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들어도 설득해야 합의 이룰 수 있다
힘들어도 설득해야 합의 이룰 수 있다
  • 박석모 기자
  • 승인 2013.07.09 1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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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적 대화, 의제 구별 잘 해야
통상임금 문제, 법대로 안 하려 하니 문제
[기획인터뷰] 신계륜 국회 환경노동위원장

ⓒ 오도엽 객원기자 dyoh@laborplus.co.kr
노동문제와 관련해 국회의 역할이 점점 더 커지고 있다. 각종 관련 법안을 제정하거나 개정하는 문제에서부터, 주요 이슈에 대해 청문회나 국정조사를 통해 해결방안을 모색하는 데에서도 국회의 역할이 강조된다. 노동문제를 주요하게 다루는 환경노동위원회의 역할이 그래서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 <참여와혁신>은 창간 9주년을 맞아 환경노동위원장을 맡고 있는 신계륜 민주당 의원으로부터 현안으로 대두되고 있는 노동문제들에 대한 해법을 듣는 자리를 마련했다.

박근혜 정부가 잘 했으면 좋겠다

노동문제를 대하는 정부의 철학과 자세는 어떠해야 한다고 보는가?

“정부가 시혜나 동정, 여유를 베풀어주는 자세로 보면 안 되는데 그렇게 보고 있다. 노동운동을 하는 사람이 동정을 바라는 게 아니다. 그런 관점에 빠지면 남는 것을 주는 것으로 생각하는데, 민주주의의 주체로 서게 하는 것, 의사결정의 주체로 서게 하는 것이 핵심이다.

이는 단결권과 관련된 것이다. 노동운동뿐만 아니라 우리 사회 전체가 자신의 주장을 할 수 있는 단결과 결사의 자유가 있어야 한다. 나라의 정책을 결정하는 데 당당한 한 주인으로 서게 하는 문제가 가장 중요한데 그런 관점이 결여돼 있다. 조금 더 주는 것도 없어서는 안 되지만 더 중요한 게 안 이뤄지고 있다. ‘노동이 있는 민주주의’는 자기가 지지하는 세력의 뜻과 의지를 모아서 당당히 자기를 표현할 수 있어야 하는데 그게 결여돼 있다.”

박근혜 정부가 출범했지만 노동자들의 처지는 그다지 나아지지 않은 것 같다. 노동자들의 권익을 보호하고 처지를 개선하기 위해 환경노동위원회는 어떤 노력을 하고 있는가?

“지금도 박근혜 대통령이 잘 했으면 하는 희망을 버리지 않고 있다. 단시간 내에 처지가 좋아질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고, 박근혜 정부가 추진하는 일이 모호하기는 하지만 그래도 아직은 기대를 하는 편이다. 전 정권보다는 나은 노동정책을 폈으면 하고, 그런 의미에서 성공한 대통령이 됐으면 하는 희망을 아직 가지고 있다.

이번에 내놓은 고용률 70% 달성 로드맵을 보니까 그런 부분이 필요하기는 하겠지만, 우리 사회가 가지고 있는 비정규직 문제 등의 본질과 실상을 파악하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 그래서 걱정된다. 노동문제에 대해 책상에 앉아서 정리한 수준이 아닌가 생각된다. 목표 설정도 중요하지만 그 과정이 얼마나 지난하고 어려울지 전혀 고민과 개념이 없어 보인다.

환노위에서 전면적으로 부정하기보다는 정부에서 추진하고 있는 노동정책을 조금이라도 보완해서, 노동자의 삶의 질이 개선되고 ‘노동이 있는 민주주의’ 쪽으로 다가가는 작은 기반이라도 됐으면 한다. 그런 쪽에 맞춰서 환노위 활동을 해가겠다.”

나쁜 일자리를 좋은 일자리로 전환하는 정책 필요

통상임금 문제가 큰 논란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이 문제를 어떻게 풀어가야 한다고 보는가?

