웃으며 일하고 자긍심 느끼는 직장, 노동조합이 만든다
웃으며 일하고 자긍심 느끼는 직장, 노동조합이 만든다
  • 박종훈 기자
  • 승인 2013.08.06 17: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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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림조합중앙회 안팎에 먹구름, “경쟁 더 치열해질 것”
조직발전 위한 고민은 노사가 머리 맞대야
[인터뷰 3] 이동원 산림조합중앙회지부 위원장

지난 4월 금융노조 산림조합중앙회지부의 제 8대 집행부가 출범했다. 치열한 경선 끝에 전 집행부 사무국장이었던 이동원 위원장이 향후 3년간 지부를 이끌어나가게 되었다. 갓 임기를 시작하는 이 위원장은 산림조합중앙회를 둘러싼 내외의 여건이 호락호락하지 않을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민간 산림업체들이 기존에 산림조합중앙회가 수행하던 사업 부문을 빠르게 잠식해 들어오고 있기 때문이다. 구체적으로 어떤 부분들이 문제가 되고 있는지, 그리고 노동조합은 이를 어떻게 바라보고 어떤 대응을 마련하고 있는지 들어 보았다.

ⓒ 봉재석 기자 jsbong@laborplus.co.kr
선거 결과가 박빙이었다. 과정에 대한 얘기를 듣고 싶다.

“조합원 439명 중 342명이 투표에 참가해서 상대 후보와 불과 6표가 차이 났다. 이렇게 아슬아슬한 결과가 날지 예상하진 못했다. 어느 선거든, 전 집행부 출신 후보들은 공격을 받기 쉽지 않나? 이번 선거에서도 상대 후보는 지난 7대 집행부의 과오를 물고 늘어졌다.

후보 간의 공약 내용에서의 차이는 크지 않았다. 나는 좀 추상적으로 들릴지 몰라도 조합원들에게 마음이나 의지를 전달하려고 노력했는데, 그것이 어필하지 않았나 싶다. 지금 지부가 처해 있는 현실, 우리가 단결하지 않으면 절대로 헤쳐 나갈 수 없다는 현실에 대해서 많이 얘기했다. 우리의 심지를 하나로 모으자고 호소했다. 너 나 할 거 없이 맡은 일이 힘들고 나날이 노동강도가 세지고 있는 부분들을 다 함께 대응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런 부분들이 조합원들에게 울림을 주지 않았을까.

선거가 끝나고 상대 후보와도 ‘찐~하게’ 악수를 나누며 이야기를 했다. 결과가 어떻게 나오든 선거는 끝났으니 서로 힘을 합쳐 앞으로 멋지게 꾸려보자고. 솔직히 조금 가슴이 아팠다. 왜냐면 상대 후보도 6대 집행부의 일원이었기 때문에 노조 운영의 현실적인 부분을 알고 있었을 텐데, 막상 선거 국면에서는 너무 사정없이 찌르더라(웃음).“

조직의 현실적인 어려움이라는 것은 어떤 부분인가?

“50여 년의 산림조합중앙회 역사를 보면, 과거에는 산림녹화라는 큰 틀 안에서 수월하게 일할 수 있었다. 중앙회는 법에 의거한 비영리법인이기 때문에 정부가 추진하는 각종 사업을 쉽게 가져올 수 있었다. 혜택 아닌 혜택을 받아온 셈인데, 이 부분이 점점 오픈되고 있다. 얼마 전 김영주 의원이 발의한 법안에 의하면 조경업체들까지도 본격적인 경쟁이 가능하게 돼 있다. 한정된 산림사업이라는 부문에 경쟁이 점점 치열해지고 있는 것이다.

수해나 산사태를 보수하거나 미연에 방지하는 작업을 한다든지, 나무를 벌채해 목재를 공급하고, 나무를 심고 가꾸고, 임산물을 유통하는 등 산과 관련된 일들을 큰 범주에서 산림사업이라고 말한다. 임산물을 가꾸는 사람들이나 산주들이 산림조합의 조합원들이고, 산을 관리해 주면서 거기서 수익을 낼 수 있도록 컨설팅을 해주는 등의 일을 하는 게 산림조합중앙회의 직원들이 하는 일이다.

