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땅에 살기 위하여
이 땅에 살기 위하여
  • 참여와혁신
  • 승인 2013.09.03 1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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땅에서 살기 위해 하늘로 올라갔던 사람들이 있습니다.
땅에서는 더 이상 어찌할 도리가 없어 하늘로 올라갔습니다.

그들이 내려왔습니다.
지난 5월 9일, 쌍용차 정리해고자 복직과 국정조사를 촉구하며 송전탑에서 농성을 벌이던 두 명의 쌍용자동차 노동자가 171일 만에 땅을 밟았습니다.
7월 16일에는 단협을 해지한 의료원장의 재임에 반대하며 조명탑에서 농성을 벌이던 노동자가 부친상으로 인해 16일 만에 땅을 밟았습니다.
이어서 8월 8일에는 비정규직 정규직화를 요구하며 송전탑에서 농성을 벌이던 두 명의 현대자동차 비정규직 노동자가 역시 296일 만에 땅을 밟았습니다.
지난 8월 26일, 마지막까지 성당 종탑 위에 ‘하늘사람’으로 남아있던 재능교육 학습지교사 두 명이 202일 만에 땅으로 내려왔습니다.

그들은 하늘 가까운 그곳에서 그토록 긴 시간을 보내며 무엇을 보았을까요?
이제는 뭔가 할 수 있으리라는 희망이었을까요? 아니면 해도 해도 안 된다는 절망이었을까요?
그들이 무엇을 느꼈든, 이제는 하늘사람이 아닌 땅 위의 노동자로 설 수 있기를 바랍니다.
아니 어쩌면 그들에게 땅 위의 노동자로 서라고 말하는 것은 너무 가혹한 일일지도 모릅니다. 그 누가 극한의 조건을 무릅쓰고 하늘로 올라가기를 바라겠습니까?
그들을 하늘로 밀어올린 것은 어쩌면 우리 모두일 겁니다.
그들이 노동자로 서고 싶은 한 자락 땅조차 허락하지 않았던 이들, 그들이 하늘로 올라가기 전에 함께 희망을 나누지 못했던 이들, 그들이 하늘로 올라간 후에도 땅 위에서 한 조각 희망을 만들지 못했던 이들, 이 모두가 그들을 하늘로 밀어올린 것은 아닐까요?

어쨌든 지금 이 시점에는 하늘사람이 더 이상 존재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지금 없다고 해서 앞으로도 없으리라는 보장은 없습니다.
더 이상 하늘사람을 만들지 않는 것은 우리 모두의 몫일 겁니다.
땅 위에서 살기 위해 하늘로 올라가는 역설이 이제는 더 이상 만들어지지 않기를 바랍니다.

<참여와혁신>은 지난해 창간 8주년 기념식에서 주간지로의 전환을 약속했습니다. 새롭게 전환할 주간지에도 독자 여러분의 변함 없는 관심과 격려, 응원 부탁드립니다.

며칠 앞으로 다가온 한가위에는 노사 가릴 것 없이 모두가 보름달만큼이나 풍성한 열매를 거둘 수 있기를 바랍니다.
올해 한가위에는 노동하는 모든 이들이 가벼운 걸음으로 고향을 찾을 수 있기를 바랍니다.

홍대 언저리에서 <참여와혁신> 취재팀