“통상임금 문제는 박근혜 대통령이 미국 방문 길에 ‘어떤 난관이 있더라도 통상임금 문제를 풀어가겠다’고 하면서 사회 쟁점이 됐다. 이 문제를 노사정위원회에 맡기겠다고 했는데, 한마디로 표현하자면 그냥 법대로 하면 된다. 대법원 판례가 나왔으면 그에 맞게 노동부 지침을 바꾸면 되는 문제다. 그걸 안 바꿀 이유가 하나도 없다. 누구한테 유리하거나 불리한 문제도 아니고, 상여금 전체가 통상임금에 포함된다고 판결한 것도 아니다.

통상임금은 정기성, 고정성, 일률성을 가져야 한다. 지난해 대법원 판결에서 일률성을 조금 유연하게 판결했다. 모든 사람에게 똑같이 적용되는 일률성이라기보다는 직군에 따라서 조금 다르더라도 그건 일률적이라고 판결한 것이다. 그런 범위에서 지침을 바꾸면 되는 문제이지, 사회적 쟁점으로 만들 이유가 전혀 없다. 안 바꾸려고 하니까 사회적 쟁점이 되는 거다. 대법원 판결의 취지에 맞게 노동부 지침을 일단 바꿔야 한다. 법 개정이 필요한 것은 그 다음 문제다.

비용이 좀 들어갈 것은 분명하다. 그러나 모든 상여금이 통상임금에 들어간다고 판결한 것은 아니다. 그런 측면에서 본다면 경총의 자료는 상당히 과장돼 있다. 또 전체 사업장에 적용했기 때문에 과장된 게 있다. 법이 판결하는 대로만 하면 경총 자료보다는 훨씬 적을 것이다. 일시에 들어가는 것도 아니고 점차적으로 들어간다.

비용 부담은 되지만 그 비용 때문에 경제상황을 우려할 만큼은 아니다. 앞으로 전체 임금체계 개편 논의가 있게 될 텐데 미래지향적으로 보더라도 변화가 생길 수밖에 없다. 후퇴할 수도 없고 거꾸로 갈 수도 없다.”

ⓒ 오도엽 객원기자 dyoh@laborplus.co.kr
일자리를 늘리고 일자리의 질을 높이는 문제는 우리 사회의 중요한 과제다. 일자리 문제를 어떻게 풀어야 한다고 보는지 듣고 싶다.

“일하려고 하는 사람은 많은데 일자리는 없는 상태다. 그래서 국가적인 큰 의제다. 쉽게 결론을 내릴 수도 없지만 목표를 안 세울 수도 없다. 아무리 사회적으로 좋은 일자리와 나쁜 일자리의 구별을 없애려고 해도 그렇게 안 된다.

정규직 임금과 비정규직 임금의 격차가 매년 늘어나고 있다면 굉장히 중요한 문제이다. 사회적 갈등이 심화되고 나라의 안정성을 크게 해치기 때문에, 반대쪽으로 방향을 틀어주는 정책이 필요하다. 나쁜 일자리가 점점 더 좋은 일자리로 다가가도록 만드는 게 중요하다. 일자리를 창출할 때 좋은 일자리로 접근해가도록 정책 전환이 필요하다.”

일자리 문제와 관련 정부는 2017년까지 고용률 70%를 달성한다는 국정목표를 제시하면서 그 방안으로 ‘정규직 시간제 일자리’를 내놨다. 이에 대한 견해를 듣고 싶다.

“임금 차별을 받지 않고 조금 더 인센티브를 늘리면 워크쉐어링이 일어나서 일자리가 늘어날 것이라는 그런 가정을 하는 것 같다. 내가 보기에는 성공할 확률이 그다지 높지 않다. 워크쉐어링이 되는가, 정규직이 줄어드는가, 임금이 줄어드는가 하는 문제들이 해결되지 않았다. 그냥 그림 속에만 있다.

