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조직 중심 운영이 원칙
공조직 중심 운영이 원칙
  • 박석모 기자
  • 승인 2013.08.07 15: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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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 생활정치 토대로 진보정치 통합해야
투쟁사업장 해결사례가 필요하다
[기획인터뷰 1] 신승철 민주노총 위원장 ②

<① 노조운동, 공장 울타리를 넘어 지역으로>에서 이어집니다.

ⓒ 봉재석 기자 jsbong@laborplus.co.kr
직선제, 할지 말지 아닌 어떻게 할지 고민할 때

2014년 12월에 8기 임원을 직선으로 선출해야 하는데, 직선제 준비는?

“직선제는 장점과 단점이 있다. 직선제를 한다는 건 조합원의 직접적 선거를 가진다는 민주주의 완성이라는 의미도 있고, 조합원들이 그 선거를 통해서 조직에 애정을 가진다는 장점이 있다. 단점이라면 이것이 실시되기 어렵다는 게 단점이다.

나는 장점을 더 높게 본다. 단점을 어떻게 극복해야 하는지가 문제다. 이번에 인선을 하면서 우선순위가 직선제 실행이다. 대대에서 결의된 다양한 기구에 대한 점검을 빨리 하고, 직선제를 관리할 선거관리위원회, 이미 지난 번 대의원대회에서 결의된 실행단위를 최우선으로 임명하겠다.

안 할 수 있다는 오해를 받을 수 있어서 다 열어놓고 운영할 생각이다. 어쨌든 나는 결정하고 집행하는 기구의 장이기 때문에 무조건 되는 쪽으로 가야 하고 갈 수 있다고 본다. 예전총장시절에 유예안을 올려서 대의원대회를 치르기는 했지만, 비용이 들고 해서 문제지 여러 가지 유형들의 대안이 있다.

부정적 요소, 직선제를 하는 데 발생하는 관리의 어려움을 어떻게 극복하고 무엇을 할지 고민하는 게 필요한 시기이지, 직선제가 옳은가 그른가에 대해 생각할 필요는 없다. 다 열어놓고 이뤄질 수 있게 하는 데 있어서 운영의 어려움을 어떻게 극복할 것이냐를 중심으로 생각하는 게 맞다.

56차 대의원대회에서 직선제 실시 특별기구를 설치하는 걸로 결의돼 있고, 거기에는 산별과 지역본부 집행 책임자들이 들어온다. 한 쪽에는 선거관리위원회가 있다. 선거관리위원회도 직선제 선거관리위원회로 가기 때문에 직선제를 위한 선거관리위원회로 이름을 바꿔서 집중해야 할 필요가 있다.

직선제를 해야 한다는 사람들이 실제로 특별기구에 들어오게끔 해야 한다. 그게 직선제를 빠르게 실행하는 길이다. 부정적 생각을 가진 사람이 운영하면 안 된다. 직선제에 동의하지 않는데 잘 할 거라는 건 잘못이다. 해야 한다고 생각하고 잘 할 수 있는 사람들이 들어와서 특별기구를 운영해야 한다.”

70여 개의 사업장에서 투쟁이 진행되고 있다. 영역도 다양하고 주체도 다양하다. 이들의 투쟁을 어떻게 모아내고 지원할 계획인가?

“후보자 때 투쟁사업장을 몇 군데 돌았다. 참 미안하더라. 선거운동을 하러 가는데 ‘아 나는 현장에서 열심히 일한다고 3년 6개월을 보냈는데, 그 3년 6개월이 참 죄스럽구나, 내가 어떤 위치에 있느냐 따라서 죄가 되기도 하는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당선되면 제가 제일 먼저 여기를 돌겠다고 이야기했고 서울을 중심으로 지금 돌고 있는 중이다. 아직도 다 못 갔지만. 그 사람들이 하는 공통적인 이야기가 민주노총이 먼저 잘 돼야겠다는 것이다. 우리 문제 먼저 해결해 달라고 얘기하지 않는다.

