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사협의회 활성화로 소수노조 한계 극복한다
노사협의회 활성화로 소수노조 한계 극복한다
  • 박종훈 기자
  • 승인 2013.08.06 17: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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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노동조합의 목표는 노동조합이 없어지는 것”
선진화방안으로 생겨난 외주순찰 업체, 그야말로 복마전
[인터뷰 2] 정회권 한국도로공사현장직노조 위원장

무기계약직 노조를 설립했던 정회권 한국도로공사현장직노조 위원장이 3선에 성공했다. 선거 과정은 순탄치 않았다. 안팎으로 눈엣가시처럼 바라보고 있는데 고달픈 노동조합 일을 계속 해야 하는가에 대한 고민도 깊었다. 그만 두고 물러날 생각도 했지만, 이왕 시작한 노동조합을 스스로 마무리 짓고 싶다는 생각이 강했다. “우리 노동조합의 최대 목표는 노동조합이 없어지는 것입니다.” 정규직과 똑같은 일을 하면서도 별도의 직군으로 분리되어 있는 현실, 언젠가는 현장직이 없어지고 다 같은 도로공사 직원으로 하나의 노조에 가입할 수 있기를 바란다는 의미다.

ⓒ 봉재석 기자 jsbong@laborplus.co.kr

현장직노조를 처음 설립할 당시 상황은 어땠나?

“이명박 정부 들어서 시행된 공공부문 선진화정책에 대부분의 공공기관들이 철퇴를 맞지 않았나. 당시 도로공사는 다섯 가지 내용을 골자로 한 선진화방안을 제출했다. 고속도로 안전순찰 업무의 아웃소싱, 고속도로 휴게소 유휴부지 매각, 자회사 지분 매각, 영업직 435명 구조조정, 영업소 전면 도급화. 그걸 다 진행했다.

435명이면 공사 직원의 약 10% 정도이다. 5년 이내에 정원 10%를 구조조정 하라는 거다. 아무나 막 잘라낼 수는 없으니까 일단 영업직을 사무직으로 직종 전환을 했지만, 어쨌든 나갈 사람이 있어야 하는 거 아닌가? 그냥 나가라면 누가 나가겠나? 내보내려면 뭔가 먹을거리가 있어야 할 것 아닌가.

선진화방안 안에 들어 있던 안전순찰 업무 전면 도급화가 이 구조조정 계획과 연동된 것이다. 희망퇴직을 받아 위로금을 줘서 내보내되, 이들의 잔여 정년을 민간 사업장에서 보장 받도록 할 수 있게 한 거다. 쉽게 얘기하자면 바지 사장 내보내는 식이다. 업무는 공사에서 수의계약으로 따낼 수 있도록.

그간 현장직들이 수행하던 안전순찰 업무가 외주화된 거다. 현장직들은 강제로 전환배치 됐다. 그런데 구조조정을 해야 하는 공공기관들이 신입직원을 뽑을 순 없지 않나? 공사의 경우는 대리에서 과장까지 연차가 되면 자동 승진하는 구조다. 신입이 들어오지 않으니 대리들이 전부 과장이 되어버린 거다.

조직에 대리가 없으면 대리 업무는 누가 보겠나? 순찰만 하던 현장직들을 사무실로 끌어들여서 대리 업무를 맡긴 거다. 직군이 분리돼 있으면 직무도 당연히 분리돼 있는 경우가 많은데, 우리는 그게 아니다. 그리고 안전순찰 업무는 6년에 걸쳐 순차적으로 도급화했다. 전국 50개 지사가 갖고 있던 안전순찰 직영업무를 매년 열 개, 스무 개씩 말이다.”

노동조합을 설립하게 된 계기는?

“계약직 순찰원들이 무기직으로 전환됐다. 그 과정도 쉽지는 않았다. 어쨌든 그 이후에 이른바 선진화과제가 드러난 것인데, 구조조정에 가장 취약한 사람들이 누구겠는가? 현장직이라는 이름으로 무기직 전환된 우리들이었다. 안전순찰 업무 도급화를 추진하고 우리를 외주업체에 넘기겠다는 계산이었다. 무기직 전환은 시켰는데 막상 데리고 있는 것은 부담이 되니까.