조직이기주의로 들릴 수도 있다. 어느 분야나 경쟁이 점점 심해지고 있는 게 현실이니까. 내가 문제제기를 하는 부분은 우리가 기존의 것만 답습할 게 아니라 산림조합중앙회만이 할 수 있는 사업의 영역을 개발해야 한다는 점이다. 지금처럼 매년 상당액의 국고보조를 받고, 각종 사업을 수의계약으로 가져오는 조직이, 만약 완전한 경쟁체제에 던져진다면 과연 자생할 수 있느냐에 대한 문제이다.”

쉽지 않은 문제인 거 같다. 대안은 있나? 특히 노동조합은 어떤 계획을 가지고 있나?

“가장 쉽게 찾아볼 수 있는 홍보의 문제를 보면, 신용사업을 하고 있지 않기 때문에 산림조합중앙회가 일반인들에게 거의 알려져 있지 않다. 은행으로 이용하는 농협이나 수협과 비교하면 극명하다. 얼마 전 진행한 무작위 설문에서도 거의 대부분 산림조합이 뭘 하는 곳인지, 혹은 존재 자체도 모른다는 답변이 많았다. 나이 드신 분들은 과거 ‘임협’을 기억하긴 했지만, 조직 이름도 바뀌었지 않나.

자체적인 홍보 활동은 매년 조금씩 늘려가고 있다. 아파트 단지에서 우리가 유통하는 임산물들을 조금씩 무료로 나누어 준다든지, 국산 목재를 샘플로 써볼 수 있도록 제공한다든지. 또 매년 초등학교의 책걸상을 국산 목재로 만들어 기증하는 활동도 해 오고 있다. 조금씩 늘려가고 있다지만 아직 대중에게 이미지를 각인하기에는 매우 부족하다.

노동조합의 입장에서는 경직돼 있는 조직문화를 바꾸는 것이 가장 큰 목표이자 개인적인 바람이기도 하다. 산림조합중앙회에는 우리만의 조직문화가 없다. 직원들로 하여금 월급은 좀 적어도 이 조직에 계속 몸담고 싶게 만드는, 끌어당기는 뭔가가 없다. 자긍심을 가질 수도 없고. 결국은 이들이 민간 산림업체로 이직하고, 거기서 일을 하다보면 원래 직장이었던 우리와 완전히 등을 돌리게 되고, 이런 안타까운 사례가 하나둘이 아니다. 이런 것을 막을 방법이 무엇일까? 월급을 무한정 올려줄 수도 없는 일이고 조직문화를 만들어야 한다는 거다. 함께 호흡할 수 있는 문화, 일이 힘들지만 웃으면서 일할 수 있는 문화를 만들고 싶다. 노사가 머리를 맞대고 고민해야 하는 시점이다.

사측은 이런 문제의식을 갖고 있지 않은 것 같다. 지난해 우리는 100억 원이 넘는 손실을 냈고, 올해 상반기 가결산 결과도 만족스럽지 않다. 하반기의 전망도 상당히 어둡다. 경영진들은 말 그대로 경영을 해야 하니까 결과적으로 수익이 나느냐는 문제로만 판단의 기준을 삼는다. 어느 정도 이해는 하지만 사람에 대한 경영이 얼마나 중요한지도 생각해야 한다.

어느 시점에서 조직에 마이너스가 난다고 하더라도, 구성원들이 다시 힘을 내서 앞으로 뛸 수 있는 비전을 줄 수 있어야 조직의 미래가 있는 것이다. 우리는 그게 부족하다. 윗선의 문화는 대단히 경직돼 있고. 그런 부분만 봐도 우리가 확실히 작은 조직이라는 게 느껴진다. 농협이나 수협 등은 조직 구조는 우리와 비슷할지 몰라도, 문화적인 부분에선 우리가 훨씬 더 경직돼 있고 현실에 안주하려는 경향이 강하다.

이를 노동조합이 바꿔낼 것이다. 조합원들이 웃으면서 일할 수 있는 조직으로 말이다. 몸은 힘들어도 자긍심을 가질 수 있도록 바꿀 것이다. 이것이 결국 산림조합중앙회를 발전시키는 밑거름이 될 것이다. 물과 기름처럼 섞일 수 없는 게 노사관계라고는 하지만 노사가 합심을 해서 이와 같은 부분이 가능하게 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