내 입장에서는 그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이미 노동부하고 그 투쟁사업장에 대한 협의를 교섭형태로 진행하는 걸로 알고 있다. 그런데 그것만으로는 해결되지 않는다. 하반기에 공공성 의제를 중심으로 집중점이 생긴다. 또 하나는 쌍용차, 현대차 문제, 진주의료원 문제 등 현안 문제들이 있다. 이 두 가지 축을 시기적으로 집중을 해보면 8, 9월에 집중되는 투쟁이 형성된다. 이걸 모아서 민주노총이 어떻게 의제화할 건지 고민하는 과정에서, 한두 개가 해결되기 시작하면 그건 분위기라고 생각한다. 해결의 꼭지가 나올 것이다. 그것으로 투쟁을 집중할 수 있고 또 필요하다면 작은 사업장들이 함께할 수 있는 투쟁을 기획할 수 있다.

민주노총 지도부가 그들에게 얼마나 큰 신뢰를 보이느냐가 선결조건이지, 같이 하자, 지원해줄게, 이걸로는 모여지지 않는다. 먼저 큰 흐름을 만들고 그들이 모일 수 있는 계기를 주는 게 더 중요하다. 시기적으로 11월 제도개선투쟁이 노동기본권을 중심으로 의제화되고, 전국노동자대회와 대국회투쟁도 분명히 준비해야 하기 때문에 자연스레 두 꼭지로 이어지지 않을까 생각한다. 최대한 모아내면 집중점이 어디선가 생길 거라고 본다.”

ⓒ 봉재석 기자 jsbong@laborplus.co.kr
일상적 정치활동 있었나?

정치방침 문제는 여전히 민주노총이 풀어야 할 과제다.

“우선 정치위원장을 선임하고 정치위원회를 재건해야 한다. 거의 활동이 중지되다시피 했는데 위상을 높여서 정비하고, 기왕에 있었던 진보정당 운동에 대한 평가를 내려야 한다. 그 평가를 토대로 새로운 정치방침을 정해야 한다.

예전에는 의원이나 인물 중심으로 사업이 이뤄지다보니 민주노총이 하는 게 돈 대고 몸 대고 표 대는 것밖에 없었다. 진보진영이 몰락하면서 저절로 몰락하고 사업이 되지 않는 거다. 그게 중요하지 않다는 게 아니다. 중요한 문제다. 제도개선을 할 수 있는, 노동자들의 권리와 이해를 대변하는 정치세력이 필요하고, 우리가 만들자는 게 민주노동당의 유효한 정치방침이었고, 이 건 계속돼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이걸로 메울 수 없는 게 있다. 진보가 어려울 때 지역정치와 생활정치에 개입할 수 있는 일상사업이 있냐? 있는 데도 있지만 거의 없는 데가 더 많다. 그나마 노동자 후보를 내서 당선가능성까지 보고 누군가를 당선인으로 만들어 낸 데는 그런 일상정치와 생활정치가 여러 가지 형태로 유지됐다.

이걸 그 지역만 할 거냐? 전 조직적으로 해야 한다. 그게 정치방침의 중요한 한 축이다. 기존에 있는 분열된 진보진영에 대해 그 지역을 중심으로 함께할 수 있는 분위기를 민주노총이 만들고, 그것이 대중적 압박으로 당에게 전달됐을 때 당이 어떤 선택을 빨리 할 수 있게 만들어야 한다. 이 근간을 빨리 만들지 못하면 다음 회기에는 진보진영의 당들이 낸 후보를 결정하는 과정에서 방침이 흔들리고, 그 방침에 의해서 아무런 결정도 할 수 없는 구조가 있기 때문에 제일 빨리 해야 할 사업이다.