정년에 가까운 이들이 희망퇴직을 신청해 도급업체 사장으로 갈 때, 현장직 직원 한 명을 데리고 나갈 때마다 2.5점씩 가산점이 붙었다. 세 명을 데리고 나가는 이들에게 제일 좋은 근무여건을 가진 도급 순찰을 우선적으로 배정했다. 당시 우리가 시급 7,100원을 받았는데, 연봉이 2천만 원도 안 되는 수준이다. 그런데 도로공사는 도급사 외주순찰원 임금을 연봉 3천2백만 원 수준으로 설계해 놓은 것이다. 고민이 생기지 않겠나?

도급업체로 나가려는 이들도 가산점을 위해 현장직을 데리고 가야 했다. 거기다 도로공사에서 사무실과 사무집기도 제공하고 고속도로 상황 모니터도 설치해 주고, 순찰차도 제공하고, 단체보험을 비롯한 모든 운영 경비까지 주는데 회사 경영하는 게 땅 짚고 헤엄치기 아닌가. 현장직을 돈 주고 사서 데리고 나와도 손해가 아니라는 계산까지 나온 거다. 지금에야 얘기지만 몸값이 3천만 원에서 7천만 원까지 뛰기도 했다.

조직이 얼마나 혼란스러웠겠나. 그래서 노조를 만들었다. 노조조차 없으면 강제로 마구 잘려나갔을 테니까. 2년 전에 이와 같이 현장직을 사는 것을 근절시켰다. 가산점 제도도 폐지시키고.

이후 사장들이 눈을 돌린 건 고용 보조금이 나오는 새터민, 장애인, 청년실업자들이었다. 안전순찰원 16명 정원 중에 14명이 장애인인 사업장도 나왔다. 작년만 해도 순찰원 4명이 업무 중 사망했는데, 이들의 보험금 수령인을 사장 명의로 해서 착복하는 일도 벌어졌다. 취업을 시켜주겠다면서 알선료를 받는 일도 생겼다. 온갖 패악을 저지르면 공사에서 근무할 때보다 몇 억 원을 더 버는 거다. 결국 여러 차례 시도 끝에 외주순찰원들의 노동조합도 설립됐고, 검찰의 수사도 시작됐던 거다.”

현재 복수노조 상태인데 교섭창구 단일화 등 올해 단체교섭에 지장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

“아무래도 교섭에서 배제될 우려가 크다. 400여 명 규모인 현장직노조는 도로공사노조에 비할 바가 못 되니까. 교섭위원으로 참여하지 못할 공산이 크고, 그렇게 된다면 교섭 내용 역시 현장직노조에 배타적으로 나올 수 있다.

그래서 올해 초부터 대안으로 추진하고 있는 것이 노사협의회의 활성화를 통한 의견 개진이다. 노사협의회는 임금이나 복지, 근로조건, 운영시설에 대한 개선, 고충처리위원회까지 광범위한 내용을 다루게 된다. 일 년에 네 번씩 반드시 운영해야 한다. 도로공사는 지역노사협의회를 분기에 걸쳐 두 번, 중앙노사협의회를 분기에 걸쳐 두 번 시행한다. 여기에 참여해 문제제기를 할 수 있는 여지를 만들어 두자는 의미다.

노사협의회가 원활하게 기능한다면 일 년에 한 차례 임금이나 단체교섭을 벌이며 소모되는 시간과 비용을 줄일 수 있다. 미진한 안건의 경우 네 바퀴를 돌려서 교섭 석상에 앉게 되는 것이니까. 또한 복수노조 사업장의 경우, 창구단일화로 인한 노노 갈등을 방지하는 기능도 될 수 있겠다. 결국 노동조합들도 좋고 회사도 좋은, 윈-윈 하는 상생의 방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