통과된 조례안을 안전행정부에 보고해 상위 법령에 위배되는 점이 없는지 검토를 거쳐야 한다. 이 과정에서 안전행정부는 소관 부처인 보건복지부에 의견을 구하게 되며, 보건복지부가 재의를 요청하게 되면 경상남도의회로 조례안을 되돌려 보내게 된다. 진주의료원 범대위가 보건복지부 장관에게 재의를 요청하도록 압박한다는 것은 이 같은 절차를 염두에 둔 것이다.

만일 보건복지부의 재의 요청이 없고, 상위 법령에 위배되는 점이 없으면 안전행정부는 이를 관보에 게시하고, 이로써 통과된 조례안이 효력을 발휘하게 된다. 경상남도는 이 같은 절차가 마무리되는 대로 진주의료원 청산을 위한 후속조치를 진행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