기존 정당과의 관계에 있어서, 지난 선거에서 개인적인 견해라는 점을 전제로 연합정당을 말했다. 지역을 중심으로 한 일상정치, 생활정치를 토대로 그들이 합쳐질 수 있는 구조를 주장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정의당이 왔을 때 지금 같은 이야기를 그대로 했지만, 지도부에 의해서 당이 갈라지고 민주노총 조합원들마저도 양쪽 편에 서서 춤을 췄다. 지자체 선거 등을 앞두고 활동가들이 조합원들에게 우리 합쳤으니까 다시 지지하라고 이야기할 때, 조합원들이 어떤 반응을 보일 것인가? 부정적 시각으로 보지 않겠나?

민주노총이 정치방침을 결정함에 있어서 대중적 운동으로 기운을 만드는 게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진보정당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보인 조직대중이 84%다. 그런데 너희들이 통합해, 이건 아니다. 그건 운동이다. 심한 경우에는 아마 선거를 앞두고 당들이 전략적 제휴를 하는 야합이라고 규정지을 사람들도 많을 것이다.

지역정치와 생활정치를 근거로 민주노총 조합원들의 공장 밖 노동조합 활동, 일상적 노동조합 활동을 병행해서 만들지 못하면 차라리 우리끼리 뭘 하겠다고 선언하는 게 낫다.

민주노총은 조직적 결속이 왕성하고 대중조직으로서 민주와 집중이라는 기본적인 원칙들이 통하는 조직이었다. 정당 활동가, 정당의 지도부를 중심으로 당이 갈라지기 시작할 때, 민주노총의 조직적 견해는 어떠어떠한 근거를 가지고 갈라지지 마, 이렇게 됐어야 한다. 하지만 이미 정치적 이해관계가 얽혀진 그룹들이 춤을 췄다. 조직적 결정으로 압박하더라도 하부에 있는 사람들은 아무것도 모른 채 춤추고 있으니 그 결정이 강제력을 가질 수 있겠는가?

내부에서 조금은 어렵더라도 충분히 토론해서 우리의 조직적 입장을 말하고, 그걸 근거로 해서 갈라지지 말라고 했으면 똑같은 선언을 하더라도 차이가 있었을 거라고 본다. 그런 게 아쉽다.

통합과정도 마찬가지였다고 본다. 민주노총이 어떤 역할을 했나? 자기가 소속된 당의 이해관계가 얽힌 사람들의 판단을 중심으로 생각했지, 민주노총의 조직적 결정을 중심으로 판단하지 않았다. 지금은 싸워야 할 시기가 아니라 민주노총이라는 조직을 중심으로 모아야 하는 시기이고, 그 역할을 할 수 있는 데가 민주노총밖에 없다. 당한테 고압적으로 합쳐라, 이런 방식은 아니다.”

혁신은 진화한다

“약속을 지킨 위원장으로 물러나고 싶다”고 했다. 민주노총 내부에서 집행을 원활하게 하기 위한 운영의 원칙을 듣고 싶다.

“약속을 지키는 위원장이 되겠다는 게 완결점은 아니다. 모든 공약을 다 지키겠다거나 내가 다 완결하겠다는 의미는 아니다. 미래전략위원회를 내가 어떻게 완결하겠나? 그것이 언제 될 지 아무도 모른다.

혁신은 진화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정형화된 의제를 중심으로 혁신이 완결되는 게 아니라 조직의 혁신은 진화하는 거다. 그 시대를 움직이는 구성원들의 이해관계와 요구에 의해서 혁신의 대상과 의제는 변할 수 있다.

나는 시작을 하는 것도 약속을 지키는 거라고 생각한다. 구조를 만들어 놓고 그것이 관성을 가지고 운영될 수 있게 구조화시키는 것도 약속을 지키는 거다. 예컨대 지역정치에 대해서 16개 지역본부 중 한 개든 두 개든 전략적 거점으로부터 시작하겠다는 것도 약속을 지키는 거라고 생각한다. 이걸 시도하지 않는 것이 약속을 지키지 않는 것이다. 내가 다 하겠다는 게 아니라 이런 주요 의제들을 중심으로 그 조직이 움직이게 만드는 게 내가 옳다고 주장한 것을 선택한 사람들에게 약속을 지키는 거라고 생각한다.

