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기업, ‘골라먹는 재미’최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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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참여와혁신
  • 승인 2004.12.1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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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인 주주 횡포유형 빅5

자본시장 자유화 10년, 한국이 ‘외국자본의 놀이터’가 됐다는 외신의 비아냥거림은 더 이상 가벼이 넘길 수 없는 것이 됐다.


처음엔 단순히 고배당에 그치던 요구 수준이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자사주 매입ㆍ소각요구, 의결권이 없는 우선주 집중 매입과 고가 소각 요구는 물론 보유 자산 매각 압력, 현찰을 챙기기 위한 유상감자 시도와 경영간섭의 유형도 가지가지로 다양해지고 방법도 ‘지능화’되고 있다.


외국인 주주의 횡포를 유형별로 정리해 본다.


1.100%까지 올라간 배당률


고배당 요구는 외국자본이 이익을 최대화 하는 가장 전통적인 방법으로 외국자본 진출 초기부터 성행했다. 메리츠증권의 대주주인 파마(PAMA)는 올해 지난 5월 28일 열린 주주총회에서 당기 순이익의 두 배가 넘는 234.5억원의 배당을 결의했다. 이 조치로 파마와 특수관계인이 회수한 배당금 77억원은 순이익의 70%에 육박한다.

 

서울증권은 퀀텀 인터내셔널이 대주주가 된 지난 2001년 액면가 대비 배당률을 전년도 5.2%에서 60% (주당 1500원)로 높였다.

 

이로 인해 퀀텀은 2001년에 받은 배당금만으로도 서울증권에 투자한 675억원의 절반가량인 327억원을 회수했다.

 

정유업에서는 외국계 기업과 국적기업 간의 배당률 차이도 크게 벌어지고 있다. 2003년 (주)SK의 배당률은 15%. S-oil의 배당률 역시 지난 99년까지만 해도 10% 내외를 유지해 왔다. 그러나 다국적 석유회사인 아람코가 대주주로 들어선 2001년 50%로 급증, 2002년 75%, 2003년에는 85%까지 다다랐다.

 

배당률이 100%에 달한 기업도 있다. 다국적 광고회사 WPP가 최대주주인 LG애드는 2003년 100%의 현금배당을 지급, LG애드에 860억원을 투자한 WPP는 첫 해에만 330억원을 회수했다.

 

2.우선주는 주인 없는 돈?

 

배당확대 요구는 점잖은 편이다. 최근에는 의결권이 없는 우선주를 집중 매입해 고가에 소각하도록 압력을 행사하는 방법이 ‘최신 트렌드’로 떠올랐다. 지난 5월 한솔제지는 외국인 주주 요구에 밀려 우선주 86만주를 전량 소각했다.

 

우선주 소각에 쏟아 부은 40억원은 지난해 순이익 129억원의 1/3 수준. 최근 주식시장에서는 경영권 위협을 받고 있는 SK(주)의 외국인 우선주 대량 취득 소문이 퍼지면서 주가가 급등하기도 했다.

 

현행 증권거래법에 따르면 외국인은 특정 기업의 보통주나 CB(전환사채) BW(신주인수권부사채) 등을 5% 이상 매집할 때 취득목적 등을 신고해야 한다. 이른바 5%룰이 그것이다.

 

그러나 우선주는 의결권이 없어 기업의 경영권 방어와 무관하다는 이유로 이 룰의 적용을 받지 않는다. 최근 들어 외국인 주주들은 이러한 제도상의 취약점을 이용, 기업 지배구조가 취약한 기업의 우선주를 공략하는 ‘지능화’ 전략을 펴고 있다.

 

3.무상증자 후 유상감자, 차익 챙겨 짐 싸기

 

유상감자는 일반적으로 기업규모를 축소 또는 합병해서 회사의 재산상태를 조정하는 경우에 이뤄진다. 유상감자에는 두 가지 방법이 있는데 주식액의 일부를 주주에게 반환함으로써 자본금을 감소하는 방법과 회사가 일부 주식을 소각해 자본금을 감소하는 방법이 있다. 두 경우 모두 환급 또는 소멸된 주식의 대가는 주주에게 지급된다.


브릿지증권의 대주주인 브리지인베스트먼트홀딩스(BIH)는 무상증자와 유상감자를 적절히 활용해 1300억원의 투자금을 회수했다. 무상증자를 통해 자본금을 키울대로 키운 후 늘어난 자본금에 대해 유상감자를 실시해 투자금을 회수하는 방식이다.

게다가 지난 15일 BIH가 브릿지증권 지분 77.75% 매각과 관련, 6곳으로부터 인수 제안을 받았고, 이중 한 곳과 잠정합의에 도달했다는 블룸버그 통신의 보도로 한국에서 단물만 쏙 빼먹은 외국인 투자자가 속속 본국행 짐을 싸고 있다는 최근의 우려가 현실로 입증됐다.


4.자회사 상장폐지 정책 펴는 외국인 주주도 등장

 

외국계가 대주주인 기업의 경우 배당이나 기업의 장래 이익 등을 독식하기 위해 상장폐지를 시도하는 사례도 늘고 있다. 공개매수 등을 통해 상장폐지를 시도한 후 기업 가치를 높여 해외에 재상장하거나 유상감자, 고배당 등으로 투자자금을 회수하는 경향이다.

 

지난 11월 17일 전자상거래업체인 옥션은 한국증권업협회에 자진 코스닥 등록취소 신청서를 제출했다. 이 회사의 최대주주인 미국 전자상거래업체 이베이는 자회사에 대해 꾸준한 상장 폐지 정책을 펴고 있다.

 

이에 따라 지난 11월 16일 주주총회를 열어 코스닥 증권시장 등록폐지 안건을 통과시켰다.

 

이 외에도 올해들어 나이키사가 최대주주인 삼라스포츠, P&G의 자회사인 쌍용제지, 모토로라가 최대 주주로 있는 어필텔레콤, 론스타가 최대주주인 극동건설 등 건실한 기업들에서 외국인 주주들 주도로 상장폐지가 강행됐다. 

 

5.경영권, 아직도 한국 걸로 보이니?


경영권에 대한 간섭도 도를 넘어섰다. 92년부터 SKT의 주식 대거 매집에 나선 타이거 펀드는 98년부터 경영간섭을 노골화했다. 98년에는 자신들이 추천하는 이사선임안을 관철시켰으며 99년 SKT가 차세대 이동통신사업 투자를 위해 추진하던 30% 증자를 주주가치 하락을 이유로 반대했다. 결국 99년 말 보유지분을 모두 매각하면서 1조원의 차익을 챙겨서 SKT를 떠났다.

 

대주주는 아니지만 외국계 소액 주주의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태광산업의 외국계 소액 주주였던 홍콩계 투자펀드 KDMW는 2001년 7월 주주총회를 앞두고 자신들이 요청한 감사를 선임하기 위해 갖은 압력을 가했다.

 

당시 KDMW는 소액주주운동을 벌이고 있던 참여연대 소속 변호사를 내세워 경영 감시와 고배당을 요구하며 경영진과 마찰을 빚었다.

 

국내기업의 사회공헌 활동에 제동을 거는 외국인 주주도 있다. POSCO는 매년 포항공대에 기부금을 내는 문제를 가지고 외국인 주주들과 마찰을 빚는다. 이 회사 관계자는 “주주 이익 최우선주의의 입장에서 보면 사회공헌 활동이 눈에 거슬리는 것은 당연하다”면서도 “국민경제에 이바지하는 공기업이었던 시절이 그립기도 하다”고 쓴 소리를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