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팎으로 성숙해진 건설근로자공제회, 이제 노조 목소리 낸다
안팎으로 성숙해진 건설근로자공제회, 이제 노조 목소리 낸다
  • 박종훈 기자
  • 승인 2013.08.06 15: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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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이사장 선임·공공기관 지정·노조 설립 … 전환점 맞아
더 좋은 조직 만들기 위한 고민, 노사 동상이몽은 안 돼
[인터뷰 1] 나세준 건설근로자공제회노조 위원장

건설근로자의 생활 안정을 위해 지난 1998년 설립된 건설근로자공제회는 지난 연말과 올해 초 사이에 큰 변화를 겪었다. 새 이사장을 선임하는 과정에서 이른바 정권 말의 ‘낙하산 인선’ 논란으로 홍역을 치렀고, 올해 초에는 고용노동부 산하 기타공공기관으로 지정됐다.

창립 16년 만에 노동조합도 설립됐다. 나세준 건설근로자공제회노조 위원장을 만나 새로운 전환점을 맞고 있는 건설근로자공제회 안팎의 이야기와 노동조합의 계획을 들었다.

ⓒ 봉재석 기자 jsbong@laborplus.co.kr
노동조합 설립 과정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 싶다.

“어느 조직이나 마찬가지이겠지만, 소수의 경영진보다는 다수를 차지하는 구성원들이 주인의식을 가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공제회의 주인 역시 일하는 직원들이다. 우리의 목소리를 낼 수 있어야 하지 않겠냐는 의견이 일었다.

공제회가 생기고 16년이 지나면서, 이제 어느 정도 그 기반이 안정화되었다고 생각한다. 과거에도 노동조합 설립 움직임이 있었는데, 당시에는 여건이 성숙되지 않았기 때문에 구체화되지 못했다. 이제는 조직의 성장 과정에서 노사관계의 한 축을 맡을 노동조합이 자연스럽게 생길 수 있는 적당한 시기가 됐다고 볼 수 있다. 조합원들의 권익을 대변하고 사측과의 건강한 소통을 위한 채널이 필요하다.”

공공기관 지정과 관련한 논란 역시 노조 설립과 무관하지 않을 것 같다. 6개월 남짓 지나오면서 내부의 분위기는 어떤가?

“그 부분에 대해서 우려가 많았던 것이 사실이다. 1월 말 공공기관 지정 이후 아직 시간이 많이 지나지 않았고, 기존의 공제회가 추진하고 있던 기본적인 사업에서 갑작스러운 변화가 부각된 것은 아니다. 다만 업무처리에 사소한 변형은 있었다. 절차나 과정을 가져가는 부분을 공공기관의 기준에 맞게끔 처리하는 것이다. 아무래도 업무가 많아진 것은 사실이다. 그간에는 생각하지 못했던 법적인 절차나 페이퍼 워크도 상당히 늘어났다. 무엇보다도 민간법인이었을 때는 유연하게 사업 계획을 세우고 내외의 환경 변화에 따라 신속하게 움직일 수 있었는데, 공공기관으로 지정되면서 그런 부분이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또 공제회라는 곳은 사실 상호부조를 위한 조직인데 공공기관의 성격에 맞느냐는 근본적인 논란도 있다. 지난 정부에서 기재부는 공제회의 사업 범위가 넓어지고 공제부금의 적립 규모가 커지면서 기관 운영의 투명성과 책임성을 높여야 한다는 입장을 갖고 있었다고 한다.

공공기관 지정의 효과는 좀 더 장기적으로 봐야할 것 같다. 지금으로선 긍정·부정을 단정할 수 없다. 그렇기 때문에 직원들도 나름대로 노력을 경주하고 있는 상태다. 조합원들이나 구성원들 입장에서는 일단 공공기관이라는 이름이 주는 신뢰감을 좋게 느낄 수도 있어 보인다. 공무원이거나 공기업에 다니는 사람들을 외부에서 안정감 있게 바라보듯이 말이다.”

신생 노조로서 현재 가장 큰 과제는 무엇인가. 또 앞으로의 계획은?

“다른 무엇보다 단체협약을 체결하는 것이 가장 큰 숙제다. 노동조합의 역량을 총집중하고 있다. 교섭이 진행 중이고, 어느 조직이나 마찬가지겠지만 밀고 당기기를 하거나 갈등을 빚기도 한다. 공제회 전체 임직원 수는 88명인데, 현재 조합원 규모는 70여 명이다. 어느 범위까지 조합원으로 받아들일 것인지도 노사가 힘겨루기를 하고 있다.

노조를 설립하고 지난 3월에는 한국노총 공공연맹에 가입했다. 집행부가 충분히 사전 정보를 조사해 제공하고 총회를 거쳐 표결로 상급단체를 선택했다. 공공연맹 차원의 고민이나 산하 다른 조직의 현안들이 우리의 상황과도 연관이 깊은 것 같다.

큰 조직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연맹에서 많은 신경을 써 줘서 감사하게 생각한다. 올 초 연맹이 여러 난관을 겪었는데, 공공부문이 한 목소리를 내야 한다는 부분에서 공감대를 갖고 있기 때문에 차차 시간이 지날수록 나아지는 모습을 볼 수 있을 거라고 기대한다.

건설근로자공제회노조는 부당하기 그지없는 처우를 바꿔보고자 만든 노조도 아니고, 꼭 뭔가를 이뤄내야 한다는 강한 목적의식을 갖고 출범한 노조도 아니다. 단기적으로는 신생 조직이니까 노조가 안정적으로 운영될 수 있는 기틀을 세우려고 한다. 차후에는 요새 많이 쓰이는 표현처럼 상생할 수 있는 노사문화를 만들어가려고 한다. 기본적으로 조합원의 권익을 지키고, 나아가 건설근로자를 보다 더 위할 수 있는 조직을 만들어 가기 위해 고민하려고 한다. 사회공헌 같은 활동도 노사가 함께 진행하면 어떨까 싶다. 노동조합이 씨앗을 만들어 뿌리고 사측이 여기에 함께 참여하는 식으로 노사관계의 선례를 남기려고 한다.

앞서 이야기했지만, 노동조합이 하루빨리 자리를 잡기 위해선 단체협약을 마무리 짓는 것이 시급하다. 특히 지금처럼 현업과 함께 노동조합 일을 병행하는 것은 정말 어렵다. 외부 회의나 다른 활동에 참여한다든지, 지역의 지부 순회를 위해선 연·월차를 써야 한다. 그렇다고 해서 안 갈 수도 없는 것 아닌가.

노동조합 초대 집행부의 임기는 2년이다. 앞으로 집행부 임기를 몇 년으로 가져갈지는 다시 총회를 통해 의결하겠지만, 노동조합의 활동에 매진할 수 있도록 활동시간 보장이 꼭 필요하다. 지역 조직으로 나뉘어 있는 상황에서 물리적인 거리 문제로 소통의 어려움이 존재하는데, 특히 노조 초창기에는 조합원들과 원활히 소통할 수 있는 문화를 정착시키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