안 된다고 생각해서 시도조차 하지 않는 것은 약속을 어기는 거다. 그런 의미에서 약속을 진짜로 다 지키고 싶다. 통합과 단결의 기운을 만들어내는 것이 제일 중요한 것이다. 그걸 버릴 수는 없다. 그래도 안 지켜지는 게 있을 수 있지만 가급적이면 내가 주장했던 모든 내용들이 다음 집행부의 임기에도 유실되지 않았으면 좋겠다. 미래전략위원회가 지속적이어야 한다는 의미도 그런 거다. 그게 가치가 있다면 설사 다음 위원장이 그걸 하지 않더라도 조직원들이 필요하다고 이야기해서 채택될 수 있게 구조를 만드는 것이 약속을 지키는 거라고 생각하고 그렇게 하고 싶다.

사무총국을 팀제로 개편하는 것이 특정 후보에게 유리하고 그 특정 후보가 나였다고 이야기하는 분들도 있다. 하지만 지금 민주노총은 슬림화됐고 줄어든 인원과 어려운 재정 상태로 정상적인 사업을 할 수 있다고 보지 않는다. 인사개편을 할 텐데, 팀제 운영이 과연 자발적이었는가, 장점과 단점이 뭔가, 재정 상태 등 여러 가지로 어려워서 그렇게 개편했다고 하는데 위원장이 됐다고 해서 이전으로 다시 돌아갈 수 있는 정도의 재정적 뒷받침과 인력풀이 존재하는가를 놓고 인사의 폭과 개편 방향을 고민하고 있다.

전체적으로 공조직 중심의 운영의 원칙이 통해야 한다. 운동하는 사람들에게 하나 더하기 하나는 둘이 아니다. 셋이 될 수도 있고 삼십, 삼백이 될 수도 있다. 무한한 가능성이 있다. 어차피 서로 부족한 사람들이 하는 운동이다. 어렵고 힘들지만 나보다 더 약하고 소외된 사람들을 위해서 하는 일이다. 이것은 무한한 가능성을 가지고 있다.

그걸 위해서 제일 중요한 건 팀워크이고 팀워크의 핵심은 사람이다. 그걸 중심으로 운영해야 한다. 또한 대상화되지 않고 자기가 주도적으로 할 수 있는가가 중요해요. 그래서 사무총국 회의에서 정파운동의 활동가냐, 대중조직의 간부냐, 월급쟁이냐, 자기 정체성을 분명히 하라고 주문했다. 대중조직의 간부로서 자세와 역할을 주요하게 바라본다면 모든 권한을 다 주겠다. 그러나 아무리 그 사람이 일을 잘하더라도, 대중조직의 간부로서의 역할보다 이해관계가 얽혀진, 자기 집단의 이해관계를 조직 안에서 제기하는 방식으로 들어온다면 권한을 줄 수 없다고 이야기했다. 제일 중요한 문제고 그게 운영의 원칙이다.

내가 강제할 수 있는 문젠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기정체성을 확립하지 않고 실제로 일하지 않는 모습이 보이면 근거를 가지고 문제를 풀어야 한다. 구조상 해고는 못 시킨다. 그럼 어떤 근거로, 뭘 했는지 이야기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일 했느냐, 그것이 조직내부에 무슨 도움이 됐느냐, 필요하다면 사무총국 내부에서 평가를 할 예정이다.

자기가 좋은 일만 하면 그게 대중 조직의 간부냐? 그러려면 자기 좋은 데 가서 일 해야 한다. 그걸 분명히 지키고 싶다. 그러나 ‘그랬다더라’를 가지고 이야기하고 싶진 않다. 눈에 보이는, 객관적으로 평가되는 기준을 중심으로 일하는 거고, 설사 그 사람이 정파에 소속돼 있더라도 대중조직에 복무한다는 기본 정신이 확인되면 핵심자리에서 같이 일하게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게 내 운영의 원칙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