정규직이 줄어들지 않고 워크쉐어링이 일어난다면 정규직의 임금이 줄어들어야 효율성이 있을 것이다. 공무원부터 도입한다고 하는데 임금도 줄어들지 않고 사람도 줄어들지 않고 워크쉐어링으로 고용총량은 더 늘어나면 나라에서 세금이 점점 더 늘어날 수도 있다. 이런 부분을 종합적으로 봐야 한다.

취지는 좋다. 여러 부처에서 시범시행을 해보고, 국민들이나 일하는 사람에게 효과가 있고 세금을 줄이는 효과가 있다면 검증하면서 갔으면 좋겠다. 목표 세워놓고 새마을운동 하는 식으로 가다가 실패하면 후유증이 클 것이다. 70%가 안 되더라도 목표치 달성에 연연하지 말고 단계적으로 갔으면 좋겠다.”

쌍용차 여야 협의체, 받지 말았어야

또 하나의 화두가 근로시간 단축이다. 정부는 2020년까지 연간 근로시간을 1,800시간으로 줄이겠다고 목표를 세워놓고 있다. 근로시간 단축을 위해 우리 사회가 고민해야 할 지점은?

“우리나라는 OECD 평균보다 굉장히 긴 근로시간을 가지고 있다. 이게 임금과 연관돼 있다. 우리나라 임금구조가 연장근로, 휴일근로를 통해서 생활급의 많은 부분을 보충하는 구조이기 때문에, 노동자들이 원해서 하는 측면이 있다. 사용자가 시켜서 하는 게 아니라, 연장근로와 휴일근로가 자기 생활을 유지하기 위한 노동자의 요구라는 게 아이러니다.

지금의 임금수준을 보장하면서 근로시간을 단축할 것인가? 사용자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고 임금을 줄이려고 할 것이고, 노동자는 같은 임금을 받으면서 근로시간을 줄이려고 할 것이다. 여기서 많은 갈등과 혼선과 어려움이 있을 것 같다. 근로시간을 줄여야 하는 것은 분명히 맞지만, 임금이 줄어들거나 생활수준이 낮아진다면 극도의 저항감을 가질 것이다. 이에 대해 어떻게 사회적 합의를 이루고 노사간에 합의할 것인가 하는 게 쉽고 간단하지는 않을 것이다. 여러 가지 경우의 수를 두고 그에 따라서 점차적이고 단계적인 방법으로 하지 않는다면 대단한 혼란이 올 것이다.

왕도는 없다. 노동시간을 줄이면서 임금과의 관계를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 결국 노사간의 단협으로 갈 수밖에 없을 것이다. 이것이 잘못되면 나라에 큰 혼란이 올 수밖에 없다. 지혜롭게 풀어가야 한다. 제일 중요한 것은 합의다. 강제로 하기보다는 이해시키고 설득하는 게 필요하다. 상당히 긴 시간에 걸쳐 국민적 노력과 노사간의 노력이 필요하다. 그때 정부의 역할이 굉장히 중요하다. 어느 쪽에도 피해를 안 주려고 하는 집요한 노력이 필요하다.”

ⓒ 오도엽 객원기자 dyoh@laborplus.co.kr
지난해 대선 과정에서 여야는 쌍용자동차 국정조사를 약속했지만 국정조사는 이뤄지지 않고 있고, 여야협의체도 성과 없이 마무리됐다. 환경노동위원회에서는 쌍용자동차 문제를 어떻게 풀어 갈 계획인가?

