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는 최저임금 대신 생활임금!
이제는 최저임금 대신 생활임금!
  • 박석모 기자
  • 승인 2013.06.17 16: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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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저임금 한계 넘어 소득재분배 향한 노력
부천시 조례 제정 주춤…법적근거 확보 필요

▲ 17일 오후 국회 의원회관 세미나실에서 열린 ‘생활임금 제도 도입’ 토론회에서 좌장을 맡은 권순원 숙명여대 교수가 토론회의 의의를 설명하고 있다. ⓒ 박석모 기자 smpark@laborplus.co.kr
최저임금위원회에서 노사간의 현격한 입장 차이가 드러나고 있는 가운데, 최저임금이 아닌 생활임금을 도입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돼 눈길을 끈다.

김경협 민주당 의원이 17일 오후 국회 의원회관 세미나실에서 개최한 ‘생활임금 제도 도입’ 토론회에서는 생활임금 제도 도입을 통한 임금주도 성장론이 제기됐다.

이날 토론회에서 김경협 의원은 인사말을 통해 “지금까지의 성장은 이윤주도의 성장이었지만, 지난주에 개최된 ILO 총회에서는 임금주도 성장론이 제기됐다”며 “이를 위해 인간적·문화적 삶을 영위하는 데 턱없이 부족한 최저임금이 아니라, 최소한의 인간적·문화적 삶을 향유할 수 있는 생활임금 제도가 도입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생활임금’은 노동자들이 가족을 부양할 수 있는 능력과 존엄성을 유지할 수 있는 수준의 최저임금 이상의 임금을 뜻한다. 김경협 의원은 “최저임금이 지역, 시장, 가구현황 등 노동자의 실제 삶을 둘러싼 조건들을 고려하지 못한 비현실적 임금이지만, 생활임금은 이를 극복해 ‘적절한 소득의 재분배’를 향해가는 노력이라고 할 수 있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이 같은 생활임금은 우리나라에서는 낯선 개념이나, 이미 미국에서는 지난 1994년 12월 볼티모어 시에서 “주, 시, 카운티 등의 지방정부와 거래관계를 맺고 있거나 재정지원을 받는 민간업체는 1999년까지 연방 최저임금보다 50% 높은 임금을 지급해야 한다”는 조례가 제정된 이후, 140여 개의 지방자치단체에서 다양한 형태의 생활임금 조례가 제정된 바 있다.

이날 토론회에서 발제를 맡은 김준영 부천노사민정협의회 자문위원은 “기업이 공공계약이나 보조금, 감세 등을 통해 지역 납세자가 내는 세금으로부터 이익을 얻고자 한다면 그 기업은 종업원에게 괜찮은 임금(decent wage)을 지불하도록 하는 요구를 받아들여야 한다는 것이 생활임금 요구의 기본개념”이라며 “최저임금 및 최저생계비가 터무니없이 낮게 설정되어 있는 상황을 타개하고 저임금 및 빈곤, 불평등을 축소하기 위해 지역 차원에서 생활임금 제도를 도입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실제 부천시에서는 지난 2011년 생활임금 제도 도입이 제안된 이후, 2012년 4월부터 ‘부천시 생활임금 조례 제정 추진위원회’가 구성돼 운영되고 있다. 추진위는 조례를 제정함으로써 부천시에 소속된 노동자나 부천시와 계약을 맺은 기업체의 노동자에게 생활임금 제도를 적용하고, 민간 부문으로 확산되도록 하기 위해 여러 차례 논의를 진행해왔다. 하지만 법제처에서 ‘생활임금 조례 제정이 지방자치단체장의 고유권한을 침해한다’는 의견을 낸 이후 현재 생활임금 조례 제정은 주춤한 상태다.

이 같은 법제처의 의견에 대해서 이날 토론회의 또 다른 발제자로 참가한 김대인 이화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부천시의 생활임금 조례안과 기존의 법령을 비교한 후, “지방자치법에서 생활임금 제도의 법령상 근거를 찾아볼 수는 있으나 이 같은 해석에는 여러 가지 반론이 뒤따를 수 있다”며 “따라서 보다 명확하게 생활임금 제도의 법령상 근거를 마련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김대인 교수는 이 같은 논지에 따라 지방계약법상에 생활임금 제도를 반영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최저임금이 해마다 뚜렷한 기준 없이 노사간의 힘겨루기와 공익위원의 절충적 조정안에 의해 결정됨으로써 노동자의 최소한의 생계를 보호한다는 목적을 살리지 못하고 있는 가운데, 이날 토론회에서 논의된 생활임금 제도가 기존의 최저임금 제도의 한계를 극복할 대안이 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