“뼈아픈 문제인데 여야 6인 협의체를 하지 말았어야 했다. 국정조사를 약속했으면 국정조사를 했어야 했다. 지금 와서 국정조사를 안 하기 위한 면피용 여야 6인 협의체였다는 게 증명됐지 않나. 여당이 그렇게 주장했어도 야당이 받지 말았어야 했다. 국정조사가 여야의 합의로 돼야 한다는 것은 분명하지만, 지금도 그 주장은 여전히 유효하다. 지금 국정조사를 해야 의문이 해소될 수 있다. 그런데 현실이 그렇게 안 가고 있다.
어쨌든 이 문제는 환노위에서 어떤 식으로든 해결할 수밖에 없다. 소위원회를 만들든 국정조사 요구를 다시 요구하든 환노위에서 가져가야 할 문제다. 장기적으로 볼 때는 소위를 만드는 것도 지금 고민해야 할 때가 아닌가 생각한다. 거기서 항구적으로 문제의 해결책을 찾아가는 노력을 해야지, 그거라도 안 하면 국정조사도 안 되고, 환노위에서 가끔 쟁점사항이 됐다가 말아버리고, 노동자들은 힘들어지고, 이런 상황이 되지 않을까 우려된다.”

사내하도급보다 사외하도급이 더 절실

사내하청 문제의 해법을 듣고 싶다.

“너무나 어려운 문제다. 현재 발의돼 있는 사내하도급법 문제에 대해서 한마디만 하자면, 사내하도급만 하도급인가? 더 압도적 다수를 차지하고 있는 사외하도급은 어떻게 하자는 것인가? 그들이 훨씬 더 열악하다.

사내하도급은 그나마 사내하도급을 둘 수 있는 현대자동차 같은 대기업에서의 문제다. 그것도 못하는 데는 외주를 준다. 이 하도급업체들은 정말 어려운 비정규직이다. 사내하도급뿐만이 아니라 전체 하도급 근로자를 보호할 수 있는 법을 만들어야 한다. 노조 조직이 거의 안 돼 있는 노동자들을 놓고 가면 안 된다. 사내하도급은 사외하도급에 비해 유형이 단순해서 법을 만드는 것도 더 쉽다. 하지만, 사외하도급은 너무 유형이 복잡하고 다양해서 이걸 일률적으로 규제하거나 도움을 줄 수 있는 방법을 찾기가 쉽지는 않다.”

현 정부는 노동문제와 관련 사회적 대화를 강조하고 있다. 사회적 대화는 어떻게 풀어가야 한다고 보는가?
“구별을 잘 했으면 좋겠다. 노사간의 대화에 맡겨야 할 문제가 있고 사회적 대화에 맡겨야 할 문제가 있는데, 이 구별이 잘 안 되면 문제 해결이 안 된다. 통상임금 같은 경우는 사회적 대화에 맡길 게 아니라 판례대로 가면 되는 것이다. 임금체계 전반의 개편에 대해서는 노사정이 사회적 합의를 할 수 있다. 그래서 노사간의 대화에 맡길 것과 사회적 대화로 풀 것을 구별하지 못하면 사회적으로 큰 혼선이 생긴다. 구별을 잘 했으면 좋겠다.”

환경노동위원회에서 노동과 관련한 각종 법률을 제·개정할 때 원칙은 무엇이고, 그런 원칙을 실제 법률 제·개정 과정에서 실현하기 위해 필요한 것은 무엇인가?

“현실을 다루는 곳이 국회다. 각종 이해관계가 대립하는데, 합의를 이룬다는 게 쉽지 않다. 그렇다고 해서 어느 한 쪽의 의사를 무시하고 갈 수는 없다. 그런데 합의에 이르도록 노력하는 자세가 부족하다. 이해당사자들도 자기주장만 한다. 여야도 정략적으로 자기주장만 한다. 정해진 기간 내에 반드시 이루겠다는 의지를 가지고 실제 노력하는 사람들이 드물다.
힘들어도 중재하고, 집요하게 모두에게 설명하고 노력하는 게 필요하다. 의원들도 마찬가지다. 자기가 낸 법은 끝까지 추적하고 이해관계자들을 찾아가서 설득하는 노력이 별로 없다. 무슨 법안을 내더라도 끝까지 관철하기 위해서 성심성의껏 노력하는 것이 가장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